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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Apr 22. 2024

업(業)

담임이 소라를 툭 치면서 안 받고 뭐 하니? 한다.

소라는 멋쩍게 돈을 받으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한다.

시간을 맞추어 마산 대우 백화점 앞 커피점으로 장미를 사 들고 갔다.

엄마라는 사람이 먼저 와 있었다. 

소라와 너무 닮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담임이 준 돈으로 산 장미 10송이를 엄마에게 내밀었다.

엄마가 머뭇거리며 장미꽃을 받더니 ”네가 소라지“ 한다.

소라는 주스 한잔 엄마는 커피 한잔을 놓고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먼저 말을 시작한다.

”아빠는 잘 계시고 할머니는 잘해 주시니?“

소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버지는 행방을 모르고 할머니는 매일 술에 절어 살고 동생은 합숙소에 갔다고 이야기한다,

소라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왜 우리를 버렸어.“

엄마는 아이를 버리고 간 것이 아니라 시집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소라 엄마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자신의 과거를 하나 남김없이 이야기한다.     

 거제에서 고3 10월경에 아버지의 심한 꾸지람을 듣고 가출하여 무작정 마산으로 버스를 타고 와서 돝섬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너희 아버지 강규선을 만났다. 가출을 준비하여 돈을 모으고 알찬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가출이라 나에게는 돈이 없었단다. 날이 어두워지자 저녁과 잠자리를 걱정해야 했단다. 아무리 남쪽이라도 10월에는 저녁이 쌀쌀하여 아무 데나 잘 수가 없잖아? 그래서 처음 만난 규선이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단다. 

그렇게 자신의 기구한 삶, 20대 초반의 생활 모습을 전부 이야기했다.

소라가 간추린 엄마의 가출 후의 삶의 모습이다.     

 둘은 함께 저녁 먹고 술 먹고 잠자리도 함께했다. 중3 때 아는 오빠와 우연히 멋모르고 같이 잔 경험이 있었기에 규선과 같이 잠자리하는 것이 별로 두렵지는 않았다. 낮에는 규선이가 다니는 전문학교도 가고 마산 시내도 돌아다니다가 밤이면 규선이를 만나 같이 잠을 자다가 3일쯤에는 규선이도 돈이 떨어져 여관에도 갈 여유가 없어 거제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집에 가서는 아버지에게 죽을 만큼 매질도 당했다. 또 가출하려고 생각하다가 졸업이나 하고 취직하여 집을 벗어나려고 마음먹고 꾹 참았다. 대학은 꿈도 못 꿀 형편이니 말이다.      

 미순이 가출하여 돝섬에서 만난 규선은 전문학교 「방사선과」에 다녔다. 그냥 돝섬에서 우연히 만난 초라한 여학생이 불쌍해 보여 밥 사 주었는데 잠자리까지 함께한 것이다. 사흘을 연애한 규선은 미순을 완전히 잊었다. 그냥 떠돌아다니는 여자 정도로 생각하고 자기 욕구를 채우는 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미순이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겨울 방학이 임박하여 생리가 없어서 이상히 여겨 병원 갔더니 임신이라고 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다 하는 입 덫도 없이 아이는 배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규선은 전문학교를 졸업하고는 바로 개인병원에 취직했다. 미순은 임신의 표시가 거의 나지 않은 배로 졸업하였지만, 규선은 미순이 임신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대학 갈 수 있는 처지가 안 된 미순은 졸업 후 마트에 계산원으로 취직하였다. 일을 마치고 밤마다 피곤하여 잠에 곯아떨어진 미순이다. 4월이 되자 약간의 배가 부른 표시가 있었다. 그날 아침 미선은 가족이 아무도 모르게 편지 한 장 달랑 놓고 집을 나왔다. 다른 큰 도시에 취직하러 간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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