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리네 하루살이 인생이여-
브런치와 멀어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몸이 좀 아팠고, 이직하려고 이력서를 무수하게 냈는데 불합격 통보만 받았고, 그 와중에 글을 열심히 써서 소소한 성과(좋아하는 플랫폼에서 예선 진출)를 거뒀고, 개인적으론... 결별했다. 휘몰아치는 일상에 쉴 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글도 '일시멈춤'하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보는 것도 잠시 멈추었다. 쉬어가는 시간을 1주 이상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는데, 2주 정도는 넋놓고 쉬었던 거 같아서 회복의 '신호탄'으로 이 글을 써본다.
이번 년도의 목표는 큰 게 아니라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잘 되려고, 1등 하려고 미친 듯이 달리는 건 힘만 들 뿐이니까, 그저 '즐기는 마음'으로 '취미'처럼 글을 쓰자고 마음 먹은 것이다. 등단한 사람들은 꼭 그러더라- (믿거나 말거나지만)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지 않기로 했다. 내가 맡은, 내 이름이 들어간 프로젝트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미치게 일했던 적이 있었다. 일을 미치게 하면 더 많은 일이 몰려오고, 사람들은 다 나와 같지 않아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도,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이 망친 일을 수습해줘도, 객관적으로 잘못된 일이 있어 이걸 수정해야 한다고 말해도, 심지어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쳐줘도, 돈을 따와서 득이 되도록 해도 그들은 자신만 중요해서 이런 나를 이용하고 팽하거나, 기분 나쁘다는 이유 하나로 말도 안 되는 말을 쏟아 붓거나... 뭐 그런 식이다.
별 기대가 없다.
회사 일은 회사 일일 뿐이고, 잘되어봤자 회사가 잘되는 것이지- 내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무수하게 던져지는 약속과 말들은 신기루고,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쁘기 때문에 입 발린 소리는 적당히 웃으며 흘려보내는 것이 마음에 편하다. 나야 이렇게 태어난 탓에 진심을 다하겠지만, 이마저도 최대한 '대충' 내보내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일을 못하면 애티튜드가 별로고, 애티튜드가 별로면 일을 못한다. 회사생활 7년만에 깨달은 것은 배려, 애티튜드, 감정은 다 지능이라는 것이다. 머리가 나쁜 애들은 애티튜드가 별로고, 바로 그렇기에 일도 못한다. 대체로 뒷수습을 해줘야 하는 것인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알 생각도 없기 때문에 그들은 성장하지 않고, 정말 이상해서 이상하다고 지적하면 "왜 나 미워해" 식으로 반응해서 더 말할 가치가 없다.
기본이란, 기본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인지를 하는 사람에게나 통하는 말이다. 기본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기본은 이런 건데, 넌 지금 기본이 없다'라고 잘 풀어서 이야기해봐야 내 입만 아플 뿐이라는 이야긴데, 그럼에도 이야기는 해야 한다. 아무 말 하지 않고 그 뒷수습을 하다 보면 뒷수습 담당자는 아프기 마련이고, 퇴사하여 커리어가 부서진다. 바로, 내가 지금껏 겪어왔던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같은 말을 10번 해도 별로 힘들지 않다. 이해할 거라는 기대가 없다. 나는 설명을 꽤 잘하는 편이고 대다수 말 통하지 않는 사람들도 내가 말하면 이해하는 편이라 중간에서 '통역'(한국인들끼린데 통역하는 것도 웃기지만)과 '정리'를 담당해왔다. 이렇게 통역과 정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덤터기 쓰기가 쉬운데, 너에게 유감은 없지만 명확하게 정리를 해야 서로 효율적이어서 몇 마디 말을 했을 뿐인데 "왜 나만 싫어해요" 공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그들에게 말하자면, "너네는 참 자기애가 투철하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와 감정을 써서 너네를 싫어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미안하지만, 니네는 내게 존재가치가 없다. 무용한 것들이라고 보면 될까, 그저 거추장스러운 NPC일 뿐이고 일이 되게 하기 위해서 애석하게도 니네가 해야 할 업무가 있을 따름이다. 아무 것도 안 하고 그저 너 편한 대로 살아가도 아이구 이쁘다 취급을 받고 싶겠지만, 불행히도 니네가 태어난 세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열심히 하겠지, 근데 그게 바로 '너'의 기준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제 나름의 방식과 노력으로 열심히 하며,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너네는 내게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건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돈을 주고 뭔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고, 또 회사란 '협업'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니가 아무 생각 없이 똥을 싸면 정말 불행히도 그 똥을 치워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대도 너네한테 유감은 없다.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니까. 태어나 보니 남들보다 인지력과 상황판단력, 사회적으로 돌아가는 여건을 인지하는 소셜 지능이 떨어졌을 수 있다.
모지란 것을 모지란 줄 모르고, 잘못한 것이 잘못인지 모르며, 죄송해야 할 때 왜 죄송한지 모르고, 감사해야 할 때 당연한 거 아니야 생각하며, 또한 배우고 고쳐야 하는 것들에 대한 수치심이 없을 수 있다. 무언가 잘못되면 남탓 하는 게 편하고, 나는 그래도 좋다고 자기 연민하며 토닥토닥거리는 것이 세상 살기에 편할 수 있지. 너네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타부타 덧붙일 필요도, 의욕도 없다.
말 통하는 사람에게나 화를 내는 것이지. 말이란 게 먹히지 않는 그들에게 에너지를 쓴다는 건 나에겐 의미 없는 소모에 불가하다. 그저, 짜증이 날 뿐이다. 솔직히 불공평하지 않나? 그저 저 잘난 맛에 살아가는, 앞으로 하등 나아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뒤치닥거리를 해줘야 하는 청소부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본다면... 버리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는 바로 그 형국이니까. 나의 경우, 실수를 하면 두번 다시 안 하고자 노력하고 신세를 지면 미안하면서 고마워하고, 꼭 인사를 남기며, 어느 순간에도 상황 TPO에 맞는 애티튜드를 취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나 역시 부족한 점이 많다. 그저 수치를 느끼고, 죄송과 감사를 알며, 노력하는 나를 연민하기 보다는 끝없이 자기객관화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이렇게 일하는 방식이 효율적인가, 보다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분석하고,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남탓만 하는 자들은 발전이 없고, 어느 순간에도 내 탓은 없는 자들 역시 발전이 없다. 뭐가 잘못되었고,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세상의 대다수를 이루는 이들이 바로 그러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석적으로 보고 있는데 (물론 더 인생을 살아가봐야 하고, 지금껏 살아가며 본 정도이기 때문에 섣불리 일반화하는 건 위험하다는 걸 안다) 종족 카테고리를 몇 갈래로 나눌 수야 있겠지만, 비슷비슷한 유형의 문제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인지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대체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모르며, 바로 그렇기에 업무를 펑크낸다. 또한, 그러한 실수들을 '남탓'하며 자길 보호하고, 혹여나 자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눈치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썼기 때문에 제자리 걸음이다. 피해망상 장애로 의심되는 행위도 많이 한다. 인지 장애 + 피해망상장애가 극심한 유형들을 보는데, 특징적으로 이해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어떠한 케이스는 언어적/비언어적으로 폭력적이기도 하다. 쓰잘데기 없는 수다를 떠는 것이 회사생활이라고 생각하기에 나와 특히 맞지 않는데 나는 비효율적인 대화를(특히 회사에서) 싫어하기 때문이다.
빡세게 일해서 정시에 퇴근하는 걸 선호하는 나와 달리 그들은 보여주기식 야근을 하며, 그나마도 일을 하지 못해서 결국 타인이 뒤치닥거리 하게 한다. 참고 참다가 한번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하면, 왜 자기한테 그러냐는 식으로 적반하장인 케이스라 인생 살기 편할지도 모르겠다. 점점 일은 줄어들고, 그렇대도 행복할 만한 유형이어서다. 이건 수양과 독서, 분석이 더 필요한 문제가 될 텐데 나는 여전히 그들이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반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냉정하게 니네한테 그러는 이유가 있고, 잘 모르겠지만 당신들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평상시 화의 30퍼센트도 표츌하지 않는 편이다. 아, 물론 더 많이 화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체로 '상태 안 좋네'하고 넘어가고, 무수한 삶의 순간에 배려를 받았을 테다.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알아볼 생각도 없겠지만. 어쩌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던 유아기에 남아 있는 걸까? 예전엔 분석 대상이었고, 지금은 이해를 포기했다.
놀랍지도 않은데 매번 놀랍다.
왜 장황하냐면, 어느 회사를 가나 만나기 때문에 퇴사와 이직으로 이 굴레를 벗어나겠다는 꿈은 없어진지 오래됐다. 이직 준비를 해봤지만 썩 쉽지가 않았다. 먹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하고, 모자란 사람들과도 부대껴서 살아야 한다. 예전엔 납득이 가지 않았고, 분개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아무렇지 않다. 그저 걸리적 거릴 뿐이고, 그들이 얽힌다면 나와 프로젝트를 분리하고 최대한 말을 섞지 않고자 노력한다. 다만, 감정적으로 얽히는 것도 피로해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도록 가면을 쓰는 연습도 하고 있다. 정상이 더 노력해야지만 비정상과 얽히지 않는다는 게 슬프다. 실상 이제 와서는 뭐가 정상인지 모르겠다. 너무도 개체수가 많아서, 이젠 그러한 사람들이 '인간 종'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근래는 바로 그렇기에 말이 통하는 '내 사람'을 더 챙기게 되고, 나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게 된다. 사람의 거죽을 덮어썼다고 나와 같은 종족은 아닌 거다. 그렇게 종족 분리를 하면서부터 나는 더더욱 당신에 대하여 유감이 없다. 하지만 나란 사람은 누군가 날 공격하면, 선빵을 맞으면 한대 반은 돌려줘야 하는 성격이다. 안 건드리면 좋겠다. 전략, 전술과 살아 남기, 나의 전문성을 기르는 방법들을 연구한다면 그들과 좀 더 분리될 수 있지 않을까- 남은 희망은 이것뿐이다. 통장은 텅장이고, 인생은 가끔 ㅈ같고, 찰나의 순간 행복하다.
별 기대가 없어지면서부터 행복도 잘 느끼는 편인데, 오늘은 해물찜을 먹을 작정이다. 매콤하면서도 달달하게, 짭짤하게 먹다 보면 기분이 다시금 좋아지겠지. 사실 기분이 막 안 좋지도 않다. 그저 무미할 뿐이다. 무용한 것들에게 화를 내기보다, 그 무용한 것들을 내 인생에서 치워버릴 방법에 대해 골몰하는 것이 인생 살기 더 이롭다. 쉼은 이제 잊고 다시금 신발끈을 고쳐매고 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