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葛藤, conflict)

갈등(葛藤, conflict)

 인생에서 삶 자체가 모든 일을 선택해야 하듯 선택에는 수없이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현명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갈등을 최소화하여 해결하는 사람이고 보통 사람은 갈등을 키워 궁즉통(窮卽通)으로 해결하고 못난 사람은 갈등을 키워 놓고도 해결할 수 없어 방치(放置)하던가, 문제 해결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다. 불완전한 인간이라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어느 곳이든 있게 마련이고 그 갈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면서 깊이 고민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실존적 모습이라 믿고 싶다. 어쩌면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갈등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갈등의 원인을 살펴보고 갈등을 최소화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탐구해 보자.     

 갈등(葛藤, conflict)을 어원적으로 분석해 보면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칡과 등나무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지나 처지, 이해관계 따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킴을 이르는 말로 사용된다. 개인의 정서(情緖)나 동기(動機)가 다른 정서나 동기와 모순되어 그 표현이 저지되는 현상으로, 인간의 정신생활을 혼란하게 하고 내적 조화를 파괴하여 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명 생활은 정서의 표현을 제한하고, 충동의 만족을 제약(制約)한다. 원시 단계에서는 격분 끝에, 또는 두려운 나머지 적을 죽이는 일은 극히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렇게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는 법과 윤리, 인정에 얽혀있어 결단을 내리는데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살아간다. 삶이란 바로 갈등에 대한 투쟁이다.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보다는 갈등에서 나의 이익을 최대화하려 하기에 고통과 아픔이 더 커진다.     

〈S. 프로이트는 리비도(libido), 곧 넓은 의미의 성욕(性慾)은 사회의 풍습과 충돌하고 모순되므로 그 만족이 억압되어 무의식의 세계로 밀려나는 일이 많아 여러 가지 방위기제(防衛機制)나 신경쇠약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오히려 K. 레빈의 심리학적 차원에서 고찰하는 것이 보통이다. 레빈에 따르면, 갈등은 다음의 세 가지 경우에 일어난다. 

① 두 개의 플러스의 유의성(誘意性:끌어당기는 힘)이 거의 같은 세기로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 즉 다 같이 매력 있는 목표가 있는데, 어느 쪽을 택하면 좋을지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도시(圖示)하면 ‘＋ ← 사람 → ＋’이다. 예컨대, 여성이 결혼과 직장 사이에서 진퇴양난이 되어있는 경우이다.

② 두 개의 마이너스의 유의성이 거의 같은 세기로 동시에 작용하는 경우, 즉 ‘－ → 사람 ← －’이다. 앞은 낭떠러지요, 뒤에는 호랑이라는 경우이며, 어느 쪽으로 나아가도 화를 면할 수는 없다.

③ 플러스의 유의성이 동시에 마이너스의 유의성을 수반하는 경우이며, ‘±←→ 사람’으로 나타낼 수 있다. 가령 시험에는 합격하고 싶은데, 공부는 하기 싫다는 등의 경우이다. 이상은 유의성이 둘인 경우인데, 셋 일 때도 있다. [출처] 갈등 | 두산백과〉     

 우리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갈등 양상을 살펴보자. 가장 평화롭고 화목하여야 할 가족이 가장 많은 갈등이 생기는 곳이다. 부부는 각자의 가치관, 사고방식, 느낌, 행동, 살아온 환경의 차이가 있음에도 생활의 역할론에서 명확한 경계선이 없이 무한 책임이 주어져 있기에 곳곳에 갈등이 산재해 있다. 육아와 자녀 교육, 가정 경제 문제, 집안 대소사 문제, 성의 문제, 성격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가장 표본적인 갈등이다. 그 밖에도 남들이 모르는 두 사람만의 고민이 주는 갈등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은 부모가 자녀들의 정확한 파악 없이 일방적 기준점을 높이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자녀의 학업성적 및 진로 문제, 자녀의 생활 습관, 자녀의 교우 문제, 형제자매 간의 우애 문제, 자녀의 요구사항을 일방적인 무시로 오는 갈등이 많다. 가족 간의 갈등은 남들이 보면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오묘하게 미묘하게 갈등이 많은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사회적 갈등은 계층 간의 문제, 노사의 갈등, 종교적 갈등, 지역사회 갈등, 남녀 성차별적 갈등, 인종 간 차별, 공공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갈등은 개인의 도덕성으로 해결될 문제도 있겠지만 정책이나 사회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면 심각한 국론분열이 일어나고 국가 발전이 어려워진다. 국가 간의 갈등은 접경지대의 영토 영유권 분쟁과 문명의 충돌, 종교 간의 갈등, 강대국가 약소국의 힘의 균형 문제, 무역 갈등이 대표적이다. 국가 간의 갈등이나 분쟁은 현실적으로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높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해 보자. 갈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살아 있는 것은 어떤 형태로 갈등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단순함을 추구하고 있다. 가족 간의 갈등 해소는 소통이 우선이다. 상대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주고 양보하고 인정하는 것이 해결의 가장 큰 실마리이다. 그래도 갈등이 커지면 역지사지의 태도와 집안의 가치관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은 최대한 눈높이를 낮추면 낮출수록 갈등의 해결은 쉽다. 사회적 갈등은 개인의 양심이나 윤리적 문제로 해결하기보다는 정책이나 사회제도 개선을 통하거나 최고 책임자의 가치관 설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적 갈등은 양보하기 힘든 것이 많기에 갈등 해결을 위해 절차적 정의를 통한 방법 모색이 가장 필요하다. 절차적 정의가 꼭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수긍하는 완벽한 기준은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갈등은 힘으로 해결함이 우선이고 다음은 감정적인 대응보다 논리적인 대응으로 국제 여론을 몰아가야 한다. 특히 비정부기구들의 활동을 잘 파악하여 논리적 합리적 설득으로 문제 해결해야 하리라.     

 갈등을 최소화하는 모범적 사례를 소개해 본다. 학교에는 일반적으로 모범생, 일반 학생, 문제 학생으로 분류한다. 문제 학생들은 가정의 환경 조건이 나쁘거나 개인의 가치관과 습관이 잘못 형성된 경우가 많다. 그 학생을 이해하고 포근히 안아줄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 학교에 지킴이 아저씨가 있다. 매일 아침 학생의 등교를 반겨주는 분인데 전교생의 이름과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소위 문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애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문제 학생들이 지각생이 많다. 어려운 환경이라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거나 부모가 바빠 등교를 학생에게 맡겨놓은 학생이 많다. 늦게 등교하는 학생에게 떡이나 과자를 나누어 준다. 한 달 차량 지원비 정도 받는 수당으로 간식비를 지출한다. 이유는 늦게 등교하는 학생이 아침을 먹지 못하기에 아침 대용으로 간식을 준다고 한다.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작은 업적 같지만,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숨은 공로자임이 틀림없다. 나중에 졸업하면 선생님보다 지킴이 아저씨가 더 기억나는 사람일 것 같아 벌써 질투가 난다.                                            2020. 08. 15 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