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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Mar 04. 2024

통술집 가족 체험

통술집 가족 체험     

 마산의 유명 먹거리 3가지를 꼽으면 ‘아구찜(아귀찜)’ ‘생선회’ ‘통술집’으로 요약하고 싶다. 아귀찜은 전국적으로 명물이라 마산 하면 아귀라 할 정도이니 더 설명할 필요가 없고 생선회는 바다가 있는 곳이면 생선회는 다 있지만 마산이 양도 풍부하고 고기의 질이 좋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통술집은 마산에만 있는 술집이다. 지금은 오동동과 문화동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어 통술 거리로 불리고 있지만 80년대만 해도 마산합포구 오동동을 중심으로 구석구석에 통술집 있다가 2000년대에 시들하더니 최근에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 통술과 비슷한 것이 통영의 다찌집, 진주의 실비집이다.     

 통 술집의 어원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요정 집이 많이 있었는데 요정에는 안주를 한 상 차려 비싸게 받는데 서민은 비싼 술을 먹을 수 없으니 싸다는 뜻의 통술집이다. 영어로 보면 barrel house(or barrel shop) 즉 저급한 술집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어부들이 바다에 나갔다가 만선을 하고 와서는 기분이 좋아서 식당에 있는 음식을 통째로 내놓으라고 하여 마음껏 마셨다는 점에서 통술집이라 하였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외식할 때 골고루 하자고 하여 아이들이 어릴 때 누구의 생일이면 스테이크도 먹고 중국집 요리도 먹고 한정식, 일식, 횟집 등 골고루 체험했다. 내가 산골에서 태어나 맨 날 보리밥만 먹다가 처음 취업하여 돌솥비빔밥을 먹으러 갔는데 경험이 없어 옆 사람의 눈치를 보아 가면 먹은 기억 때문에 우리 새끼들은 골고루 경험하여 아비의 굴욕을 맛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올 설에 딸이 서울서 내려와 가족과 황토방 같이 가는 것과 통술집을 가는 것, 노래방 가서 동생 노래 들어 보는 것이 자기가 하고 싶은 3대 과제라 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하나도 실행하지 못했다. 여름 방학이라 3일 정도 집에 내려온 딸에게 이번에는 통술집 체험을 하자고 했다. 이제 아들도 대학생이니 가족끼리 술집에 가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딸은 토요일 저녁에 내려와 화요일 오후에 가는데 일요일은 친구 만난다고 하고 월요일은 내가 자율학습 감독이라 늦게 퇴근하니 갈 시간이 없다. 그래도 딸은 월요일 가자고 했다. 보통 5시 30분이면 저녁을 먹는데 저녁을 먹지 않고 9시에 바로 통술집에 가려고 계획하여 집식구들도 9시에 맞추어 ‘향미정’이란 통술집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직장 생활하다 보니 자주는 아니지만 1년에 한두 번은 통술집에 간다. 22년간 마산에 살아도 우리 식구는 아무도 통술집을 간 사람이 없다.     

 2011년 6월 27일 저녁 9시에 통술집에 식구들이 모였다. 식구들은 TV에 보았다며 한 상 가득 가져올 것을 기대했는데 안주 몇 개씩 띄엄띄엄 나오니 아내가 이상하다고 하니 아들이 어머니에게 기다려 보라고 하자 두 사람이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가족 화합을 위해 모인 자리가 삥 사고가 날 판이다. 내가 얼른 소주와 맥주를 말아서 한 잔씩 주면서 건배를 제의한다. 가족이란 이런 것인가? 금세 분위기가 좋아졌다. 오늘은 딸이 아버지의 머리 염색을 화제(話題)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우리 가족은 모이면 대화를 잘한다. 때로는 대화하다가 싸우기도 하지만 대체로 재미있게 한다. 다음은 우리 아들이 부모님들이 예전보다 많이 싸운다고 폭로한다. 어릴 때는 싸워도 1년에 한두 번 싸우더니 요즘은 자주 티격태격하면서 가끔 같이 살지 말자는 막말도 서슴없이 한다고 맹공한다.


 마산에 통술집은 보통 5시 30분에서 7시에 입장하여 9시나 10시가 되면 마친다. 그 이유가 안주가 푸짐하여 저녁 대용으로 먹으면서 술을 마시기에 저녁 늦은 시간에는 생각보다는 손님이 적다.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라 그런지 주인이 안주를 많이 준다. 미리 장만한 음식이 남으면 내일은 신선도가 떨어지기에 하루분은 다 소비하는 것이 통술집의 원칙이다. 회도 두 접시를 주면서 맛있게 먹으라 한다. 볼락구이는 네 사람이 가면 4마리 정도 주는데 20마리 정도 준다.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 하면서 마신 술이 맥주 2병과 소주 2병이다. 소주는 내가 마신 술이고 맥주 1병은 아들이 마시고 맥주 1병은 폭탄주 제조용인데 아내는 폭탄주 한잔, 딸은 소주잔에 맥주 1잔을 마셨다. 모두 만족하는 표정이다.     

 10시 40분에 계산대로 갔다. 사장이 7만 원이라 한다. 맛있게 푸짐하게 잘 먹었다고 하니 제자들과 술 마시러 왔느냐고 묻는다. 사장의 기억이 대단함을 느낀다. 동료 교사와 1년 전에 한번 가고 마산 시내 3학년 부장들 해단식(解團式) 하는 날 한번 간 것이 전부인데 내가 선생님이란 걸 알아보니 역시 어떤 일이든지 전문가가 되어야 먹고 산다는 진리를 체험한다. 내가 가족과 같이 와서 좋은 음식 잘 먹고 간다고 하니 사장이 정말 부럽다면서 2층에서 1층에 먼저 내려간 아들과 아내에게 뛰어 내려와 인사를 한다. 좋은 체험이다.     

 택시 타고 집으로 와서는 노래방으로 갔다. 동생의 노래를 듣는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다. 노래는 우리 식구들이 잘 못 부른다. 아들과 노래방은 초등학교 시절 빼고는 처음인 것 같다. 평소 아들 성향으로 보았을 때 아마도 노래를 부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윤도현 노래를 잘 부른다. 1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아빠가 너무 피곤해 보인다고 집으로 가자고 한다. 기실 내가 11시가 되면 술 먹다가도 집에 와서 잠을 자야 하는데 가족 행사라 도망도 가지 못하고 12시가 다 되어가니 좀 피곤한 것이 사실이다. 집에 와서 샤워하고 잠자리에 누워 천장을 보니 내가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가정을 잘 다스리고 있다는 나름대로 자부심도 생긴다. 다음에는 황토방 체험을 해야지. 그때는 또 어떤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된다.     

                                                  2011. 6. 28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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