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서른 둘,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한지 3연차이구요. 바득바득 1억 정도 모았습니다. 외모는 어디가서 훈훈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구요. 시계는 태그호이어, 가방은 프라다 정도 들고, 종종 책도 읽고, 전시회도 다닙니다.
사람들은 왜 평가를 당하고 싶어하는 걸까? 경쟁이 심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그 과정이 너무도 혹독해서 만약 내가 저 세계에 들어가야 한다면 평가를 받는 쪽보다는 평가를 하는 편이 몸도 마음도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평가지표(외모, 학벌, 직업, 소득, 집안 등등)을 직접 밝히며 평가받기를 원한다. 내 수준과 위치를 알고 싶어하며, 혹여나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져 있지는 않을까 두려워 하고, 불안해한다.
그런 지표 중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아마 “명품”인 듯하다. 요즘은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명품백을 들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정도이다. 명품이 이렇게 보편화된데에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명품을 소비하는 그 내면 동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명품을 드는 것이 부를 ‘과시’하는 것에 있었다면, 지금은 ‘나도 당신과 같습니다, 나도 꽤 괜찮은 사람입니다.’와 같이 ‘인정’과 ‘소속감’에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평가자로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사회에서의 평가자는 불특정 다수인데, 이처럼 누군지도 특정되지 않은 그 아무개들로부터 나오는 인정과 존중 욕구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