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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Mar 01. 2024

아버지의 눈물

아버지의 눈물     

 2010년 6월호 “좋은 생각”에서 7월호에 실을 제목으로 아버지의 눈물을 제시했다. 아버지로서의 눈물을 원하는지 자기 아버지 눈물을 원하는지는 좀 애매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눈물을 써 볼까 한다.     

 비교적 엄한 유교적 집안에서 자란 덕분에 아버지와는 알몸으로 목욕도 한 번 못 하고 항상 아버지는 엄한 분이란 생각에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부탁하였던 것 같다. 또 내가 막내아들이라 아버지는 나에게 간섭이나 충고 같은 것은 거의 하지 않으셨고 생활상의 문제점은 형님이나 누나에게 지적받고 고친 경험이 많았다. 내가 아버지에게 큰 꾸지람을 한번 받았는데 군대 휴가 나와서 군 제대한 친구가 한잔하자고 하여 깡 소주를 마시다가 너무 취한 모습을 보시고는 젊잖게 “술을 그렇게 먹지 마라”하시던 꾸지람이 아버지 살아생전 처음이자 마지막 꾸지람이셨다.      

 내가 어린 시절(6살)에 할머니가 세상을 하직하셨다. 나는 꼬마라 마을 사람들이 우리 집에 많이 오고 음식도 많아서 동네 꼬마에게 임시로 대장을 할 수 있어 마냥 기분이 좋았는데 우리 아버지는 시간마다 “아이고, 아이고”하시면서 많은 눈물을 흘리시는데 어린 나이에 어른들도 우시는구나. 신기하게 생각했다.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정규 교육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할아버지도 그러했듯이 독학으로 한문과 한글을 깨쳤으며, 술을 잡수지 못한 아버지는 비 오는 날이면 남들은 주막에서 하루 휴식을 하지만 아버지는 시멘트 포대 껍질에다 “한자 三千字”를 적으시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시며 사시는 분이셨다. 워낙 검소하여 토지도 거의 없는 농사로 출발하여 40대 중반에는 부농(富農)에 접근하는 살림을 이루셨다.     

 새마을 운동과 더불어 불어 닥친 산업화는 농업의 몰락을 초래했고 시골에서 논과 밭이 많은 것은 도시의 집 한 채 값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화 작물을 하지 못한 아버지의 살림은 극도로 궁핍해져 갔다. 4남 2녀의 자식을 낳아 딸은 기본적인 초등교육으로 마치고 맏아들에게 정성을 쏟아 공부시키려 했지만, 본인의 거부로 실패하고 나머지 아들 3명은 최고 학부를 시키려니 농업으로는 감당을 할 수 없는 지경이셨다.     

 아버지는 3년 전에 세상을 하직하셨지만 내가 아버지의 눈물을 본 것은 1981년 8월이다. 둘째 형님이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결혼하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던 날이다. 생후 2달 지난 아들을 시골 부모에게 맡기고 눈물로 이별하는 자식 부부를 그냥 바라만 보시다가 아무도 없는 대청마루에 혼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어머니가 땅이라도 팔아 비행기 삯이라도 주고 울지 아무것도 해 주지 않고 왜 우느냐고 다그칠 때 아버지는 “그렇게 하고야 싶지만, 아베(아버지)도 살아 계시고 자기 동생 둘이 대학에 다니는데 재산을 축내면 앞길이 막막한데 어떻게 함부로 행동하느냐?? ” 하시며 더 구슬프게 소리 내어 우시는 것이다.     

 그 후 아버지는 늘 평소처럼 성실과 근면으로 하루하루 생활을 하시고 돌아가시기 2년 전부터는 숨쉬기가 불편하신데 그것을 자식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셨다. 몸이 편찮으면 병원에 가셔야 하지만 아픈 상태로 2년을 사시면서 자식에게 표식 하지 않으셨고 임종하기 3달 전에는 우리가 집에 가도 당신의 아픈 초라한 모습을 보고 자식들이 걱정하실까 봐 당신이 계신 방문을 못 열게 큰소리치시던 분이다.      

 나도 나이 50에 곧 2명의 대학생을 두게 된다. 교사의 봉급으로 서울에 대학 보내는 것이 아버지 시절 농사지으며 대학생 둘 되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 나도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면서 나의 가정생활에 곰곰이 생각하니 앞일이 걱정이다. 우리 애들도 유학이라도 가려고 하면 나도 아버지처럼 눈물을 흘려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2010.7.5.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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