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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Jan 31. 2024

베풂

베풂


 상의(相依)와 화해(和諧)는 동양의 자연관을 대표한다. 상의(相依)는 개개의 사물이 서로 의존해서 존재함을 의미하고 화해(和諧)는 개개의 존재가 서로 간의 균형과 협동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만물의 영장(靈長)이라 자부하는 인간의 삶은 자연이 추구하는 상의와 화해를 뛰어넘는 숭고한 삶이 있어야 할 것이다. 숭고한 삶의 많은 요소 중에 으뜸이 〔베풂〕일 것이다. 베풂은 결과는 같지만, 과정이나 방법에 차이가 있는데 기부(寄附), 봉사 활동, 기증(寄贈), 덕(德) 베풀기, 절제적인 삶으로 구별해 보자. 다양하게 실천하는 베풂이 실생활에 자리매김하면 평안함, 즐거움과 행복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기부(寄附)는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이다. 연말연시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에 기꺼이 참여하는 단체나 개인도 있고 유명 연예인이 큰돈을 기부하여 사회의 선(善)한 영향력 펼치고 익명으로 많은 금액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 평소에는 성공한 기업인이 엄청난 돈을 대학이나 연구소에 기부하고 어렵게 살면서 돈을 모아 대학에 기부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종종 뉴스를 통해 덕담으로 전해진다. 뉴스에는 나오지 않지만 자기의 재능을 기부하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소소한 돈이지만 국제사회 어린이 돕기 기구에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고 동문에서 후배 장학금 모금에도 참여한다. 가까운 곳에 불우한 이웃이 있으면 적은 돈이지만 쾌척하기도 하고 음식 나눔도 한 일이 종종 있다.     

 봉사(奉事) 활동이다. 재능 기부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베풂의 활동이다. 우리나라에선 국가적 재난이 일어나면 많은 국민이 협심하여 재난의 종류와 지역과 상관없이 봉사 활동에 참여한다. 일부 정치인이나 고위직이 사진 찍기 위해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 봉사참여자는 전심전력을 다해 재난 지역의 사람을 돕는다. 돕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여서 참여하는 모습에 가슴이 울컥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도 딸이 고등학교 진학할 당시 봉사 시간을 맞추어 주려고 엄마가 봉사 활동 장소를 찾다가 적십자에 가입하여 매주 토요일 노인 무료 급식에 가서 봉사 활동을 한다. 뜻깊은 일이라 애들이 졸업하고도 15년이 지났지만, 아직 무료 급식에 봉사 활동을 다닌다.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기증(寄贈)은 선물이나 기념으로 남에게 물품을 거저 주는 것으로 기부와 비슷하지만 분류해 보았다. 기증은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면 “김밥 할머니 평생 모은 재산을 불우이웃이나 가난한 학생 장학금으로 기증하였다”로 표현됨을 볼 수 있다. 기증에 또 다른 하나는 장기기증이다. 장기(臟器)는 오로지 사람 몸에서 추출할 수 있기에 장애(障礙)를 가지거나 목숨이 위험한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뇌사자에게 장기를 척출하지만, 일반인은 오랜 관습 때문에 장기기증을 잘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인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宗) 당시 장기기증을 했고 추기경의 선(善)한 삶의 영향력에 많은 사람이 장기기증을 서약한 일이 있었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습이다.     

 베풂에는 물질적이 아니라도 덕(德)을 베푸는 경우가 있다. 덕(德)이란 개념은 어원적으로는 추상적이지만 현실에 적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사람의 수양을 통해 얻어지는 인간 성품을 통칭하여 덕이란 말로 표현되지만, 실생활에서는 ‘덕분(德分)’ 덕택(德澤)‘으로 구체적 일에 대해 표현된다.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전심전력을 다해 정진했다면 미래 사회는 계발보다는 〈복구〉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연환경 훼손한 것을 원상 복구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 어려운 환경에도 이웃과 서로 도우며 협동하고 덕담하던 소통의 시대를 복구시키는 것도 필요하리라. 소통과 대화의 바탕인 신뢰의 덕을 펼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논어에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않다)‘ 이란 명제를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베풂에는 절제(節制)도 한 몫을 차지한다. 절제는 개인의 덕목이지만 개인 덕목을 실천함으로 상대에게 이득이 생겨나면 큰 베풂이기 때문이다. 능력도 뛰어나고, 매우 박식(博識)하고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겸허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부자로 300년을 지속한 ’경주 최부자 집‘ 이야기는 절제가 베풂의 본보기로 되었다. 흉년에 토지 매입하지 않기.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기, 진사 이상 벼슬하지 않기, 비단옷 입지 않기의 절제된 삶의 가풍이 부자로서 지속할 수 있었고 주변 산적에게도 큰소리칠 유일한 부잣집으로 전해 온다.     

 일상적인 삶에서 큰일을 완성하여 행복을 느끼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소소한 일에 만족감과 희열을 느끼는 일이 많으면 좋을 것 같다. 비록 소확행(小確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여운은 오래 가기 때문이다. 필자의 45년 된 친구들이다. 고등학교에서 만나 가꾸어온 우정이다. 매년 정기 모임을 2차례하고 번개 모임은 수시로 한다. 만남은 대부분 부부 동반이다. 그래서 가정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이 모임은 작지만, 물질적 기부와 봉사 활동, 덕 베풀기, 절제를 아주 자연스럽게 한다. 모임을 예고하면 서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질을 기증한다고 발표한다. 우리 고장에 특산품이 있어 그것을 가지고 간다고 한다. 예를 들어 포항에 사는 친구는 겨울이면 과메기를 꼭 챙겨온다. 자식들이 좋은 일이 있으면 식당에서 음식 맛있게 먹고 계산을 조용히 한다. 왜 계산했느냐고 하면 약간 좋은 일이 있어 했다고 한다. 그러면 아내 쪽에서 누가 취직이나 결혼한다는 말이 나온다. 음식 나눔에서도 텃밭에서 갖가지 채소를 장만해 오고 삼겹살을 준비해 오는 친구는 많은 양의 삼겹살을 준비해서 맛있는 삼겹살이라 집에 가서 먹어 보라고 친구 각자에게 한 팩을 준다. 술도 집에 귀한 술이 있으면 가지고 온다. 선물 받은 ’산삼주‘ 고가(高價)의 양주나 포도주도 챙겨오고 지역 막걸리도 챙겨온다. 막상 술은 소주를 마시고 집에 갈 때는 좋아하는 술 나눔을 한다. 덕(德) 베풀기는 대화에서 나온다. 상대의 자랑거리를 먼저 이야기해주면서 상세한 내용을 이야기하도록 한다. 전부 잘 들어주고 자기 이야기도 할 것 있으면 다 한다. 상대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모임이 끝나도 여운이 오래 간다. 절제는 비슷하게 출발한 친구지만 45년이 넘으니 경제적으로 편차가 많이 난다. 없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많아도 으스대지 않는다. 봉사 활동은 모임이 끝날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한다. 한 친구는 방 청소를 깨끗이 하고 나는 싱크대 청소 담당이다. 그래서 모임 마치고 나면 뒤끝이 깨끗하다. 베풂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진다. 베풂의 끝은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집착 없이 남에게 베풀어주는 일)」가 되어야 한다. 내가 베푼 것을 기억하고 집착하면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베풂을 많이 하여 사회를 밝게 만들자.                                                 2023. 7. 7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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