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윤헌 Dec 15. 2023

2011년 수학여행 記

수학여행 記     

1. 2011년 2월 28일(월)

 학교 운영위원회가 2011학년도 전반의 운영을 보고 받고 결정하는 날이다. 2학년 부에서 수학여행에 대해 보고하는데, 나는 체험활동 중심의 6개 주제별로 나누어 수학여행을 대신하겠다고 보고했다. 6개 항목에는 선비 체험, 농사 체험, 느림 체험, 어촌 체험, 산골 체험, 제주도 관광 체험으로 보고 했다.     

2. 2011년 3월 17일(목)

 2학년 학년 회의를 주재했다. 수학여행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담임과 상의했는데 담임 의견이 6개 주제별 여행은 뜻은 좋지만 시행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많이 나온다. 그래도 학생에게 6개 주제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담임들이 부장이 제안하니 따라는 하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고 담임 개인의 부담이 커서 실행이 어렵다는 결론을 마음속으로 결정한 인상을 받았다.     

3. 2011년 3월 18일(금)

 담임이 집계한 표에 의하면 우리 반 학생 22명이 담임과 함께라면 ’ 느림 체험‘에 손을 들었다. 다른 반 학생과 우리 반 나머지는 대부분이 제주도 관광 체험을 하는 것에 손을 들었다. 교장 선생님께 이 사실을 보고하고 두 개 팀으로 수학여행을 시행하려고 한다고 말씀드리니 학년 부장이 알아서 결정하라고 한다. 담임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자 부장 없는 제주도 관광 체험은 할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우리 반 22명에게 사과하고 제주도에 동참하라고 하니 괜찮다고 한다.     

4. 2011년 4월 2일(토)

 평소 우리 학교와 수학여행을 많이 가던 여행사 관계자가 4월 25일 여행하려던 학교가 취소되었다고 우리 학교가 수학여행 가면 안 되느냐고 한다. 깊은 생각 없이 시일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면 여행비를 많이 삭감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나중에 했다.     

5. 2011년 5월 19일(목)

 학교 부장 회의에서 1학년 수련 활동이 10월 17일에서 19일까지 2박 3일 동안 남해에서 시행한다고 1학년 부장이 이야기하자 2학년 수학여행도 이 시기에 가서 가을 소풍이란 행사를 줄이자는 의견이 나왔다. 갑론을박하다가 수학여행을 10월 17일에서 20일까지 3박 4일 동안 실시하기로 부장 회의에서 잠정적으로 결정하고 행정실에서 공개 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6. 2011년 6월 8일(금)

 모 여행사에서 비행기 표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170명 정도 예약하는데, 월요일에 가면 두 팀으로 나누어서 가야 하고 일요일에 출발하면 한 번에 갈 수 있고 비행기 표 비용도 20% 삭감된다고 한다. 긴급히 담임과 상의하고 교감, 교장에게 보고하여 일요일 출발하기로 했다. 한 명당 약 2만 8천 원이 절약되니 전교생 150명 간다고 하면 4백4십여만 원이 절약되었다. 문제는 종교인이다. 일요일 예배를 해야 하는데 수학여행을 간다고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 (수학여행 공식 발표 후에)      

7. 2011년 7월 13일

 행정실에서 공개 입찰했다. 28개 여행사가 입찰에 참여하였는데 창원시에 사무실을 둔 하 0으로 여행사가 입찰에 성공했다. 항공료를 예약해 준 서 0 여행사는 30만 원 정도 차이로 실패했다. 경쟁 사회라 어쩔 수 없지만 비행기 표를 예약해 준 여행사에 미안함을 느낀다.     

8. 2011년 8월 17일

 2011년 8월 17일에서 18일 양일간 수학여행 사전 답사를 가기로 했다. 교감과 여행사와 의견이 맞지 않아 사전 답사가 취소되었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교감의 얕은 속셈이 보여 기분이 나쁘다.     

9. 2011년 9월 28일

 학년 부장 혼자 사전 답사 가야 했다. 제주도에서 현지 여행사 관계자가 나오기로 했는데 바쁘다면서 택시 한 대를 보내준다. 숙소로 가서 방 몇 개를 꼼꼼히 점검하고 학생들 지도를 어떻게 할까? 생각을 노트에 적었다. 점심 식사를 예약한 「팽나무 식당」 소인국 테마 공원 앞에 「한 식당」을 차례로 방문하고 신진교통에도 5년 이내의 차량을 점검하고 왔다. 아침 7시 50분 집 출발하여 밤 10시에 집에 도착했다. 라면 하나 끓여 먹었다. 힘든 하루다.     

10. 2011년 10월 5일(수)

 학생 158명이 수학 여행비를 완납했다. 처음에는 156명으로 잡았는데 두 명이 전학생이 있어 158명이다. 돈이 없어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학생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은 추석 때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충당하였고 우리 반 학생은 우리 반 학생이 5,000원에서 많게는 5만 원을 쾌척하였고 가끔 지각이나 흡연으로 적발된 학생의 벌금과 담임이 나머지 액수를 채워 수학 여행비를 충당하였다.     

11. 2011년 10월 15일(토)

 4교시에 강당에서 수학여행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최근 학교에서 특별 감사가 있어 선생님도 많이 지친 상태다. 지금까지 수학여행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주의 사항을 전달하는데 대부분이 협박성이다. 학생들에게 미안함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내가 많이 힘이 드니 좀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고성군 하이면에 사는 김하늘이란 학생이 토요일 저녁에 이의용이란 학생 집에 자고 아침에 와야 수학여행을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저녁 8시쯤 전화하니 아직 못 만났다고 한다. 만일에 대비하여 역도부 숙소에 재워주라고 코치에게 전화하여서 허락받았는데 하늘이가 전화가 와서 같은 동네 사는 다른 친구 한윤이를 만났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직 시골이라 인심이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다.     

12. 2011년 10월 16일(일)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와 학교에 도착하니 7시 15분이다. 8시 출발 예정이니 시간에 여유가 있다. 2반에 임정호 학생도 이 시간에 도착한다. 교무실에서 워키토키와 카메라를 챙겨 주차장으로 가니 학생 숫자가 늘어나고 버스도 4대가 도착했다. 8시 정각이 되자 2명의 학생이 없다. 3반에 학생은 수학여행 가기 싫다고 하여 아버지가 설득 중이라고 전화가 왔다. 우리 반에 상목이는 차를 타고 오고 있다고 한다. 3반 여학생은 김해 공항으로 바로 오라고 하고 교장 선생님의 당부 말씀을 경청하고 차에 타니 상목이도 도착했다. 출발이다. 3반 여학생도 김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학생이 많이 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니 점심을 책임진 김민상 학생이 햄버거를 한 상자 운반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용두암으로 갔다. 예정에 없는 곳인데 시간적 여유가 있어 추가하기로 했다. 한라수목원에 점심을 먹었다. 김밥을 가지고 온 학생도 있고 2반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다른 반은 햄버거로 점심을 먹는다. 민상이는 담임이라고 통닭도 추가하여 담임의 점심으로 준다. 매우 고맙다. 오후에는 신비의 도로를 체험하고 절물 휴양림에 갔다. 노송나무가 울창한 절물 휴양림의 공기는 매우 좋다. 절 물은 절에서 나온 물이라 뜻이란다. 그리고 간 곳이 승마 체험이다. 1인당 12,000원씩 회비를 낸 승마 체험인데 모두 엄청나게 좋아한다. 내가 14년 전에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우리 반만 2시간 늦게 출발하는 관계로 승마 체험을 했는데 학생들이 무서워 못 탄다고 하여 시범적으로 내가 말을 타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었다는 생각 때문에 승마 체험을 시행했다.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겁이 많은 여학생이 타지 않는 표는 거두어 더 타고 싶은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니 한 장 더 받은 학생들은 로또 복권에 당첨된 사람만큼이나 좋아한다. 승마 체험을 마치고 발레 리조트 숙소로 갔다. 방 배정하기 전에 소지품 검사를 하자고 한다. 나는 반대하고 싶은 입장이다.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4반 5반 남학생이 이번 수학여행은 술을 먹지 않는 수학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몇 명의 가방을 보고는 숙소로 가도록 했다. 방도 깨끗하고 바닷가라 공기도 매우 좋다. 7시에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가 매우 만족은 아니지만, 불만족은 아니었다. 그런대로 무난한 밥상이다. 11시까지 자유 시간이고 12시부터는 취침이라고 학생에게 전달했다. 첫날부터 학생들이 규칙을 잘 지키고 선생님의 지시를 잘 따른다. 나는 12시쯤 학생 방에 소등을 통보하고 잠시 입구 소파에서 앉아서 졸았다. 눈을 뜨니 3시다. 6시에 기상을 시키려고 방에 가보니 여학생은 벌써 다 씻고 머리 말리고 있고 남학생들도 대부분 일어나 있었다. 참 착한 학생이다. 종전의 수학여행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13. 2011년 10월 17일(월)

 예정된 시간표대로 8시에 여행을 시작했다. 시간을 잘 지켜 주는 학생들이 더없이 고맙다. 여행 2일 차는 성산 일출봉부터 시작한다. 세계 문화 유산지라 외국인 특히 중국인이 많았다. 만리장성으로 착각할 정도로 중국인이 많다. 주차장에서 우리 반 학생과 인천에 소재한 공고학생과 주먹다짐 직전까지 간 모양이다. 2년 전에 에버랜드에서 사고가 생각난다. 우리 반 학생을 불러 자초지종 알아보니 그 학생들이 욕을 한다는 것이다. 난감한 것은 그 학교와 우리 학교 여행 일정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섭지코지에 갔다. 인천의 공고학생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뒤쪽 주차장을 이용한다. 점심은 성읍민속마을에 제주 돼지를 먹는 날이다. 나는 제주 특산물이라 먹으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 고기만 주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식사 후 일출랜드로 갔는데 여행객이 너무 많아 단체 사진을 포기했다. 일출랜드의 분수대 앞에서 우리 반 학생들이 추억 만들기에 한창이다. 분수를 지나 누가 옷을 적게 적셨나? 내기이다. 신선해 보인다. 천지연 폭포에서 단체 사진 촬영하고 올레길로 갔다. 약 1시간 정도 걷는 길인데 바다의 풍경이 좋은 길이다. 마산 저도의 비치 로드 길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주상절리로 갔다. 주상절리는 8년 전쯤 태풍이 지나간 후 주상절리에 갔을 때 파도와 햇볕으로 무지개가 보이던 풍경이 보이지 않아 약간 섭섭하다. 학생들은 하루 일정이 너무 바쁘다며 숙소로 가자고 한다. 숙소로 도착하여 밤을 걱정했지만 착한 2학년 학생은 규칙대로 11시쯤 되니 스스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일부 학생은 추억을 만들려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지만 대체로 양호했다.     

14. 2011년 10월 18일(화)

오늘도 8시 출발인데 우리 반 학생 5명이 5분 늦게 나왔다. 5분 늦게 출발한 일정은 윗세오름의 등산길이다. 나는 제주 한라산의 정상은 몇 번 가보았지만, 윗세오름은 처음이다. 학년 부장으로 다리 부상한 여학생 1명만 차에 남기고 전부 등반길에 올랐다. 맨 뒤쪽에서 출발하여 윗세오름까지 가는데 많은 학생이 뒤로 쳐진다. 영실에서 병풍바위와 주변 단풍은 정말 멋진 풍경이다. 윗세오름 1Km 앞에 두고 철수했다. 앞서가던 사람이 철수한다고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11시쯤 되자 밑에서 70명 정도가 있다고 연락이 와서 차로 이동하라고 부탁하고 급하게 내려왔다. 영실 주차장에서 목이 말라 캔 맥주 1병을 사서 한 모금 마셨다. 안주가 필요하다. 이창배 학생에게 옆에서 포테이토 칩을 먹고 있는 외국인에게 안주를 얻어 달라고 하니 영어로 이야기하여 3개를 얻어다 주었다. 마침 내려오던 지 선생님에게 맥주 한 모금하라고 주니 반 병이 넘는 맥주를 단번에 마신다. 아까워라. 등반을 무사히 마치고 점심 식사는 한식뷔페로 갔다. 배가 고팠는지 모두 잘 먹는다. 그리고 만족해한다. 오후 일정은 용머리 해안이다. 하멜의 배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송악산으로 갔다. 송악산 잔디밭에서 학생들과 단체 사진도 찍고 장난을 치면서 즐겁게 지냈다. 오설록에서는 기념품도 구매하고 협재 해수욕장으로 갔다. 저녁 시간에 해가 바닷속으로 풍덩 빠지는 시간이다. 우리 반 학생들이 내기하더니 몇 명이 갑자기 바닷물에 입수한다. 순식간이다. 나는 걱정이다. 감기 걸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다. 그래도 추억 만들기에는 충분한 이벤트다.

 저녁 식사 후 2학년 전체가 모여 반별 장기 자랑하는 시간으로 예정되어 있다. 나는 많이 긴장했다. 재미없으면 학생들 통제가 힘들기 때문이다. 사회자인 손준호 학생의 자연스러운 사회와 노래 부르는 학생들에게 박수와 환호로 호응을 잘해 주는 관중 때문에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기분이 좋다. 교감이 기분이 좋은지 맛있는 회를 시켜 간식하자고 한다. 학생들 장기 자랑이 너무 재미가 있어 교감의 초대에 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는데 참 난감하다. 얼른 갔다가 종회를 해 주려고 공연장으로 갔다.

 마지막이라 1시까지는 자유 시간을 주었다. 그런데 등반 때문에 피곤한지 별로 움직임이 없다. 1시에 불을 끄자고 보니 몇 개방에만 불이 있다. 그냥 놔두고 소파에서 잠깐 졸다가 눈을 뜨니 방에 모두 불이 꺼져있다.     

15. 2011년 10월 19일(수)

마지막이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발했다. 선물 가게에 가기 위해서다. 선생님과 협의 없이 학생들의 요구 때문에 결정한 일인데 내가 성급한 결정이란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선물을 많이 구매한다. 자연사 박물관을 관람하고 제주 공항에서 10시 30분 출발했다. 면세점에서 거금 58,000원짜리 선크림 하나를 아내의 선물로 샀다. 학교 도착한 시간이 1시다. 무사히 수학여행을 마친 소감이 기분이 좋다. 2학년 학생이 너무 착하다. 고마워 사랑한다. 2학년아…….


                                 2011. 10. 20 憲     

작가의 이전글 소등식(消燈式)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