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에어컨 트는 것에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어제는 그만큼 대단한 무더위였습니다.
이렇게 여름이구나.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달력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다음 주면 벌써 5월의 마지막 주이고, 여름은 점점 길어지는 추세니까요.
여름이 오는 시기가 야금야금 빨라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도 아직 5월인데 30도라니.
매일 출근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챙겨 입던 겉옷이 이젠 사족같이 느껴졌습니다.
최근엔 그걸 입고 퇴근한 적이 없거든요.
아침과 낮 사이에 일교차가 크기도 했고요.
오늘이야말로
반소매 차림으로만 나가볼까?
그러다가 다시 셔츠를 집어 들었어요.
그래, 오늘까지만.
그런데 그것이 오늘의 잘한 일이 될 지는 몰랐습니다.
웬일로 하루 종일 서늘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희한해요.
마침내 봄인 줄 알았는데 눈이 오질 않나, 봄인가 했더니 곧바로 여름으로 건너뛰기를 하기도 하고.
이번엔 되감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여름에서 다시 봄으로 돌아간 것 같단 말이죠.
언제든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 흐린 하늘이었지만, 뭐.
잠시 멈춤.
계절도 그렇게 머뭇거리고 서성일 때가 있나 봐요.
저는 사람만 그런 줄 알았는데.
뭘 잊고 온 것이라도 있는 건지 아니면 후회되는 게이 있는 것인지.
여름에 한 발 들여놨다가 다시 봄으로 되돌아가기도 하고.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괴팍스럽게 구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약오르긴 합니다만.
저도 그래보려고요.
아니다 싶을 땐 잠시 멈춤.
여차할 땐 되돌아가기.
계절이 그러듯이 태연하고도 어쩌면 뻔뻔하게.
https://brunch.co.kr/@a0b02c214f914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