孔虛, 채워지는 시간

점들의 연장선

by 큰 숲



희 뿌예진 시야 끝에

내달려온 하루에 틈을 쉰다.



그 누군가 쫓아 부랴부랴 달아나지 않아도

한숨 쉴 틈조차 갖지 못한 순간을 다그친다.

보이지 않는 시간, 보이지 않는 불안감은

스스로를 닦달해댄다.



충분히 숨이 찼다.

이만하면 용케도 버티는 것임을 잘 알면서도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하루를 다 써버린 저녁이 되어서야

무거워진 머리를 어깨를 다리를 끈다.

누군가가 "그만하면 되었다."

해줬으면 좋으련만

쉼을 허락한다 한마디 말도 없이

앞서 나가야 한다고 소리친다.

희뿌연 시야를 비비벼

헛 웃음만 새어 나온다.



잘 쉰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숨 고르기를 하는 일.



부는 바람도 멈춰 서야 노래를 품듯.

강물도 세차게 흐를 때 보다

잔잔할 때 깊이를 드러낸다.

숨 고르기를 거쳐야

내가 가진 힘도 보인다.

묵은 피로가 녹아야

길러진 힘도 오른다.



잘 쉬어야

텅 빈 나도 가득 차오른다.



고요히 숨 고르기를 한다는 것

공허(孔虛)가 아닌

스스로 물오르는 시기를 맞이하는 일

끝내 쓰러지는 달리기가 아니라

중장거리의 길 위에서

다시 나를 만나는 일이다.



누군가가 앞서가야 한다고 소리치면

불안하게 내달리기 보다

내 속도로, 내 호흡으로

끝내 해내고야 마는

나의 마라톤을 보여 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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