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 Dec 19. 2023

걱정은 개나 줘버려.

 항암주사실에는 다양한 연령층이 드나든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긴 하지만, 젊고 예쁘고 잘생긴 분도 많다. 요즘 젊은 환우들은 화장도 옷도 어디 하나 환우티가 나지도 않는 분이 많다. 그래도 나이와 성별을 떠나 이곳에서는 암묵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측은해하는 눈빛이 있다. 수액걸이를 끌고 화장실에 갔는데 문을 잡아주시며 들어오라고 기다려 주신 분들이 많고, 그러다 말의 물꼬가 트이는 찰나면 서로를 위로하고 걱정해 준다.

그렇지만 젊은이들과 말 트 경우는 거의 없다.

채혈실에서 눈에 띈 예외의 아주머니가 있다. 마치 희망 전도사 같으셨다. 눈 마주치는 분들에게 젊건 아니건 "어디가 아파유?"를 물으시며 "아유~~ 괜찮을 거야~~ 나는 이러이러해서 어쩌고 저쩌고.. 그러니 그래 그래 잘될 거예요." 뭐 이런 대화를 하시는 분이라 눈에 띄셨고 붙임성이 정말 좋으시구나. 한편은 왜 저러실까 남들이 싫어하실 텐데.. 걱정이 될 때도 있었다. 아니나 달라 말을 들은 채 만채 하는 분도 있고, 본인얘기 꺼려하시는 기색 티 나게 보이시는 분도 있다. 나도 누군가 내게 말 거는 건 피곤해 저쪽에 서있지 말아야지... 렇게 눈에 띈 분인데 그분과 나와 항암 주기가 같은지 여러 번 외래실에서 마주쳐, 채혈실에서 마주쳐, 오늘은 급기야 같은 항암실에서 옆 침상에서 마주쳤다. "아가씬 어디가 아파요?" 앗 드디어 내 차례 인가. 나에게 말을 거셨다

쓸데없이 솔직한 나는, 아가씨가 아님 부터 블라블라 내상황을 말하고

"아이고  다행이네.. 괜찮을 거야 난 벌써 여길 10넘게 다녀요." 그 말에 숙연함이 몰려왔다.

"고생 많으셨겠어요."

"말에 뭐 해~~ 그런데 괜찮아! 하하하" 모든 것이 싹 나을 듯이 화통하게 웃으셔서 같이 하하하 진심으로 웃어드렸다. 간호사 선생님에 의해 커튼이 쳐졌고 나는 어느덧 마무리 단계로 정리 중인데 "저기 애기엄마~"

'잉? 나?' 나의 짧은 자기소개로 아가씨에서 바로 고쳐진 호칭이다.

"네?"

"잘 먹어야 해."

" 아 네 저 잘 먹어요~ 어머님도 잘 드세요!" 인사하는데

"아니 잠깐만 내가 주는 거 먹으라고.."

군밤 귤. 뉴케어를 가방에서 급히 꺼내신다. "이거 가는 길에 먹어요. 젊은 사람이 이뻐서 내가 주고 싶어 그래~ 잘 먹고 다음에 또 봐요 아니다 우리 계속 안 보는 게 좋은 거다! 하하하"

"아... 저는 집이 코앞이라 괜찮아요 가시는 길에 드세요!" 받기가 미안해서 거절하는데 듣지도 않으신다.

"받아요~ 걱정은 개나 주고, 즐겁게 지내요. 그집 애기들이 우리 손주들하고 나이가 같네"

더 이상 거절을 할 수 없었다

훅 들어온 고백같이 심쿵하다 못해 울컥했다 "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걱정은 개나 주고.." 나도 웃었다.

"그렇지! 눈 와! 잘 가요!" 마음이 끌려 손을 살짝 잡아 흔들어 드렸다.


 아주머니 감사해요. 집에 오는 내내 마음이 따듯했다가 눈물이 나려 했다가 개나 줘 소리에 웃음이 났다가.. 남는 감정은 감사함이네요. 작은 호의 셨겠지만 저는 잊지 못할 하루가 되었어요. 이런 경험도 있네요!

덕분에 글 못 쓰던 브런치 작가. 글감까지 얻어서 한번 남겨봅니다.

항암 효과 가득 받으셔서 이제 우리 서로 볼일이 없길 바랍니다.

그래서 이 글과 마음 속으로 아주머님의 건강을 빕니다.


 집에 와서 다시 곱씹어 보니, 작년 여름에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병상에서 고모를 통해 영상통화를 걸어오셨던 기억이 갑자기 난다. 나는 우리 네 식구 여행지에서 전화를 받았고, 고모가 나에게 톡으로 미리 할머니 마지막 통화일 거다 알려주셨다.

코에 산소줄을 끼신 우리 할머니가 유언처럼 힘겹게 "제니야, O서방 하고 행복하게 살아라~ 애기들 이쁘게 키우고 잘 살아라 우리 복덩이~"

그 순간 나는 여행 중임이 죄책감이 들었고, 한번 더 찾아뵙지 못했던 죄송한 마음과 마지막이 주는 무거움이 뒤섞여 종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날이었다. 이틀뒤에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래 난 우리 할머니의 복덩이었어! 하나님 천국 계신 우리 할머니 안부 전해 주세요!

저 할머니가 오랜 시간 말씀해 주셔서, 살아갈수록 복덩이 인증하고 다녀요!'




매거진의 이전글 해피 뉴 이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