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들은 거겠지
블랙박스가
주차모드로 전환됩니다.
차에 시동을 걸자 블랙박스에서 그런 안내 음성이 나왔습니다.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어제 새로 바꾼 건데.'
그런데 차체가 조금만 덜컹대도 블랙박스에서 충격이 감지되었다는 알림음이 울리더군요.
주차모드로 전환된 게 확실했습니다.
역시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네요.
불의의 일격
전원을 끄고 다시 작동시켜봐도 마찬가지였어요.
버젓이 운전 중인데도 전압이 낮다는 메시지와 함께 주차모드로 전환되더군요.
아, 블랙박스 때문에 오늘까지 3일 연속 정비소에 가야 하나?
'이젠 내 마음 편하게 살기로 했어요.'
불과 어제 그런 글을 올렸었죠. 마치 세상 사는 방법을 조금은 알았다는 듯 말이에요.
그런데 오늘 출근길에는 평정심이 흔들리더군요.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신은 결코 내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주지 않습니다.
늘 그보다 조금 더 몰아붙이곤 하죠.
여기까지라고 생각했을 때 조금 더 가라고 하고, 이제 끝이라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해요.
달리기를 하다 시계를 보면 늘 목표했던 시각보다 5분에서 10분 전인 것처럼.
그때부터가 진짜 시험이자 갈림길입니다.
멋있어질래? 평범해질래?
쉬운 건 없는 법
'블랙박스가 주차모드로 전환됩니다.'
그래, 알았다고.
그래도 내 귀가 잘못된 것보다는 블랙박스가 잘못된 게 낫겠지.
이내 체념하고 블랙박스 전원을 껐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조차 쉽게 끝나는 건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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