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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윰 Jul 22. 2022

인류애는 없는데 사람은 좋아합니다

수치를 모르는 자, 진화는 포기했다고 본다

근래 인간 군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회사야말로 생존을 위하여
사회화된 가면으로 포장된 짐승성을
가장 많이 표출하는 곳이니 당연한가

오랜만에 친구와 수다를 떨며 샌드위치를 먹다 또 한번 깨달았다. 타고나길 지랄 맞은 성격인데도, 나는 남들보다 잘 참는다. 바로 그 지점이 나를 <글쓰기>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기질 테스트를 해봤을 때 연예인에 가깝다고 나왔는데, J언니는 가끔 내가 화려하나 다소 불안정한 여배우과라고 말해준다. 그러며 덧붙이는 게 남들이 뭐라든 갖고 태어난 대로 살아가란 거여서 늘 고맙다.


일견 그 말에 동의하는 게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한 발만 잘못 디뎠다간 미치기 십상이라고 느꼈던 때도 있었다. 순수악에 가까우리만치 해맑은 냉정, 서늘한 단호와 위악도 있으며 때로 기분에 따라 분위기를 뒤흔들어버리기도 한다. 근래 마릴린 먼로를 참 좋아하는데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이미지 아래에 깔린, 영화 속에서도 순간순간 나타나서 대중을 홀리게 하는 그녀의 소년성을 좋아한다. 소년이니 소녀니 규정 짓는 건 요즈음에 맞지 않긴 하지만 단순하게 표현할 방법이 그뿐이라 써보는 것이다.


동시에 위선적인 면모도 있다. 살아온 환경이 보수적이었고, 다행스럽게도 어머니가 균형잡힌 사람이었다. 따지자면 단아하지만 올곧은 규수, 사랑을 표현할 줄 알며 애교가 많은 사람이었으면서 동시에 책임감과 이성 역시 강한 사람이었달까. 어머니에게서 '사랑스러움'과 '이성적인 판단력'을 물려 받았다. 하고 싶은 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동물적인 자아가 환경에 의해 억눌렸고, 더구나 K-장녀였기에 열아홉 때까지 애늙은이로 살았다. 지금은 그저 맏이이되 막내인 맏내일 뿐이지만, 바로 이 환경이 내 안에 '강력한 억압'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창조적이며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일순간의 섬광으로 꺼져 버리는 '낙차' 갖고 있으면서 지극히 이성적이고 자기객관화가 철저한 사람. 이런 나여서 초년생일  일을 정말 못하시기에는 스스로 0.5인분도  한다고 자조하며 미치게 노력했다. 실수를  때면 수치심을 느꼈고, 부끄러워   다시 그딴 짓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노력해왔던 만큼 일이 되게 하기 위해선 공수가 많이 든다는  알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의 배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으니 이는 ''  지점이다. 바로 그랬기에 남탓만 해대는 멍청이들과 같은 하늘 아래 살기 어려운 것이다.


동시에 공감과 배려라는 것은 마음의 문제가 아닌 두뇌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저번 글에서 세상의 90퍼센트 이상은 멍청이로 이뤄져 있다고 부르짖었는데, 대체로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아 본인 잘못은 없고 모조리 남탓만 하다가 발전이 없으니 회사에선 생존의 문제에만 매달려 일을 되게 하는 것엔 관심도 두질 못하는 종족이다.


예전에 그들을 사람으로 대하기 어려웠다. 사람이라면 응당 잘못이 잘못임을 인지하고, 변명하기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상이 있었는데 개뿔이었으니까. <자기방어>라는 굳건한 방어막을 어떻게 뚫어내나, 인간은 안 변하는데. 그땐 노력하다 보면 말이 통하지 않을까 라는 일말의 기대와 인류애를 갖고 있었는데 사회생활 7년차 쯤 되니까 기대 따위 버린지 오래다.


그들은 생존하기 위해 정치질로 머릴 굴리고, 윗선에 어떻게든 남을 깎아내려서라도 어필하기 바쁘기에 일 따위에 쓸 두뇌가 없다. 일이 되게 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설명을 해주고 필요한 걸 요구해도 귀찮은 것을 보듯 보며, 그들의 입장에서 나는 그저 피곤한 사람이다. 그딴 종족이 예스 했다가 수습 못한 무수한 게 내게 넘어와 뒷수습 쳐내다가 아파 죽을 뻔했다는 걸 모르기에 하는 거겠지. 그들 입장에서 아픔 역시 몸관리 못한 나의 탓이고, 본인은 인간이라 착각하겠지만 무의식을 들여본다면 사실상 <진심>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런 종족이 90퍼센트 이상인 지구는 참 지옥이다.


비단 업무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체로 공감력과 수치심, 미안함이 부족하며 사회화가 이뤄진 덕에 <척>만 잘할 뿐이다. 진심으로 느꼈다면 다음에 똑같은 지랄을 반복할 리가 없다. 아이큐가 금붕어나 아메바 수준이 아닌 다음에야 할 수 없는 지랄을 심지어 스펙이 뛰어난 이들도 해내는 걸 보면 박수가 나올 밖에. 그리하여 나는 나의 알고리즘으로 그들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였다. 정중하게 거리를 두면(왜냐면 난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거릴 두지 않으면 답도 없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부단히 에너지를 쓴다, 나는 내 사람들에게 한없이 자애롭거든) 무시하냐 드립을 치니... 피로하다.


고로, 그들을 인간이되 종족이 다르다, 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남탓과 변명으로 똘똘 뭉쳐 자기 변호를 함에 따라 뇌구조가 '석회화'되었기에 스스로 진화를 포기한 종족으로 보겠다. 근래 #진화심리학 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대체로 저들을 대할 때 스트레스는 나만 받기 때문이다. 마치 돌덩이를 대하는 기분이랄까, 애석하게도 그 와중에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상은 바사삭 깨졌고 인간과 세상엔 답이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90퍼 이상이 멍청이며 심지어 이게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걸 안 이상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정이 많고... 답 없는 인간에게도 애정을 줄 수밖에 없는 여리디여린 인간이 나라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분리를 명확하게 할 생각이다.


울타리에 들어오는 나의 사람에게 한해 나는 인내심이 많은 편이며 애정이 많다. 딱히 받을 기대를 하지 않고 내가 할 몫을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그럼에도 인간인 이상 조금이라도 받길 바란다기에는 100을 주고 40만 받아도 감동하는데... 뭐, 안 되면 손절이겠지만. <억압>이 강하고, 젠틀한 것에 대한 자기 신념이 강한 편이라 화를 잘 내지 않고 빡쳐도 티를 잘 내지 않는다. 정중하며 밝은 편이고 보살이란 이야기도 많이 들어봤다. 이 브런치에 토로하는 날 선 말들과 시니컬함은 오직 내가 마음을 연 나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서른이 넘으면 부모의 관할을 벗어나 본질적 자아로 돌아온다고 하던가. 그 말처럼 나는 빠르게 본래의 지랄력을 회복하고 있다. 고로, 오픈된 이곳에도 신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모를 거거든- 바로 코 앞에서 그 종족의 멍청력을 비판해도 본인이 그 종족이라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을 거기에 나는 더 자유롭다.


세상과 인간, 심지어 나에 대한 이상이 모조리 부서져버려서 해맑기에 참 좋은 나날들이다. 때때로 눈에 이채가 있다, 쳐다보면 무섭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 뭐 꿰뚫어보는 거 같다나? 난 그런 말 좋아한다. 사실 선인이나 보살, 천사보다 괴물이란 말을 더 좋아하거든.


진화심리학과 명상, 욕망과 욕구에 대하여 투철하게 공부하고 본래 관심 많던 샤머니즘과 불교 사상들도 공부할 테다. 나의 생각과 이념, 세계관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기대된다. 그렇게 날아오르는 동안 그대들은 거기, 우물에 고여 잔잔하게 썩도록 하라. 괴사되는 팔에서 나는 악취를 맡고서도 죽어가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는 그 옆에서 아낌 없이 박수쳐주겠다.


또한, 진화가 덜된 '것'과 1대 1로 떠야할 때가 온다면 기꺼이 맹수가 되겠다. 피가 솟구쳐도, 차라리 죽여달라 외쳐도 아랑곳 않고 목덜미를 아낌없이 뜯어줄 테다. 내가 이빨을 드러내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내 안에 여지껏 잔류하고 있는 사람의 형상을 한 것들에 대한 포괄적인 애정마저 꺼트려버린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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