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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윰 Oct 11. 2022

아파트 타고 바다를 떠돈다?
상상력 빛나는 <표류단지>

약 1년간 OTT뉴스 OTT평론가로 활동했으니 리뷰 정도 올려봐도 좋겠지

기존에 쓰던 리뷰 연재 플랫폼 지면에 쓰려고 다 작성했는데 지면이 사라진 김에 브런치에 올려본다. 여기 리뷰 코너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올릴 예정이었으니! 


표류단지 포스터 (사진 출처 = 다음영화)

단언컨대 '너의 이름은.' 이후 가장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표류단지'를 끝까지 보고 난 뒤 필자가 혼자 감탄하며 했던 말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사견이 듬뿍 담겨 있기에 "난 아닌데?"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선 들어보라. 


이 영화 '포류단지'는 예고편 보는 순간부터 호기심을 자아냈다. 


철거를 앞둔 아파트 단지가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그 세계에 갇힌 아이들이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황당한 질문을 던지는 설정이어서다. 


아파트 단지가 바다를 떠다니는 건 필자로서는 처음 보는 풍경이었는데, 어떤 '결말'로 나아갈지 궁금했다. 


호기심을 갖게 했다는 것 하나로 이 영화는 끝까지 보기에 충분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고편 그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했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한때 절친했으나 이젠 서먹해져버린 코스케와 나츠메가 그들이 함께 살았던 바로 '그' 아파트에 표류하게 되면서 갈등하고, 화해하며 우정을 확인하게 되는 서사를 갖고 있다. 


허나, 풀어가는 방식과 인물 간의 관계를 얼기설기 얽히도록 짜둬서 흥미롭다. 


이번 리뷰에서만은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당신들을 꼬셔볼까 하기에 흥미로운 포인트 3가지를 먼저 소개하겠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유튜브)


◆흥미 포인트 3가지 


첫째,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진 여섯 아이의 '표류 생존극'

철거를 앞둔 카모노미야 아파트 옥상에 모여 있다가 갑작스레 바다를 떠돌게 된 여섯 명의 아이지만, 아파트를 대하는 태도는 제각각이다. 


타이스와 유주루는 귀신체험을 하기 위해 코스케를 끌고 아파트에 들어왔고, 나츠메는 추억을 돌아보며 홀로 아파트 안에서 휴식하고 있었으며, 레이나는 짝사랑하는 코스케가 아파트에 있는 것을 보고 따라왔고, 그녀 친구 주리 역시 레이나를 따라 왔을 뿐이다. 


한때 그 아파트에 살았던 코스케와 나츠메에게 그곳은 '추억이 살아 있는 장소'이지만, 레이나에겐 특히 그 둘만의 이야기가 깃들어서 더 꼴보기 싫은 '낡은' 아파트에 불과하다. 


영화는 주로 세 명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현실적인 배경'이었다면 그저 그런 청춘물에 불과했을 것이 '표류 단지'라는 상상력이 더해지자 그들이 충돌할 때마다 가슴이 쫄깃한 상황들이 만들어졌다. 


애시당초 코스케 할아버지가 남기고 간 카메라를 두고 코스케와 실랑이를 벌이던 나츠메가 떨어진 그 순간, 엄청난 비가 내리면서 알 수 없는 '바다'로 들어와버렸으니 레이나가 '증오하고 원망할 대상'은 명백히 나츠메였다. 


그런 한편, 둘도 없는 소꿉친구였다가 코스케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다툰 일을 계기로 사이가 틀어져버린 코스케와 나츠메는 표류 상황에서도 끝없이 다투며 '위기 상황'을 만들어낸다. 


몰아치는 풍랑과 바닷물을 타고 떠내려오는 건축물들이 이미 공포스러운 와중에 예민해진 아이들이 부딪힐 때마다 생사의 기로에 서는 사건이 이어지니 '어떻게 결말을 내려고 하나'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유튜브)

둘째, 자연과 도심 풍경의 절묘한 조화가 주는 기이한 '향수' 


흔히 추억이나 청춘, 동심을 다룰 때면 '자연'만을 위주로 다룰 때가 많았는데, 이 영화의 경우 '낡고 녹슬어버린 놀이공원'이나 '문닫힌 백화점', '떠내려 온 수영장' 등 도시의 아이들이 기억할 만한 건축물들을 활용하여 인상적이었다.  


필자의 경우에도 도시에서 쭉 살았고, 이따금 할머니 집에 갈 때나 보는 논과 밭은 그리 익숙했던 적이 없다. 

헌데 이 영화에 나오는 공간들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기 충분했고, 그 공간들이 바다를 표류하며 아파트에 계속해서 부딪히고, 파괴되어가는 과정이 가슴 저릿하게 다가왔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어린 시절을 '떠나보내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 시절의 추억이 필자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보기에 좋았다. 


셋째, 애니메이션 특유의 따스한 작화가 주는 '환상성'


실사 영화였다면 이만큼 오래 여운이 지속되지는 않았을 테다. 


동글동글한 느낌의 인물 그림체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색감이 따스해서 보는 내내 힐링하는 기분이었다.

 

특히 아파트에 오래도록 살았다는 '묘령의 소년' 놋포와 관련한 장면들이나 바닷물 표면이 반짝이는 장면, 엔딩 부분에서는 감탄할 정도였으니 궁금한 당신은 지금 바로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 재생 버튼을 눌러보도록. 


(사진 출처 = 넷플릭스 유튜브)

좋은 점은 충분히 말했으니 아쉬웠던 점도 간단하게 소개하겠다. 


앞서 필자의 사견이 듬뿍 담겨 있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플롯의 완성도 측면에서 이 만큼 깔끔했던 작품을 최근에 본 바 없기에 필자의 리뷰는 후하다는 점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굳이 번호까지는 매기지 않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창의력과 서사를 풀어가는 능력은 너무도 좋았으나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았다. 


러닝타임이 119분인데 20분 정도는 덜어냈어도 괜찮을 거 같다는 느낌이랄까. 


갑작스럽게 바다로 표류하게 된 여섯 아이들과 그들 사이의 갈등, 탈출하기 위한 고군분투 끝의 찬란한 결말이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일 텐데 고군분투하는 데서 비슷비슷한 뉘앙스의 '위기 상황'이 반복되어 다소 지루했다. 


러닝타임을 줄여서 반복성을 줄여주거나 위기가 좀 더 심화되게끔 또 다른 장치를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애니메이션 영화의 특성상 '웬만하면 해피엔딩이겠지'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는 만큼 중반부에 흥미가 떨어져버리면 쉽게 일시정지 시키고 '뒤로가기' 마련이다. 


필자의 경우 애정어린 시선으로 마지막 결말까지 단번에 달렸지만, 당신에게 이 영화는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하다. 


"아파트 단지가 바다 위에 표류한다면?"이라는 다소 황당한 상상력에 동화적인 작화와 청춘물스러운 서사, 긴장감을 곁들여 결말까지 잘 끌어온 이번 영화, 흥겹게 보고 당신만의 감상평을 메모해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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