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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Dec 07. 2023

습관

습관(習慣, habit, custom)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을 습관 또는 버릇이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을 두고 보면 초창기의 버릇이나 습관이 평생으로 이어져 운명이 되기에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가정교육을 엄격히 실시하였다. 특히 조선 시대 사대부 집안에서는 식사 예절부터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하였고 행동거지는 구용(九容)을 기준으로 선비로서 품위를 유지하게 습관을 길러왔다. 현대는 가정교육에 집중하기 어려워 기본적인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 행동은 유치원 교육에 맡기고, 대부분의 교육이 인격교육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기능 교육에 치중함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조기 영어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주변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행동이 습관의 시초가 되었으리라. 습관이 공동체적 공통점이 형성되면서 공동체 질서를 위해 강제성을 지니게 되었고 역사성을 지니게 되면 문화가 형성된다. 문화를 답습하고 교육함으로 그 종족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며 행위의 습관도 종족마다 특수하게 형성되었다. 인류가 집단생활이 시작되면서 인문학적 문화가 발전하고 같은 종족이라도 우열을 가리기 위해 그 집단만의 품격을 높이려고 노력하면서 습관이나 버릇이 차별화, 다양화, 개별화가 된다. 정보화가 원활하지 못한 시기에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음식이나 놀이 문화가 형성되고 가문에서는 가풍이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풍이 일반적인 음식과 제례, 손님 접대, 양가의 혼인에 필요한 정신적 공통점의 바탕이 되었다. 어쩌면 모든 인간관계의 평가 기준이 되었기에 가풍에서 형성된 행동거지의 습관이 매우 중시되었다.      

 좋은 습관이란 어떤 것일까? 동, 서양을 막론하고 인간관계에서의 품격 있는 행동이 좋은 습관이라면 현대는 목표를 정해 달성하려는 노력이 좋은 습관이라 할 수 있다. 좋은 습관은 시대를 초월하여 개인의 인격 완성과 자아실현을 목표로 세워 실천 방법으로 반칙 없는 성실한 태도가 좋은 습관이다.     

 좋은 습관을 형성하기 왜 어려울까? 좋은 습관은 편리함보다 절제가 동반되기 때문일 것이다. 뼈를 깎는 아픔이 수반되어야 좋은 습관이 형성되고 실패를 거듭해야 바른 자세의 습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이 바르게 걷기 위해 유아부터 반복하는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이다, 편리함을 쉽게 습득하는 인간의 버릇 때문에 습관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청소를 깨끗하게 하는 습관보다는 편하게 살다가 한꺼번에 청소하거나 하지 않은 것이 편하다. 이런 것이 습관이 되면 가족에게 피해를 주거나 아니면 지저분하게 살아야 한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이 있다.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는 표현이다. 자신의 일상생활 중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려고 작심(作心)한다. 대표적인 것이 금연(禁煙)이다. 보통 새해나 연초에 금연을 결심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금연하지 못한다. 그래서 작심은 하지만 종결을 짓지 못한다. 사람이 편리함을 추구하기에 잘못된 습관이란 것을 잘 알지만, 쉽게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 결핍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나쁜 습관을 지속하면 인간적 대접과 자신의 불행을 동반하기에 방치할 수는 없다.      

인도의 지도자인 간디는 생각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 되고 행동이 습관 되고 습관이 운명이 된다’라고 설파하였다. 인생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자신의 의지에 의존하기보다는 습관적 행동을 유발하는 곁가지를 제거하고,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삶을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끄는 습관은 특정 행위를 수행한 후에만 하도록 설계하고, 좋은 습관을 만드는 장치들을 생활 곳곳에 심어야 한다.     

 내가 교사이기에 학생의 행위 습관이나 공부 습관을 바꾸는 방법으로 ‘화두(話頭) 교육’을 많이 사용한다. 화두 교육이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우선 학생에게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이 필요함을 화두로 던져주고 바뀔 때까지 기다려주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부모나 선생님들의 잘못된 생각이 많이 있다. 부모나 선생님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학생에게 요구하면 단번에 바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기실 학생들도 새로운 습관을 정착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생의 개인차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짧게는 21일 길게는 6개월 이상이 필요한 학생도 있다. 화두만 던져주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칭찬이란 양념으로 자극을 주면서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각하는 학생에게 말로 “지각하지 말자”라고 한다고 바뀌지는 않는다. 비인격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일시적으로 습관을 바꿀 수 있지만, 자신의 습관으로 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신의 의지로 관념을 완전히 바꾸어 습관으로 정착되어야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각도 자신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굳이 지각의 부정적 설명을 필요 없다. 지각하지 않으면 너도 좋고 선생님도 좋다며 습관을 고쳐 보자고 제시하고 칭찬을 가미했다. 지각하지 않는 날 포옹해 주며 칭찬해 준다. 한 달 뒤부터 1년간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마다 잠을 즐기는 학생에게 이런 방법을 실천하여 1년 내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즉 마음이 움직이고 신념이 형성되어야 행동도 바뀌고 습관도 바뀐다.     

                                2022. 4. 15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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