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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윰 Oct 11. 2022

욕심을 버렸어야!
먼로 덕후에겐 너무 아쉬운 '블론드'

넷플릭스 영화 <블론드> 리뷰

갑작스럽게 지면을 잃었고, 리뷰도 올릴 생각이었어서
오랜만에 브런치에 올려본다! 
(사진 출처 = 다음영화)

필자는 마릴린 먼로를 좋아한다. 


대중들이 익히 아는 뇌세적인 눈빛과 연출된 표정 말고, 영화 속에서 반짝이는 눈망울과 해맑은 소년 같은 분위기를 열렬히 사모한다. 


이미 죽고 없는 이를 덕질한다는 건 쉽지 않지만, 다행히 볼 것들이 많아서 행복한 요즘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와 왓챠에서 서비스되는 드라마 '마릴린먼로: 그녀가 감춘 비밀'도 흥미롭게 보았다. 


마릴린 먼로 출연 영화 중에서는 '뜨거운 것이 좋아',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를 좋아하며, '7년만의 외출'은 그 유명한 지하철 통풍구 씬이 나왔다는 것 외에는 개인적으로 그냥 그랬다. 


필자의 리뷰를 챙겨 봐준 사람이 혹시나 있다면 알겠지만, 사족이 길어진다는 건 별로라는 의미다.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에 '블론드' 공식 예고편이 뜬 게 올해 7월 28일이었다. 


필자는 그 예고편을 본 순간부터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뜨기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장장 166분에 달하는 영화를 끝까지 다 보았기에 이 정도 볼멘소릴 하는 건 마릴린 먼로도 이해할 테다. 


평상시에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때도 그 콘텐츠에 대한 내용을 어느 정도는 찾아보는 필자지만, 이 영화 '블론드'만큼은 일절 보지 않고 영화가 떴다는 걸 확인한 순간 냅다 재생 버튼을 눌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독의 욕심이 너무 과했다. 


신예 배우 마릴린 먼로로 스타덤에 오른 순간, 영화계의 빛과 어둠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마릴린 먼로의 이름이 빛날수록 작아만 지는 노마 진의 방황을 보여주고 싶어했고, 마릴린 먼로의 유명한 전 남편 2명과의 에피소드 역시 담으려하다 보니 영화는 산만해졌다. 


거기다 야릇한 '씬'도 꽤 많이 담아냈는데 관음적인 앵글로 그 '씬'을 담아냈고, 마릴린 먼로 자체가 '소모'되었다는 게 특히 불쾌했다. 


특히 찰스 채플린 주니어, 에드워드 G. 로빈슨 주니어와 마릴린 먼로의 가십을 다루며 그들의 '쓰리썸'을 영화 내에서 전면적으로 보여주는데 도대체 그 에피소드가 왜 그렇게 길어야만 했는지 끝까지 본 지금에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즉,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의 이름에 짓눌려 힘겨워했던 노마 진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로 홍보했으면서, 감독의 비뚤어진 시선이 노마 진의 '본질적인 면'을 포착해내지 못하여 이 영화 '블론드'는 갈 길을 잃어버렸다. 


(사진 출처 = 다음영화)

물론, 연출적으로 좋았던 부분도 있다.  


마릴린 먼로로서 연기하거나 움직일 때는 '흑백'으로, 노마 진으로 살아가는 일상일 때는 '컬러'로 보여주다가 후반부에는 일상적인 순간에도 '흑백'으로 표현하여, '마릴린 먼로'라는 페르소나에 잠식되어 버린 그녀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흑백' 마릴린은 특히 야구 선수 출신의 조 디마지오와나 유명 극작가 아서 밀러와의 연애, 결혼 생활에서나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가장 내밀하고 일상적이어야 하는 순간까지도 '마릴린 먼로'로서 살아가게 된 노마 진의 비애가 느껴졌다고 할까. 


조 디마지오와의 관계에선 마릴린 먼로가 어느 정도 '연출'하는 형태로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 아서 밀러와의 관계에서는 본인도 스스로의 통제권을 잃어버려 반 미치광이 상태가 되면서 노마 진을 잃고 마릴린 먼로로 살아가게 되는 장면이 가슴 아팠다. 


감독이 의도한 바가 아닐 수도 있고, 필자가 비약적으로 해석하는 걸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좋았던 건 '이것이 전부'였다. 


필자야 다큐멘터리 영화나 드라마, 기사와 여러 콘텐츠를 통하여 노마 진이라는 한 여자에 대하여 가슴 아리게 알고 있는 상태였지만, 이 영화를 통하여 마릴린 먼로의 '뒷 이야기'를 처음 접한 사람에겐 어떨까 자문해봤을 때 머릿속이 혼란스럽기만 해서다. 


노마 진이 마릴린 먼로가 되면서 겪은 일상사의 굴곡을 모두 다 보여주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선택과 집중을 했어야 했다. 


마릴린 먼로가 살다간 짧은 생 중에서 그녀에게 가장 큰 즐거움과 아픔을 안겨준 '사건'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사진 출처 = 다음영화)

필자라면 마릴린 먼로의 마지막 남편 아서 밀러와의 에피소드에 집중했을 테다. 


금발과 백치미 컨셉으로 대중을 홀렸지만, 어디까지나 계산된 모습이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완독했을 정도로 독서력도 좋았던 그녀였다. 


고정된 '섹스 심벌' 이미지에서 벗어나 연기파로 승부하고자 꾸준히 연기에도 열중했던 그녀였지만, 대중들의 '편견'에 고통 받았던 만큼 당대의 극작가로 손꼽히던 아서 밀러와의 연애는 그녀의 억눌린 '지적 욕망'을 충족하기에 충분했을 거니까. 


더구나 필자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는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보면 마릴린 먼로의 눈빛이 눈에 띄게 반짝이고 생동감 어린 표정이 가득하여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이다. 


마릴린 먼로가 죽고 한참 지난 뒤인 92년 한 프랑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서 밀러가 마릴린 먼로를 "극도로 자기 파괴적인 사람"이라고 평하며, 그녀와의 결혼생활 동안 "모든 에너지를 그녀 문제 해결을 돕는 데 쏟았으나 별로 성공적이 못했다"라고 회고한 것만 봐도 둘 사이 갈등이 어땠을지 어림짐작된다.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글 쓰는 남자들을 많이 봐온 필자의 '일반적 편견'일지 모르지만, 그들이 얼마나 예민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마릴린 먼로는 노마 진이라는 이름을 깊숙이 감춘 채 연기에 몰두해 온 배우다. 


예술대학에 다니며 배우들이 얼마나 위태로운 줄 하나에 선 듯이 경계선을 오가며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지 봐왔다. 


불안정한 두 영혼이 만났을 때의 충돌과 강렬한 에너지도 가슴 두근대게 만들지만, 마릴린 먼로가 바라던 '지성미'를 갖춘 첫 번째 남자와의 파경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줬을지는 상상만으로도 마음 아프다.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앞서 그 배역을 맡은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그들의 감정선을 뼈져리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이 영화 <블론드>의 감독 앤드류 도미니크는 과연 얼마나 마릴린 먼로, 아니 노마 진의 생애와 트라우마를 이해했을까. 


마릴린 먼로의 팬으로서 단언컨대 감독은 그녀를 이해하기는 커녕, 또 한번 그녀의 아픈 트라우마를 헤집어 길거리 매대에 전시해버렸다. 


(사진 출처 = 다음영화)


이 영화를 보느니 마릴린 먼로의 육성이 담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를 보길 권하고 싶지만,  이 영화 '블론드'에서 열연을 펼친 아나 데 아르마스가 눈에 밟힌다. 


마릴린 먼로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는 배우라는데 개인적으로는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신사는 금발의 좋아해'의 최애씬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친한 친구'를 마릴린 먼로가 부르는 장면을 재연했을 때는 '아... 진짜 아니다' 싶었는데, 엔딩으로 치닫을 수록 마릴린 먼로와 닮아가서 놀라웠다. 


흑백이라 닮지 않은 부분들이 가려진 덕분도 있었겠지만, 꽤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어야 하는 배역에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좋은 영화가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기대했던 만큼의 아쉬움을 담뿍 담은 채로 사족과 사심이 그득그득 담긴 리뷰를 마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이 영화를 보았으면 좋겠다. 


필자처럼 마릴린 먼로의 그림자를 다룬 콘텐츠를 많이 봤다면 씹으면서도 좋은 점을 딱 짚어내는 재미로, 본 적 없다면 '사실 마릴린 먼로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조금은 알아가는 계기로 삼기 좋으니까. 


아, 이 영화로 노마 진과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꼭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와 왓챠에서 서비스되는 드라마 '마릴린먼로: 그녀가 감춘 비밀'까지 보길 바란다. 


이 영화는 너무도 관음증적으로, '섹스 심벌'로만 소모한 부분이 분명히 있어서 이것 하나만으로 그치기엔 필자가 만족스럽지가 않다. 


필자는 아쉽고 텁텁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이 영화의 원작이라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동명 소설 '볼론드'를 읽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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