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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Mar 08. 2024

2019 『建海』 전반기 정기 모임

2019 『建海』 전반기 정기 모임     

 2019년 4월 27일에서 28일 ‘건해’ 전반기 정기(定期) 모임을 강원도 홍천 대명 비발디 콘도에서 모이기로 합의하고 숙소를 계약했다. 홍천이 처갓 집이 있는 곳이라 1년에 3~4번은 가본 곳이라 관광명소로는 추천하기 힘든 곳이다. 어떻게 하면 8 가족이 추억을 만들고 감동이 있으며 내용과 형식이 있는 의미 깊은 여행이 될까? 고민이 된다. 홍천 자체는 ‘홍천강’ ‘수타사’ 빼고는 관광지가 별로 없다. 그래서 가까운 원주의 소금산 출렁다리와 간현역 레일 바이크가 있는 ‘간현’ 휴양지에서 만나 관광하고 홍천 비발디에 짐을 풀고 수타사에서 산책하다가 저녁은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에서 먹고 다음 날 춘천의 구곡폭포와 춘천 닭갈비로 점심을 먹고 헤어지는 여행 계획서를 ‘건해(建海) 밴드’에 올렸다.


 친구들의 반응이 소금산 출렁다리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출렁다리 건너는 것은 포기하고 밑에서 막걸리 마시는 걸로 참석한다고 시작하여 고소공포증이 있어 출렁다리는 거부한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원주 관광은 포기하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어졌다. 그래도 총무로서 홍천의 명물 화로구이를 먹어야 한다고 하니 비발디 앞에 ‘조 박사 화로구이’가 유명하다고 한다. 계획을 수정하여 27일은 일단 비발디 숙소에 모여서 점심 먹고 팔봉산과 홍천강을 산책하고 저녁은 조 박사 화로구이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28일은 그날 봐 가면서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포항에서 3 가족 부부 대구에서 부부 일산에서 두 부부 서울에서 홀로 참석 마산에서 우리 부부가 참석하기로 했다. 포항에서는 차 두 대, 일산에서 차 한 대, 나는 선산휴게소에서 대구 부부와 만나기로 하고 서울에서는 홍천 비발디까지 운행하는 관광차를 이용하기로 계획이 잡혔다.     

 2019년 27일 새벽에 일어나 씻고 어시장에서 회를 장만하고 문어 큰 것을 매입했다. 전날 서울에서 친구가 보내준 먹거리 한 상자와 보따리 들고 고속버스로 갔다. 아내와 둘이 앉아 잠을 청했지만, 아내는 쉽게 잠을 자는데 나는 잠은 오지 않는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총무로서 책임감 때문인지 모르기만 쉽게 잠들지 않아 음악을 들으면서 1시간 30분 만에 선산휴게소에 도착하니 친구도 금방 도착하여 주유소에 기름을 넣고 있다. 반갑게 인사하고 커피 마시며 간식을 먹고 출발하며 친구들의 동향을 점검한다. 서울 친구는 10시 좀 넘어 도착해 있고 일산은 차가 밀려 우리와 비슷하게 12시 30분경에 도착 예정이고 포항팀은 우리보다 10분 정도 앞이다. 거의 비슷하게 12시 30분에 비발디 정문 앞 조 박사 화로구이 부근에서 만났는데 계획을 빠르게 변경하여 저녁 식사 예정인 화로구이를 점심으로 바뀌자는 제안에 모두 찬성하여 대낮부터 고기구이와 술판이 벌어졌다. 아내들의 잔소리가 예상되지만 오랜만에 만나 소주 한잔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기에 그냥 실행한다. 3시쯤 숙소에 가서 체크인하고 오후 일정을 논의하는데 아내들이 자기들끼리 차 마시러 간다고 한다. 남자들은 예정대로 팔봉산 산책길을 갔다. 입장료가 1,500이 있자 모두 거부한다. 입구에 있는 홍천강 언저리로 갔다. 〈박하사탕〉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배경을 벗 삼아 ‘물수제비 뜨기’ 놀이에 몰두한다. 50대 마지막 봄을 어릴 때 놀이로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무척 천진스럽다.      

 산책을 모두 마치고 비발디에 도착하여 지하에 내려가니 지상에서 초라함이 무색함을 느낀다. 지하에 큰 도시가 있는 것이다. 우선 3년 전에 마산에서 쳤던 당구 재대결을 했다. 처음에 우리가 유리하게 가다가 막판 역전패로 마산에서 패배를 만회하지 못했다. 남자들이 당구 한게임씩 하고 나니 저녁 시간이다. 미리 준비한 회와 문어 등 음식을 장만하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내들은 저녁을 안 주어 좀 서운한 것 같다. 그래서 저녁도 먹을 겸 볼링과 당구 내기도 하자며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당구는 잘 치는 사람이 치고 볼링도 치는데 모두 초보다. 나는 동아리 볼링 선생님으로 활약하기에 볼링이 좀 익숙하다. 그래도 음주 볼링은 내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숙소로 와서 소주 한 잔씩 한다.     

  서울 친구가 아침 7시에 차를 타야 한다고 해서 6 시인 줄 알고 깨웠는데 새벽 4시 15분이다. 가야 할 친구는 자고 배웅할 친구는 모두 깨어나 어제 있었던 일을 짚어 보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한다. 6시 조금 넘어 5명이 홍천 터미널로 갔다. 서울 가는 첫 차가 7시 30분이란다. 순대국밥과 뼈다귀해장국으로 아침을 먹는다. 역시 음주 후에는 해장국이 최고다. 친구 보내주고 8시쯤 숙소 오니 아직 나머지 사람은 자고 있다. 아내들 아침 걱정을 하자 빵과 커피로 대신한다고 한다. 28일 일정을 발표했다. 구곡폭포를 관람하고 아내의 친척 오빠가 운영하는 춘천 닭갈빗집으로 가기로 했다. 강변에 있는 구곡폭포는 경치가 제법 좋았다. 어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아침도 못 먹은 사람들이 많은데도 불평불만이 없다. 대만족은 아니라도 만족 가까이는 간 것 같아 좋다. 폭포의 높이가 굉장히 높다. 물의 양이 많으면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 안 가고 여기로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배고픈 사람이 많아 점심 식사하러 갔다. 아내들이 저녁도 안 주고 아침도 안 주고 어제 점심은 식당이 불친절하여 별로 맛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여 점심 식당이 좋아야 할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특히 아내의 친척 집이라 더 긴장될 수밖에 없다. 아내도 친척 오빠이지만 오래 보지 않아 모를 수도 있다고 할 정도지만 아내의 초등 동기가 맛이 좋다고 추천한 곳이기도 하다. 각자 취향에 따라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맛있게 먹는다. 좀 안심이 된다. 오후 1시쯤 식당을 나와 석별의 정을 나눈다. 모두 점심 맛있다고 덕담을 해 준다. 친구들 부부가 모두 고맙다. 식당이 춘천 나들목 부근이라 금방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내가 탄 차의 운전자는 속도를 좋아한다. 좀 빨리 간다. 단양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가려고 하는데 나의 아내는 야생초 정원이 있어 신이 났다.     

 동대구역에 내렸다. 열차 시간이 50분 정도 남았는데 좌석이 매진이다. 입석 표를 발부받아 마산역에 도착하니 저녁 시간이다. 집 걱정이 되어 밖에서 저녁을 먹지 않고 집으로 와서 라면 끓여 밥 말아먹고 침대에 누우니 천국이다. 좋은 친구와 여행도 좋지만, 집이 최고 좋은 걸 느끼니 이제 “늙는가 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잠시 후에 잠을 잤는데 일어나니 아침이다. 비가 온다. 몸도 피곤하고 날씨가 흐리니 기분이 상쾌하지 않다. 수업에 들어가니 “선생님 피곤해 보여요. 자습해요” 한다. 씩 웃으며 수업에 열중한다. 여행담도 곁들여 이야기해 주며 수업하니 좋다고 한다.     

 건해 친구들 부부 동반 모임이 일 년에 서너 번씩 10년째 지속되고 있다. 아이들 초등 시절 열심히 다니다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쉬었다가 애들 대학 가고 난 후부터 시작한 여행이다. 이제 싫증도 날 만도 한데 모두 즐거워한다. 헤어지면 다음에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놀까를 궁리한다. 올가을에는 건해 회원 중에 첫째로 아들이 장가를 간다. 이날 대부분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날 모임을 시행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한다. 그날은 신랑과 신부에 대한 덕담이 주류를 이을 것이다.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2019. 4. 30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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