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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구질구질한 법이지 / Ft. 페더러

by 프롬서툰
이게 뭐라고 긴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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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교실에 늘 그런 용자가 하나씩은 있었습니다.


모두가 한 글자라도 더 보기 위해 바쁜 시험날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같은 친구 말이죠.


운동부도 아닌 주제에.





우리 사이의 거리


'과연 이 시험이 내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저 역시 그 비슷한 말을 하고 있더군요.


맞아요. 제가 공부로부터 거리가 멀어지면서부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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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저 사이를 가로막은 담이 두껍고 높아질수록 시험에 대한 긴장감은 사라졌습니다.


아등바등하던 시기조차 지나고 이내 완전히 포기하고 나니까 편해지더군요.


잃을 게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었던 것이죠.





쿨가이의 직장 생활


그래도 직장에서는 용을 쓰려는 편입니다.


그러자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이 찾아오더군요. 직장 동료에게 고민을 토로하자 그는 할 만큼 했으면 잊으라고 하더군요.


그는 자기가 만든 자료를 스스로도 100% 믿지 못하지만 손을 떠난 일에 대해선 더는 고민하지 않는다고.


저 역시 그런 태도를 가지려 의식적으로 노력해 보았습니다.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떠안고 사는 것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이잖아요.




쿨해지는 거 어떻게 하는 거임?


유감스럽게도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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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는 직원의 주문 접수 누락으로 삼겹살을 먹은 후 제때 볶음밥을 받지 못했고(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아실 거예요.), 배달 앱으로 주문한 음식을 도착 예정 시각보다 1시간을 더 기다려서 받아야 했죠.


서울 여행 때 밤 12시가 넘어서 겨우 배달 음식을 넘겨받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은 날 도무지 쿨해질 수 없게 해.'





페더러 says


'저는 경기에만 나서면 자꾸 긴장이 돼요.'


한국의 테니스 꿈나무가 최근 내한했던 테니스 황제 페더러에게 했던 질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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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진심이라는 증거'라고 말이죠.


혹시 불안하고 긴장되는 일이 있나요?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쩌면 그게 최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거나, 100%라고 믿었는데 혹시 모를 천재지변이 걱정된다거나.


아마 그것에 대해 진심이기 때문일 거예요.




진심은 구질구질해


쿨해지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은 모르겠지만 그저 순간의 기분대로 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기분은 냈지만 실제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에요.


ben-white-yy3GonY48N0-unsplash (1).jpg 사진: Unsplash의Ben White

반면 진심을 쏟는다는 것은 구질구질해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릴 안달 나게 하죠. 그러나 그건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에요.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가 많이 나올까 조바심 내기도 하고, 이별을 통보한 연인에게 매달려도 보고,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온다 싶으면 재차 확인하세요.


'주문 제대로 들어간 거 맞죠? 저 지금 진심이에요.'






https://blog.naver.com/surtune45/223913057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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