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약속
기억해?
나랑 했던 약속.
작년 12월, 더 정확히 말하자면 크리스마스이브에 저를 힘들게 했던 일이 생겼습니다.
당시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결심했었죠.
'이 일만 해결되면 여기서 웃으면서 리저브 커피 마신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나온 특제 원두가 있었는데 그걸 꼭 마시고 싶었어요.
사라지지 않는 것들
토요일과 일요일엔 회사에 나가봐야 했습니다.
지난주에 아이를 간호하느라 이틀 휴가를 냈던 탓에 일이 밀려 있었거든요.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소파에 딸이 묻힌 초콜릿 자국과 내가 처리하지 않은 업무는 사라지지 않는 거예요.
결코!
그러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오늘 휴일 다운 휴일을 맞이하게 되었죠.
크리스마스는 끝났어, 이 친구야
'나 스타벅스 다녀올게.'
아직 한밤중인 아내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뜨자마자 씻고 집을 나섰습니다.
저를 괴롭히던 일이 잘 해결되었으니 2달 전에 저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스타벅스 직원의 대답은 실망스러웠습니다.
크리스마스 원두는
시즌 아웃됐습니다.
왜죠??
괜찮아, 자격 있어
고객분들 반응이 좋으세요.
드셔보시면 다를 거예요.
'이거 팔면 직원분에게도 수당이 나오나요?'
그렇게 묻고 싶을 만큼 직원은 리저브 제품 중에서도 가장 비싼 커피를 추천하더군요.
'괜찮아, 나 자격 있어.'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었습니다.
- 네, 그걸로 주세요.
직원은 그제야 만족한다는 듯 웃으며 결제를 허락해 주었어요.
자격증이 발급되었습니다.
맛은 확실히 다르긴 했습니다.
그래도 커피 한 잔에 15000원이 맞나? 거의 치킨값이잖아.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곧바로 외워뒀던 주문을 다시 한번 상기해 봅니다.
괜찮아,
나 자격 있다니까.
때때로 자신을 위해 선물해주세요.
가끔은 '이게 맞나?' 싶을 만큼 분에 넘치는 것으로.
그만큼 우린 능력 밖의 일조차 잘 이겨내왔잖아요.
우리, 자격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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