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신호
결국 차는 정비소에 맡겼습니다.
차량 블랙박스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걸 연결시켜둔 보조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더군요.
배터리를 교체하는 김에 오래된 블랙박스도 새것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차에 하나 둘 손 볼 곳이 생기는 걸 보니 블랙박스도 언제든 수명이 다 할지 모를 일인데, 만약 그때가 정말 필요한 순간이 된다면 곤란할 테니 말이에요.
알아서 잘 해주세요.
'가격 보여드릴게요.'
사장님은 6년 전 그때처럼 저에게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처음 블랙박스를 설치했을 당시에도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해서 그 가격과 같은 가격을 받겠다고 했었죠.
그 기억이 인상 깊어서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이번에 다시 들르게 된 것이랍니다.
가격은 보지 않아도 되니 알아서 잘 해달라고 했습니다.
믿는 게 제일 편해
믿으니까 마음이 편합니다.
만약 의심을 하고 들었다면 아마 피곤해졌을 거예요.
정비소 사장님이 제시한 가격보다 단돈 1,000원이라도 싼 것 찾겠다고 인터넷을 뒤지거나, 다른 가성비 좋은 제품을 알아봤겠죠.
운이 좋다면 정말 돈을 좀 더 아낄 수 있었으려나요?
물론 한때는 그런 것에 투신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믿는 게 가장 편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믿음이 생기면 가격 흥정도 하지 않고 그저 잘 부탁한다고만 해요.
신뢰는 돈으로도 못 사는 건데
종종 연예인들이 믿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기사를 보곤 합니다.
이번 피해자는 성시경 씨더군요.
믿었던 매니저에게 큰 상처를 받은 탓에 활동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TV를 통해 봐온 성시경 씨의 이미지는 냉철하고 예민하고 꼬장꼬장할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 그만큼 기댈 정도였다면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그 매니저라는 사람은 얼마나 큰돈을 보고 배신까지 했을까요?
그 액수가 얼마든 간에 실제로 그가 잃은 것보다 크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견고한 믿음은 결코 쉽게 형성되는 게 아닐 테니 말이에요.
속 편하게 사는 게 좋더라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인 만큼 모든 것을 의심하고 본다면?
아무래도 삶이 피곤해지겠죠.
'정말 싸게 해드린 겁니다.'
정비를 마친 차를 찾으며 결제를 하자 사장님이 한 마디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적당히 믿음에 기대어 가는 것이 가장 편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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