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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Dec 11. 2023

고전의 지혜

고전의 지혜

(장자 외편 천지(天地) 11편)


 나른한 오후다. 화사한 가을 햇살이 창틈으로 몰려와 내 어깨를 비추니 밤새 설친 잠 덕분인지 졸음이 몰려온다. 학교에서 가장 연장자라 누구하고 이야기를 불쑥불쑥 하기 힘이 든다. 상대가 나를 무시해서라기보다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꼰대 라테’라는 말을 혹시 들을까? 스스로 조심하기 때문이다.

 평소 얌전하고 부지런하고 학교 일을 열심히 하는 젊은 여선생님이 있어 딸같이 대해주고 귀여워해 주는 선생님이 있어 잠시 이야기했다. 우리 딸보다는 2~3살이 많고 시집가서 3살 된 딸이 있는 선생님이다. 딸을 대구에 있는 시어머니에게 맡겨두고 맞벌이한다. 나는 내 경험에 비추어 맞벌이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하면 좋다며 어머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다면서 당분간 학교 담임을 빠지고 아이 육아에 열중하라고 권유한다. 이해는 하지만 쉽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힘이 드는 모양이다. 갑자기 내가 전형적인 ‘꼰대 라테’ 모습이 되었다.     

 시대에 따라 부모의 역할도 바뀐다. 부모가 자식에 대한 사랑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존속하지만,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신분 귀천에 따라 아이 기르는 방법이 달랐을 것이고. 1950년대 ‘베이비붐 세대(Baby Boom)’에는 나라 자체가 가난하여 힘들게 생명을 연장했고 각자의 능력에 따라 공부했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시기였다.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들이 자식을 낳아서는 교육에 매진한다. 주로 1980년대 전후부터 출생한 아이들이다. 1960년대부터 가족계획협회에서 산아 제한 정책을 시행하여 자식들이 1~2명이기에 전심전력으로 교육에 매진했다. 좋은 학교 나오면 그만큼 사회적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들이 낳은 자식들이 성인이 되자 사고(思考)가 확 바뀐다. 굳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결혼하여 사랑하다가 애를 낳지만 키우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누가 키워주면 몇 명이라도 낳겠는데 키우기 힘들어 많이 낳기 힘이 든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결혼 조건이 어려워 결혼을 포기하고, 귀찮은 사람을 상대하기 힘들어 결혼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중간 세대(Baby Boom)’ 이후부터 맞벌이가 많다. 전문직을 가진 사람도 많고 아이들을 한, 두 명 키우다 보니 경제적 여건이 좋은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기 어려웠다.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편리한 삶이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러니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나는 맞벌이를 하지 않은 것을 최고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모가 교육하는 대로 아이들이 커 주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의 정서불안을 정서 안정으로 키웠다든가 인성적인 면에서 남을 배려하고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도록 한 것은 아니다 하더라도 커 가는 과정에서 불안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시대에 형제자매가 6~7명이라도 성격이나 하는 행동이 모두 다른 것을 보면 부모 교육이나 가정교육이 무색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미묘한 차이지만 홀벌이로 엄마가 애들 교육을 전담한 집안의 아이들이 맞벌이하는 집안의 아이들보다 정서적 안정이나 인성적인 면이 타인을 배려하려는 태도가 더 좋다는 것을 본다. 미세하지만 맞벌이 부모 밑에 자란 아이들이 독단적 사고나 이기적인 버릇이 더러 있음을 비교해 본다. 나의 편견이 개입되었다고 하여도 변명하지 않겠다. 그래서 ‘베이비 붐 세대(Baby Boom)’ 들이 놓친 것이 있다. 경제적 발달에 따른 풍족함과 편리함의 그늘을 자식에게 반성하는 지혜 없이 고스란히 물려준 꼴이 된 것이다. 인간의 본능 중 가장 큰 본능이 종족 보존인데 종족 보존을 아주 소홀히 한다는 점이다.      

 장자 외편 천지(天地) 11편에 내용의 핵심을 축약하면 “내가 우리 선생님께 듣기로는 기계를 가진 자는 반드시 기계를 쓸 일이 생기게 되고, 기계를 쓸 일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기계에 대해 마음을 쓸 일이 있게 되고, 기계에 대한 마음 쓰임이 가슴에 차 있으면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고,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면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하게 되고,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한 사람에게는 도가 깃들지 않게 된다고 했습니다. 나는 기계의 쓰임을 알지 못해서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편리함과 풍요로움은 누구나 추구하는 것이지만 어느 정도 넘치면 그것이 해(害)가 됨을 경고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국가의 정책을 잘 따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코로나-19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것이 K-방역이다. K-방역이 무엇인가? 국가의 지침을 국민이 잘 따라 주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생업을 포기할 정도의 국가 지침에도 자영업자들은 지침대로 시행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으로는 생활하는데 살기가 힘들어도 국가가 시키니 따라 하는 것이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국가가 지시해도 따르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하지 않아 접종자에게 많은 혜택을 내 걸어도 상당수가 거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극히 일부 국민을 제외하고는 백신 접종을 앞다투어 맞는다.      

 대한민국 하면 교육을 빼놓을 수가 없다. 빈약한 지하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수출입국으로 성장하는데 교육이 일익을 담당했다. 청소년의 85% 이상이 대졸임을 고려하면 세계적인 교육열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교과서적 민주주의를 가장 빨리 적응시킨 나라가 우리나라라 말할 수 있다. 한글의 우수성과 국민의 교육열이 합하면 고전의 지혜를 국민에게 알리는 길은 어렵지 않다. 정보 산업사회에 기술교육을 바탕으로 순수 인문학적 고전 교육을 접목하면 우리나라 종족 유지의 최대 위기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늦지 않다. 국가의 종족보존 지침과 교육 기관의 인간성 본질적인 고전 교육을 병행하여 국민이 편리하고 풍요로움 속에서도 자기의 본성을 잃지 않는 삶을 추구하도록 하자. 다음 세대를 위해 고전의 지혜를 되새기며 더 밝고 투명한 내일을 약속하자.     

                                       2021. 10.20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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