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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May 08. 2024

(하모니)영화 본 소감.

(하모니)영화 본 소감.     

 우리 딸이 영화표 1매를 가져왔다. 자기가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는다고 나에게 주면서 엄마하고 같이 가시라고 한다. 1년에 몇 편 보는 영화인지라 전문성이나 흥미성이 적은지라,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를 탐색하여 기획된 영화를 관람해야 옳음에도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는 그 시간에 맞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나의 영화 보는 스타일이니 영화에 엄청 무지하다 하겠다. 무지한 가운데도 나름대로 고집이 있는데 외국 영화 ‘007시리즈’는 순서대로 보고 연구하다시피 하였고, 내가 좋아하는 유명 배우가 출현하는 영화는 다 섭렵하다시피 한 것이 나의 영화에 대한 편견이다.      

 2010년 영화계를 휩쓸고 있는 3D영화 ‘아바타’가 대세인데 시간이 맞지 않아 ‘하모니’를 관람하기로 했다. 자식들이 잘 보고 오라고 격려하는데 내가 애들 엄마를 비난했다. 영화관에 가서 쓸데없이 팝콘이나 먹으며 돈 쓰려고 한다고 했더니 어떻게 들었는지 아내가 발끈한다. 우여곡절 끝에 롯데 시네마에 1시에 상영하는 영화표 1매를 더 구매하여 상영실에 입장하니 중학생 또래의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12세 관람 가능 영화였다.     

 영화의 첫 장면은 홍정혜(김윤진)의 출산 장면부터 나온다. 그리고 1년 뒤 청주 교도소 내에서 민호의 돌잔치 장면부터 영화는 진행되었다. 바람피우는 남편과 내연녀를 차로 돌진하여 죽게 하고 사형수가 된 피아노 교수님(나문희), 포로 레슬러 출신, 저녁 무대 가수로 수입이 적어 자식을 위해 사채를 쓰다가 감방 온 지화자(장수영) 그리고 고아로 자라나 결혼하였으나 의처증의 남편을 죽인 홍정혜 그의 아들 민호 그리고 이 방 간수인 공나영이 펼치는 아기자기한 행동이 하모니라 착각할 정도다. 어느 교도소 영화처럼 욕하고 싸움하고 탈출하고 교도소장의 비행을 파헤치거나 죄수와 교도관의 갈등은 다른 영화와는 사뭇 다르게 청주 교도소의 소장과 죄수의 소통도 원활하고 교도관과 죄수 간에도 소통이 아주 잘 되는 영화로 감방의 풍경이 어느 평범한 자취방처럼 연출되었다. 간혹 여자 죄수의 욕설과 불협화음이 몇 장면을 캡처하고 교도관 방 과장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민민한 영화의 매운 양념으로 매우 훌륭했다.     

 홍정혜의 소청으로 합창단이 만들어졌고 전직 피아노 선생님 김문옥이 지휘를 맡았으며, 반주는 교도관 공나영이 맡았는데 처음에는 노래 실력이 형편없자 문제 많은 강유미라는 성악가 출신을 투입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노래가 아니라 다구다성(多口多聲)으로 합창단을 창단하여 연습하고 발전되는 과정이 너무 단조로운 이야기 전개가 이어짐이 약간의 흠이라면 흠이었다. 6개월간 연습 후에 좋은 평을 받았고 홍정혜는 민호가 18개월이 되자 법적으로 입양으로 이어졌고 슬픔을 노래로 승화시키는 장면에 가슴이 저미어왔다. 합창단의 실력이 좋아져 4년 후에 교도소장이 교도소 밖 공연을 지시했고 언론에 소개되면서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서울에서 합창 경연이 있는데 특별공연을 하게 되었으며 이 장소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절도라는 사건을 집어넣어 청주 교도소의 교도관 방 과장(장영남)의 반전을 꾀하였다. 나쁜 교도관의 방 과장이 인간적인 면모로 다시 교도관과 죄수의 하모니가 이어졌다.     

 우연의 일치인지 민호가 자라 어린이 합창단으로 참여하여 홍정혜와 마주쳤으나, 그냥 스치는 장면에 가슴이 아련하고, 김문옥은 반목으로 이어지던 가족과의 화해라는 전개는 너무 갑작스럽게 이루어져 영화의 반전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합창단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형수 김문옥이 마지막에는 사형 집행하러 가는 뒷모습에 ‘하얀 찔레꽃’이란 OST를 넣어 보는 이의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60~70년대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가족 이별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작하여 가족 간의 헤어짐을 설정하여 관전하는 사람의 손수건을 적시는 전형적인 통속적인 영화이다. 그러나 말하지 못할 아픔을 품고 들어온 교도소에서 각자의 특성을 살려 음악으로 아픔을 치유하는 영화는 새로운 교도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     

 제목만 보아도 영화 전개를 상상할 수 있는 영화임에도 영화가 끝난 후 영화관에는 어린 학생과 젊은 층이 쉽게 영화관을 떠나지 못하고 훌쩍임을 볼 수 있었다. 감동을 주는 영화인 모양이다. 김윤진의 세련된 연기가 돋보였으며 나문희의 캐릭터에서 우러나오는 절제된 연기는 평범한 영화를 비범한 영화를 만드는 장본인 역할을 한 것 같다. 오래만 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영화 한 편으로 인간의 희망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2010년 1월 30일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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