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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Mar 05. 2024

선상 낚시

선상 낚시     

 아이들이 어릴 때는 모든 행사에 가족이 함께 참여하였는데 아이들이 성장하여 자기 일터로 가니 이제 가족이 함께 모이는 일이 1년에 추석과 설 명절이다. 가족이 모이는 자체로 행복하다. 아니 행복해지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추석 연휴는 보통 5일이 많다. 추석 연휴 3일에 토요일, 일요일이 만나기 때문이다. 딸은 일 마치고 서울에서 내려오는데 연휴 중 하루가 지나간다. 아들은 부산에 있기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그리고 추석 연휴 끝나기 하루 전에 자기 집으로 가야 하기에 식구가 모여 행복을 추구하는 시간은 고작 3일이다. 3일에 하루는 큰댁에 가서 부모님 차례를 모셔야 하기에 우리 4 식구가 모여 지내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 식구가 모이면 늘 이벤트를 계획한다. 첫째가 여행이다. 여행 그 자체로도 신나는 일이지만 좋은 것 하나 더 보태면 조용한 차 안에서 많은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추억의 음식 만들어 먹기이다. 설에는 김치만두를 꼭 만들고 추석에는 상황에 따라 바뀐다. 이것도 가족이 협동하여 만들어 먹으면 맛도 좋고 가정이 화목해진다.     

 올해 설 전날 여행을 여수 ‘향일암’과 오동도 케이블카를 타고 오면서 추석에는 먼 곳에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로 외국 여행이 어려우면 제주도라도 가자고 딸이 제안했다. 나도 아이들 공부하고 생활비 마련해 준다고 빌려 쓴 마이너스 통장을 효도 휴가비가 나와서 흑자를 만든 상태라 마음에 여유가 생겨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 2022년도 8월에 13일 여름, 휴가로 식구들이 모였다. 추석 이벤트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다가 제주도 여행은 몇 달 전에 예약이 필요하기에 지금 예약은 불가능하다고 딸이 이야기하니 선상 낚시를 가자고 아내가 제안했다. 마산에 살면서 낚시를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손전등 들고 갈치 대가리를 대나무에 묶고 뜰채를 장만해 바닷게를 잡고 라면 끓여 먹었던 좋은 추억은 있는데 낚시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런 추억 때문인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선상낚시는 날씨가 변수다. 추석 무렵이면 늘 태풍이 온다. 그리고 ‘물 때’를 알아야 한다. 밀물이면 고기가 물지만, 썰물에는 고기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추석날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예약했다. 방 한 칸을 쓸 수 있는 조건으로 15만 원이다. 장소는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심리 바닷가이다. 이곳에는 선상 낚시를 할 수 있는 보트가 20곳 정도 있는 유명 낚시터이다.     

 추석이 다가오자, 태풍 소식이 방송에서 연일 방송한다. 태풍 이름이 ‘힌남노’이고 우리나라 추석 무렵 큰 피해를 주고 지나갔던 ‘사라호(1959년)’ ‘매미(2003년)’보다 더 강력한 역대급 태풍이라고 한다. 9월 10일이 예약한 날인데 9월 6일에 우리나라 남해안을 관통해 포항에 큰 피해를 남기고 동해로 빠져나갔다. 태풍이 지나가고 선상 낚시터에서 먹을 음식과 재료를 준비해야 했다. 고기는 삼겹살이 좋지만, 막내 처남이 소고기 선물 세트를 보내와 소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아이들과 마트에서 구매하기로 하고 낚시채비는 계약한 가게에서 해야 한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추석 차례는 참석 못 한다고 할아버지 제사에서 형님들에게 이야기했다. 이제 고기도 많이 잡고 좋은 추억을 만들면, 모두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추석 연휴에 딸이 서울서 내려오는 교통편을 예매하지 못해 밤 8시경에 도착하는 KTX 입석을 예매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과 마트에 장 보러 가기로 했는데 아들이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한다. 일주일 전부터 배가 아파 먹는 것이 힘이 든다고 한다. 추석 이벤트 없으면 그냥 부산에 있고 싶다고 했다. 암초다. 배가 몹시 아프면 집에 있고 셋이 갔다 오겠다고 하니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아들은 책임감이 있어 마트에 같이 가서 이것저것 준비를 해 준다. 물, 쌈무, 술, 음료수, 소시지, 라면, 쌈장, 과자, 그리고 배 아픈데 먹는 약품도 구매했다.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는 마트에 일주일에 한 번은 갔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손수 쇼핑하는 것도 가족의 큰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대학 가고는 마트에서 장 볼 일이 거의 없었다. 모처럼 사람이 북적이는 마트에서 장을 깔끔하게 보고 마산역에서 딸을 태우고 집에 왔다. 아내는 나름 주부 9단으로 놀러 갈 준비물을 챙겼다. 김치, 고구마, 양파 기타 등등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한 물품을 차에 싣고 낚시터로 향했다. 선장의 전화번호를 받고 낚시에 필요한 낚시용품을 넉넉하게 준비하였다. 전부 초보라 그렇게 준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낚시터로 이동하는데 바람이 제법 분다. ‘물 때’는 아침 9시부터 절정이라 낚시는 잘될 것이라 선장님이 말씀하신다. 초보 낚시라 바늘 다는 것 낚싯대 던지는 것 잠시 교육하고 미끼를 끼워주면서 처음 고기 잡는 사람은 상금 만 원을 걸었다. 그런데 3분도 지나지 않아 딸이 고등어 두 마리를 잡았다. 대 성공이다. 나는 낚시를 가끔 다녀 보지만, 한 마리도 못 잡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제법 돈이 들어간 이벤트에 빈손이 아닌 고등어 2마리 낚았으니 성공인 셈이다. 10분 후에 아들이 잡는다. 또 아내도 잡는다. 씨알을 적어도 손맛은 제법 본다. 한 시간 가까이 이리저리 다니며 미끼 끼워주기, 잡은 고기 빼주기 등 봉사를 했다. 식구들이 아침도 안 먹고 왔는데도 낚시가 재미있는지 무엇을 먹을 생각이 없다. 배가 아프다던 아들이 최고 많이 잡고 신이 났다. 그래서 아픈 것도 잊어버린 모양이다. 두 시간이 지나가자, 잡은 고기가 망태기에 제법 많아졌다. 배가 고플 것 같아 도시락과 소고기를 구워 식사한다. 모두 상기된 얼굴로 기분이 매우 좋은 표정이다. 고기가 있으니, 눈치를 안 보고 소주 한잔을 할 수 있다. 15분 정도 식사하고는 다시 낚시에 집중한다. 아들이 제법 큰 고등어 한 마리를 낚는다. 낚싯대가 휘어져 바늘이 구조물 밧줄에 걸린 줄 알았는데 크기가 좀 있는 고등어라 더 흥분한다. 나도 뒤늦게 줄낚시로 참여하여 돌돔 한 마리 잡아 올린다.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어가자, 썰물이 시작되는지 낚싯대가 조용해진다. 바다낚시는‘물 때’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자각한다. 이때부터 2시간은 인내력 테스트이다. 밑밥도 던져주고 자주 릴을 감아올리지만, 고기 소식은 없다. 큰 고기 3마리를 구워서 먹는다. 소금 조금 뿌려 구웠는데 모두 맛이 있다고 한다. 3시가 되자 뒷정리했다. 아침에 왔던 상태로 복귀되었다. 제법 많이 잡은 고기는 모두 방생(放生)했다.     

 재미있는 선상 낚시를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모두 만족을 표시한다. 아들에게 배는 아프지 않나? 물으니 조금 안 좋긴 해도 낚시가 재미있어 참을 수 있다고 한다. 집에 도착하여 차례대로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재미있는 낚시지만 피곤한 모양이다. 간단하게 낮잠을 자고 저녁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순두부찌개를 끓였다. 낮에 남은 소고기로 끓였다니 배 아픈 아들도 맛있게 먹는다. 내년 설에는 어떤 이벤트로 행복을 만들까? 모두에게 과제를 제시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가장 뜻깊은 이벤트 하나 끝내고 가슴 뿌듯하여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내년 설에는 무엇을 해야 오늘 같은 행복을 또 만날 수 있을까? 기다려진다.

                                        2022. 9. 13.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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