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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Dec 12. 2023

2010년 단상

2010년 단상(斷想)      

  2010년 경인(庚寅)년이다. 나는 우리나라 나이로 50이 되었다. 공자(孔子)의 표현으로는 지천명(知天命)이라 한다. 무엇이 하늘의 뜻인지를 알 때도 되었다, 싶은데 실제로 내가 하늘의 명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 현실이다. 공자는 15살에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배움의 본질을 파악했고 나이 30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뜻(志)이 분명했으며 40에는 30대 자기가 세운 뜻이 실천을 10년 정도 하니 그 의지가 더 확고해졌고 50에는 하늘이 나에게 왜 이런 일을 하여야 하였는지를 알았다고 하는데 기실 나는 아직 교직 21년을 하면서도 하늘의 뜻은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할 일이고 아직은 학생들이 그리 싫어하는 선생님이 아니기에 하루하루 열심히 할 뿐이다.      

 학생들이 그리 싫어하지 않는 근거는 매년 7월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르고 방학되기 마지막 주에는 교사 평가회를 한다. 이 시기에는 주로 수업에 관한 질문을 한다. 무기명으로 하는데 질문 내용이 “1) 1학기 윤리(도덕) 수업 내용에 대해 장, 단점을 쓰시오. 2) 윤리(도덕) 선생님의 수업 방법에 대해 장, 단점을 쓰시오. 3) 선생님의 수업 중 최고로 좋았던 수업과 최고로 나빴던 수업을 예로 들어주세요.라는 질문을 하고 12월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면 한 줄로 평가받는다. “1년 동안 윤리(도덕) 수업받은 느낌을 각자가 느낀 대로 써 주세요. 한다.     

 지금은 교사 평가가 교육부에서 하지만 내가 처음 교직할 때는 교사의 평가가 없던 시기였다. 그때 나는 스스로 학생에게 교사 평가를 받았다. 1학기의 결과는 2학기 수업에 적용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고 2학기 결과는 내 마음속에 담아두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려고 노력하고 좋은 평가는 나의 1년 동안 노력의 결과라고 판단하여 한해의 전리품으로 남겨둔다. 물론 이런 평가가 정확할지는 나도 모른다. 이권(利權)이 없으니, 학생들이 별 관심 없이 좋은 것이 좋다고 그냥 끌쩍거리는지 아니면 정말 마음속에 담아둔 내용을 글로 적었는지는 학생의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교사 평가로 내가 계속 교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하려고 생각한다. 2009년까지는 좋은 쪽의 평가가 95% 정도 나왔다. 모든 문답을 주관식으로 적기에 진실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되어 기분이 아직은 좋다.     

 2010년에는 3학년 학년 부장이라는 중책이 내려졌다. 현재까지 우리 학교는 36년 동안 서울대학교에 한 명의 입학생도 배출하지 못했다. 4년 전에 내가 3학년 학년 부장 시절 서울대학교에 최초로 1차에 합격하고 2차 수능 시험에 한 과목 1문제가 틀려 불합격한 원통한 일이 있고 난 후 2009년에 서울대학교 경영학부에 1명이 합격했다. 학교도 축제지만 지역도 축제 분위기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일이 단발성이면 안 된다고 하여 내년에도 꼭 서울대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12월 중순에 일찌감치 3학년 부장을 내정하여 압박해 오고 있다. 그래서 2010년 1월 2일부터 우수한 학생들을 매일 등교시켜 EBS를 시청하고 자율학습 시키기를 반복하고 있다. 현재 KBS2에 방영하는 “공부의 신”을 연상하면 똑같을 것이다.     

 아직 지천명(知天命)이 되지 않는 것이 이 부분이다. 자기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진학하여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면 행복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것인데 아직도 돈을 인생의 목표로 일찌감치 정하여 진학도 돈벌이의 수단에 의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으니, 큰일이 아닌가? 모든 사람이 일류대학에 진학하면 돈을 많이 벌고 돈이 많으면 편리성과 성취감의 확대로 행복이라는 등식으로 믿고 살아가는데 나는 그 중심에 있으면서도 하늘의 뜻을 모른다니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2010. 1. 13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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