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적엔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해있지 않았습니다.
친구와 약속을 취소하고 싶어도 친구가 이미 집을 떠났다면 그 말을 전달할 방법이 없었어요.
미안해, 오늘 일이 있어서.
어쨌거나 만나기로 했던 장소까지 가서 그 말을 해야 했죠.
아니면 약속시간이 되어서 그 친구가 저희 집으로 전화를 걸어주길 바라든지.
정말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한 번은 소풍날에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초등학생 때였는지, 중학생 때였는지.
아침에 눈을 뜨니 누가 봐도 '오늘은 비 오는 날'이었죠.
그럼 오늘 소풍은?
일단 가봐라.
아마 엄마가 학교에 확인 전화를 했을 테고, 그런 답을 들었던 거겠죠.
진짜 소풍 취소
안된 거 맞을까?
그렇다고
학교 가는 건 더 싫은데.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던 기억이 납니다.
우산과 소풍가방이라.
그야말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입니다.
그것들을 함께 들고 다녀야 했던 저는 마치 광대라도 된 기분이었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제 행색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
다행히 소풍 장소에 도착할 즈음엔 나와 같은 동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서로를 발견한 불안한 눈망울들은 안도했습니다.
휴, 다행이다.
나 말고 다른 바보 하나 발견!
최근 몇몇 이웃님들의 블로그를 그만두겠다는 포스팅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그런 작별 인사라도 남겨주시면 고맙더군요.
어느 날부터인가 감감무소식이 되는 분들은 더 많거든요.
오늘 소풍은 취소야.
꼭 날씨 때문만은 아니고.
그냥 그렇게 됐어.
마치 소풍 취소됐는데 나만 모르고 신나게 약속 장소에 온 듯한 기분이랄까.
아마도 그분들은 자신조차 그날이 마지막인지 몰랐겠죠?
저는 사라지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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