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멸망하더라도 계란말이는 만들어야지

by 프롬서툰

퇴근 후 출근


어제는 퇴근 이후가 더 바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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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자마자 마트에 들러 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한가득 사서 냉장고를 채워놨어요.


곧이어 초인종이 울리더군요. 부재중이라 놓쳤던 도시가스 점검원의 방문이었습니다.


점검 후엔 학원에 있던 딸을 데리러 가야했습니다.


세탁기 돌리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죠.





오늘의 메뉴는?


- 오늘은 계란말이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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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차에 타자마자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운전을 하며 담백한 집밥 메뉴를 구상하기 시작했죠.


참으로 알찬 일정이었습니다.


냉장고도 채웠고, 도시가스 점검도 받았고, 딸도 늦지 않게 픽업했으니까요.





참 신기하죠?


이건 매번 하는 거지만
참 신기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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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를 하면서 앞에 주차된 차량에 범퍼가 닿지 않는 것이 새삼 불가사의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가까워 보이는데도 결코 닿지는 않는다니.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에이, 거짓말. 아닐 거야.'


차 긁히는 소리가 나는 것 같기에 혹시나 하고 내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제 차 앞 범퍼가 이면주차돼있던 앞차 옆부분을 길게 긁었더군요.


아, 닿는 것 같아 보이면 닿는 거구나.





완벽한 하루 영업 끝났습니다.


근 10년 만에 제 과실로 낸 첫 사고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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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쉬다가 내려온 듯한 피해 차량 차주의 표정은 찌그러진 문짝처럼 일그러졌고, 저는 보험접수를 하는 동안에도 수차례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도착한 보험사 직원과 다시 한번 현장을 확인하고 집으로 올라와야 했죠.


정신이 멍하더군요.


30분 전까지만 해도 완벽한 하루였는데.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이 가득하고, 딸기랑 방울토마토도 있고, 가스 검침까지 받았는데!





멋있어지는 방법


하지만 진짜 멋쟁이라면 그런 때조차 딸에게 계란말이를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저는 여느 때보다 푹신푹신한 계란말이와 꽃게탕을 만들어서 딸에게 내어줬어요.


계란말이를 입에 넣은 딸은 감탄했고, 저는 그제야 겨우 샤워를 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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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0분 전까진 계획에 없던 독한 술과 육회를 먹고 기절해버렸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다행인 일이더군요.


사람이 다치지 않아서, 딸에게 약속대로 계란말이를 해줄 수 있어서, 앞으로 운전을 더 조심할 수 있어서, 피해 차량이 외제차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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