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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Mar 04. 2024

아버지 병환

아버지 병환     

 100년 만의 더위라더니 참 덥다. 여름 더위는 노인을 괴롭게 한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80세의 아버지가 가슴이 답답하다 하시고 자식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아픈 가슴과 답답한 가슴을 억누르며 참으신다. 마침 누나가 친정에 들렀다가 이 모습을 보고 병원에 모시고 왔으나 토요일이라 진료가 안 되어 예약해 놓고 며칠 후에 병원에 오시기로 약속해 두었다.


  다음날 대학 동창 결혼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늙은 처녀 시집보내고 우리끼리 소주잔이나 기울이자고 약속했는데 누님의 전화를 받고는 모든 약속 취소하고 아버지가 계시는 집으로 갔다. 집 입구에 앉아 계시는 아버지는 내 차를 보고도 한참이나 쳐다보시는 모습이 매우 수척하고 늙으신 것 같다. 옆에 타고 있던 아내는 눈물부터 훔친다. "죽은 사람도 없는데 뭔 눈물이고" 핀잔을 주었지만 내 마음도 편하지는 못했다.


 간호사로 있는 질녀가 영양제를 한 병 가지고 와서 아버지에게 주사했다. 3시간이 지나자 초조해하던 어머니도 이제는 그만 가라고 한다. 늘 아옹다옹하시면 결혼한 지 61년째 사시지만, 아버지의 아픔은 어머니에게 큰 충격임이 틀림없었다. 77세의 어머니도 무척 수척해 보이신다. 질녀 가족이 가자 어머니가 마음고생이 많은 것을 이야기하신다. 너희 아버지는 너희들에게 절대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 혼자 보고 있으려니 무척 힘이 든다고…….


 밤 11시에 영양제를 다 맞고 내가 주사기를 빼자 얼른 마산으로 가라고 성화하신다. 어린아이들을 집에 두고 오면 애들이 어쩌느냐고 하시면서. 이제 중3, 중1이라 저희끼리 잘한다며 하루를 자고 가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고집을 이길 수는 없었다. 11시 30분에 할 수 없이 마산으로 왔다.


 막내이라서 그런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 같다. 형님과 누나가 5명이 있어도 부모님 일이라면 내가 나서니 일을 처리한다. 내 바로 위에 형님이 농담 삼아 우리 집 ‘맏이’ 한다. 그러면 큰 형님이 들을까 얼른 그러지 마세요. 하고 입을 막는다.

 시간이 흘러 화요일에 아버지가 입원하시고 검사하기 시작했다. 이제 내 나이 또래 의사들은 대학 병원이 아니라 전부 개업의를 해서 대구 가톨릭 병원에 계셔도 연줄을 댈 사람도 없었다. 마침 생질 친구가 그 병원에 있기에 잘 부탁한다고 했다. 저녁 10시에 자율학습을 마치고 내일 가야지 생각했지만, 도저히 궁금하여 안 되겠다 싶어 대구로 갔다. 11시에 도착하니 아버지는 아주 편하게 잠을 자고 계시고 엄마는 옆에 간이침대에 누워 계셨다. 곤하게 잠드신 아버지를 보자 안도했다. 며칠간 가슴이 답답한 채 어찌 그리 참으셨을까 싶으니 내 가슴이 답답하다. 그래도 아버지는 주사하러 온 간호사에게 “내 빨리 죽는 주사 좀 놔주라” 하신다. 내가 “아부지요” 괜히 자식들 불효자식 만들지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합니다. 하니 웃으신다. 

 다행히 검사 결과 노인성 질환은 조금 있어도 건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2주 후에 검진이나 한 번 더 하면 좋겠다는 것이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다.

오늘은 비가 온다.

많이 시원한 것 같다. 이 무더운 여름 빨리 가야 내 마음도 편할 것 같은데.

                                     2005. 7. 28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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