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올해는 어떤 한해였니. 너는 올 한 해의 절반을 일반인으로, 나머지 절반은 암환자로 살았어.
상상이나 해봤겠니. 암 수술을 할지. 항암실을 드나들게 될 줄. 이래서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단 건가 봐.
얼마나 울었니, 얼마나 아팠니, 얼마나 놀랬니, 얼마나 힘들었니.
죽음의 문턱까지 왔다고 생각한 그 깜깜한 터널 속에서도 빛을 찾고 걸어 나왔어.
너무나 의연하게 뚜벅뚜벅 걸어서 스스로도 놀라고 있잖아.
잃은 것이 건강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얼마나 축복이니. 더 오래 아픔을 참았다면 정말로 그땐 건강을 잃었을 거야.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 지금의 시간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
또 얼마나 얻은 것이 많니. 너 이토록 인복이 많았구나를 모르고 살았잖아. 널 위해 기도를 해주시는 분이 얼마나 많으니. 오프라인에서 얼굴도 모르는 분들의 응원까지 받고 있어. 넌 정말 사랑받는 사람이야.
이제 모든 것은 명확해. 예전처럼 먹으면 안 되고, 예전처럼 생활하면 안 돼.
이제 너의 삶은 비포에서 애프터로 가뿐히 넘어왔어. 무엇인지 모르지만 비포는 너에게 힘이 들었던 거 같아. 무거웠나 봐. 몸을 돌봐주지 못한 거. 크게 잘못한 건 없어 그거뿐이지.
뒤돌아봐. 삶의 순간들마다 크고 작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잖아.
두 번의 유산을 하고 아이들을 낳았어. 아이가 예쁜 줄 모르고 감흥 없던 너에게 얼마나 생명이 귀한지. 예쁜지. 소중한지 알게 되었잖아.
아파트 중도금까지 치르고,잔금 일주일 남은 이사를 앞두고 매도인이 이 거래 안 하겠다고 내용증명 날리고 잠수를 탔어. 결국은 누군가를 용서하고 인내하고 선으로 악을 감싸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걸 배웠잖아.
너는 그렇게 조금씩 삶의 지경이 넓혀지고 있어.
하나님이 얼마나 사랑하시길래 자꾸 사람 만드시느라 시련을 겪게 하시지만 넌 한순간도 철저히 혼자인적이 없단 걸. 그분이 모든 순간마다 피할 길도 내주시고, 우산도 씌어주시며 다독이며 일으켜주신걸 스스로는 모두 느꼈잖아. 고난뒤에 축복은 진리더라고 직접 겪어서 말할 수 있잖아.
이번에도 건강한 몸을 잘 다스리라는 신호 같아. 누구보다 건강을 자만했지. 가진 것을 아끼고 잘 다스렸어야 했어.
앞으로 또 넘어지고 엎어지고 깨지는 일은 또 있을 수 있어. 각오는 하지만 미리 비장할 필요까지는 없어. 지나왔던 것처럼 마주할 때 다시 잘 스쳐 지나가면 돼.
어느 날은 힘들지. 눈물 나지.아프지. 외롭지. 왜 아니겠니.
억지로는 힘을 내지 말자. 너에겐 소중한 아이들이 있잖아. 얼마나 귀한지. 얼마나 반짝이는지. 그래서 바라보면 눈이 시려서 눈물이 나. 우리 아이들은 내 암이 감기쯤인 줄 알고 해맑아서 행복해.
남편과는 15년을 사는 동안 고비가 왜 없었겠어. 이제야 진정한 부부가 된 거 같아.
그래서 억지로 힘을 내지 않아도 힘이 나. 가정을 잘 지키고 누리고 싶어. 행복의 근원은 가정 속에서 피어남을 절실히 느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