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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Feb 18. 2024

게임에서 얻은 교훈

게임에서 얻은 교훈

                                                    

 우연히 시작한 게임이었다. 아주 단순한 게임으로 게임 규칙에 따라 요구하는 것을 모두 완수하면 한판이 끝나고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게임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게임을 한다. 특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옆에 누워 있는 사람의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아주 조용히 게임을 한다. 그 기간이 3년은 지나간 것 같다. 게임을 하면서 우리 인생과 아주 많이 닮았고 삶에 대한 교훈을 많이 얻어서 이 글을 쓴다.     

 우선 게임 규칙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하여 게임을 진행해야 실수도 적고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 진행자는 게임을 하면서 규칙을 터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초반에 실수를 많이 한다.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에 미래에 대한 삶의 방향을 잘 알 수도 없지만 알려고 하지 않고 살아가면서 실패의 연속 속에서 인생을 채워 나간다. 일본인 문학자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라는 책을 기술했다. 인생의 가장 근본 행위 지침은 유치원에서 배웠고 그 본질대로만 살면 아주 우수한 사회인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그 규칙을 잊고 삶에서 필요한 경험에 따라 가치 판단을 내리고 습관적으로 행동한다. 그래서 연륜이 쌓여야 판단의 실수가 적고 정확도가 높다.     

 게임의 아이템이 많으면 무척 편리하고 게임의 진행도 여유롭다. 우리 삶도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실생활이 편리하고 여유롭다. 여기서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는 경쟁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물론 하루 지나면 6개 아이템이 무작위로 한 개씩 주어지는데 내가 꼭 필요한 아이템을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필요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게임에서 최상위 순위에 진입하여 게임머니를 받거나 실제로 돈을 주어 구매해야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은 하루에 하나씩 주어지는 아이템을 쓰지 않고 모으면 게임 순위는 아주 떨어지지만, 곡간은 가득하다. 그러나 게임이 재미가 없다. 시간 보내기 위한 게임에 불과해진다. 반면 게임 순위경쟁을 벌이면 게임 아이템은 늘 부족하지만, 최우수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으로 게임에 몰입되어 게임에 대한 흥미가 배가된다. 우리 삶도 저축이 많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평소 삶이 무미건조하다. 그냥 저축하는 재미만 있다. 석인성시(惜吝成屎)의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게임 진행에 대한 묘미이다. 똑같은 색깔을 여러 개 모으면 파괴력이 좋아 게임을 쉽게 끝내는 묘미가 있다. 여기서 「마시멜로 이야기」가 적용된다. 눈에 보이는 같은 색의 모형을 쉽게 사용하면 파괴력이 높은 모형을 만들기가 어렵다. 인내력과 절제가 요구되는 게임 진행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욕망에 쉽게 흔들리거나 선택하면 미래의 자기완성을 이루기 어렵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내하며 절제해야 자기 삶에 대한 큰 목표에 달성하는데 좀 더 가까이 가기 쉽다.     

 게임을 하는데 한판, 한판에 얽매이면 조바심으로 본인의 마음이 망가진다.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마음이 안정되고 재미가 있어 행복해진다. 인생은 마라톤이지 100m 달리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순위경쟁에서 몇 판 차이로 순위경쟁에서 밀리면 게임머니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조바심과 초조함으로 속을 태운다. 그러면 게임중독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 삶도 어떤 경쟁이든 쉽게 양보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버려야 한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용기이다. 사람들이 작은 욕심 때문에, 삶에서 감내해야 하는 것이 많다. 습관적으로 작은 욕심을 버리지 못해 큰 이득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쓸데없는 욕심 때문에 자기가 가진 것 다 버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승진을 위해 과몰입하다가 건강을 잃고 가정의 행복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이다. 반대는 속담에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는 격’이다. 우리 삶에서 인생에서 기회는 늘 새롭게 온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고 새로운 기회가 오기에 너무 한 곳에 몰입할 필요가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게임을 열심히 하다 보면 ‘보너스’가 나온다. 보너스의 아이템을 이용하면 게임이 엄청 편하고 쉽게 판을 끝낼 수 있어 순위경쟁에 쉽게 상위로 올라갈 수 있다. 보너스 주어지면, 신명이 나서 정신없이 게임에 몰입한다. 그런데 보너스가 끝나면 게임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 정신이 혼미해진다. 평소 성실하게 정직하게 하던 게임이 정신의 일관성이 붕괴한다. 보너스가 행운이 아니라 독이 된 것이다. 로또 인생이 떠 오른다. 삶을 살다 보면 보너스가 가끔 들어온다. 로또 복권은 아니라도 지인이나 친구나 가족에게 작은 도움을 받는다. 어려울 때 작은 도움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얼마나 큰 독약인지 안다. 우리가 아이들을 양육할 때 부모가 과잉보호하면 성인이 되어서 아주 힘들게 살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게임에서 매우 어려운 판을 만나게 된다.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분석해도 판을 끝낼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 어려운 것도 20번 정도 도전하면 해결이 되는데 아주 많이 도전해도 해결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답은 시간이 해결하거나 게임 관리자가 해결한다. 인디언 기우제처럼 떨어질 때까지 도전하여 해결하던가 게임 관리자가 숨겨 둔 비법에 은혜를 입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삶을 살아가면서 이런 문제에 종종 직면한다. 경제적 여건도 있고 인간관계도 있고 일상생활에도 종종 있다. 얼마 전 딸이 전세(傳貰) 사기에 걸려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딱히 해결해 줄 수 없어 명예퇴직하여 돈을 준다는 생각에 노후를 걱정했는데 처남이 법원에 직접 가서 변호사도 해결 못한 일을 해결하여 문제를 해결한 일이 있다. 인간이 한 일이지만 천지신명이 도운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뛰어난 능력과 아이템이 차고 넘치면 무조건 1등 하지만, 그런 능력의 소유자나 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게임 초창기에 1등 하는 사람은 손이 빠르고 능력이 좋은 어린 아동이라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게 내가 1등을 두 번 정도 하면서 나이가 든 사람도 게임에서 1등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바뀌었다. 젊을 때는 게임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게임 말고도 할 일이 많고 바쁘게 살았기 때문이다. 정년을 앞두고 3학년 수능 시험 이후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점심시간에 틈을 이용하여 조금씩 게임을 하니 1등이 되었다. 결국 누가 시간을 많이 투자하느냐의 문제였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만(萬)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비록 작은 게임이지만 의미를 부여하니 인생의 축소판임을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방법이 우리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자(莊子)는 도(道)가 아주 하찮은 곳에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실감하는 기분이다.      

                                              2024. 2.15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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