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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 Nov 28. 2023

당신의 중2병은 중2에 왔나요?

사춘기와 나잇값에 대한 생각

나는 학창시절,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다.


흔히들 말하는 중2병을 심하게 앓았던 것인데 부모가 만들어 놓은 규율과 통제의 세계에 쉽게 순응하지 못하고 반항했었다. 그 과정에서 나도 다치고, 엄마도 다치고, 아빠도 다치고, 오빠도 다쳤다.


그렇게 부모와 나의 세계 그 어느 중간지점에서 자연스레 만나게 되었고 이 경험은 내가 스스로 부모가 만든 세계를 나만의 논리로 깨부수었던 첫 경험이었다. (물론 부모님도 적정선에서 설득당해주신 부분도 있겠으나)


그런데 이상하게 대학에 입학하고나서는 대2병도 앓았다.. 진로에 대한 고민과 어딘가 명확히 소속되고 싶다는 욕망, 꿀리지않는 직장에 들어가 날 증명해주는 신분을 갖고 싶다는 등의 치기어린 생각들..


또 한번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나를 놓치기도 하고 나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곳에서 나온 뒤에는 내가 나를 이해하고, 세상의 룰을 알아감에 따라 내 삶은 더욱 안정되었고 충만해져갔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 동기가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독립하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그 고민의 내용이 어딘가 기시감이 들었다. 사실 그는 사춘기나 반항 한번 하지 않고 자라온 착한 아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던 것이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중2병이 중2에 오는 것도 축복이다"라고 한다. 각 나이별로 인생의 굵직한 과업을 통과해야 하는 때가 있다. 태어났으면 언젠가 겪어야 할 그 일을 회피하거나 때를 지나치게 되면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를 괴롭히는 지금 시점의 혼란과 소용돌이에 용기를 내어 마주하자. 지금 어물쩡 피하면, 나중에 스노우볼처럼 더 큰 책임을 요하는 난처한 상황으로 돌아온다. 중2병을 중2에 겪게된 것에 감사하며 나잇값을 해내고 있다는 사명감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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