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조선, 명, 왜) 전쟁의 서막~~~~
" 으이? 이게 몬 일이고??... "
최장군 호색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 저 깃발은 왜넘덜꺼 아이가? "
그동안 왜군의 깃발을 수 없이 봐왔던 호색은 금세 깃발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왜군 제 1선봉장 고니시는 당시 왜국의 1 선봉 깃발을 앞세우고 조선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 내 이까지 와가 저 깃발을 또 본단 말이가? 으잉? 기가 찰 노릇아이가~~~"
최장군 호색은 선조 25년 사월 열사흘부터 부산진성, 동래성, 상주성 할 것 없이 수없이 많은 기간 동안 공포로 점철된 깃발을 이곳 평양성까지 와서 또 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었다.
" 아재들이요? 퍼뜩 이짝으로 좀 오이소!!!! 저기~~ 저기 보이지예? 저게 왜넘덜 깃발입니더 왜넘덜!!!!"
호색은 분성꼴 백성들과 한성 백성들에게 깃발의 정체를 알려주고 있었다.
" 내 마카 전마들 깃발은 치가 떨린다 아입니꺼? 지금 평양성도 날아갔쁜기라예~~ 여~도 폭삭 망한깁니더~~~ 이를 우야면 좋노? 우야면~~"
최장군 호색은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 장군님~~ 우린 어쩜 좋습니까? 평양성은 우덜을 지켜줄 거라 믿으며 천신만고 끝에 이제 도착을 했는데 이일을 어쩐단 말입니까 장군님~~~"
최장군을 따르는 피난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 상황을 해결할 이는 오직 최장군 호색 밖에 없음을 아는 것 마냥 최장군 호색을 눈물 젖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 아재요? 아지매요? 이까지 왔는데... 와덜 그라십니꺼?? 이런 거 한 두 번 봐왔습니꺼? 쪼매만 있어 보이소~~~ 다 길이 생길낍니더... 쪼매만예!!!!~~~"
호색은 음력 유월 하순 양력으로 칠월말에 접어들어 계절풍의 영향으로 펄럭이는 적의 깃발을 보며 골똘히 생각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우야꼬? 우짤꼬? 우야면 좋겠노??? 마 성안에 있던 사람덜이 어데 갔는공 먼저 확인하는기 먼저인기라... 일단 조선 아군(我軍)이 어데 있는공 찾아야 되는기라.... 그래하몬 뭔 방도가 나올끼고만? 안글나 호색아???'
최장군 호색은 혼잣말을 되새기며 해결할 순서를 정하고 있었다.
' 이럴 때 이신(李臣) 신(臣) 행님만 있었어도 내 이래 이마빼기캉 대갈빡에 쥐는 안 내릴끼고만 ....안글라 호색아??"
기백(幾百)이 넘는 피난민을 살릴 방도를 찾기 위해 호색은 고민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 음하하하하~~~"
" 미우라!!!! 오늘 하루는 태합전하의 군사들을 모두 배불리 먹이고 정비를 취하게 하라!!! 알겠나!!!"
적 선봉장 고니시는 평양성을 거저먹은 것에 대해 보상이라도 하듯 부장인 미우라에게 정비령을 내리고 있었다.
" 하이!!! 장군!!!"
" 이대로만 가 준다면 조선.... 아니지 아니야 명나라도 조만간 삼킬 수 있음이지~~~ 음하하하하하~~~"
고니시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평양성 내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아니~~~ 뭐라!!! 평양성이 떨어졌다? 그것이 참이란 말이냐!!!"
선조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묻고 있었다.
"예~~ 전하~~~ 왜군 3만 군사가 대동강(大同江)을 건너 평양성을 접수하였사옵니다. 어떻게 하든 버티려 하였으나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습니다. 전하~~~ 죽여주시옵서서 전하~~~"
평양성에서 조선 지존 임금이 있는 의주에 도달한 이조판서 이원(李元)은 전황을 설명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 어허~~~ 이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냐!!! 어쩌면~~~ "
"어서~~~ 어서 대책을 말해 보시게~~ 영상!!!"
이조판서 이원(李元)으로부터 전황을 받은 지 몇 각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대책을 마련하라는 선조의 닦달에 영의정 류룡은 상념(想念)에 잠긴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있을 뿐이었다.
" 여봐라!!! 지금 당장 사신을 명으로 보낼 것이니라!!! 채비를 서두르거라~~~"
선조는 평양에서 의주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며 지척에 있는 왜군을 생각하며 명으로 보낼 사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 전하~~~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차분하게 생각을 하시고 뒷일을 도모해야 될 것입니다. 전하~~~"
영상 류룡의 대쪽 같은 말은 선조의 팔랑귀를 관통하고 있었다.
" 어허~~ 영상!!! 영상은 내가 왜적들 총, 칼에 사달이 나도 괜찮단 말이오?"
"내 천자(天子)의 나라인 대명(大明) 땅에서 죽을지언정 왜놈들 총칼에는 절대로 죽고 싶지 않소이다~~ 알겠소이까? 영상~~~~~!!!"
선조는 우방이라 생각한 명나라에서 죽을지언정 왜군의 총칼로 조선땅에서 죽을 수 없는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전하~~~ 우방이라 생각하시는 명(明)도 남의 땅이옵니다. 조선의 지존이신 전하께서 어찌 조선을 버리시려 하시옵니까 전하~~~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전하~~~"
"통촉하여 주시오서서 전하~~~"
류룡의 주청(奏請)이 있던 순간 어전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신하들 입에서는 류룡과 똑같은 말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 흐흠~~~ 그럼 경(卿)들의 생각을 말해 보시오!!!"
탐탁지 않지만 들어보니 맞는 말을 하는 신하들을 향해 선조는 묻고 있었다.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전하~~~ 지금은 평양성을 수복(收復)할 때를 기다리셔야 되옵니다.... 왜군이 들어온 임진년 사월 이미 사신을 명(明)으로 보냈으니 이를 타진해 보심이 좋을 듯싶습니다 전하~~. 명에서 연합군 지원이 된다면 조선도 승산(勝算)이 있으리라 사료되옵니다 전하~~~ 부디 더 이상의 파천은 삼가시고 원병(援兵)을 기다리셔야 되옵니다. 윤허(允許)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영상 류룡의 간곡한 주청이 들어가고 주위 대신들의 영향을 받아 천하의 지존 조선의 임금 선조도 더 이상 명나라로 향하는 해외 파천에 대한 주장은 힘을 잃고 있었다.
" 평양성이 함락됐다?"
" 흐음~~~ 함락됐으면 함락된 거지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귀찮으니 물러나거라~~ "
명의 세작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이는 명황제 만력제 (萬曆帝)였다.
" 지난달에도 조선 사신들이 귀찮게 하더니... 오늘은 세작까지 나를 귀찮게 하느냐? 흐음~~~~~흠~~"
명황제 만력제는 대학사인 장거정(張居正)과 환관 풍보(馮保)의 도움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인물이었다. 10대의 만력제는 나름 성군의 품성을 지녀 총망받는 황제 중에 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스승과도 같은 장거정과 풍보를 잃고 난 후 망나니 중에 망나니로 본인 재물에만 신경 쓰는 부패의 대명사로 30년간 통치를 한 희대의 황제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벼슬이라도 할라치면 돈이 미끄럼틀 미끄러지듯 광속으로 왔다 갔다 하지 않으면 관직이 내려지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었고 벼슬은 돈의 향방에 따라 그 지위의 높낮이도 바뀌게 되는. 요 근래 어디서 많이 본듯한 그런 황제가 명나라 끝에서 두 번째 황제 만력제였다 (명 마지막 황제는 숭정제). 중국의 4대 혼탁한 군주 암군(暗君)인 만력제의(중국 4대 암군, 하나라 걸왕, 은나라 주왕, 진나라 호해, 명나라 만력&숭정제) 이런 행동에 명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끝없이 추락시키고 있었다.
" 황상폐하!!! 왜군이 평양을 삼켰다하옵니다~~ 어찌 처리를 하면 되겠는지요 폐하?"
환관 미량의 가느다란 음성이 들리고 있었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쩐단 말이오?"
" 그냥 하던 대로 알아서 하시오~~~ 잘하던 거 있지 않소이까?? 조정 대신들한테는 뾰루지가 심해져서 조정엔 당분간 못 나간다 하고~~~ 알아서 하던 대로 적당히~~~ 그냥 하던 대로 하시오!!! "
명황제 만력제는 그동안 몇 년을 정무를 돌보지 않고 조정 회의는 온갖 갖은 핑계를 대가며 불참의 불참을 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거부의 거부를 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못 본 지 몇 년이 지났다고 하는 대신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요 근래 보아오던 누구는 자기 잘난 맛에 자기 자랑은 잘 하지만 만력제는 오직 주색잡기에만 능하고 개인 재산 불리는 곳에만 관심을 쏟고 있었다.
" 알아서들 대충 하라하고 내겐 결과만 말하시오~~~ 그냥 적당히!!! 적당히~~"
이제 그만 됐으니 나가보라는 손짓을 환관인 미량에게 '훠이 훠이' 휘적거리며 물리고 있었다.
적당히를 주문하며 명황제는 정사에는 관심이 없는 실로 불가사의 한 인물이었다.
" 예~~~ 분부 받잡겠나이다 황상폐하!!!~~"
환관 미량의 짧은 답과 함께 조정으로 몸을 옮기고 있었다.
" 황제 폐하의 령이니~~~ 모든 대신들은 잘 들으시오!!!! "
"조선 평양성이 왜군들 손에 들어갔다는 전갈이 있음에 대명(大明)에선 아우 나라인 조선에 원병을 아니 보낼 수 없음이니... 이에 요동성 부총병 조장군을 선발대로 하여 삼천오백의 군사를 먼저 파병할 것이다!!!"
"이리 황제폐하께서 말씀하셨소이다. 그리들 알고 요동성에 전갈을 보내시오!!!"
미량은 말은 황제의 령이라 하지만 환관 자신의 정치적,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었다.
명목상 아우국인 조선을 위한다 하지만 조선이 함락되는 순간 왜군과 정면으로 대치를 해야 되는 고약한 상황에 처함을 명은 경계하고 있었다. 조선이란 나라는 명을 방어하는 완충지로 생각하고 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먼저 대군이 아닌 맛보기로 일부 군사를 보내 탐색을 함이 그 첫째 목적이었다.
'으허허허허허 으허허허 허~~~~ 이 미량을 방해할 자는 이 세상엔 아무도 없을 것이니라.... 황제? 황제는 내 손바닥 안에 있음이야 ~~ 으허허허허허~~~'
환관 미량의 위세는 황제를 능가할 만큼 강력함을 보이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미량의 말에 토를 다는 이 가 없었다. 만약 그의 말에 역행을 하는 이가 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황천(黃泉 )의 객(客)이 되던지 역모로 몰려 혓바닥이 절단되는 극악무도(極惡無道)한 형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그의 악랄함에 그를 따르지 않는 이 가 없었다.
" 으허허허허허~~~ 으허허허 허~~~"
가늘고 요상한 간신배의 목소리가 황궁 안을 뒤덮고 있었다.
"장군~~~ 명(明)이 압록강을 건넌다 하옵니다 장군~~~"
부장 미우라의 급박한 전갈이 왜군 선봉장 고니시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뭬야? 명이 압록강을 건넌단 말이냐? 흐음~~~~"
"그래 원병의 수가 얼마라 하더냐? "
고니시의 다급한 물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 하이~~ 장군~~ 세작들의 보고에 따르면 요동성 부총병 조장군이 삼천오백을 이끌고 압록강을 건넌다는 첩보입니다 장군~~~"
미우라의 보고가 끝나자마자 고니시의 반응이 방금 전과는 180도로 달라지고 있었다.
" 음하하하하하하~~~~ 고작 삼천오백이 압록강을 건넌다? 그게 사실이더냐?"
"고작 삼천오백을 누구 코에 붙이겠다고 이 철옹성 같은 평양성으로 온다고 하는 것이냐? 음하하하하~~ 가소로운 명(明)이로구나!!! 어찌 사람이 그런 머리를 쓸 수 있단 말이냐!!!! 혹시 붕어 대가리 아니더냐??? 셋만 세면 까먹는다는 그 붕어 말이다~~~"
왜장 고니시는 명(明)의 멍청함을 조롱하고 있었다.
" 그러게 말이옵니다 장군~~~ 하하하하하"
부장인 미우라도 상관인 고니시의 웃음소리에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터트리고 있었다.
"빠가야로!!!! 내가 웃는다고 너도 웃는 것이냐?"
순간 돌변한 고니시의 대답이 있자마자
" 장군~~~ 죽을죄를 졌습니다 장군~~~~ 할복으로 죄를 씻겠습니다 장군!!!"
미우라는 갑옷을 벗어 저 치고 작은 단도를 꺼내 배를 그으려 하고 있었다.
" 칙쇼!!! 미우라!!! 이런 못난 놈 같으니~~~~ 당장 그 칼 치우지 못할까? "
" 내 명이 있기 전에 한 번 더 할복한다, 죽는다 그런 행동이 다시 나오면 그땐 내 아무 말 없을 것이야!!! 알겠는가? "
제1 선봉장 고니시의 질책에 죽다 살아난 부장 미우라는 몸을 숙이고 있었다.
" 하이!!! 장군~~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장군~ 태합전하의 몸을 허투루 쓰지 않겠습니다 장군~~"
뼛속까지 도요토미 히데요시 (풍신수길 豐臣秀吉)의 장졸임을 한번 더 확인하고 있었다.
' 행님요? 내는 우야면 좋겠습니꺼? 예? 이럴 땐 우째하라꼬 이바구라도 쫌 해주이소? 내는 행님도 잘 안다 아입니꺼? 몸 써가하는 건 조선 제일로 할 자신 있습니더~~~ 근데 병법이나 머리는 안되는 거 행님은 잘 안다 아입니꺼? 맞다 아입니꺼?? 쫌 우째 이바구를 쫌 해 주이소 행님요!!!! '
최장군 호색은 신(臣)을 향해 넋두리를 하고 있었다.
'자네가 어인일로?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왔는가? '
무과 식년시를 치를 때 그 모습 그대로 신(臣)은 인자한 얼굴로 호색에게 묻고 있었다.
' 행님요!!!~~ 내는 지금 우야면 되겠습니꺼?'
'그야 자네도 잘 알고 있는 거 아닌가? 마음처럼 안될 땐 그저 기다리는 것 밖에 없지 않은가? 곧 묘향산 쪽에서 귀인이 올 것이니 때를 기다리시게 기다리다 보면 방법이 생길 것이야~~~ 기다리시게 기다려~~~ 꼭 기다리시게!!!!'
" 행님요!!!! 행님요!!!! 행님요!!!"
" 최장군님~~~~ 최장군님~~~~ 최장군님~~~ "
최장군을 깨우는 이는 한성에서 평양까지 동고동락을 해온 분성꼴 천성 아범과 아주머니 그리고 아홉 살 난 아들 천성이었다.
" 헉~~~ 헉~~~"
꿈에서 깬 호색은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 장군님~~~ 무슨 꿈을 꾸셨길래 계속 행님요!!! 행님요!!! 하세요?"
궁금한 듯 천성은 묻고 있었다.
" 응? 어...어~~~ 아이다 암것도 아이다... 내 물 좀 도고?"
"예 장군님~~~ 잠시만요~~"
천성은 묘향산(妙香山) 산줄기를 타고 내려온 시원한 샘물을 최장군 호색에게 건네고 있었다.
" 꿀꺽~~ 꿀꺽~~ 꺾~~ 꺾~~~ 꺽~~~ 하아~~~~"
그렇게 그리던 형님으로 모신 이신(李臣) 장군을 꿈속에서 재회한 호색은 물을 한 사발 저치고 큰 조롱 바가지를 내려놓으며 천성 아범에게 묻고 있었다.
" 아재요? 이 짝 근방이 묘향산 맞지예? 혹시 이 짝에 어데 사람들 모이가 사는 데 있나 쫌 알아볼 수 있습니꺼? "
호색은 꿈속에서 일러준 귀인(貴人)이 있는지 찾아보려 하고 있었다.
" 예~~ 장군님~~ 그야... 어렵지 않지요 한성 분성꼴 사람들 모두 풀면 하루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장군님~~"
" 예~~~ 고맙습니더~~~ 아재요!!!"
아직도 호색은 꿈속에서 일러준 귀인이 묘향산에서 온다는 말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재? 행님 말씀이 맞는 기라~~~ 기다리야 되는 기라... 내 행님 말 들어가 무과 시험도 통과하고 이래 장군도 됐다 아이가? 안 글라 호색아!!!! 쪼매만 기다리는 기라~~~ 쪼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