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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성 (平壤城) II

스스로 무덤을 파면 어쩌란 말인가?

by Another time 자축인묘
쉿 조용 (네이버)

'쉿 조용!!!'

고장군의 왼 검지 손가락이 입술 위를 덮었다.


뒤를 따르는 장졸들의 움직임이 멈칫하며 고장군을 응시하고 있었다.


양각도(羊角島) 뒤편 왜군 숙영지(宿營地) 10여 둔(屯)은 평온할 만큼 고요했다.

그동안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평양성을 향했던 터라 왜군들에게도 휴식은 필요한 상황이었다.


고장군 (高將軍)은 수신호와 낮은 육성으로 잠입한 아군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 저기 보이는 큰 둔(屯)이 필시 왜군 수장의 막사일 것이니라~~ 좌우경계하고 일시에 적의 수급을 취할 것이다 알겠는가? "

고장군의 낮은 지시사항이 4백의 장졸들 중 날랜 장졸 다섯에게 주어졌다.


왜군 장수 (네이버)

" 아니~~~ 왠 놈들이냐??!! "

갑자기 들이닥친 조선 매복조에 기습을 당한 이는 고니시의 여러 부장 중 한 명인 나카자키였다.

" 칙쇼~~~ 여기가 어디라고!!! 이놈!!!!"

고함 소리가 끝나기도 전 무명(無名)의 조선군 1인의 칼날이 나카자키의 6등신의 상단부위를(머리) 취하고 있었다. 막사 안은 순식간에 검붉은 핏덩이를 분수처럼 흩뿌리고 있었다.


"자 다음 막사로~~~"

무명의 조선군은 다른 막사를 돌며 닥치는 대로 수급을 베고 있었다...


그때였다.

" 장군~~~ 큰일 났습니다~~~ 조센의 기습조가 막사 안을 쑥대 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장군~~~"

고니시의 직속 부장 미우라의 보고가 이어졌다.


" 뭬야? 조센군의 기습이라!!!! 칙쇼~~~ 미우라!!! 전군 전투태세를 갖추거라!!!!"

군복을 입은 채로 잠을 청하고 있던 고니시는 보고를 받자마자 총공격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 감히~~~ 여기가 어리다고!!!! 조센!!! 조센!!! 조센!!! 내 씨를 말릴 것이야!!! 모든 씨를!!!!~~~"

분노의 찬 고니시는 총공격 명령을 내리면서도 한 가지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다.

고니시 유키나까 (불멸의 이순신)


' 저 대동강을 건너야 평양성을 공격할 것인데~~~ 이를 어찌 건넌단 말이냐~~~ 배도 없는데 어찌~~~ 평양성(平壤城)으로 간단 말이냐!!!! 어찌~~~~~"

뒤돌아 골똘히 생각하는 고니시의 뒷모습에 한숨이 묻어나고 있었다.



임진왜란 조선 장졸 ( 네이버 )

" 장군!!! 적들이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장군!!!"

왜군 막사를 기습하던 조선의 칠복 아범은 현 상황을 기습조 수장인 고장군에게 고하고 있었다.


" 이런~~~ 이런... 조금 더 수급을 취해야 될 것을~~~~ 흐흠!!! 어쩔 수 없지...~~~... 능라도로 퇴각할 것이다!! 퇴각하라!!!"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조선군은 왜군의 수급과 말을 끌고 능라도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습은 치고 빠지고를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수행하고 진작에 퇴각을 했어야 됐지만 서서히 서서히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이제 조선군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왜군들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 아니 저건 무엇이냐??"

고장군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야말로 오금이 저릴 정도로 많은 왜군들이 여명을 뚫고 전진하고 있었다. 마치 그 모습은 검은 개미군단이 줄지어 오는 것 마냥 빽빽하기 그지없었다.

고장군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저건!!!! 저건!!!! 저건 장난이 아니다!!!!!! 지금 상황이 ~~~~ 빨리 배에 타서 퇴각하라!!!! 퇴각하라!!!"

고장군의 명을 받고 칠복 아범은 한 번 더 령을 내리고 있었다.


" 모두 능라도로 ~~~ 어서~~"

칠복 아범의 명에 4백의 병력 중 일부는 배를 타고 퇴각하고 있었지만 다른 일부는 엉뚱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으니....


" 아새끼래~~ 그케 머리가 안 돌아가믄 어떡하갔어? 능나도? 귀찮게시리 거길 와 가갔어?"


" 걸어가믄 되지 않갔어?? 왜 거기에 대놔서리~~ 노 젖기도 힘 빠지지 않갔어?? 우린 력사적이고 효율적으로 가갔어... 알아서 가갔으니 그래 알고 계시라요.. "


"날래 내만 따라 오시라요~~ 걸어 가믄 될걸 개지구서리 모 한다고 노 젓고 간단 말이니? 날래 오지 않구 모 하고 이서? 날래 오시라요~~~"


일부 장졸들은 배를 타고 퇴각을 하고 있었지만... 다른 일부는 밝아 오는 새벽에

걸어서 도강할 수 있는 유일한 비밀 통로인 왕성탄(王城灘)을 두 발로 건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고니시 유키나까 (불멸의 이순신)


" 저건 또 무엇이냐? 음하하하하하하하하~~~~"
" 조센 이놈들이 핫바지긴 핫바진게야~~~~ 어떻게 배를 마련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깔끔하게 해결을 해줬음이야~~~ 하하하하하하!!!! 어떻게 밤도 아니고 동트는 새벽에 나 여기 있소!!!! 잡아 잡수쇼!!!!!~~~ 이렇게 행동을 취한단 말이냐~~~~ 음하하하하하"


훈련되지 않은 조선 장졸들의 일탈행위로 조선의 일급비밀 왕성탄(王城灘) 도강은 3만의 고니시 군대에게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 정답은 저기 조센군이 지나가는 왕성탄(王城灘)이다~~~~ 전군 도강(渡江) 하라~~~~~"

고니시의 령이 떨어지자마자 부장 미우라의 고함 소리와 함께 쇠각 나팔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 전군!!!! 도강하라!!!! 진격하라!!!!!"

미우라의 고함소리는 여느 때보다 크게 울리고 있었고 나팔 소리는 마치 승리를 한 것 마냥 명쾌하게 울리고 있었다.

" 붕~~~~ 웅우웅~~~ 부~~~~ 우응응 "



좌의정 (불멸의 이순신)

" 저건 또 무엇이냐? 어찌 왜군이 왕성탄으로 오고 있냔 말이다 어찌!!!!"

평양성곽 위에서 대동강을 바라보는 좌의정 윤수(尹壽)의 탄식이 흐르고 있었다.


" 예~~~ 대감 적들이 아군의 퇴각을 본 듯하옵니다 대감~~~~"

도원수 김원(金元)의 답이 이어지고 있었다.


" 어찌 퇴각을 마음대로 도보로 할 수 있단 말인 게요~~ 어찌!!!! 지금 유일하게 저들을 막으며 시간을 벌 수 있는 길은 도강을 최대한 미뤄 대치 상황을 오래 끌고 가야 되는 것을 모든 장졸들이 모르는 것이 아니지 않소이까 김장군!!!!.... 관군과 의병을 추스려 같이 연합할 시간을 버는 것이 우리 일인 것을 장군은 모른단 말이오???"


좌의정 윤수(尹壽)는 답답하고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목도(目睹)하고 있었다.


" 대감!!!! 그럼 어찌하라 명을 내릴지요?"

도원수 김장군은 좌상 윤수(尹壽 )의 얼굴을 쳐다보며 묻고 있었다.


" 아니!!!! 김장군!!!! 지금 그걸 내게 할 말이라 하시오??? 답답하십니다 답답해~ 쯧쯧쯧쯧~~~~"

좌상 윤수(尹壽 )는 계획을 어 그려 트리고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수동적인 도원수 김장군의 물음에

혀를 끌끌 차고 있었다.


" 자네가 이 나라 조선의 장군이라는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소이다~~~~"

"지금은 방도가 없으니~~~ 성안에 있는 무기들과 군량미 남아있는 것은 모두 저기 보이는 풍월루(風月樓) 연못에 수장시키시오!!! 어찌 이런 령을 내 스스로 내려야 되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소이다~~~~~ 지금은 방법이 없으니.... 빨리 수장시키고 나와 김장군은 장졸들과 빨리 성을 나가 지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고 이원(李元) 대감은 어서 이 상황을 의주에 계신 주상 전하께 전황(戰況)을 아뢰시오~~ 어서!!!"

성을 비우면 무기와 군량미가 왜군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눈물을 머금고 모든 것을 버리는 좌의정 윤수(尹壽).... 그 자신도 자신의 명에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니시 유키나카 ( 불멸의 이순신)
" 뭐냐? 이건?? 하하하하하~~~~ 음하하하하~~~"
" 고작 한다는 짓이 을밀대(乙密臺) 갈대밭에 옷가지를 널어놓았다??? 음하하하하하~~~"
"누굴 바보로 아는 것이냐 바보로~~~~ 음하하하하하~~"

고니시의 웃음소리가 온 평양성과 대동강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 또 이건 또 무엇이란 말이냐? 어찌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

평양도 한성이랑 똑같단 말이냐?? 이런 이런 이런 어찌~~ 이게 나라가 맞냔 말이다 어찌?? 음하하하하하~~~~~~"

왜군 선봉장 고니시는 한성과 마찬가지로 평양성도 그야말로 무혈입성(無血入城)이나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피를 보며 평양성을 접수하게 되었다. 그 치욕의 순간 그날은 유월 열나흘 선조 25년 양력으로 7월 22일이었다.


평양성 ( 네이버 )

" 으이?? 저짝~~ 저짝에 보이는기 연기가?? 모꼬??"

최장군 호색은 순간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있었다.

피난민을 이끌고 제령산(341m) 정산에서 바라보는 대동강 평양성 주위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 모꼬? 설마??"

최장군 호색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 모꼬? 설마... 또~~~ 한성처럼~~~ 그카면 내는 콱 쎄리 마 헷바닥 깨물고 디비질 끼고만~~~ 으잉??'

호색은 한성처럼 또 평양성도 왜적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나 불길한 마음을 떨칠 길이 없었다.


" 아재들이요!!!! 퍼뜩 가 보입시더~~~ 저 연기가 몬지 퍼뜩 가~~ 가 확인 한번 해 보입시더~~?"

호색은 속으로는 그동안 지나온 모든 성들이 변변한 저항도 없이 무자비한 왜놈들 손에 넘어간 것을 수차레 봐왔던 터라 불안한 마음을 떨칠 길이 없었다. 하지만 피난민을 보호하는 의병장 역할을 하고 있는 자리에 있으므로 겉으론 불안한 모습을 표하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한 듯 백성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그것이 작은 무리라도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의 책임이자 의무임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이가 바로 최장군 호색이었다.


" 하이고~~ 오늘 우덜 온다꼬 밥을 한 그 해놨나~~~ 그래 안 해도 될 낀데~~~"
" 퍼뜩 가입시더~~~ 아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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