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의 힘이란
나는 정말 강했다. 많고 많은 초등학교 2학년 중에서도 말이다. "얘가 정말 글 잘 써요" "너 왜 이리 잘 쓰니" 항상 내게는 이런 말들이 가득할 뿐이었다.
세상 오만한 애들은 자기가 글을 더 잘 쓴다며 별 신경 안 쓰긴 했다. 애초에 그렇게 관심받고 싶지도 않았지만 내가 책을 낸 순간부터 아이들은 몰려들었다. 사인회가 되었다.
어느 날 글쓰기 시간에는 선생님이 다른 반에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제아무리 원래 무서운 선생님 이었지만 나는 웬일인가 싶어 오들오들 떨면서 선생님이 좋은 분이라고 느꼈다.
문득 떠올랐다. 이게 초등학교 2학년의 힘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힘은 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 반 말이다. 서로를 칭찬해 가며 히히덕거리는 우리이고, 서로 놀리기도 하는 우리이기에 그렇다. 어른들보다 잘한 일이다. 그게 바로 초등학교 2학년이 가진 특별하고 귀중한 힘이다.
학예회 전날 밤이다. 잠을 자야 할 열 시 반에도 나는 고장 난 휴대전화 때문에 해결책을 찾으려 헤매고 있었다. 꼭 중요한 날 전날에 말이다.
브런치에 저장되어 있는, 그토록 애타게 쓴 글이 잠시동안 사라졌다. 가족이 다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이었다.
'아, 처음부터 다시 쓸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어 종이를 집어 들고 머릿속이 텅 빈 채로 생각을 해보려 하고 있었다. 희망이 없어 정말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열심히 어떻게든 그 글을 찾기 위해 수술하는 듯이 급하게 핸드폰을 살리려 했다. 유심을 바꿔보려는 생각 같았다. 잠시 후, 휴대전화라는 환자는 죽을 위기를 앞두고 장기기증을 통해 새로운 휴대전화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3분 동안 발표할 글을 쓰고 또 썼다. 마침내 3분짜리 글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학예회를 거쳐서, 나온 내 글이 바로 '옆집 아줌마'이다. 원래는 큰 고모와 할머니 에게만 발표한 글이다. 아마 3분짜리로 줄어드니, 마음껏 표현하지는 못해 아쉬운 점이 있었다. 뭐, 잘 마무리했으면 됐지.
2024년, 나는 그렇게 긴 겨울방학에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아무래도 여행이니 여행기를 쓰고 싶었다. 그렇게 여섯 시간이나 되는 학원을 매일 다니면서도 여행을 했다. 나의 취침 시간은 늘 열한 시... 잠보다 여행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따지고도 싶지만 내가 패드를 봤으니 어쩔 수 없었다. 여행기를 안 쓴 것도 다 패드를 본 나의 처참한 실수이다. 그러다가 딱 한 문장 쓴 것도 그렇고.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그렇게 뙤약볕을 이겨내며 2월의 세 번째 날에 드디어 돌아갈 준비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여섯 시간 비행이 참 짧고 굵었다. 그러다가 도착을 해서 와보니 공항이었고 택시를 타서 자다가 눈을 뜨자 본건 괜히 신비로운 우리 집이었다. 겨울이니 참 추웠고 와서 보니 참 새롭고 2024년에 이룬 것들을 돌려보았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2025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본다.
어느새 새로운 여름이 되었다. 여름에도 나는 패드를 본다. 그러다가 갑자기 뜬 동영상과 함께 '개그 콘서트'라는 마크가 있었다. 이렇게 웃긴 게 없다고 생각하며, 나는 개그콘서트를 기억하게 되었다.
어느 날에는, 웃기만 하면서 보던 개그콘서트의 앞부분에 나온 커피팔이 캐릭터가 인상 깊었다. 구글을 보니 새겨진 이름, '박은영'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더 많은 정보를 알아가며 5월을 보내다가, 박은영이라는 개그우먼이 참 좋아졌다.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우먼, 그중에서도 경력이 오래된 KBS 27기 개그우먼이니 더욱 궁금해지고, 알고 싶어졌다. 유행어를 따라 하면서도 나는 내가 점점 박은영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마침내 나는 개그우먼을 꿈으로 삼았다.
학교에서도 개그콘서트 놀이도 하고... 정말로 팬이 되었다. 정말 만나고 싶은 인물 1위이다. 어쩌다가 나는 개그우먼이라는 큰 꿈을 가지고, 대본 짜는 것도 미리 연습할 정도였다.
내 꿈은 언제 바뀔까? 바뀌기는 할까? 개그우먼과 작가라는 꿈은 그래도 오래 꿔온 꿈인데 말이다. 언젠가는 코미디 소설도 써볼까?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내 꿈은 참 복잡하기도 하다. 박은영을 만나는 것, 개그우먼이 되는 것, 최고의 작가가 되는 것...
내 이름, 우아한 처럼, 참으로도 우아한 꿈을 이루고 싶다. 정말 조금씩 바뀔 수도 있지만, 영원하게 이루어질 꿈이기도 하다. 난 정말로 꿈을 이룰 테다. 어리고도 제일 멋진 글을 쓰는 작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