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자, 그만하자
오늘도 출장이었습니다.
왜 가야 하는지,
어째서 나여야만 하는지.
그런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의미 없는 일이니까요.
감정 없이 기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젠 AI도 너무 발달해서 걔네들은 저보다 더 꼬장꼬장하게 따질 거 같으니까요.
홈그라운드
기차가 출발할 때쯤 가방에서 지난 주말에 사 온 시집을 꺼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집중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앞자리에선 갓난 아이가 칭얼대고, 뒷자리에선 중년 남성 둘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거든요.
독서는 관두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창문이 참 더럽더군요.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창밖의 풍경이 또렷하게 보였다는 거예요.
저 아파트가 무슨 아파트인지, 저 상가 건물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아직 기차가 대구를 벗어나지 못했으니 다 아는 동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현실은 의미 없어
아, 필터는
어떻든 상관없는 거구나.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 눈앞을 가리고 있는 필터가 지저분해도 뚜렷하게 볼 수도 있다는 사실.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 그만큼 명확하다면 말이죠.
그러자 괜스레 안심이 되었습니다. 저는 늘 바라던 제 모습이 있었거든요.
그래요, 어쩌면 지금의 흐릿한 현실은 아무것도 아닌지도 몰라요.
우리가 지금 꾸는 꿈이 바로 미래의 현실입니다.
from su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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