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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Apr 02. 2024

참사랑

코로나 백신이 전 국민 70% 이상 접종하여서 모임도 가능하고 여행도 가능해졌다. 아직 해외여행은 자유롭지 못할 때 창덕과 세령을 1박 2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해외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국내 여행을 하기로 했다. 여행 계획은 창덕이가 세우기로 했다.

창덕은 단양에 중소기업 대표자 연석회의 출장으로 위장했고 세령은 고등학교 친구들과 1박 2일 골프 여행을 간다고 신랑에게 허락받았다. 

창덕이 마산에서 사상 터미널에 갔고 사상 터미널에 주차한 세령이 창덕의 차를 탔다. 두 사람이 골프 친 후 오랜 시간이 지났으면서도 불구하고 카톡으로 자주 대화해서 그런지 아주 친숙함을 느꼈다. 여행 계획은 창덕이 오래전부터 비밀스럽게 누군가와 꿈같은 여행을 꿈꾸며 준비해 온 것이다.

 창덕이 이 여행을 위해 오랜 고심을 했다. 첫째 누구 눈에 띄지 말 것, 둘째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지만, 어느 정도 알려진 곳으로 갈 것 셋째 너무 오래 차를 타지 말고 자주 두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할 것 넷째 음식은 좀 고급스럽고 맛집을 선택할 것 다섯째 숙소는 방 두 개 이상인 곳으로 잡아서 상대가 강제로 사랑한다는 생각을 없게 할 것으로 여행 계획을 잡았다. 


 평일이라 도로도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울산 고속도로를 타고 태화강 대나무밭 길에 도착했다. 명승지치고는 사람이 적었다, 첫째 여행지로 제격이었다. 비록 창덕과 세령의 나이 차가 4살 정도 나고 세령이 환갑나이다. 자기 관리가 워낙 잘 되어 50대 중반 부부처럼 보였다. 신체적 나이는 그 정도로 봐도 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다정히 손을 잡는다. 짜릿한 느낌이 온다. 처녀, 총각 시절에도 못 느껴본 것이다. 둘은 여행 오기를 잘했다고 마음속으로 동시에 생각한다. 


 카톡에서 둘이 데이트하면서 절대로 가족 이야기하지 말 것, 정치 이야기하지 말 것, 야한 말이나 직설적인 표현에 어색해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창덕은 대나무 숲에 대해 해설자 수준으로 설명한다. 표지판을 읽어 보면 아는 사실이지만 여행 계획서를 짤 때 미리 공부 좀 해 두었기에 세령에게 좀 유식한 척 자신을 과시해 보았다. 세령도 추임새를 넣어가면 대꾸를 아주 적절하게 해 준다. 둘이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창덕의 목소리가 약간 떨림 현상이 일어난다. 둘은 서로 마주 보면 걷다가 나란히 걸으며 두 사람의 공통점인 골프 이야기로 분위기를 잡아 나갔다. 40분 정도 걷다가 앉았다가 하다가 주차장으로 와서 차를 타고 간절곶을 향했다. 가수 정훈희가 하는 커피집에 들러 차 한잔할 생각이었으나 창덕의 착각이었다. 세령이가 반대한 것이다. 카톡으로 대화할 때는 무조건 오케이하고 수긍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의 반대주장을 명확히 냉철하게 한 것이다. 창덕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세령 씨 내가 무얼 잘못했나요?”

“아니요, 오빠가 잘못한 것 하나도 없어요”

세령이 창덕에게 오빠란 호칭을 처음 사용했다.

좀 전에 세령이 화가 난 표정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던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오빠’라는 말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세상에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여자에게 오빠라는 소리를 들으면 모든 것을 해결해주어야 하는 의무감이 생긴다.

“내가 말씀 안 드렸구나. 내 친구들이 돈은 많고 할 일은 없어 이런 유명 찻집을 배회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래서 반대했어요”

창덕은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자기가 마산에 살고 있고, 여자들의 행동 유형을 잘 몰랐다고 생각하며 세령의 재치에 감사했다. 모든 일을 진행하면서 세령에게 조언을 듣지 않고 혼자 일방적으로 정한 것을 잘못했다고 잠시 후회했다.

둘은 찻집을 포기하고 ‘TAKE OUT점’에 가서 커피를 사 들고 간절곳으로 향했다. 창덕의 차는 값비싼 외제 차가 아니다. 회사 차로 외제 차를 구매하여 직원들이 관공서나 출장 갈 때 또는 자기가 주요 업무 때는 기사를 대동하고 다녔으나 개인적으로는 SUV 차를 타고 다녔다. 선캡도 있다. 국도를 지나가는데 세령이 갑자기 “오빠 선캡 열고 얼굴 내밀어도 되나?” 

이제 반말까지 한다. 그래서 더 친밀감이 간다. 

창덕은 세령의 행동이 소녀 같았고 하는 행동도 너무 귀여워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천천히 선캡을 열어 주고 서행하자 소녀와 같이 깨끔 발을 딛고 차량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들며 좋아한다. 60대 천사가 하늘에서 떨어진 모습이다.

창덕이 곁 눈길로 쳐다보니 세령의 짧은 치마 속에 빨강 팬티가 희미하게 보인다. 

창덕은 자기 자신도 돌볼 수 없는 육체적 욕망의 용솟음에 브레이크를 살짝 잡아본다. 

정말 세령이와 여행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나?

60대 중년의 꽃 신사가 아니라 대학생의 MT 기분을 고스란히 경험하고 있었다.

간절곶에 도착했다.      

 창덕은 어린 시절은 산골에서 태어났고 대학까지 대구에 있었고 2년간 포항에서 해병대 생활을 했지만, 바다는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매일 출퇴근에 마산 앞바다를 보지만 바다 같은 느낌은 없고 늘 푸른 호수 같았다. 그런데 동해는 느낌이 다르다. 탁 트이고 파도가 넘실대며 수평선 끝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해안가에 주차하고 바닷길을 걸었다. 세령이도 좋아한다. 둘은 해돋이 명소인 우체통에서 편지를 쓰기로 했다. 받는 사람은 상대 이름을 적고 비밀리에 한자, 한자 적어 나갔다.     

「세령 씨

천사가 있다면 당신 같은 사람이 천사일 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도 설렘으로 여행을 시작했지만 까면 깔수록 색다른 알밤이 나오는 당신을 보니 너무 좋아요. 비록 이생에서는 부부의 연을 못 맺고 이렇게 불륜의 연으로 즐겁게 살고 있으나 다음 생에는 우리 꼭 부부의 연으로 태어나 평생 떨어지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요.

비록 1박 2일지만, 지상최대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만들어 봅시다.

세령씨에게 모든 마음을 빼앗긴 창덕이가」 

「세령이가 한눈에 반해 사랑을 입에 담고 있는 창덕씨에게

지금까지 가장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한 세령이가

오늘 오빠와 반나절 같이 있는데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어요.

남은 시간 울 오빠 홍콩 보내야지 ㅋㅋㅋㅋ.

이 편지 받게 되면 이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이야기하자 오빠!!! I LOVE YOU

 P.S 이쁜 세령이 사랑해 주세요, 영원히」     

 둘은 서로 보여 주지 않고 카드를 접어 우체통에 넣었다.

그리고는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자연스럽게 창덕의 팔이 세령의 어깨를 감싸고 세령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숙여 창덕의 어깨에 기댄다.

행복해진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두 사람은 기도하고 있다.

창덕이 갑자기 돌발 질문을 한다.

“세령 씨 이렇게 감싸고 있으니 손끝에 가슴이 와 닿아 기분이 좋아요.”

둘은 성적 이야기나 돌발 질문에 상대에게 화내지 않기로 했기에 가능한 질문이다. 

창덕도 이런 말이 자기 입에서 나온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집에 있는 아내에게도 이런 말을 쉽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령이 눈을 살포시 흘기며 한 손으로 창덕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오빠는 내 최고의 장점을 수줍게 이야기하네”

창덕은 시간이 갈수록 세령의 소녀티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직감하고 있다.

또 세령의 입에서 어떤 천진난만하고 재치 있는 말이 나올까? 매우 궁금해진다.

“오빠 무슨 생각 했어. 혹시 만져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 아니지. 엉큼하게 히히”

창덕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속마음을 들켰기 때문이다.     

 창덕은 어릴 때 동네 할머니가 생각났다. 60년대 초등학교 시절에 연세가 겨우 50세 넘은 할머니가 곰방대 입에 물고 날씨가 더우면 개울가에서 가슴을 열어젖히고 등목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창덕이 고등학교 다닐 때 시내버스 안에서 아기 엄마들이 아기가 울면 바로 젖을 물리던 모습도 자주 보았기에 처녀의 가슴은 신비스러움이 있고 아기를 낳은 여자 가슴은 신비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세령이 나이가 62세이다. 세령은 여자의 신비감이 아직 살아 있다.     

세령이의 정신세계를 예측한다는 것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퍼뜩 스친다.

“세령씨 너무 이뻐 잠시 혼절한 것 같아예”

“진짜야! 아이 좋아라. 바다도 좋고 오빠도 좋고 오늘 기분 킹왕짱이다.”

세령은 언어도 요즘 젊은 20대가 쓰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구사를 한다.

그렇게 바다를 보면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둘은 일어섰다. 

주변에 드라마 촬영 장소도 있고 커피 전문점도 있었지만 지금 둘이 있는 자체가 행복이라 둘만의 공간인 차로 이동했다.      

 창덕은 처음에는 경주에 들러 고적지를 관광하려고 했으나 아까 이름난 커피집 앞에서 보인 세령의 모습에 점심만 먹기로 작정했다. 경주 최부잣집 한정식이다. 전화로 예약했기에 요석궁에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창덕은 친구들과 경주에 자주 모이기에 한정식을 서너 번 간 곳이라 세령에게 꼭 먹여주고 싶은 장소이다. 음식 맛이 크게 좋다는 그것보다는 집안 분위기와 그릇의 고전적으로 풍기는 모습 내지 장중함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요석궁에 들어가면 소나무가 일품이다. 경주 최부자가 300년간 부(富)를 지속한 것을 보면 소나무도 350년은 최소한 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둘은 마주 앉아 음식을 기다리며 쳐다보기만 한다. 몇 년간 해외 출장 갔다가 온 부부 모습이다. 누가 먼저 눈을 돌리지 않고 쳐다보고 있다. 말문을 먼저 연 사람은 세령이었다.

“오빠! 나 이런 곳은 처음이야.”

“왜? 고급 음식점에 잘 다니지 않나요?” 

“김 이사장이 너무 바쁜 사람인가?”

“내가 멀리 가는 것을 싫어하고 한식보다는 양식을 좋아해서 부산에서 유명 맛집은 좀 많이 다녔지. 호텔 같은 곳 말이야. 

이렇게 전통 가옥에서 한정식을 먹어본 건 처음이야.”

창덕은 자기 생각만 한 것 같아 피식 웃는다.      

 사람의 한계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창덕은 친구가 많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친구가 아니라 65년 된 마을 친구와 58년이 다 된 초등학교 고향 친구, 48년이 다 된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특히 고등학교 친구들은 전국 각지를 부부 동반 또는 가족 동반으로 여행을 다녔다 최근에는 1년에 두 번은 정기 모임을 하고 수시로 번개를 한다. 몇몇 친구가 경제적 어려움이 있지만, 자금줄이 든든한 창덕이가 음식값이나 콘도 비용을 거의 계산하기 때문에 모임이 수월하다. 거기다가 창덕은 어디 가서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반드시 현숙이와 같이 가거나 아이들 동반하여 먹고 와야 가족에게 죄송함이 없어지는 전형적인 좋은 남편, 좋은 아빠이다. 

자기 기준으로 세상의 모든 잣대를 정하는 것이 싫은 창덕인데 오늘은 자기 기준에서 세령의 가족을 대입한 것이다. 

세령은 경제적 여유는 많아도 좀 정적(靜的)인 가정을 이해 못 한 것이다.

갑자기 세령이 창덕을 흘깃 쳐다보더니 돌발적으로 질문한다.

“오빠 내가 불쌍해 보여, 측은해 보이는 거지. 웃음 뒤에 냉소적인 모습이 보여?”     

 외모는 천하에 요조숙녀이고 귀티가 잘잘 흐르는데 가끔 돌발적인 질문이나 표정이 상대를 참 당혹스럽게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아주 멋진 사람도 가까이서 보면 흠결이 많아 보인다고 했는가 보다. 

음식이 나오고 둘은 말이 없어졌다. 세령은 몸매 관리를 위해 소식할 줄 알았는데 먹는 것도 참 적극적이다. 현숙이 음식을 조금씩 젓가락으로 먹는 모습이면 세령은 참 복스럽게 맛있게 먹는 모습이다. 

 돌발적인 질문에 어색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버섯 요리가 일품이고 소갈비가 맛있고 잡채도 담백하다며 배불리 먹었다, 근데 세령의 식탁 앞이 좀 지저분하다. 옛 어른들이 잠자는 모습과 먹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실감이 난다. 

 아직 둘은 상대의 단점도 사랑해 줄 수 있는 기운이라 둘의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나 행동은 사랑스러웠다. 둘은 식사를 마치고 걸어가는데 세령은 창덕의 팔짱을 끼고 걷는다. 

반나절 만에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비록 나이가 60세를 넘었지만, 정신은 젊은 청춘의 습관이 몸이 아는 모양이다. 멀리서 보면 누가 봐도 황혼의 데이트가 아닌 청춘의 데이트로 보였다,     

 차는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아름다운 7번 국도로 드라이브를 하면 바다가 보이고 야산이 보이지만 고속도로는 좀 황량하다. 그래도 둘만의 공간이라 서로 말이 없어도 좋다. 운전이 노련한 창덕의 한 손이 세령의 손을 잡고 있다. 그저 느낌만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삼국유사의 고장이란 홍보 현수막이 걸린 군위 휴게소에 들어가 화장실을 갔는데 창덕의 중학교 동기를 만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45년을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는 친구로 ’새 농민‘에 선정되어 국가가 주는 많은 혜택을 누리며 가지 농사, 양파, 호박, 벼농사가 주 종목이다. 농사짓는데 거름이 필요해 소를 10마리 정도 먹여야 했고 소여물을 위해 벼농사도 3,000평은 경작했어야 했다. 비닐하우스가 10동이 넘는 대농이다. 창덕의 친구는 작목반 사람들과 단합대회를 위해 영덕 대게를 먹으로 부부 동반한다고 한다. 그때 창덕의 마을에 살았던 두 해 후배도 보인다. 나이는 적어도 항렬이 높아 ’아재비‘로 불리는데 같이 악수하고 안부를 묻는다. 작목반은 창덕의 한해 선배와 중학교 동창 둘, 그리고 후배와 4명이라 한다. 

커피를 한 잔씩 대접했다. 친구 아내는 창덕과 잘 아는 사이라 농담도 잘한다.

“어부인은 어디 두고 혼자입니까?”

“오늘 회의가 있어 단양 가고 있어예.”

그때 화장실 다녀온 세령은 창덕이 보이지 않다가 커피점 앞에 창덕이 서 있다.

세령의 눈에는 창덕이 외는 아무것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훤칠한 키에 미남 창덕만 보였다. 

“오빠” 큰소리 내어 부르며 쪼르르 달려갔다. 

외모는 5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나이 든 여자가 너무 호들갑 떠는 것 같았다.

순간 창덕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다. 

창덕의 아내를 중학교 친구는 자주 보았기에 창덕의 아내가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작목반 사람들 8명이 동시에 세령에게 집중한다. 

“ 아휴 멋있다.” 작목반 어느 부인의 감탄사다. 

중학교 친구 아내는 불륜임을 직감하여 양미간을 찡그린다. 

창덕은 고향인 군위 휴게소에 들른 것이 후회막급이다. 

눈치 없는 세령이도 문제지만 그곳에 차를 끌고 온 원인 제공자가 자신이기에 자신이 미웠다. 창덕은 서둘러 거짓말을 한다. 

“중견 기업 세미나가 단양 콘도에 있어서 창원 기업 이사인데 친해서 오빠라 한다며 에둘러 변명했다. 그제야 세령이도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작목반 일행에게 ”안녕하세요. 회장님과 같이 세미나 가는 사람이에요. 평소 존경하는 회장님이라 오빠라고 불러요. 자기 행동에 약점이 있는 사람이나 도둑질하는 순진한 사람은 대다수가 누가 묻지 않아도 자기 처지를 설명 한다. 아마추어 불륜은 어디를 가나 표시가 난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늦다며 창덕이 먼저 간다고 인사를 한다.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차로 돌아왔고 세령이도 그 뒤를 따라왔다. 

빨리 휴게소를 떠나고 싶다. 

차를 운전하는 창덕은 말이 없다. 

세령이가 창덕에게 말을 건넨다.

”오빠! 미안해“

”아니요. 세령씨가 뭘 잘못한 것이 있다고 미안해하세요. “

”난 오빠 친구들이 거기에 있다는 생각조차 못 했어. 

화장실 나와 애타게 오빠 찾는데 안 보이다가 보여서 너무 기쁜 마음에 불러버렸어“

”잘했어요, 이쁜 아가씨“

’헤헤 오빠 난처하면, 어쩌지”

“입이 무거운 친구들이니 걱정 안 해도 되어요. 앞으로 기쁠 것만 생각합시다.”

“역시 오빠 최고야.”

세령은 운전하는 창덕의 손을 꽉 잡고 믿음을 표식했다.     

군위 휴게소에서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당하고 영주의 소수 서원으로 갔다, 조선 시대 최초 서원이고 사액 서원이다. 평소 독서를 좋아하는 창덕은 공학도이지만 역사 도서를 즐겨 읽었다. 그 이유는 자기 주변에 꼭 필요한 사람이 자기에게 직언(直言)을 해 줄 사람, 역사를 잘 아는 사람,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을 곁에 두면 좋다는 중국 고전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역사 서적을 탐독했다. 역사책 독서를 한 이유가 사람과 만나 할 이야기 없을 때 역사가 공통 이야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공학도가 역사 이야기를 하면 유식해 보이기도 하고 자기 말에 집중해주었기에 역사 공부를 많이 했다. 

 소수 서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소수 서원, 대문에 있는 직사각형이 제단이 소수 서원에 제사를 지낼 때 소를 올려놓고 병든 소가 아님을 검사한 곳임을 설명하고 선생님 거주하는 집과 학생들의 기숙사 지붕 높이가 다름을 이야기해 준다. 세령은 역사에 관심이 없는지 무식한지 대꾸가 없다. 중학교 선생님 몇 년 했으면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할 건데 학문 쪽 관심은 아예 없어 보인다. 

창덕이 고려 인삼에 관해 물어본다. 

세령은 나는 인삼은 열이 많아 못 먹는다고 대답하고 관심이 없어 보인다.

소수 서원은 원래 백운동 서원인데 처음 건립한 사람이 풍기 군수 주세붕으로 우리나라 성리학을 처음 도입한 고려 시대 안향 선생님을 숭배하기 위해 세웠고, 소백산에서 장뇌삼이 많아 우리나라 최초로 풍기에서 인삼을 재배했으며 주세붕이 후에 파주 군수로 가서 파주에 인삼 재배를 대대적으로 하고 개성 상인들이 인삼을 전매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고려 인삼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해 준다. 거상 임상옥이란 드라마에도 잘 설명된다고 이야기해 준다.

소수 서원을 구경하고 바로 위쪽에 있는 신라 사찰 부석사를 들렀다. 창덕은 천주교 독실한 신자이기에 절에는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세령이를 위해 부석사에 들른 것이다.     

 창덕이 세운 여행 계획서가 빈틈이 없었지만, 문제는 둘의 체력이 바닥이 났고, 시간이 예상외로 많이 걸렸다. 저녁은 단양 콘도에 가서 이벤트 형식으로 하려고 하였으니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배도 고프고 체력도 떨어졌다. 부석사 가까이 있는 한우 식당으로 갔다. 부산, 마산은 회가 좋은 음식이면 경북 북부는 육 고기가 맛있다. 특히 안동 한우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한우 고기가 연하고 부드럽고 맛도 좋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더 좋다. 창덕은 이곳으로 출장을 오면 늘 가던 한우 전문 식당에 가서 갈빗살을 5인분 시켰다. 둘은 배가 고팠는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창덕은 술을 먹고 싶었지만 차 운전 때문에 참았다. 이럴 때 현숙이가 있었다면 소주 1병 시키고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세령이 운전을 좀 해 주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밤 8시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콘도를 예약했기에 방이 넓어 두 사람이 들어가니 허전하기 그지없다. 창덕은 신혼여행이 갑자기 생각났다. 창덕이 먼저 씻고 현숙이 씻으러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려다 강력한 제지를 받은 기억이 나서 피식 웃었다. 

세령이 그 모습을 보더니 “오빠 왜 웃어”

“아녜요.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요.”

“오빠 체력이 좋아요. 종일 운전하고 아직 팔팔하네. 난 죽을 지경이에요” 하면서 소파에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는다.

창덕은 시간 계획이 잘못되어 저녁을 이벤트를 하고 자연스럽게 저녁 시간을 화려하게 추억에 남는 여행을 하려 하였는데 욕심이 많아 체력적인 면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이벤트가 없고 몸은 피곤하니 갑자기 카오스 상태가 왔다. 

 일단 따뜻한 물로 씻는 것이 피로에 좋은 것 같았다. 그래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세령이에게 먼저 씻으라고 하니 소파에 앉아 졸고 있다.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60대 점잖은 사람들의 여유도 있고 좀 로맨틱한 여행을 계획했는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강행군한 계획이 실수였다. 창덕은 정신적 혼란이 왔다. 자는 세령이를 두고 먼저 욕실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기분이 좋아졌다. 세령이만 받아준다면 멋진 사랑도 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더 좋아진다. 비누로 빡빡 문지르고 씻기도 하니 모든 피가 한곳에 몰려들어 아직은 죽지 않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많이 좋아진다. 혼자 기분이 좋은데 잠에서 깬 세령이 욕실 문을 벌컥 열었다. 60대 중반의 남자가 자위하다가 부모에게 들킨 모습으로 당황했다. 

욕실 문을 연 세령은 무덤덤해 보인다. 

오히려 적극적이다. 

“나도 씻고 싶은데?” 참 난감한 창덕이다. 

젊은 시절에는 현숙과 같이 샤워도 하고 욕탕에서 신나는 사랑도 했지만, 50대 중반에 현숙의 갱년기가 오자 부부간의 사랑 행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하기 싫어했다. 오히려 아프다고 화를 자주 내니 아내에게 접근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고 죄스러웠다. 그래서 분위기를 위해 지붕 없는 모텔에 가서 별빛 보며 사랑의 노래를 불러도 보았다. 60대 이후에는 아주 가끔 부부관계를 했고 현숙이가 많아 아파해서 최근에는 거의 부부간에 성행위는 없었다. 창덕은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세령과 같이 잠을 자면서 가능하면 사랑을 한번 해 볼 것을 생각했지만, 상대가 거부하거나 아파하면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으로 두 사람의 신경전 내지 다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졸고 있던 세령이가 갑자기 욕실 문을 열자 심경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의심의 동물이다. 자기 이기주의자이기에 자기가 불리하면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상대가 자기에게 절대적 호감을 느끼면, 더 큰 의심을 한다. 창덕의 머리에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자기 회사 직원이 55살 무렵에 자기 마누라와 이혼하고 새장가를 갔는데 혼인신고가 되자 요조숙녀 같던 여자가 돌변하여 회사 회식 장소에 와서 남편을 공격하고 회사의 부조리를 고발한다고 협박하여 그 직원이 부끄럽다고 사표를 냈다. 숙련공으로 일을 잘하는 직원이었는데 참 아깝게 생각한 직원이다. 회사 퇴직금 지급에 여자가 개입하더니 결국 퇴직금에서 3천만 원을 받아 갔다고 한다. 직원의 말에 의하면 본처가 관계를 회피하여 이혼하고 새로운 여자와 관계를 10번 정도 했는데 3천만 원을 날렸다고 억울해한 모습이 떠올랐다.     

 창덕은 갑자기 세령이도 그런 여자가 아닐까? 의심된다. 김 이사장과 짜고 창덕에게 돈을 갈취하기 위해 합친 부부 사기단이 아닐까? 의심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송년 모임 때 부른 노래가 술집 도우미 수준인 것이 첫째요. 울산 간절곶에 앉아 가슴 만지고 싶냐는 유혹이 둘째요. 경주 최부잣집 음식을 첨 먹어본 사람처럼 먹는 것이 부잣집 사모님은 아닐 거이란 확신이 생기는 것이 셋째요. 대학 나온 사람이 역사 인물을 전혀 모르는 것도 의심이고, 남자가 목욕하는데 벌컥 문을 열어보는 것도 의심이 간다. 목욕하면서 기분 좋았던 생각에 몸에 반응이 오더니, 의심이 시작되자 불꽃이 재가 되어 한 줌으로 사르르 식어갔다.     

 통계에 의하면 30%의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성적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고, 하려고 노력하며 40% 정도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아무 생각이 없고 30% 정도는 성행위 자체를 싫어하고 신체적으로도 질이 딱딱해져 남자를 받아들이기 힘이 든다고 한다. 세령은 앞에 30%에 들어가는 여자이다. 40대 후반에 벌써 부부관계를 하지 않는다고 떠벌리는 여자들 보면 한심해 보이고 여자 관리를 하지 않는 게으른 여자라고 생각했다. 남편하고의 관계로 남편을 만족하게 해 주지만, 자신은 만족이 적어 한때는 남편을 싫어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골프 18홀을 돌고 씻고 걸어오면 아랫도리에 애액이 나올 정도로 성이 왕성한 여자이다. 신체적 욕구도 요구지만 몸매가 일품이다. 같이 운동한 여자들이 샤워하면 전부 세령이를 쳐다본다. 60대가 맞는가 하면서 의아해한다. 잘 아는 지인들은 언니가 부럽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다리 근육과 특히 가슴이 크면서 쳐지지 않아 매력 발산에 큰 몫을 차지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혼자 있으면 ‘게겔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편의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남편은 등산과 골프를 열심히 하지만 당뇨가 있어 부부관계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령은 섹스는 나이와 신체와 무관하고 자신의 노력이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대학 다닐 때 동아리 MT 갔다가 기습적으로 키스를 당한 이후 다른 남자와 신체접촉도 한번 없는 아주 요염하지만 순결한 여자였다. 가끔 부부 동반 골프 모임을 가면 아내 있는 남자들이 세령에게 호감을 표하며 요구 조건을 들어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을 내거는 얼빠진 남자들이 종종 있지만, 그냥 무시할 뿐이었다. 오늘 창덕을 따라 무방비 상태로 여행을 따라나선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오히려 세령이 창덕에게 더 적극적으로 성적 표현에 자기 자신도 놀랄 지경이다. 평생에 처음으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여행을 온 것이다.     

창덕은 서둘러 씻고 다시 따뜻한 물로 욕조에 받아놓고 세령에게 씻으라 한다. 세령은 자기 같은 미모의 여인이 적극적인 모습에 냉담하게 대하는 창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욕실로 갔다. 늘 샤워할 때마다 몸의 신비를 느낀다. 내 나이에 이런 몸매는 세상에 하나뿐일 것이다. 근데 고민이 생겼다 머리를 감는 문제이다. 창덕과 만나기 전 1주일간 케어를 받은 머리인지라 감아버리면 품위가 도망가버리기 때문이다. 남의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감으려니 자태가 흔들리고 안 감으려니 창덕 품에서 머리 냄새가 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세령의 고민이 깊어갈 때 창덕은 매점으로 갔다. 간단한 안주와 맥주 6캔 소주 2병, 매점에서 최고 비쌀 것 같은 양갱이, 커피도 두 개를 구매했다. 콘도로 들어가니 가운을 입은 세령이 보인다. 바로 뛰어가 와락 안고 방안의 침대로 가고 싶었지만, 의심에 의심이 더해 가니 몸의 욕구가 사그라지고 행동이 뒤따라 주지 않았다.      

둘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

“오빠 오늘 수고했어. 오빠 덕분에 호강했네요.”

“세령 씨 고마워요. 미흡함에도 불평하지 않고 잘 참아 주어서.”

“거두절미하고 참 좋아서요. 남편에게 양심적으로 좀 찔리지만”

“맥주 한잔하지요?”

“난 술은 못 먹는데 오늘 분위기도 그렇고, 한잔할까요?”

창덕은 유리컵에 소주를 붓고 맥주를 가득 부어 소맥 두 잔을 만들었다.

세령에게 한 컵에 건네주었다.

둘은 러브샷을 하기로 하고 몸을 반쯤 일으켜 서로 팔을 감쌌다. 

세령의 큼직한 가슴이 창덕의 눈을 매료시킨다. 

세령은 평소 집에서도 씻고 나와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

브래지어를 하면 어쩐지 좀 갑갑하여 싫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집에서 하던 행동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잠시 현숙이 생각난다. 

현숙이도 젊을 때는 풍만한 몸매였는데 이제는 제법 처진 가슴이 아니던가?

창덕의 눈이 세령의 가슴에 떼어내지 못할 때 세령이 한마디 한다. 

“오늘 밤의 즐거움을 위하여. 원샷”하고 세령이 외치자. 

“좋은 밤 합시다” 하며 창덕이 화답한다. 

창덕은 평소 술을 즐기기에 원샷을 하고 세령은 두 모금을 마시고는 잔기침을 잠깐 한다. 

일반적으로 술에 취하면 잔기침을 하는 사람이 많다. 

몸이 술을 그만 먹으란 신호이다.

세령은 평소 남편이 술을 마시고 오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자기까지 술 마시면 집안이 거덜 난다고 생각하고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여행 피로감도 풀고 분위기도 좋아 한잔하려고 했다.

그렇게 둘이 앉아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셨다.

창덕이 사 온 소주 2병에 맥주 6캔을 전부 소맥으로 만들어 마셨다. 술을 못 마신다던 세령은 두 잔을 마셨다. 세령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빛이 나고 창덕의 눈은 게슴츠레해져 간다. 60대 나이를 잠시 잊고 30대의 청춘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세령이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 오늘 마신 술은 치사량이다. 

분위기 좋아서 한 모금, 한 모금 마신 것이 소맥 2잔을 마신 것이다. 

창덕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혹시 119로 병원 실려 가면, 어쩌나 걱정이 되는 것을 보면 창덕도 오늘의 여행이 그리 정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역시나 졸장부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 창덕은 세령을 부축하여 침실로 향했다. 몇 걸음 걷던 세령이 앞으로 꼬꾸라진다. 창덕이 얼른 잡아 주었는데 하필 세령의 가슴 부위를 잡은 것이다. 창덕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희열을 맛보았고, 세령이야 죽든지 살든지 알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소설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말기 암 환자 아내의 고통을 호소했으나 아내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내의 고통을 보고 있는 내 고통이 너무 심하다는 것을 느낀다.’ 

 인간은 자기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이기주의자가 되는 모양이다. 평소 창덕의 책임감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고려하면 이런 생각이 나온다는 것은 꿈에서도 생각 못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창덕도 해외 출장 중에 흑인 여성과 백인 여성의 성매매는 아니고 피부접촉 정도 해 본 적이 있는데 즐거움보다는 걱정이 앞서 새로운 문화 체험에 혐오감을 맛보았다. 그래서 다른 여자와 신체접촉을 거의 하지 않은 창덕이다. 그런데 오늘은 가운 위로 세령의 가슴을 잡았는데 기분이 참 묘하다. 정신을 놓은 세령이를 침대에 눕게 하고 물수건으로 이마에 올려 주는데 갑자기 세령이 토를 하는 것이다. 

얼른 수건으로 받쳐 이불에 토하지 않았지만, 냄새는 지독했다. 술 냄새가 이렇게 지독한데 술 먹고 키스하는 자신을 받아준 현숙이가 갑자기 고마워진다. 세령은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창덕도 옆에 누워 살짝 잠이 들었는데 잠꼬대하는지 의식적으로 그런지 세령이 자기의 품속으로 자꾸 들어온다. 창덕은 세령의 가운을 살짝 벗겨 보았다. 참 탐스러운 가슴이다. 피부가 곱고 탄탄하다. 창덕은 이번에 맨살을 한번 만져 본다. 감촉이 참 좋다. 입으로 애무하려고 하다가 그만둔다. 정신없는 사람을 애무하는 것은 강간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식인지 무의식인지 몸을 비틀며 앓는 소리 비슷하게 내며 몸을 움직인다. 세령은 몸을 다시 뒤척이더니 새근새근 잠을 잔다. 창덕도 다시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9시다.     

 창덕은 단양에 최고 잘하는 해장국집은 검색한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회사 창립 산악 등반 때 고수 동굴 앞 다슬기탕 집이 생각났다. 밤새 토하고 괴로워하다가 새벽에 깊은 잠에 빠진 세령이가 9시쯤 일어났다, 밤사이 일어난 일이 아무 기억이 없는지 세령은 자기 옷매무새를 살핀다. 그리고는 여기가 어딘가? 자기 침실이 아님을 깨닫고 깜짝 놀란다. 가운이 반쯤 벗겨서 상체가 반라(半裸) 정도이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빙긋이 웃는다.     

 거실로 나오자 창덕이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유심히 보고 있다. 외도 전문가, 바람 꾼의 대표주자인지 아침에 일어나 창덕을 보아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쑥스러움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배시시 웃으며 “어제저녁에 기억이 없네” 한다.

창덕이 씻고 아침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세령은 씻고 나온다며 욕실로 들어갔다.

세령이 샤워하면서 자기 몸매에 흐르는 물을 본다.

매일 하는 사워지만 몸에 흘러내리는 물은 언제나 신비감을 준다,

한참을 자기 몸매를 쳐다보며 기분 좋다가 갑자기 입안이 산듯하지 못함을 느낀다.

칫솔로 양치하면서 어제저녁의 기억이 흐릿하게 살아났다.

변기에 머리를 처박고 토하고 창덕이 등을 토닥거리던 장면이 떠올랐다.

갑자기 정신이 아찔하다.

육십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것도 자기가 처음으로 마음 빼앗겨 여행하러 온 남자에게 그야말로 추태를 부린 것이니 이 참담함을 어찌 극복할까?

세령은 굳게 마음먹는다.     

 콘도를 대충 정리하고 나왔다. 콘도에서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고수 동굴 입구에 다슬기탕으로 아침을 먹으니 속이 좀 편하다는 느낌이 온다. 

어제 먹은 저녁을 밤새 토했기에 세령도 뜨거운 국물을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부산 시내 사람이라 다슬기탕은 처음이라 한다. 

창덕은 어릴 때 여름이면 엄마가 다슬기를 잡아 와서 새벽에 깨워 다슬기를 껍질 속에 알을 분리하라 하여 참 싫어했던 다슬기 국이다. 창덕의 고향에서는 고디 국이라 했다.      

둘은 아침을 먹고 단양 읍내의 커피집으로 갔다. 

세령이 하룻밤 사이 많이 수척해졌다.

아직도 어젯밤의 괴로움이 남아 있는지 가끔 얼굴을 찡그린다.

커피를 한 잔씩 받아 들고 세령이 먼저 이야기한다.

“오빠 어제 나 미웠지?”

“왜 미워요. 이쁜 사람인데?”

“밤새 오물을 투척했으니 얼마나 냄새나고 싫었을까?“

이럴 때 세령은 참 교양 있고 인품 있어 보인다.

”아닙니다. 술 못 먹는 사람 술을 그렇게 많이 먹게 한 내가 미안하지요.“

”하하 고마워요. 오빠!“ 

” 그런데 새벽에 꿈결에 오빠가 내 가슴을 만지는데, 꿈이라도 기분이 좋아서요.“

이런 자리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이런 표현을 하는 세령이는 고수일까? 바보일까?

창덕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도둑질하다 들킨 기분이다.

너무 솔직담백하고 순수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세령이가 사랑스럽다.

그리고는 속으로 세령에게 용서를 구했다. 

이렇게 순박한 마음을 가진 세령이를 부부 사기단으로 의심을 한 자신이 미웠다.

그렇다고 세령에게 의심한 사실을 조목조목 이야기할 수도 없다.

자신도 세령의 순수함과 순박함을 닮아 자기 속내를 말하고 싶었다.

”세령 씨 진짜 대단합니다“ 엄지척한다.

영문도 모르고 칭찬을 들은 세령은 ”오빠 나가요“ 하면서 팔을 잡아끈다.     

 부부 사이는 뜨거운 밤을 보내고 나면 다음 날 표정이 밝고 세상을 참 긍정적으로 보려는 대화가 된다. 힘이 들어도 힘든 것을 참고 상대와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반면에 여인 사이 특히 불륜 사이는 헤어지는 마지막 날에는 거의 대화가 없다. 서로 쑥스러워서 대화하지 않는지, 지난밤의 행위가 기대치에 못 미쳐 대화를 포기하는지 모를 정도로 숙연해져 있다. 누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터야 이야기가 나오는데 둘 다 침묵으로 일관한다. 


 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를 창덕의 종갓집과 제2 석굴암이 있는 곳으로 가려 헸으나 세령의 낯빛이 힘들어 보여 집으로 가기로 했다. 단양에서 부산으로 직행했다. 불륜의 성적 결합은 없었지만, 술로 힘이 들었던 세령이 말없이 창덕의 옆에 앉아 있다. 어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단양을 출발한 차가 1시간 정도 달리자 군위 휴게소가 나온다. 창덕은 갈등이 생긴다. 군위 휴게소를 조금 지나면 군위 나들목이 나오는데 제2 석굴암과 대율마을을 가려면 그곳으로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를 놓고 창덕의 머릿속이 복잡해진 것이다. 시간은 12시라 세령이 남편에게 허락받은 골프 친 시간을 고려하면 시간은 충분했다. 창덕은 세령과 아무 상의 없이 그냥 군위 나들목을 지나쳤다. 세령은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창 밖을 응시한다. 둘은 말없이 또 50분을 가다가 언양휴게소에서 잠시 화장실을 간다. 차에 내리자 세령이 창덕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간다. 창덕은 오늘도 세령이 귀엽고 깜찍한 소녀로 보인다. 화장실을 다녀와 부산까지는 두 사람의 대화가 간간이 이어졌다.     

 부산 사상에 도착했다. 오후 2시다. 점심 식사 시간이 지났다. 창덕은 사상에서 깨끗한 일식집으로 갔다. 마주 보는 세령이는 밤새 약간 수척해 보이지만 화장이 곱고 표정이 밝으며 입술이 붉어 여전히 섹시 해 보인다. 창덕은 이런 일이 자기 인생에서 다시 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불륜은 절대 없을 것이고 자기 혼자만이 누리는 호사(好事)라 치부하며 세령을 조용하게 근엄하게 쳐다보았다.

”오빠“

”네“

”다음에 또 이렇게 여행할 수 있을까요?“

한참을 생각한 창덕은 ”글쎄요. 몇 번이고 하고 싶지만, 기회가 올까?“

입을 삐죽하며 ”만들면 되지? 인생이 뭐 별것이 있나. 행복하면 되지.“

초밥이 나왔다. 종업원이 새치 눈을 뜨고 둘을 쳐다보며, 불륜을 직감하는 눈치다.

이런 곳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촉이 바로 나오기 때문이다.

참치 스시를 간장에 찍어 세령에게 주니 세령이가 ”싫어“ 한다.

”왜 내가 미워지셨나. 밥을 안 받아먹지“

”오빠는 입으로 먹여줘야지 젓가락으로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창덕은 몸을 일으켜 세워 스시를 입에 물고 세령이 입으로 전달하자 세령이도 일어서더니

창덕의 입에 물린 스시를 먹으며 입술이 서로 부딪쳤다. 순간 짜릿함을 느낀다. 

창덕은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건너편 세령 옆으로 갔다. 

한 손으로 세령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찐한 키스를 했다. 

세령도 부끄러움 없이 창덕의 부드러운 혀를 끝까지 빨아드렸다. 

점심 식사하다 말고 둘은 키스 잔치를 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종업원이 후식을 들고 문을 여니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의 애정 놀음에 종업원은 깜짝 놀라며” 죄송합니다“하며 황급히 문을 닫고 나간다.

종업원은 자신의 직감이 틀림없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다른 방으로 서빙을 간다.     

 일식집을 나온 창덕과 세령은 가장 가까운 모텔로 향했다. 남자가 억지로 가자고 강요도 하지 않고 여자가 가기 싫다는 표식도 없이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모텔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어제저녁에 사랑을 못 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도 된 듯 아주 자연스럽게 둘이 손을 잡고 만면에 환하게 밝은 표정으로 걸어갔다. 모텔에 들어서자 무인 모텔이고 키가 보관된 자동 송출기 통에 ‘대실’을 누르고 돈을 넣자 키 통이 자동으로 열린다. 308호 키를 뽑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있다. 창덕이나 세령은 처음 하는 외도인데 너무 자연스럽다 아주 오래된 연애 전문 커플이거나, 분위기 전환을 위해 모텔에 온 부부같이 보인다. 키로 문을 열고 문 앞 키 통에 키를 넣자 불이 밝아진다. 젊은 커플이면 급해서 서로 애무하겠지만, 창덕과 세령은 급할 필요가 없는 노련함으로 눈짓으로 서로 소통하며 윗옷을 하나만 벗는다. 창덕은 욕실에 들어가 조개 모양의 욕조에 물을 받는다. 욕실에 나온 창덕은 민소매 티를 입고 있는 세령을 가볍게 포옹한다. 뿌리치거나 반항하는 기색은 없다. 그냥 포근한 것이 좋다는 표정이다.      

 세령의 가슴이 창덕의 가슴에 물컹함을 느낄 때 창덕은 눈이 반쯤 잠기어 있다. 욕조에 물이 어느 정도 채우고는 세령의 옷을 하나씩 벗겨내고는 욕조로 데리고 간다. 알몸이 된 세령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연애 도사의 무념무상의 표정이다. 물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아주 쾌적한 상태다. 세령을 물에 몸은 반쯤 담그며 창덕이 바람둥이라 생각해 본다. 자기도 아무 저항 없이 따라왔지만, 자기를 무저항으로 백기를 들게 리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은 가볍게 양치한다. 그리고는 욕조에 서로 마주 앉아 육체를 더듬고 애무를 시작한다. 구석구석 씻어주고 키스도 하는 모습이 엄청 다정하고 많이 연습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렇게 씻고 큰 수건을 몸에 걸친다. 곧 벗어 던질 수건을 몸에 걸치는 것은 종교적 의식을 위해 하는 행동 같았다. 창덕이 세령이가 부끄러워할 것 같아 여자의 자존심을 살려 주려고 세령을 번쩍 안아서 침대 위에 눕힌다. 두 사람이 모텔에 들어와 욕조에서 보낸 시간이 30분이 넘었는데 두 사람 간에 대화가 없다. 그래도 두 사람의 사랑 호흡은 어긋나지 않았다. 침대에 누운 세령의 큰 수건을 반쯤 벗기자 커다란 젖무덤과 뽕 굿한 젖꼭지가 창덕의 눈에 들어온다. 창덕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로 젖꼭지를 잘근잘근 입술로 씹어 본다. 그리고 부드럽게 혀로 애무를 시작한다. 세령은 자기도 모르게 “헉”하며 신음이 나온다. 세령의 성감대는 가슴에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세령의 신랑은 40대까지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을 하다가 40대 이후부터는 정상 체위만 고집하고 애무도 가슴에서 끝나는 것이 지금까지의 세령 부부의 사랑법이었다. 이런 방법에 익숙한 세령은 애무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질이 촉촉하도록 젖으며 성적 쾌감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성을 다해 가슴을 애무하던 창덕의 손이 세령의 음모가 풍성한 곳으로 향하니 벌써 촉촉한 느낌이 손에 와 닿는다. 창덕은 현숙과 사랑이 아주 단순했다. 애무의 범위가 조금 벗어나면 변태 취급하고 거부하는 현숙이라 늘 정상 체위와 애무의 기술도 단순했다. 그런데 이제 가슴 정도 애무했는데 애액이 질을 촉촉하게 하니 창덕의 가슴은 또 다른 흥분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창덕의 손은 다시 세령의 가슴을 더듬고 입은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일식집의 키스보다 더 달콤하고 세령이 적극적이다. 창덕은 체위를 바꾸어 세령의 깊고 그윽한 곳에 입술을 갖다 대자 세령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비틀었다. 창덕의 입술과 혀는 쉼 없이 깊은 곳을 그윽하게 애무했고 세령은 자기도 모르게 창덕의 크고 꼿꼿한 것을 가볍게 손으로 잡는다. 감촉이 좋다. 창덕은 자기도 모르게 “헉헉”거린다. 사실 그윽한 그곳을 애무하려고 할 때 세령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세령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받아주고 애무해주니 만족함이 끝이 없다. 세령은 단단하고 큼직한 것을 입속으로 가만히 넣어본다. 창덕의 혀가 더 바삐 움직임을 느끼고 기분 좋은 세령의 애액이 창덕의 입을 가득 채운다.      

 60대 중반의 남자와 60대 초반의 여자가 불륜의 외도가 짜릿하기만 하다. 부부관계지만 40년 가까이 해도 지금의 기분에 도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처음 외도가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2년 이상 섹스를 하지 못했던 창덕도 섹스 끝까지 발기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지금 상태라면 1박 2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창덕의 몸 일부가 세령의 깊은 곳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상 체위보다는 세령의 뒤쪽에서 몸 전체를 밀착하여 가장 깊숙이 들어가는 것을 택하고 두 손은 세령의 가슴을 자극하다가 세령의 질 외부를 자극하니 세령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방안 가득히 사랑의 음성과 앓는 소리로 시끄럽다. 창덕은 자기가 길어야 5분 정도이면 사정하는데 오늘은 10분을 넘어서고 있다. 정상 체위는 체력을 많이 소비하는 데 반해 뒤쪽 체위는 가장 깊숙이 들어가고 두 손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장점은 있으나 두 사람이 절정기에 키스에는 단점이 있으나 세령의 기지로 고개를 돌려 찐한 키스를 하면서 창덕은 사정한다. 욕조에서 시작한 애무와 사정까지 거의 1시간이 소비되었다. 세령의 등에 밀착했던 창덕의 몸이 떨어졌다. 둘은 한동안 가만히 누워 천장을 응시하고 있다.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창덕이 세령의 어깨를 감싸며 세령에게 한마디 한다.

“세령씨 진짜 고맙고 좋았어요”

“오빠 내가 더 고마워해야겠어요”

“세령씨 적극적인 성행위로 내가 흥분한 것이 20년 만에 처음이에요.”

“오빠 저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성욕이 좀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처럼 느낌이 좋은 건 태어나고 처음이야. 역시 오빠는 짱이야.”

그 사이 두 사람의 입술은 또 한 번 포갠다.

“오빠 불륜이고 외도고 상관없이 오늘이 내 인생에 최고로 황홀했어요.”

“세령씨가 그렇게 말해 주니 너무 좋아요.”

창덕이 세령의 귓불을 입술로 살짝 씹으면서 귓속말처럼 옹알거린다.

“앞으로 종종 한 번씩 합시다.”

“오빠는 이렇게 좋은 느낌을 종종이라니 자주 하자 해야지.”

세령이 피식 웃는다.

창덕은 세령이 왜 웃는지 궁금하여 왜 웃느냐고 물어보았다.

세령은 「조선 야담」이란 책 내용이 생각나서 웃었다고 한다.

옛날에 한마을에 살던 두 아가씨가 동시에 시집을 갔다고 한다.

한 아가씨는 남자가 키가 크고 다른 아가씨는 키가 작은 남자에게 시집갔다고 한다.

2년을 시집살이하다가 동시에 친정에 왔다고 한다. 친정 마을에서 빨래하려고 냇가에 가서 서로 마주 보면서 크게 웃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키가 작은 신랑에게 시집간 아가씨는 키는 적어도 물건은 아주 커서 아내가 고통을 느낄 정도라 키가 큰 사람은 더 크면 키 큰 사람의 아내는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웃고, 키가 큰 남편의 물건은 아주 작아 키가 작은 남자는 너무 작아 부부관계를 해도 아무 느낌이 없을 것 같아서 웃었다. 라고 한다. 세령은 그 당시에 그런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했는데 오늘 이해가 되어 웃었다고 한다.

남편보다는 오빠 것이 확실히 커서 느낌이 좋다는 것이다.

창덕과 세령은 외도가 처음인데도 두 사람 사이의 대화나 성행위의 호흡은 몇십 년을 함께 맞춘 호흡보다 더 짜릿함을 느낀다.

창덕은 가볍게 아랫도리에서 힘이 솟구침을 느끼면 다시 사랑을 시도하려다 무리라고 생각하고 가만히 세령을 포근히 안아주었다.

세령은 벗은 몸으로 창덕에게 안기어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전화벨이 울린다. 깜짝 놀란 창덕이 인터폰을 받아보니 대실 시간이 지났다고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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