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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Feb 20. 2024

돈 10,000원

돈 10,000원     

 ‘무자식이 상팔자’란 속담이 있으나 자식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불쌍하면 위로의 속담을 하였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자식이 있어서 고달프고 힘들 때도 많겠지만 자식이 부모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훨씬 많을 것 같다. 가끔 아이 학비랑 과외비가 많을 때는 힘들다고 푸념도 하지만 매일매일 웃는 모습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돈으로 비유할 수 없을 것 같다. 많은 돈을 들여서 여행해도 이만큼 지속적인 행복은 없을 것 같고 취미생활에 공들여 보지만 그것은 할 때의 잠시뿐이지 자식이 나에게 주는 포만감, 만족감, 행복감보다는 확실히 적을 것 같다. 자식이 더 커서 사회생활을 하고 혼인하여 손자까지 안겨준다면 더 큰 기쁨이 있겠지만 지금의 고등학생인 딸과 중학생 아들이 주는 혜택도 받기에 버거운 것이 확실하다.     

 내가 출근길에 딸아이 학교가 있어 늘 아침에는 같이 출근한다. 내가 좀 이른 출근이라도 딸아이를 위해 조금 일찍 출근한다. 10분 정도의 거리지만 아침마다 차에서 눈을 붙이며 등교하는 딸아이를 보면 가슴이 찡할 때도 있지만 자기의 미래와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에 “푹 쉬어라.” “그만해라”라고 할 수 없는 문제라서 더 가슴이 저미어온다.     

 어제는 출근길에 지갑에 있는 돈 2,000원을 주면서 맛있는 것 사서 먹으라 했더니 친구에게 빌린 700원 갚아야겠다며 아빠 고맙다고 답례한다. 딸아이는 따로 잡비를 주지 않고 참고서 푼 책의 양에 의해 엄마로부터 잡비를 받아 자기 잡비를 쓴다.     

 오늘 아침에 자기 엄마로부터 1,500원 빌려 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출근하려는데 “아빠 내가 빵집에 잠깐 들렀다가 갈게?” 한다. 자기 친구가 기숙사에 있는데 빵을 먹고 싶다고 하니 우정인지 측은지심인지 빵을 친구에게 사주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는 아파트 입구에서 보자고 한다. 그래서 내가 지갑에서 돈을 1,000원을 주며 빵을 조금 풍족하게 사 가라고 하였더니 아빠 지갑에 단돈 1,000원을 자기에게 주는 것을 보더니 자기 주머니에 돈 10,000원을 살며시 아빠 주면서 “아빠 지갑에 돈이 없으니 이 돈 넣어 두시라”라고 한다. 큰돈은 아니지만, 잔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엄마에게 1,500원 받아온 딸이 욕심을 버리고 통 큰 기부를 한다.     

 이때의 기분을 상상해 보시라. 만족감, 포만감, 행복감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나중에 우리 아이가 첫 월급 받아서 잡비를 준다고 해도 이런 기분이 들까?? 내가 돈 받기를 거부하자 시간이 없다며 바쁘게 빵집으로 발걸음을 쫑쫑 옮기는 딸의 뒷모습이 천사 같다.          

                                         2007. 9. 19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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