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계획러의 반성 그리고 다짐일기
요근래 브런치 방문이 뜸했다. 반성한다.
현생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기에 최근엔 그리 열심히 살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오늘의 길은 반성과 다짐의 신호탄!
오랜만에 다시금 작심하러 왔다
고백하자면 이번 브런치 공모전에 응모할 생각이었다. 심지어 15회에 달하는 에세이 에피소드도 다 정해놨다. 기획은 끝났으니 열심히 쓰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앱만 접속해도 참 하기 쉬운'브런치와의 만남'을 회피함으로써 시간을 흘려보냈다.
변명하자면 사실 바쁘긴 했다.
오래도록 꿈으로 갖고 있던 '작가'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하여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장편소설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합평 받기 위해서는 장편 소설 기획이 필요했고, A4 10장 이상의 원고가 필요하여 약 1달 정도는 일하면서 그것을 기획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최근에는 이직 뽐뿌가 와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다듬고,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를 정리한 뒤 20곳에 달하는 업체에 지원하느라 바빴다. 내 직군에 맞는 업체를 찾고, 그 업체를 조사하고, 거기에 걸맞게 자기소개서를 고치는 일은 보통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 아니다.
그 와중에 불합격 통보도 오다 보니 멘탈이 바사삭 되기도 했고... 하지만 '그리'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한 것은 '내 본업'은 '작가'라는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 올해의 최대 목표였는데 잘 이룩하지 못해서다.
2022년 여름 무렵에 "이대로 살다가는 한때 작가가 꿈이었지, 홀홀홀"하고 웃는 할머니가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빡 들어서 작가 되기 계획을 열심히 짰다. 계획 하나는 어려서부터 기깔나게 짜서 엄마도 '이렇게만 하면 너는 서울대 그냥 간다'라고 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세심하게 짰던가, 그 중에서 이룬 게 거의 없다.
하나, 브런치 작가 데뷔도 있었는데 그것은 해냈으니 이쯤에서 자축의 박수를 보내볼까.
"다 할 수 있어, 너 할 수 있잖아!"라는 자기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이상도 높은 편이어서 정말 해낼 수 있을 건가 싶은 목표를 잡는 편이다. 놀랍게도 그 목표를 한 2주 정도는 성실하게 수행해낸다. 다음 2주는 번아웃 된 채로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있다. 그 다음 2주는 또 죄책감을 가지며 빡세게 산다. 지금껏 '작가 되기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소회를 말하자면 그러하다.
하루 살이 아닌 2주 살이처럼 살아왔다. 예전 같으면 내 안에 숨쉬고 있는 B사감이 "정신 안 차려! 열심히 하란 말이야! 지금 이 시간에도 너의 경쟁자들은..!" 따위의 날 선 말과 욕설을 쏟아내며 채찍을 휘둘러댔겠지만, 서른 하나가 된 나는 그 내면 사감에게도 능글하게 맞설 수 있다.
어쨋거나- 하기는 했지 않나.
장편소설 수업반에 낼 기획도, 소설 10매도 완료했고 지금은 호러소설 공모전에 내기 위한 소설 기틀을 잡고 4페이지 정도 작성한 상태다. 학교 때부터 기획안이나 아이디어, 캐릭터는 잘 구상하는 사람이었던 터라 다음에 쓰고 싶은 작품이나 아이디어도 '작가 되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조금씩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아예 읽지 않고 미뤄뒀던 소설도, 인문학 책도 야금야금이지만 보고 있고, 드라마나 영화 분석도 지금까지 배운 지식과 플롯을 기반으로 하여 더 꼼꼼하게 해보는 중이다. 하나 큰 변화는 '노션'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건데, 포트폴리오도 노션으로 하고 아이디에이션이나 레퍼런스 정리 등도 노션을 이용해서 깔끔하게 한다.
메모장이나 카카오톡 내게 쓰기, 한글 문서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던 내용들을 한 번에 보고, 나만의 스케줄 전략을 짤 수 있다는 데서 노션은 참 유용한 서비스인 것 같다. 잠깐, 밖으로 샜는데 유의미한 것들은 많이 이뤘으니 옛날보다 능글해진 나는 "그래도 너 용썼다, 잘했다" 토닥토닥 해주련다. 허나, 안 한 건 안 한 거다.
내가 지금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건 '루틴화 작업'이다.
삘 받으면 달리듯이 8시간 동안 단숨에 A4 14장 정도의 소설을 완결하거나 하는 정도로 나는 '단거리 달리기'에 능한 선수였다. 그러다 보니 초인적인 집중력과 '광기 어린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좋은 성과를 이뤘지만 그만큼 휴식의 시간도 필요했다. 그 순간 두뇌를 100% 아닌 200% 풀파워로 쓰니 쉬어야 하는 건 당연했다.
허나, 일을 하며 글을 써야 하는 현 상황에서 그렇게 작두 타듯 하는 글쓰기는 하기 어렵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매일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데뷔도 어려운 실정이다.
오랜만에 브런치를 연 것은 나와의 다짐을 머릿속으로만 하지 말고 이렇게 브런치에 써두면 '책임감'이 생겨서 더 지키게 되어서다. 실상 브런치 원고 쓰는데도 빠르면 30분, 길면 2시간 정도 걸리는데 너무 오래 방치한 것은 내가 책임감이 없었다.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1일을 넘기지 않는 방향으로 하겠다.
대신, 너무 타이트하게 계획을 짜기보다 숨구멍은 열어주는 방식으로 가능한 날에는 4시간 글 공부(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여력이 안 되는 날에는 5-10분 글쓰기라도 하여 매일 조금씩 그 감각을 놓치지 않아야 하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체력'이 밑바탕이어야 하니 꽤 오래 멈춰뒀던 아침 운동도 11월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또한, 브런치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기로 한 것도 소설이나 여타 창작으로는 풀지 못한 나의 '시니컬한 마음 토로'와 '다짐 글쓰기', '일상이 참 x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겨냈냐 하는 불굴의 정신'을 공유하고 싶어서였으니... 초심으로 돌아가서 1주에 1편 정도는 꼭 쓰겠다. 나와의 약속이자 플랫폼과의 약속이다.
그리하여, 다음년도에는 꼬옥- 브런치 공모전에 수상한다!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주절주절대며 글을 맺어보겠다. 어제는 동대입구에 자리한 국립극단에서 <2022 무용극 호동>을 보았는데 흡사 살풀이하듯 주인공 호동의 내면을 군무로, 독무로, 연무로 풀어내는 방식이 매혹적이었다. 그 무용극을 보며 내가 에세이를 쓰는 것도 나만의 '살풀이'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돌아보았다.
마음이 갑갑한 날에 나는 산책하고 글을 쓴다. 10월 28일, 이제 11월을 목전에 둔 오늘 나는 또 한번 외쳐본다. 다시금 루틴화 작업이다. 쉬는 건 하루면 족하다! 주 1회 간단하게라도 에세이 작성하고, 글쓰기 시간을 할애하며 나의 멘탈을 다잡아보겠다. 매일 작심하면 되겠지, 아니 그러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