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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Jul 07. 2024

첫 번째 백의종군

악법도 법인 것을.....

“ 장군!!! 대승입니다 장군~~~” 부만호 방성지의 눈에서는 그동안의 울분을 터트리기라도 하듯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그래 적군의 전사자와 아군의 피해를 파악해서 보고 하도록 하시오 부만호...” 신은 오늘의 전투 상황을 정리하여 절도사인 김 성에게 보고를 할 요량이었다....     


“예 장군~~ ” 부만호 방성지의 짧은 대답이 있었다.

신은 주위를 둘러보며 전투 상황의 처참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치러진 국지전이라 그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투구를 뚫고 화살이 머리를 관통한 이도 있었고. 같은 여진족 아군끼리 칼과 창으로 벤 흔적도 있었으며 주위에 함정을 파두어 송곳 위에 널 부러진 시체들도 넘쳐났다....

간혹 여진족 사이에 조선군의 시체도 열구정도가 파악이 되었다.. 여진족 전사자 수백 명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였으나 전투가 끝나 정리하는 단계는 피 냄새가 진동하였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수습은 해 줘야 한 인간, 사람으로서의 도리라 할 것이었다      

“그래 부만호!! 여진의 전사자와 아군의 피해를 보고 해 보시오!!” 신은 굵고 간결하게 질문을 하였다...     

“예 장군 여진의 전사자는 296명이고 부상자는 52명이고... 아군은 열한 명이 전사하고 일곱 명이 중상이며 경상을 입은 이는 여덟 명으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전시 상황판에 기재된 숫자를 읊으며 부만호는 신에게 보고 하였다.


“그래 적군이든 아군이든 부상자는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금일 오시(午時)에 절도사께 이 상황을 보고할 예정이니... 오후에 보고 준비를 해 두시게 부만호....” 신은 작전 참모를 겸하고 있는 부 만호 방성지에 이와 같이 전했다...     

“예.. 장군 분부 받들겠습니다....” 부만호 방성지의 짧고 간결한 대답이 이어졌다...     


“ 그래 조산보 만호 이장군.... 소식은 들었소... 야인여진과 국지전이 있었다지요?” 신에게 질문을 하는 이는 절도사 김 성이었다...     


“ 예.. 절도사 장군... 야인여진 마니응게가 전일 해시(亥時) 녹둔도 둔전을  기습했습니다 장군... 이달 그믐께 적이 공격할 것을 대비하여 진을 치고 공격을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적의 전사자는 296명이고 부상자는 52명이며 본진의 아군도 11명의 전사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절도사께 상세하게 보고차 방문 하였습니다..” 신은 전날 상황을 절도사 김 성에게 보고 하였다...  

    

“ 그래 장군... 소식도 듣고 지금 조산보 만호 이장군이 직접 설명을 하니 상황은 잘 알겠지만.... 어찌 이런 중차대한 일을 만호 혼자 독단적으로 처리를 했단 말이오??” 절도사 김성은 전날의 승전에 대한 신의 공을 축소하고 있었다...


 그동안 병력을 충원해 줄 것을 상부에도  여러번 간곡히 요청을 했지만 번번이 거절 당해 신은 어쩔 수 없이 자구책으로 조산보 백성들에게  군과 농사를 병행하는 나름의 자강(自强)을 실천하였다 ...그에게 이는 모함이나 다름이 없었다.     


“절도사 장군... 장군께서 지금 하시는 말씀은 전일 녹둔도 전투에 대해 저희 조산보 백성과 녹둔도 둔전을 관리하는 만호인 제가 들을 이야기는 아니지 싶습니다 장군!!!” 신은 아무리 상관이라 하지만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하며 과실(果實)을 따지는 절도사에게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허~~~ 조선(朝鮮)에는 지엄한 국법이 있거늘  어찌 일개 만호 따위인 자네가 상관이 내게 항명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어제 전투가 없었다면 가뜩이나 군졸의 수가 없는 판국에 아까운 열한 명의 목숨은 건졌을 것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장군???” 열을 받을 때로 받은 절도사 김 성은 신을 향해 버럭 화를 내고 있었다...


    

“ 절도사 장군.... 병력 손실은 저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제 과실을 인정을 안 한다 하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목숨이 중하지 않은 것이 있겠는지요... 저도 전사자에 대해서는 잘 수습하여 처리할 것을 휘하 장졸들에게 일러두었습니다... 차후에는 더 만전을 기해 대비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야인여진 공격의 조선군은 녹둔도 둔전에 경작을 시작할 때부터 예상된 일이므로 이일에 대해 조산보에 책임을 전가하시는 것은 삼가  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장군...”     

“뭐시라~~~~ 만호 당신이!!! 어디 상관인 절도사인 나를 향해 지적질을 한단 말인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내 당장 조정에 상소를 올릴 것이니 그리 아시게...


 "돌아가시게!!!!"한바탕 퍼부은 절도사 김성은 신에게 돌아가라 해 놓고... 절도사 본인 김성이 먼저  문을 박차고 나가며...

“ 명장군 (정 3품 계관첨사 부속실장 명거정)!!! 명장군!! 나 좀 보시게.... ” 명장군을 호출하였다....  

   

우두커니 방안에 않아 있는 신은 곧은 자세로 몇 각을 미동도 없이 지키고 있었다...     

“ 이장군?? 이게 무슨 일이오?? ” 계관첨사인 명장군이 방으로 들어와 않아있는 신을 보며 다급히 물었다...

아무 말 없는 신을 보며 “ 이장군 무슨 일이 있는 게 요? 답답허이 어서 말씀을 해 보시게??”     

자리에 앉아 있는 신은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절도사 장군이 왜 이렇게 화를 내시는지 저 또한 알 수가 없소이다 명장군... 내 나라의 녹을 먹고 부끄럼 없는 행동을 했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절도사 장군은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지 승전을 알리러 온 본인을 향해 노여움을 내시니 이는 조산보 녹둔도 둔전에 있는 모든 백성을 책 하는

 것이니.. 내 그에 바른말을 했던 건 뿐이오 장군....”      


이야기를 들은 명장군은 이제야 올 것이 왔구나 하며 눈에선 안타까운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 기어이 올 것이 온 것이오 이장군....” 명장군은 안타까움과 연민의 눈빛을 보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마도 절도사 장군은 조정에 상소를 올릴 것이오... 그러면 파직과 함께 백의종군의 명이 있을 것이니.... 절치부심 하여 때를 찾는 수밖에 없을 듯싶소 이장군... 나도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하며 기어코 절도사가 일을 저지르고 있음을 한탄하고 있었다...


드디어 절도사 김성이 조정에 장개를 올렸다     


“ 조산보 만호 이 신(申)은 녹둔도 둔전을 관리함에 있어... 야인여진의 국지전(局地戰)을 야기한바 귀중한 조선(朝鮮)의 군졸 열한 명을 전사하게

한 과오(過誤)가 큰 바 이에 그 죄를 엄히 물을 것을 고합니다 이에 조산보 만호에게 백의종군(白衣從軍)하여 그 죄를 씻기를 청하옵니다 ”

      

전후 사정은 생략하고 오로지 아군의 전사자만 통보를 한 절도사 김성의 장개는 열이틀이 지난 시월 초닷새였다.... 조정은 절도사의 장개에 있는 내용만 접수가 되어 바로 북관 절도사 김성과 조산보 만호 신에게 어명을 내려졌다....     


“ 조산보 만호 이 신(李臣)은 절도사 장개에 따르면 그 죄가 참수를 면하지 못하나 절도사의 선처(善處)를 고려하여 백의종군(白衣從軍)하여 그 죄를 씻기를 명하노라....”    

 

어명을 받든 신은 한양이 있는 남쪽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있었다...

“ 아니 우리 만호 나리가 뭔 잘못을 했다고 이런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내리시는지 도저히 수긍할 수 없습니다.... 장군” 부만호 방성지는 그동안 어찌 신이 조산보와 녹둔도를 지켜왔는지 알고 있는지라... 이 상황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신에게 되물었다...      

"어허..... 어찌 지엄한 어명에 대해 왈가왈부(曰可曰否) 할 수 있나... 그만하시게..." 신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그 자리에서 갑옷을 풀어 혜쳤다....      

이제 신은 품계가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흰옷 백의(白衣)만 걸치고 조산보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조산보 만호이며 녹둔도 둔전을 관리하던 둔전관 신이 백의종군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야인여진의 족장 마니응게는 쾌재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 하하하하하하........ 내 비록 삼백 가까이의 장졸을 잃었지만.... 조선의 왕이 실성을 해도 단단히 했구먼 단단히 했어. 하하하하하하... 어찌 조선 전사자 열한 명에 대해 죄를 묻고 우리 여진의 삼백 전사자에 대해서는 공을 묻지 않는 조선의 임금도 아무리 적이라 하지만... 실성을 해도 단단히 한 것이야........ 녹둔도 첫 전투에서 패배한 것이 내 평생의 치욕인데... 내 이 치욕을 곧 되갚아 줄 날이 머지않았음이야. 거기에 지휘관도 공백이지 않는가???... 하하하하하...”  


        

여진족장 마니응게의 웃음소리가 녹둔도의 드넓은 들판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 내 반드시 이번만큼은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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