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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Jun 30. 2024

함경도 녹둔도 전투

지켜주소서.. 반드시 갚아 주소서... 반드시...

함경도 녹둔도 전투   

  

‘왜 이리 달이 밝은 것인고? ’ 충정도 아산 본가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은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그동안의 시름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으리!! 나으리!! 관(官)에서 사람이 왔구먼유?” 다급히 찾는 경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흥분된 감정이 묻어 있었다...     

 

“어허 왜 이리 호들갑인 것이냐?..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잘 들리니...” 신은 경의 목소리에 올 것이 왔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지난 훈련원 방문에 판관(종 5품) 정 상익과 한 약속이 꼭 지켜지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오리라고는 신 자신도 예단하지는 못하였다....  

   

“나으리!! 아산 관아의 전령 성 갑석입니다요... 금일 유시(酉時)에 한양서 나리께 전갈이 왔습니다요..이에 현령 어르신께서  바로 연락을 전하라 하셔서... 늦었지만 이래 뛰어 왔구먼유 나으리....” 하며 단숨에 달려온 성 전령은 서찰을 신에게 전하였다  

   

‘ 그대의 억울한 사연이 만 천하에 명명백백(明明白白) 히 드러난 바  그대를 함경도 조산보 만호(종 4품)로 임명함을 알리노라...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신은 받은 서찰을 받아 든 신은 임금이 있는 한양 땅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      


함경도 녹둔도로 향하는 신은  경과 금을 찾고 있었다.


“경아!! 금아!! 어디를 그렇게 보고 있는 게냐?” 궁금한 듯 신은 경과금에게 물어보았다.

.     

“나으리~... 여그가 우덜이 기거해야 될 땅인가유?


 뭐 하나도 안 보이는 디유??”

경과금은 멀리 녹둔도(鹿屯島 ) 땅이 보이는 다치재 정상 바위 위에서 신에게 되물어 보았다...    

 

“나으리!!...저짝은 섬 같은디유? 우째 강바닥에 섬이 있대유? 우덜이 저짝에서 기거를 해야 되나유? ” 하며 신에게 약간의 투덜 대는 모양새를 비쳤다...     

“어허~ 나라의 부름을 받고 가는 길에 조건을 따져서야 되겠느냐?” 하며 신은 경과 금에게 더 이상 투덜대지 말 것을 온화하지만 묵직하게 경과금에게 일렀다.     


“예... 나으리 송구스럽구먼유.나으리....” 경과금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송구함을 신에게 전하며 삼십 리 길은 돼 보이는 두만강 맨 끝 독둔도로 향하였다..


  


“히이잉~~ 히이잉~~ 워~~ 워워워~ ” 금은 신을 태운 청마를 멈춰 세웠다...     

이제는 기력이 쇠 할 때로 쇠한 말이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신은 애마인 청마를 끌고 다니고 있었다...

신도 청마가 이전에 비하면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으나... 그동안 애마로 수족(手足)같이 부리던 말이라... 이번 조산보  만호( 종 4품) 까지만 같이 지내고 다음 발령지에서는 청마를 좀 쉬게 할 작정이었다..       

“ 이장군 이게 얼마 만인가? 먼 길에 고생이 많았소이다 어서 안으로 어서....? ”

신을 마주한 이는 함북병마절도사인 김 성의 보좌관을 맞고 있는  계청군관 (啓請軍官 ) 명거정이었다.     

 

조산포 만호와는 나이가 같은 동갑내기이지만 품계는 한 단계 위인 정 3품 관직을 가지고 있었다.     

“ 그 먼 길을 하루도 지체하지 않고 달려왔으니 여독을 잠시 푸시고 병마절도사를 알현 (謁謁)하도록 하시게 이장군...”  명거정은 반갑게 조산만호( 造山萬戶 종 4품) 신을 맞았다.   

  

“그렇게 하시지요 명 장군~~... 함경도 삭풍(朔風)이 명 장군을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하하하”하며 농을 던지고 있었다. 좀처럼 신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언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과 명장군은 식년시 동기로 훈련원 시절 같이 교육을 받고 갑장(甲長)이 같은 동갑인  관계로 훈련원 시절부터 농을 주고받던 동료였다..     

“ 하하하하하  이 장군~~ 이 장군도 한번 몇 달만 있어 보시게... 그 얼굴에 뻔지르르한 기름기가 어떻게 되는지 하하하하하...” 명 장군과 신은 서로 농담(弄談)을 하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고 있었다....  

    

“ 그래 자당(慈堂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말 )께서는  무고하시고? 내 오 년 전 자네 부친 상 (喪)에 변방에 있어 뵙지를 못해 항상 마음에 걸렸으이.....” 하며 명장군 거정은 신에게 미안함을 전하였다...     


“허허 명장군 나라의 녹을 행하시는 분이... 선친(先親)께서도 명장군 마음은 충분히 아셨을 테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지요....” 신은 명장군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 자 그럼 좀 쉬시고... 날 도 어두워지니 명일 진시에 병마절도사를 알현하도록 하시게나...” 하며 명장군은 좀 더 그동안의 일들을 묻고 싶었지만 여독을 풀어야 되므로 아쉬움을 뒤로하고 명일 볼 것을 약속하며 자리를 떠났다..


“ 경아!! 금아!! 너희들도 피곤 한 터이니 어서 짐 정리를 마무리하고 한 술 뜨고 좀 쉬도록 하거라.... 청마도 여물 하고 챙겨 줄 수 있도록 하고.....” 신은 경, 금, 자신의 애마인 청마까지도 챙기는 덕을 가진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나리~~ 지가 벌써 청마 몫은 챙겨 놨구먼유...걱정 붙들어 매서유 나으리~~” 금은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을 짐작이라도 한 듯 청마 여물과 마실 물은 벌써 챙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5년을 같이 지내온 터라 어찌 보면 신 보다 청마를 더 잘 알고 아끼는 이는 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요기를 좀 하고 푹 쉬도록 하거라....” 신은 금과 경에게 쉬도록 배려를 해 주었다.      

“ 예~~ 나으리 잘 알것구먼유...” 금은 짧게 고맙다며 물러나려 하고 있었다...


그때 “ 예!!!! 만호 어르신~~~” 하며 경은 금에게 곁눈질을 하며 속삭이며 금에게 타박을 하였다..

“어쩌냐... 어째... 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화상아.. 오늘 이 짝에 딱 당도했으면 그때부터는 바로 만호 어르신이라 불러야지~~ 암만 안그냐? ”


“아!!! 아!!! 맞다 맞다... 야~ 경이 느는 잔머리가 워찌 이리 비상한다냐~~~ 아주 팽팽 돌아가는 구먼 돌아가~~~” 하며 금은 그제야 신의 호칭에 대해 간지러운 곳을 긁어 준 것 마냥 경에게 웃으며 고마움을 표하고 있었다...           

“예 알것구먼유 만호 어르신~~ ” 금과 경은 동시에 잘 알겠다는 답을 하며 자리를 물러났다.           



“  병마절도사( 종 2품) 장군 계신지요? 조산보 만호 이장군입니다...” 신은 절도사 김 성을 찾았다.     

“ 어서 오시게... 먼 길에 고생 많았소.... 그래 만호로 온다는 장군이 이 장군이라 하여.. 이장군이 누군가 수소문해보니... 계청군관 (啓請軍官 ) 명장군과 동기라 들었소... 명장군과 동기라면 녹둔도쯤이야 잘 관리하실 것이라 생각하니... 잘 이끌어 보시게~ 으흠...~~” 절도사인 김 성 은 원래 자기가 추천한 인사가 오지 않고 있던 터라 실은 신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절도사 장군.. 먼저 녹둔도 군영을 시찰을 하고 현 상황을 확인을 해 볼까 합니다. 허락하여 주신다면 닷새 정도는 업무를 파악하고 녹둔도의 상황을 절도사께 보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은 짧게 상황 파악 후 보고서를 올릴 것을 일렀다.       

   

“ 그렇게 하시게... 뭐 녹둔도 확인하는데 닷새씩이나 걸릴 일일까 싶지만 새로 부임한 만호의 청이니 내 그렇게 하지요 으흠....” 절도사는 승낙은 했지만 떨떠름함은 가시지가 않았다..

     

“ 예 절도사 장군.. 그럼 이만 물러 나겠습니다. 장군...” 하며 절도사와의 만남은 짧게 이루어졌고 닷새동안 녹둔도를 둘러보고 보고서를 올릴 것은 구두로 확답을 받고 자리를 물러나게 되었다

.     

“ 조산포 만호 이장군!! 그래 절도사께서는 무어라 말씀하시는가?” 명장군 거정은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 녹둔도를 둘러보고 현재 상황을 파악해서 보고서를 올릴 것이라 절도사께 허락을 받았습니다.” 짧지만 강단이 있어 보이는 억양으로 과거 훈련원 동기이자 현 계청군관인 한 단계 계급이 높은  명장군(정 3품)에게 어제와는 다르게 경어를 쓰며 상관의 예를 보이고 있었다.     


“어허 그런 것인가? 그럼 서찰이나 문서로 받았는가 아니면 구두상으로 받았다는 이야기 인가 이장군? ” 하며 명장군은 뭔가 의심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 관리하는 곳 상황파악 하는 것까지 서찰로 문서를 쓰는 것은 과한 처사가 아니겠습니까?” 신은 승낙을 구두상으로 받았다 이야기하고 있었다.     


“ 그런가? 조산보 만호.... 어허~~ ” 하며 명장군 거정은 알 듯 모를 듯 낮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래 그럼 녹둔도의 현 상황을 소상히 파악해서 보고서를 올려 보시게나.. 이장군” 하며 명장군 거정은 얕은 한숨을 쉬며 신에게 잘해 보라 격려를 하였다.      


명장군 거정은 김성 병마절도사를 보좌하는 자리를 오래 해 왔으므로 그의 성품과 행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현재 만호로 부임한 신을 못 미더워함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절도사 본인이 추천한 인물이 아닌 다른 인물이 조산보 만호로 온다 할 당시부터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을 그를 보좌하는 명장군 거정은 미리 알고 있었던 터였다.      



“ 자 녹둔도로 가 보세나 ” 신은 부만호인 방 성지와 병졸 몇 명과 함께 녹둔도 순시를 시작하였다...  

    

“ 여기가 녹둔도 인가? 두만강을 사이에 둔 저 땅이 녹둔도 인 것인가? ” 신은 부만호인 방성지에게 물어보았다...


“ 예.. 맞습니다. 우측에 나있는  골을 따라 배로 건너 가면 섬처럼 생긴 녹둔도가 나오지요... 저곳이 바로 녹둔도입니다.. 장군.. 100여 리가 넘는 녹둔도는 땅이 기름져 곡식을 심기만 하면 수확량이 다른 곳의 두 배는 될 정도로 엄청난 수확량을 자랑하는 땅이지요... 그런데....” 하며 말을 멈춘 부만호 방 성지는


“요즘은 경작 자체를 할 수가 없는 땅으로 변했습니다. 장군...” 경작을 할 수 없다는 대답을 하며 부만호인 방 성지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늘을 쳐다보았다.     


“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이오 부만호?” 신은 다급하게 물어보았다..


“ 예 장군 얼마 전 조산보 백성들이 녹산도에서 참변을 맞았었습니다 장군... 녹둔도가 기름진 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여진의 마니응게가 다른 부족들을 연합하여 녹둔도를 불시에 습격하여 조산포 백성 수십 명이 그 자리에서 몰살이 되었습니다. 장군....” 하며 부만호 방 성지는 그날의 참혹한 도륙 현장을 보고도 복수를 할 수 없었음을 자책하듯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그럼 그때 군(軍)을 움직여 여진에 응징을 했어야 되는 것이 아니겠나 부만호?” 신은 어이가 없다는 듯 부만호의 대답을 듣기를 재촉했다.     


“ 장군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요..... 그런데 조산보에는 병력이 없습니다.. 없어도 터무니없이 없습니다 장군...” 부만호 방 성지는 그때를 되돌아보듯 눈에서는 불꽃이 튀고 있었다.   

  

“ 여진과 경계를 하고 있는 최북방에서 어찌 군 병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말이요 병력수가 얼마가 된다는 말인가?? ” 신은 그 자리에서 현재 병력의 수를 물어보았다

    

“예.. 장군 현재 장졸을 합쳐 고작 백(百)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인근 조산보 양민이 군역을 담당하고 있어 그 수도 들쭉날쭉하여 어려움이 많습니다. 장군” 부만호 방성지는 현 상황을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하였다.     


“어허 어찌 전장에 나가는 군인을 비정규직 조직으로 대체가 돼야 된다는 말인가? ” 신은 통탄을 금할 수 없었다.     


“알았네... 그다음 문제는 무엇인가? ” 신은 다음 문제점을 확인해 보았다

.     

“예.. 장군 녹둔도는 기름진 땅이오나 모두 평지로 되어있어... 여진족의 기습이 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방비가 최우선이지만 현재 인원도 물자도 없는 상태라 저 기름진 저 땅에 누구 하나 들어가 목숨과 바꿀 이가 없습니다 장군...” 부만호 방성지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에 신은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여진족 야인을 방비이구나’ 신의 생각이 여기에 다다랐을 때     


 “ 부만호... 녹둔도 반대편에 철성산이 보이시오? ” 신은 부만호 방성지에게 물어보았다..     

“ 예 장군... 저기 칠성산은 나무들만 들어차있는 원시림 중에 하나이지요... 저 산은 호랑이들이 자주 나온다 하여 범산(虎山)이라고도 합니다 장군...” 부만호 방성지는 의아하다 생각되는지 “ 왜 그러신지요 장군?” 하며 물어보았다

    

“ 그럼 오늘 조산보  인근 마을 촌장들을 미시까지 동헌에 다 불러주시오 이 난국을 혜쳐 나갈 길을 모색할 것이니.....” 단호한 어조의 신의 명에      


“ 예!!! 잘 알겠습니다. 장군!!! ” 부만호 방성지는 명을 받드렸다...     


“ 왜 우릴 불렀는지비? 아이 그렇씀까? ” 조산보 촌장들의 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조산보 만호 신이 등장하였다     

“오늘 인근 촌장들을 모이게 한 것은 저 기름진 땅 녹둔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차 여러 촌장들으 이 자리에 모이게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 땅에 농사를 지어 군량미와 조산보 인근 백성의 양곡을 충당할 수 있는지 허심탄회( 虛心坦懷)하게 생각들을 전하길 바라오...” 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 저짝은 아이 됩니다!! 목숨줄이 길지 않씀둥!”

걸쭉한 함경도 방언을 내뱉는 이는 조산보 인근에서 제일 큰 부락인 기울촌의 촌장인 야성만 이었다 기울촌은 여진과 조선의 사람들이 같이 부락을 이룬 곳으로 여진의 피가 흐르는 촌락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엄연한 조선의 부락이므로 조선의 편제와 따르는 마을 중에 하나였다 그곳의 촌장을 맡고 있는 야성만도 아비는 여진의 피를 이어받았고 어미는 전라도 진안 사람으로 세종의 4군 6진 정책에 의해 남도에서 이주한 자들의 후예들이었다.      


“ 그렇다면 그 목숨줄을 길게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 신은 기울촌 촌장 야성만에게 되물었다     

“그야 조선의 군이 인원을 보강해야 되지 않음둥!! 아이 그럼둥??” 촌장 야성만은 당연하다는 듯 답을 이어갔다.     

“ 촌락의 반이 목숨을 잃었씀둥.. 간대르사(설마) 저기를 또 들어 간단 말인지비? 우리 신다리(허벅지)를 꺾는다 해도 절대 드갈수 없씀다!!! ” 촌장 야성만은 확고하게 목숨을 담보로 녹둔도는 들어갈 수 없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그러니 이렇게 여러 촌장들과 상의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신은 이제부터 어젯밤부터 방법을 찾은 내용을 여러 촌장들에게 설명을 하였다     

“ 저기 칠성산 (七成山) 여기 백성들은 범산(虎山)이라 부르는 저 산에는 어마무시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있는 것을 볼 것이오... 그렇지 않은가?” 하며 신은 범산 쪽을 가리키며 촌장들의 얼굴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 저 나무들을 가져가 먼저 녹둔도에 여진을 방비할  목책을 세우는 것이오 그런 연후 조산보의 군졸들이 방비를 하면 경비 인원도 줄어들고  조산보 백성들은 마음 놓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오... 단지 목책을 쌓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감수를 해야 될 것이오...” 신의 신의 한 수와 같은 대책을 듣자 조산보 인근 촌장들 사이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만호 장군.. 걱정할 것 아무것도 없음둥... 이제 우리도 밥우 먹습꾸마( 밥을  먹겠습니다) 만호 장군... 이제 우리도 촌락이 영원히 없어 못 지래르 노력해야 되지 (영원히 없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되지) ” 하며 기묘한 계책에 탄복을 하였다     


“ 그래 다들 촌장들의 의견이 모인 것 같으니 내일부터 작업에 필요한 인원배정 및 작업 방법, 소요 시간을 파악한 후 결정된 내용을 모래까지 각 촌락에 알릴 것이니 그리들 아시고 돌아가시면 되겠소이다...” 신의 간결하고 깔끔한 발언 내용에 모든 촌락의 촌장들으 흡족해하며 각자의 촌락으로 발길을 돌렸다....     


“ 그래 다들 힘은 들지 않은 것인가? ” 목책 성곽 조성에 순시차 방문한 신은 촌락 백성과 군졸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 일 없음둥 만호 장군 나으리!!

힘들게 목책을 쌓고 있는 백성들은 빨리 목책을 쌓아야 다가올 사월(四月)에 씨를 뿌릴 수 있으므로 힘든 기색 없이 감사함을 받들고 있었다.     

“빨리 공기를 당기는 것도 중하지만 다들 몸 상하지 않도록 만전 (萬全)을 기하시게...” 조산보 만호 신은 안전에 각별히 유념하도록 당부하고 있었다.     

“네 만호 장군 나으리.. 걱정 붙들어 매심둥..하하하하하...” 촌락 백성과 군졸들은  힘든 와중에도 웃음이 가시지 않음을 보였다.     

신은 혼잣말로 다짐을 하고 있었다

‘ 그래 이것이 내가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위하는 길이지... 내 꼭... 반드시 하고야 말 것이니’

      


“ 아니 저게 무엇인고??”

여진 족장 마니응게는 녹둔도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예 족장. . 조선 쪽에서 성을 쌓고 있는 듯싶습니다 족장” 보고를 올리는 여진의 타율바이는 마니응게의 책사였다.

      

“무어라? 저 들판에 무엇이 있어 성을 쌓는단 말인가?”

궁금한 둣 물어보는 마니응게를 향해      


“조산보 인근 원시림에서 벌목을 하여 나무로 성을 쌓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짧고 간결하게 설명을 하고 있는 타율바이는 삼국지의 촉나라 제갈량과 같은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 인물 중에 한 명이었다.      


“ 그래? 그렇다면 저쪽에 농작물을 심겠다 이 말 이구만? 하하하하하.... 차라리 잘 된 일이야 아주 아주 잘 됐어.. 하하하 ” 크게 웃음을 짓는 마니응게는 그동안 녹둔도에서 약탈을 해 오던 이전을 떠 올렸다...      


“ 이젠 겨울을 날 양식이 생겼으니... 목책이 다 완성이 되고.. 농작물이 다 익을 때까지 지켜봐야겠구먼 하하하하하...” 여진 족장 마니응게의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목책이 완성이 되었다

예상보다 한 달은 더 소요가 되어 완성 시점은 오월(五月) 하고도 보름이 지나 버렸다... 감자, 옥수수, 메밀등 식량이 되는  병해충에 강한 작물들을 골라 씨를 뿌렸다..

땅이 비옥해서 그런지 작물들은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드디어 추수가 다가오는 구월 어느 날이었다...     

“ 장군 이제 군량물을 거둬들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장군...” 상황을 보고하는 이는 부만호 방성지 였다.      


“ 그래 이제 때가 온 것 같네 부만호...” 신은 뭔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낼 듯 잠시 눈을 감았다....     


“ 지금 부만호는 전 장졸들에게 여러 성문중에  목책의 성문 한 곳을 비우라 하고 떼어낸 성문은 하나의 일체형으로 다시 만들어 놓게 하고 목책 하나는 하단 밑부분 사람 한 명만 지나갈 수 있는 공간만 남겨두라  명 하시게...” 하며 낮은 어조로 부만호에게 령을 내렸다.     


“예? 장군? 힘들게 쌓아 올린 목책을 비우라 하심은 어인 말씀 이신지요? ”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부만호는 신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 반드시 여진족 마니응게는 추수하는 시점을 노리고 때를 기다려 왔을 것이네.. 그때 매복조를 배치하여 들어온 여진족에게  다시 문을 걸어 잠그고 성에 입성한 그들을 제압하고 혹여 달아나는 인원은 출입구에  목책  하단부 하나만  열어 놓고  그곳을 빠져나가는 인원은

우리 조선 매복조에 일격을 당할 것임을 명심하도록 하시게” 하며 앞으로 있을 전투 상황을 미리 보았던 것처럼 신은 상세하게 지시를 내렸다.     


이에 듣고 있던 부만호의 입이 벌어지며

“ 예 장군... 그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만호 장군.. 즉시 명을 하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장군!!!”   

        

구월  보름 (9월 15일)  드디어 추수가 시작되었다. 가용할 모든 조산보  백성들이 다 추수에 매달린다 해도 보름은 지나야 모든 작물들의 추수가 마무리될 계획이었다...   

  

“ 장군 금일부터 추수가 시작되옵니다. 일전에 말씀하신 매복조를 오늘부터 배치를 해 둘 예정입니다. 장군” 부만호 방성지는 이른 아침 진시에 상황을 보고하였다...     


“그래 매복은 하되 상황만 지켜보고 내 명이 있을 때까지 주시만 하고 계시계...” 신은 추수의 시작 시점에 반드시 염탐을 위해 첩자든 척후병을 보낼 것임을 알고 있었다..   

   

“ 그리고 수확한 수확물은 준비해 둔 지하에 곡식을 쌓아 은폐 엄폐를 꼭 하도록 명하시게 ” 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예... 잘 알겠습니다. 장군!!!”

이제는 신의 말이라 하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정도로  모든 장졸과 조산보 백성은 따르고 있었다.      


추수 첫날 달이 떠 있는 망루에 조산보 만호이자 녹둔도의 둔전관을 겸하고 있는 신은 떠오르는 달을 보며 ‘ 네가 큰 역할을 해 줘야겠다’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 며칠 동안은 적의 척후병이 온다 해도 그냥 놔두거라...” 하며 신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이 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른 아침 진시 상황 보고가 있었다


“ 작일 (昨日) 적 척후병 3명은 서쪽 비워진 목책을 통과하여 약 이각(二刻 30분) 동안 녹둔도 성안을 둘러보고 돌아갔습니다.” 매복조는 현재 대기 상태로 지엄한 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매복조는 항시 대기 상태로 있고... 때가 되면 명령이 떨어질 것임을... 잘 알겠는가?” 신은 상황 보고 자리에서 조만간 명령이 떨어질 것임을 주의 당부하였다.     


“ 예 장군!!!” 하며 일사불란하게 휘하 장수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녹둔도의 시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며칠이 더 흘러 여진 족장의 막사에서는 긴 회의가 진행이 되고 있었다.    

  

“ 뭣이라? 열흘 가까이 정탐을 했는데... 녹둔도 성 안이 비어 있다고? 이게 말이 되는 말인가??” 격노를 하고 있는 마니응게는 휘하 부족장들과 참모진에게 격노를 넘어 대노(大勞)를 하고 있었다.     


“예 족장.. 낮 시간에 추수한 곡식이 밤만 되면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척후병의 연락을 수시로 받고 있는 책사 타율바이는 족장인 마니응게 에게 알리고 있었다.

    

“ 이것은 필시 조선군의 계략이 분명합니다. 때를 더 기다려 상황을 다시 파악하고 전투 시점을  정하심이 좋을 듯싶습니다. 족장...” 타율바이는 타율바이였다.. 여진의 입장에서 조선의 계략이 있을 것을 짐작하고 족장인 마니응게에게 직언을 날리는 타율바이에게 족장이 입을 열었다     


“ 아니 이게 무슨 *같은 소리인가? ” 격노할 때로 대노한 마니응게의 귀에는 어떠한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밤  당장 전 병력을 투입해 녹둔도를 칠 것이니 예하 와르카, 후르카, 올적합 족장들에게 전갈을 보내 오늘밤 합류하도록 전라하.....” 야인 여진 족장 마니응게는 오늘 총공격을 할 것임을 선포하였다.      


“족장 금일은 피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분을 못 참고 격노하며 출정 명령을 내리는 마니응게를 향해 책사 타율바이는 오늘은 안 된다며 만류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믐이라 한줄기 빛도 찾을 수 없는 어둠만이 있을 뿐입니다... 혹여 조선의 계책에 빠져 큰 화(過)를 당할까 염려됩니다 족장“ 타율바이는 간곡하게 오늘만은 피하라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 무어라? 어디 감히 족장인 내 말을 거역하겠단 말인가?” 마니응게는 가로막는 책사 타율바이를 향해 더 이상 말하지 말 것을 명하였다...     


이에 타율바이는 속으로 긴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결전의 시간 신은 망루를 보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목책 주위 매복 인원을 향해


“ 금일 반드시 적이 들어올 것이니 적 전투병이 들어올 때까지 두었다 효시(嚆矢 전쟁을 알리는 화살)가 뜨는 순간 적을 섬멸 할 것이니라....” 신의 비장한 말을 들은 장졸들은     

“ 예 장군!!!!” 하며 분기탱천 (憤氣撐天)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예전 몰살 당한 가족들을 생각하면 뼈를 씹어먹어도 분이 안 풀린다는 개똥아배를 비롯 조산보 양민과 군졸들은 오늘 복수를 위해 기다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드디어 해시에서 자시로 넘어가는 순간.... 목책 인근 풀숲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사각사각’ ‘푸석 푸석’ ‘삭삭삭삭’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풀숲을 혜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인 여진 부족장 칸타율지가 이끄는 오백여명은 일제히 서쪽 열려있는 목책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 부족장!!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침투가 되겠습니까?” 부족장의 참모인 성칸탄마는 전세의 불리함을 알리고 있었다.     


“ 이 정도 어둠은 우리 야인 여진에게는 아무것도 아님을 모르는가? 잔말 말고 병력을 이동시켜 빨리....” 족장의 동생인 부족장 칸타율지도 족장과 마찬가지로 마니응게의 명을 따르고 있었다...     


“ 부족장!!. 이제 전병력이 목책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디로 옮겨야 될지요? ” 성칸탄마는 다음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 씨잉~~~~~~~ 하며 불꽃과 함께 화살 날아가는 소리가 귀를 찢어 놓을 듯 울려 퍼지고 있었다...     


“ 그때 목책밖에서는 일체형으로 만든 성곽 목책 문이 닫히며 우렁찬 함성과 함께 화살이 공중에서 퍼붓고 있었다

     

“ 한 명도 살려 두면 안 된다!!!!! 저들에게 도륙당한 조산보 부모형제의 한을 오를 꼭

풀어야 함을 있지 말 것이야 꼭 꼭 꼭~~~~~”  신의 목소리는 비장을 넘어 결연했다 오늘만큼은 그동안의 한을 꼭 풀 것이라며 ‘둥둥둥’ 북소리와 함께 사방의 망루에서 쏟아지는 화살은 야인 여진 모두를 몰살시키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녹둔도 목책 성곽 안은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따로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는 마치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지옥임을 방불케 하였다.      


“ 부족장!!! 이게 어찌 된 일이요.... 어디에서 화살이 이렇게 날아 온단 말이오....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죽을 것이니... 빨리 퇴각 명령을 내리세요.. 빨리....” 성칸탄마는 부족장 칸타율지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명을 내리기도 전 여진 부족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려 했지만 나가는 문은 잠겨 있었고... 그나마 한 명씩 나갈 수 있도록 열어둔 목책 밖에서는 조선의 매복조가 나오는 인원마다 족족 칼로 도륙을 내고 있었다.....    

  

“ 아악~~~~~~~~ 으악~~~~~~~~~ 헉~~ 학~~~ ” 화살과 칼로 도륙을 내는 소리는 삼각(三刻 45분) 동안 계속 이어졌다.... 목책 안으로 들어온 5백여 명의 야인 여진은 그야말로 오백 명 모두가 전멸을 했다 할 정도로 모두 도륙 당한  상태였다... 처음 목책 밖으로 빠져나간 인원 몇 명을 제외하고는 오백 명이 다 몰살이 된 상황이었다....     

 

그때었다

“ 우리가 이겼다!!!!! 이겼어!!!!!!!!!!! 와!! 와!! 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조선 장졸의 입에서 승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또한


“ 만호 장군 만세!!! 만세!!! 만세!!! ” 신에게도 만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녹둔도의 피 말리는 전투는 신의 묘수가 하늘과 같이 움직여 대승을 맞보게 되었다.     


‘ “내 오늘이야 말로 녹둔도 둔전관의 명을 제대로 수행했지 싶네.... 안 그런가 부만호~~” 신은 부만호 방성지에게 나지막한 음성을 전했다...

    

“예 장군 이것이 모두 장군의 지략에서 나온 것이지 않겠는지요?” 하며 신을 향해 죽어도 좋다는 듯 신(臣)을 신(神)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칠흑 같이 어둠이 깔린 깜깜한 밤

신은 이 한 만디를 전했다     

‘오늘은 노을 보다 더 붉은 핏빛이 목책 성안을 붉게 적시는구나~~~ 붉게~~ 검붉게 검붉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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