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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Apr 16. 2024

친구의 향기

친구의 향기     

 인간의 향기는 만리(萬里)를 간다고 한다. 인간관계에서 향기는 어느 곳이든 날 수 있지만, 방송 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향기는 부모, 자식 간에 많이 전파된다. 예를 들어 신체적 부위를 주고받는 경우와 참사랑을 실천하는 부분에서 가슴이 뭉클 해 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리고 자선 사업을 통해 감동을 주는 경우도 많다. 친구의 향기는 신문에 날 정도 보다는 묵은김치의 단맛에 비유된다. 만나면 더욱 좋고 헤어져도 보고 싶어 생각나고 또 언제 만날 수 있느냐를 기다려지는 관계가 향기롭다.     

 젊을 때는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인간관계나 친구 관계도 강제로 정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 좀 특이한 관계나 잠시 머물다가는 관계나 오래된 인연이라도 품격이 맞지 않거나 품위가 떨어지면 관계가 단절된다. 만남이 독이 되는 관계다. 주로 경쟁이 치열한 같은 직장이나 이권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성공한 인생에서 70세에 건강하게 일할 수 있고, 80세에 본처가 밥상 차려 주고, 90세에 친구와 통화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 했다. 90세까지 살 수 있는 것도 힘들지만, 전화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진정한 행복의 기틀이 될 것이다. 60대 중반인 필자도 가끔 예견하지 않은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안부 묻고 건강 챙겨주면 기분이 좋다. 그보다 더 기분 좋은 것은 언제든지 전화하면 기꺼이 기분 좋게 전화 받는 친구가 있다는 것으로 행복하다.      

 친구를 우리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단정해도 그리 잘못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고사성어에서 마음 깊은 곳까지 헤아려 주고 믿음을 굳게 지키고 상대의 행동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친구라 표현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직종도 각각 다르고 삶의 형태도 다양하고 가치관의 차이가 커 한가지의 개념으로 의미를 부여하면 친구 만들기가 어려울 것이다. 농업사회와 융합사회의 패러다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란 마음 깊은 언저리에 우정과 사랑이 있어 만나면 즐겁고 헤어지면 만남의 여운이 남아 또 보고 싶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자 인생 승리의 기초가 될 것이다.      

 2024년 3월은 개인적으로 매우 바쁜 달이었다. 결혼식도 많고 장례식도 있고 귀한 딸이 해외 근무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결혼식은 축의금만 보내도 되지만 딸을 배웅하고 장례식에는 반드시 참여해야만 했다. 또 한 곳은 46년간 찐한 우정을 가꾸어 온 친구 아들 결혼식이 서울에서 거행된다. 딸 배웅을 위해 금요일 수업을 당겨서 하고 서울 갔더니 정신력이 엄청 강한 딸도 엄마, 아빠가 오지 않았으면 우울해졌을 거라며 매우 좋아했다. 2박 3일 가족 간의 유대도 강화하고 서울 나들이도 하고 딸이 기분 좋게 해외 근무를 갔다. 개인적으로는 월요일 근무하고 저녁에 실신할 정도로 체력이 문제가 될 정도이다. 초등학교 동창 어머니 장례식장에 갔다. 초등학교 동창은 산골에서 자란 작은 집단이라 동창 이상의 의미가 있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장례식이나 결혼식에 친구들이 많이 참석하는데 이제 회갑이 지나서 그런지 조문 숫자가 적다. 그래도 참석한 친구는 밤이 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3월 마지막 일요일은 서울에서 결혼식을 한다. 46년간 찐한 우정을 가꾸어 온 친구이고 친구 모임에 늘 부부 동반을 했기에 부부 동반으로 축하해 주어야 하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혼자 가게 되었다. 12시 30분이 결혼식 시간이다.     

 서울에 갈 차표를 예약하려는데 기차는 예식 시간과 너무 차이가 나서 고속버스를 예약했다. 결혼식에 갈 때 될 수 있으면 고속버스는 자제한다. 연착하면 결혼식 참석이 어렵기 때문이다. 딸에게 갈 때도 1시간 30분 연착하여 저녁 식사 장소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예약했다. 새벽에 일어나 고속버스 타고 서울 도착하니 정상적인 시간에 서울 도착이다. 지하철을 타고 예식장에 가려는데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어디에 내리면 차로 데리러 가겠다는 전화이다. 지하철 탔다고 이야기한다. 포항에서 혼주 차 타고 온 친구가 자기는 도착하여 찻집에 있다고 한다. 한다. 지하철 환승역을 잘못 알아서 10분 이상 늦어 예식장에 도착하니 먼저 온 친구들이 반겨준다. 10명 친구 중 해외 출장과 식당 영업이 바쁜 두 친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쉼 없이 수다 떨고 웃고 즐긴다.      

 예식이 시작되었다. 신랑이 화려한 춤동작을 보이며 입장한다. 처음 보는 장면이라 환호하며 박수를 보낸다. 결혼 서약에서는 12년 사귄 사람과 결혼식 한다고 발표하자 우리끼리 귓속말로 10년 연애 후 결혼 한 친구보다 더 미련하다고 야유 아닌 덕담을 보내며 웃는다. 결혼식 끝나고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한다. 잔치에 축하주 없으면 안 된다며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술잔을 따르고 마시며 덕담한다. 친구들의 특징이 남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다 들어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한다. 8명이 동시에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는 모두 따로따로 이야기한다. 이야기 중에 누가 재치 있는 말을 하면 반드시 칭찬한다. 누가 소외됨이 없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종업원이 와서 정중하게 12시 30분 예식 손님은 10분 후에 퇴장을 요청한다. 이야기 듣자마자 모두가 동시에 일어나 연회장을 빠져나간다.      

 혼주 차를 타고 온 사람과 기차표 예약된 친구는 갔다. 나머지 사람은 찻집으로 갔다. 찻집에서 차를 주문하고 나는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사 왔다. 찻집 주인이 술은 안된다고 경고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 반항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지만 주인의 경고를 이행했다. 그리고 화살이 내게로 왔다. 윤리 선생이 비윤리적 행위를 했다고 공격하고 아직 대학생인 친구 딸이 연유도 모른 채 박장대소한다. 내가 맥주를 사 온 이유는 친구 부인이 맥주를 아주 좋아해서 연회장에서 부족한 것 같아 배려 차원에서 한 행동인데 친구들은 알지만, 친구 딸은 영문을 모르고 다만 윤리 선생님이 찻집에 술 사 온 그것만으로 충격적이었다. 가까운 공원으로 이동했다. 친구 부인이 재치 있게 술병을 감추어 가면서 한잔씩 제공하고 모두 재미있는 이야기로 떠드니 찻집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 헤어졌다. 모두 작은 약속이 있어도 포기하고 자리를 끝까지 지켜준 친구 가족들이다. 각자 갈 길을 가면서 한 친구는 없던 약속을 핑계로 자기 부인을 먼저 집에 보내고 서울역까지 마중해 준다. 하루 만에 서울 다녀오는 일은 힘이 든다. 그러나 좋은 친구와 만나 재미있게 놀다 오면 힘이 들어도 기분이 좋아 힘든 줄 모른다. 나만 기분 좋은가 생각했는데 친구 단톡이 어지럽게 도배한다. 자기의 솔직한 마음을 적어 올리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마음이다. 7월에 서울서 결혼식이 또 있다고 한다. 벌써 설렌다. 향기는 소리소문없이 마음으로 퍼진다. 

                                            2024.4.1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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