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와 나잇값에 대한 생각
나는 학창시절,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다.
흔히들 말하는 중2병을 심하게 앓았던 것인데 부모가 만들어 놓은 규율과 통제의 세계에 쉽게 순응하지 못하고 반항했었다. 그 과정에서 나도 다치고, 엄마도 다치고, 아빠도 다치고, 오빠도 다쳤다.
그렇게 부모와 나의 세계 그 어느 중간지점에서 자연스레 만나게 되었고 이 경험은 내가 스스로 부모가 만든 세계를 나만의 논리로 깨부수었던 첫 경험이었다. (물론 부모님도 적정선에서 설득당해주신 부분도 있겠으나)
그런데 이상하게 대학에 입학하고나서는 대2병도 앓았다.. 진로에 대한 고민과 어딘가 명확히 소속되고 싶다는 욕망, 꿀리지않는 직장에 들어가 날 증명해주는 신분을 갖고 싶다는 등의 치기어린 생각들..
또 한번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나를 놓치기도 하고 나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곳에서 나온 뒤에는 내가 나를 이해하고, 세상의 룰을 알아감에 따라 내 삶은 더욱 안정되었고 충만해져갔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 동기가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독립하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그 고민의 내용이 어딘가 기시감이 들었다. 사실 그는 사춘기나 반항 한번 하지 않고 자라온 착한 아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던 것이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중2병이 중2에 오는 것도 축복이다"라고 한다. 각 나이별로 인생의 굵직한 과업을 통과해야 하는 때가 있다. 태어났으면 언젠가 겪어야 할 그 일을 회피하거나 때를 지나치게 되면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를 괴롭히는 지금 시점의 혼란과 소용돌이에 용기를 내어 마주하자. 지금 어물쩡 피하면, 나중에 스노우볼처럼 더 큰 책임을 요하는 난처한 상황으로 돌아온다. 중2병을 중2에 겪게된 것에 감사하며 나잇값을 해내고 있다는 사명감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