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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Mar 12. 2024

30년, 재회(再會)

30년, 재회(再會)     

 대학 다닐 때 입학하여 계속 공부하는 학생을 ‘현역’이라 하고 중간에 휴학하여 군대 갔다 온 사람을 ‘예비역 혹은 ’ 복학생‘이라 칭(稱)했다. 복학생은 약간의 변수가 있지만, 대부분이 학번이 3년이 빠른 사람이다. 군대 갔다 온 선배들이 주축이 될 것 같아도 계속 학업을 진행하는 현역이 많아 모든 일정에 주축이 된다. 학생 수는 복학생이 더 많을 때가 많다.     

 대학 3학년이 되면서 낯선 사람이 같은 과목에서 수업을 같이 듣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아온 인생 내력이나 군대 갔다 온 노련미를 고려하면, 복학생이 주도할 것 같지만 복학생은 늘 소외 자다. 보통 군대 갔다 온 분들이 전공 공부를 계속하는 분이 적고 졸업 후 취업 때문에 전공보다는 취업 공부에 집중하기에 학과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 당시에는 군대 근무 기간이 36개월(교련 혜택 받으면 30개월)이기에 3년 차이가 났다. 나는 선배들과 무난하게 대학 생활을 한 것 같다. 복학생과 현역의 가교 구실을 한 셈이다. 졸업 여행을 주선하며 복학생 선배들과 친교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 선배 중에 한 분이 마산에 교직 하는 선배가 있다. 3학년 학년 부장을 같이하다 보니 모임에서 소주도 한 잔씩 하니 친교는 대학 시절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2016년 2월 27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전화가 왔다. 마산에 있는 대학 선배님이다. 다른 약속 없으면 ‘럭키 통술’로 오란다. 선배들이 모여 있다고……. 나는 2월 25일 26일 부산에 1박 2일 연수 마치고 늦은 오후에 집에 와서 고등학교 동기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토요일 늦잠 자다가 아내가 수영 갔다 오는 시간에 곰탕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해장술로 소주 1병을 마시고 빈둥거리고 있는데, 전화가 오니 난감하다. 나가면 분명히 술을 많이 마시는 예측이 가능하니까? 그래도 전화받자마자 얼른 일어나 양치하고 세수하고는 옷을 입고 있다. 아내가 웃으면서 그리 좋은가요. “술이요” “선배요” 한다. 간단하게 대답한다. “둘 다”     

 통술집에 도착하니 8명 선배가 있다. 1명을 같이 공부하지 않았지만 7명은 같이 공부한 사람이라 너무 반가운 사람이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고 반가운 인물이 동아일보 기자였던 최 선배님이다. 학교 다닐 때도 같은 학년보다는 2년 연배라 말수가 적었지만, 말 한마디에 무게감이 있던 분으로 졸업과 동시 동아일보 기자로 취직하고 대학 4학년 때는 ‘복현 문화’에 시 부분 대상을 받기도 한 분인데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이제 기자를 퇴임하고 개인 사업을 하시며 이 동기분을 아우르는 회장과 총무를 한 손에 잡은 막대한 권력을 지닌 분이다.     

 경남 부산 방송에 8시 앵커를 하다가 이제는 본부장으로 근무하는 분, 70년대 말 학생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제적까지 당했다가 이제는 학위를 취득하여 강단에서 강의하는 분, 법무부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 소장으로 근무하는 분, 석사학위를 2개나 가지고 있으면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시는 분, 중고등학교 윤리 선생님 하시는 분 2명, 마산에 같이 윤리 교사로 자주 만났는데 이번에 교감으로 승진 발령 난 분, 이렇게 7명 대부분이 32년 만에 만난 선배이다.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야기 주제는 현실 정치 부분이 많다. 기자 출신에 현재 언론 계통에 종사하는 분과 과거 시국 관련 일을 한 분이라 그런지 최근 방송 매스컴을 흔들고 있는 테러방지법에 대해 각자 자기 분야에서 소견을 말하고, 영남 신 공황 설치 장소에도 한마디 한다. 종편 방송도 빼놓을 수 없는 한 이야깃거리다. 그러다가 종종 70년대 말의 대학 시절과 여학생 이야기에 모두 공감하는 듯 환한 미소와 상기된 얼굴도 보인다.      

 모임 이후 2시간 지나자 늦게 오는 선배가 있다. 창녕에 소재한 공업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으로 재직하다 4년 전에 명예퇴직하고 지금은 어렵게 제2의 직업을 구하여 살아가고 있다고 하면서, 나 보고는 정년까지 꼭 교직 하라고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분이 동양 철학을 전공하여 현재 모교 교수로 재직하는 분이다. 첨 만난 분이다. 모두 참석하자 1차를 끝내고 노래방에 가자고 한다. 신나야 할 노래방이지만 별로 신나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철학과 특색이 있듯이 수다가 어울리는 모양이다.     

 숙소로 자리 이동했다. 펜션에 방 두 칸이다. 옛날 졸업 여행이 생각났다. 2박 3일 지리산 여행인데 밤마다 술병이 여인숙 방 둘레를 채울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신 기억이다. 이제 우리 나이로 60세인 사람이 있지만, 여전히 옛날 버릇은 아직 못 버린 것 같다. 2차 수다가 시작된 것이다. 방바닥에 안주 깔아 놓고 술잔 돌리며 술을 마시다가 술이 약한 사람은 곯아떨어지고 술을 못 마시는 분은 뒤처리해야 하는 나름대로 업무 분담이다. 나는 평소에도 일찍 자는 스타일에 이틀 출장과 그 전날 과음에 지쳤기에 몇 잔 먹다가 조용히 곯아떨어졌다.     

 아침에 눈을 뜨니 두 분이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밖으로 나가 크게 호흡하고는 어제 먹은 설거지를 한다. 이것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침 해장하러 갔다. 우럭매운탕이다. 밤새워 마신 술이라 아침 해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침 먹고 마산의 명소인 비치로드 길을 갔다. 대구 출신이 많아 바다를 많이 보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이 지역을 워낙 많이 다녔기에 가이드 역할을 했다. 차가 한 대 움직이는데 서로 양보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다. 이제 나이가 있어 어느 정도 걷고 나면 차로 편히 이동하려고 할 것인데 차 정원만 남기고 먼저 걸어서 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어쩌면 학문의 승리 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점심은 마산 어시장 북국 골목에서 복국을 먹고 끝내는 분위기다. 일부는 시내버스로 이동하고 일부는 차로 이동하여 복국, 집에 도착하여 마산 복국의 장점을 이야기하면서 맛있게 식사한다. 정확히 만난 지 22시간 만에 헤어지는 시간이라 어색하지도 않았고 정다웠다. 최 선배님 말씀이 “윤헌 씨는 우리 학번 같다고 한다.” 앞으로도 우리 모임에 동참하라고 이야기한다. 얼마나 고마운 말씀인가? 고맙습니다. 선배님…….


                                          2016. 2. 29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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