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윤헌 Mar 06. 2024

7월 17일 군대 간 아들에게 쓴 편지

7월 17일 군대 간 아들에게 쓴 편지     

현기야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 비는 오지 않고 무더운 날이 계속되는구나.

만 하루를 못 보았는데 군대에 갔다고 생각하니 자꾸 보고 싶어지는구나.

무엇이든 알아서 잘하는 아들인데도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아들처럼

애처로워지는 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오래전에 잡혀있는 아들의 입대라 걱정이 되지 않았는데 지난주 토요일 ‘덕우’를 만나고 나서 걱정을 많이 하고 점심을 먹을 때도 밥을 거의 먹지 못하는 아들 모습에 우리 아들이 힘이 많이 든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제 어떤 방도를 찾을 길이 없어 아버지로서 답답함이 생기더구나. 그래도 아들을 믿으니 괜찮겠지? 하는 생각만 했다.


 어제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카카오스토리에 아들 입대 시키고 내려간다고 올렸더니 많은 사람이 "현기는 잘할 수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응원하더구나. 그리고 누나도 페이스북에 동생 군대 갔는데 맘이 아프다는 글을 올렸는데 정말 많은 사람이 누나의 글에 응원하더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들이 어제는 보이지 않아서 아빠가 가슴이 뭉클하여 소주를 한잔했구나.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술 마실 핑계를 댄다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현기가 떠난 현기의 방에서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서는 술이 매우 필요하더구나.


듬직한 아들아

금요일이면 훈련을 받을 자대로 가겠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다 받는 훈련이니 걱정 없이 그냥 받으려무나. 남자답게 열심히 하여 퇴소할 때는 늠름한 군인이 되어 있으려무나.      

23일 퇴소식에서 만나자. 우리 아들 대한민국의 아들 홍현기 파이팅!!!

                              현기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7월 17일 군대 간 동생에게 누나가 쓴 편지     

현기야. 

누나야^^ 오늘 네가 훈련소로 들어간 날이야. 아직 편지는 쓸 수 없지만, 나중에 인터넷 편지로라도 보낼까? 싶어서 메모장에 끄적끄적하고 있단다. 오늘은 참 기분이 묘해. 사실 꽤 오래전부터 네가 군대 갈 거란 사실도 그리고 7월 17일에 입대할 거라는 그것마저도 알고 있었는데 막상 정말 머리를 짧게 깎고 올라온 너를 보니까 

그리고 또 306 보충대 모습을 보니까 실감이 나더라. 아 그냥도 2년은 참 긴데. 

밥을 먹으러 가서 밥을 먹는데 먹고 싶은 맘이 별로 없다며 못 먹는 너를 보는데 참 안타까웠어. 얼마나 겁이 날까? 싶기도 하고, 아 이렇게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어떻게 보내나 싶기도 하고. 네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도 눈물이 나더라. 엄마가 너 마음이 더 타들어 갈 텐데 웃으라고 하시는데, 아는데 잘 아는데도 막상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뒤에서도 얼굴을 돌려가면서 계속 울어버렸네. 아. 훈련소로 들어가면서 깔창이며 시계며 사는데 넌 뭐 이것저것 사냐고 했지만, 안에서 다 주겠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없어서 불편하지 않게 하나라도 모자라서 힘들지 않았으면 해서 조금이라도 필요하다고 하면 다 넣어주고 싶었어. 몇 개나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참 친구들이 군대 간다고 할 때는 참 맘 편히 잘 다녀와. 몸 건강해, 라고 말을 했는데 막상 동생인 네가 간다니까 왜 이리 안쓰럽게 걱정되는지 모르겠다. 분명 나는 알고 있는데 우리 동생이 잘하리라는 것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근데 그래도 왜 이리 속상할까. 괜히 더운 여름에 신청해서 더위 먹는 건 아닌지 차라리 9월에 신청했으면 조금이라도 선선했을 텐데 싶기도 하고. 우리 동생 몸 건강하게 잘 다녀올 거라 믿는다. 

언제라도 필요한 거 있음. 전화하거나 편지하고. 

오늘 네가 입대하자마자 엄마가 우시더라. 아빠도 네가 집에 없어서 많이 슬퍼하셨나 보더라. 그게 느껴져서 더 슬펐어. 

아 오늘따라 정말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싶더라. 규규 밝은 이야기만 가득해야 하는데 처음 편지는 누나가 너무 슬퍼서 좀 멍청하네. 편지 자주자주 할께. 한 달 뒤에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사랑해 동생.

                         2013. 7. 17 憲      

작가의 이전글 눈물의 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