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윤헌 Mar 13. 2024

건해(建海) 모임

건해(建海) 모임     

 건해(建海)는 대구 대건고등학교 2학년부터 친하게 지낸 35년 지기(知己)들이다. 10명으로 구성된 친구인데 건해(建海)란 호칭을 만들 때는 1984년 정도로 추정된다. 약 30년 넘은 것 같다. 건해란 호칭을 쓰게 된 연휴는 말코야! 낚지야! 별명을 부르던 우리가 나이 50살이 넘어 자식 앞에서 부르는 것은 품위기 떨어진다는 어느 친구의 지적에 호(號)를 만들자는 것에서 즉석에서 호를 지었다. 대구 대건고등학교 졸업했기에 건(建)을 붙이고 친구 10명이 성(姓)씨가 다 달라서 마지막 글자는 해(海)를 붙이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회 명칭은 건해로 명명(命名)하기로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그리고 성씨와 호를 동시에 부르면 코믹하고 호만 부르면 중후한 것을 골자로 호를 짓기 시작했다.


 첫째 권(權)씨 성을 가진 친구는 국풍 가요제에 나가 입상할 정도로 예술적 소질이 갖추어져 있고 교내 응원 단장도 하고 축구도 잘해 날렵하기 그지없는 친구에게 태해(泰海)라는 호로 명명했다. ‘권태해’ 우리말로 발음하면 매우 부지런한 친구가 태만한 친구로 바뀐 것이다. 이 친구는 삼성 SDS 국제 영업부장으로 직장을 끝내고 지금은 사업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둘째는 김(金)씨 성을 가진 친구로 부잣집 맏이로 태어나 귀공자 스타일이며 마음이 한없이 넉넉하고 순수한 친구에게 장해(長海)란 호를 지었다. ‘김장해’ 한 번도 김장하는 근처에 가 보지 않은 친구이지만 마음은 깊은 바다보다 더 넓은 친구로 영문과를 졸업하고 사업가로 변신하여 포항에서 사무용 가구 사업을 27년 정도 해 온 성공한 사업가이다.     

 셋째는 방(方)씨 성을 가진 친구이다. 지도력이 뛰어나 학교 다닐 때는 반장, 부반장을 도맡아 온 듬직한 친구이고 한번 만난 사람은 누구나 친구로 만드는 사회성이 아주 뛰어난 친구에게 주어진 호는 자해(慈海)이다. ‘방자해’ 방자한 것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신중하고 듬직하기 그지없는 친구로 신문 방송학과 졸업하고 서울 굴지의 신문사에 취직하여 지금은 임원급으로 자회사 사장으로 활동하며 추진력과 포용력이 뛰어난 친구이다.     

 넷째는 박(朴)씨 성을 가진 친구이다. 성격이 단백(單白)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며 여유가 있는 친구에게 주어진 호는 박해(博海)이다. ‘빡빡해’로 읽히는데 친구의 어렵거나 힘든 일에 늘 앞장선 친구에게 이런 호가 주어진 것이다. 지금은 가구 사업하다가 좀 어렵지만 힘든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고 있다. 아내가 아파 집안일이 힘들지만 딸, 아들 두 명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친구이다.     

 다섯째는 서(徐)씨 성을 가진 친구이다. 머리가 총명하고 재주가 많은 친구에게 주어진 호는 운해(雲海) 이다. ‘서운해’는 친구 잘 챙기고 한번 맺은 친구는 배신하지 않는다. 같이 고등학교 나와도 발이 넓어 많은 친구를 보유하고 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남 먼저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친구이다. 별명이 ‘낚지’이다. 그 이유는 수학여행 가서 여자를 다 자기가 차지하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늘 밝고, 명랑한 얼굴인데 늘 서운하다고 지어 준 것이다. IMF때 스톡옵션을 받아 큰돈을 벌었던 친구인데 지금은 중소기업에 취직하여 회계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여섯째는 이(李)씨 성을 가진 친구이다. 차분하고 정직하고 일 처리가 깔끔하여 학급 총무로 돈 관리를 도맡아 한 학생으로 글씨도 참 예쁘게 잘 쓴 친구라 군대에서도 행정병 중에 차트 병으로 활동할 정도의 행정가 스타일로 법대에 진학한 친구에게 주어진 호는 상해(祥海)이다. ‘이상해’ 아무리 봐도 이상한 것이 없다. 이 친구 스타일은 선생님인데 법대 진학하여 보험 회사에 취직하였으나 큰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선생님을 하고 싶어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팔자에 선생님이 되라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는 친구이다.      

 일곱 번째는 정(鄭)씨 성을 가진 친구이다. 말이 많이 없지만, 배려하는 지도력이 뛰어나 친구들 놀러 가거나 무슨 행사가 있으면 기획하고 추진까지 하는 활발한 학생이었고 성적도 아주 좋았던 친구에게 주어진 호는 중해(重海)이다. ‘정중해’ 가만히 있을 것 같지만 정중동 하는 친구로 지금은 대구에 있는 은행에 경영본부장으로 있는데 무척 바쁜 친구로 앞으로도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친구이다. 마음이 한없이 넓고 뜻이 큰 친구로 계획하면 실천하는 친구이다.     

 여덟 번째 조(趙)씨 성을 가진 친구이다. 말 한번 해 보면 참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친구로 단번에 신뢰를 느끼는 친구이다. 이 친구에게 주어진 호는 심해(深海)이다. ‘조심해’ 조심할 것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친구에게 조심하라니 뭔 망발이란 말인가. 롯데 호텔에 취직하여 처음으로 친구 여러 명이 호텔에 가서 많은 일화를 만들어 추억을 만들게 해 준 친구이다. 머리가 좋고 기획력이 뛰어나 여러 가지 사업을 경험한 친구로 지금은 경주에서 자형(姊兄)의 회사에 중요한 부분을 맡아 책임자로 일하다가 형님과 같이 자영업을 하고 있다.     

 아홉 번째는 허(許)씨 성을 가진 친구이다. 공부도 잘했고 친화력도 있는 친구로 매우 알찬 생활을 한 친구에게 주어진 호는 무해(無海)이다. ‘허무해’ 그 당시 우리 열 명 중에 유일하게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서 공부한 친구이고 민주화에 일익을 담당하다가 방송도 탄 친구다. 훌륭한 일을 했지만, 사회생활에서는 오히려 족쇄가 되어 힘들게 살수 밖에 없었다. 좋은 아내를 만나 부부가 함께 식당을 시작하여 맛집으로 소문나서 대학로에 큰 식당을 운영하다가 작년부터는 부부가 할 수 있도록 규모를 작게 하여 알차게 살아가는 친구이다.     

 열 번째가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다. 성이 홍(洪)씨로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그냥 평범 그 자체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붙여준 호는 양해(良海)이다. ‘홍양해’ 우리 집사람에 의하면 가장 잘 붙여진 호란다. 맨날 홍양, 홍양 하는 사람에게 그 호가 적격이란다. 맨날 좋은 일만 생각하기에 미소가 많아서 홍양해로 보인 모양이다. 지금은 마산에 고등학교 윤리 교사로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학생에게 인정받는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건해 모임을 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경주에서 부부 동반 모임을 했다. 골프 치는 사람은 골프 치고 경주 관광지를 관광하려는 사람은 관광하고 늦게 오는 사람은 숙소로 바로 와서 재미있게 놀자고 마련한 장소이다. 건해 회원 중에 6명이 부부 동반이고 한 명은 홀로 참석 그리고 고등학교 동기 1명은 골프 인원이 모자라 보충하여 모두 15명이 모였다.     

 남자는 오랜 친구이기에 숨소리만 들어도 상대의 기분을 파악하지만, 아내들도 결혼하여 부부 동반 모임을 많이 하였기에 어색함이 거의 없다. 오히려 수다는 남자보다 더 잘 떤다. 그래서 부부 동반 모임을 해도 사람들 간에 허물이 없다. 빵빵 터진 아내들의 남편 험담과 자식 농사 실패담으로 몇 시간을 웃으면서 보낸다. 너무 웃어 배가 고파 식당으로 옮겨 맛있는 한우 고기로 배를 채운다. 이번에 은행에 경영본부장으로 승진한 친구가 추천하고 식비를 부담하려고 한 곳인데 고기 질이 좋고 맛이 너무 좋다. 모두 만족하는 저녁 식사다. 경주 보문단지를 산책하다가 대명콘도 숙소로 와서 2차 술자리가 벌어진다. 끝나지 않는 남편의 술버릇이 공개된다. 박장대소의 본보기가 이런 것이다. 2시간을 웃고 떠든다. 모두 재미있다고 한다. 여자들이 호텔로 잠자리를 옮기면서 재미있는 시간도 끝을 맺는다. 


 저녁 늦게 두 팀이 집안 행사 있다고 귀가했다. 아침에 5시에 눈을 뜨니, 경영본부장이 행사 참여 때문에 간다고 한다. 행사 참여하는 친구가 새벽 4시에 일어나 두툼한 서류를 읽으며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직책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연봉이 왜 많은지를 알았다. 아내들이 호텔 숙소에서 콘도로 와서 경주 보문단지 최고 맛집으로 소문난 ‘순두부집’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콘도로 돌아와서 또 이야기꽃을 피운다. 10시나 되어서 헤어졌다. 그 시간에도 헤어지기 아쉬워한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이야기다. 어디서 그리 많은 웃음의 소재가 나올까? 대표작 하나만 소개한다.

 건해 친구 중에 한 친구가 밤에 술에 취해 오는 것을 부인이 아파트 위에서 내려다보고 남편을 데리러 내려와서 웬 술을 그리 마셨냐고? 하면서 화를 내고는 앞으로 가서 승강기를 타려고 보니 남편이 없어졌더란다. 10분 이상 주위를 다 뒤져보아도 남편이 보이지 않아 전화를 걸어 보니 남편이 하는 말이 “지금 택시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 말하면서 전화기 배터리가 다 되었다고 하더니 전화를 끊어 버렸다고 한다. 부인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남편에게 다시 전화하니 한참 후에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이 큰소리로 “운전자 바꾸라”라고 하여 운전자에게 아파트 위치를 가르쳐 주어 한참 후에 왔는데 택시비가 5,600원 나왔다고 폭로하자 당사자는 좌불안석이고 나머지 사람은 폭소 잔치였다.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인가???     

                                               2013. 11. 25 憲     

이 모임 후 11번째 건해 회원이 탄생했다. 오(吳)씨 성을 가지고 있어 즉석에서 만해(卍海)라 작명했다. ‘오만해’ 순수하고 예의를 중시하는 법대생으로 포항에 유명 대학 교직원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친구로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 아들에게 오만해를 붙였으니 미안하기는 하지만 건해의 규칙이라 어쩔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30년, 재회(再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