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other time 자축인묘 Jul 21. 2024

그 강력한 힘의 근원

최장군은 왜 이리 센 것인가?

" 행님요? 이제 퇴청하십니꺼? 한참 기다렸다 아입니꺼?"

전라도 태안 감영의 회의가 늦어져 신을 기다리던 호색은 마치 큰 형님에게 투정을 부리듯 말하고 있었다

" 아이고 우리 호색 동생이 나를 그리도 기다렸단 말인가?? 하하하하 미안하이 내 오늘은 관아에 중요사안이 있어 예정시간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 노여워 마시게 최장군"


신은 투정 부리는 막내 동생을 위로라도 하듯 옅은 웃음과 함께 달래고 있었다


"하하하하 아입니더 행님요 그냥 쪼매 투정 좀 부려 봤습니더

오늘은  행님  쪼매  깜짝 놀라게  할라 안 합니꺼??!! "


호색은 이장군 신에게 농섞인 말을 하며 오늘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허허 자네가 뭔가 놀랄만한 준비를 했지 싶은데 그게 뭔지 궁금허이 그것이 무엇인고? " 신은 호색이 준비한 것에 반색하며 물어보았다


"행님요? 그래 바로 답하면 재미가 없다 아입니꺼 일단  함 가시지예?" 하며  석 달 치 선금을 주고 묶고 있는 주막 '내춘원'으로 향했다

" 주모!! 주모!! 낭군님 왔다 카는데 코빼기도 안 보이는교?? 어이??" 호색의 능글맞은 어투로

주모인 월향을 부르고 있었다


" 호호호호~~ 장군님 농은 아침에도 그러더니 저녁때도 여전하시네요 ~~ 진짜 낭군님이면 저를 소실로 들이시든가요 안 그렇습니까 나으리??"

받아치는 월향도 산전수전 다 겪은 이 바닥에선 잔뼈가 굵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 지역 최고의 주모라 호색의 농을 농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내가 주모는 몬 이기... 몬이긴다카이  하하하~~ 주모  뒷마당 토굴에 둔 단지 좀 가와보소 무거브면 이바구 하고? 제일 작은 항아리 입니더이~~ " 호색은 여러 개 단지중 제일 작은 항아리가 오늘 신에게 보여줄 것임을 알렸다


"예 나으리 그런데 주막에 이래 보관하는 것은 주모생활 십수 년에 나으리가 처음이네요~~" 월향은 호색에게 타박은 했지만 평소 손님들보다 내춘원 술과 음식을 더  팔아주는 호색이 싫지만은 않았다

" 자 여기 있습니다요 나으리~~"하며 작은 항아리를 최장군 호색과 이장군 신 앞에 내려놓았다


" 아니 이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이 향은 또 무엇이고??" 단지에서는  오월에 느낄 수 있는 배꽃향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궁금하고 놀란 신은 호색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행님요 향이 기가 막히지 예? 이건 아무나 맛볼 수 없는겁니더 자 이제 열어봅니더~~ " 독 위에 밀봉돼있는 한지를 여는 순간 겉으로 은은하게 느껴지던 배꽃향이

순식간에 방안 전체를 배꽃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 아니 이것은?? "신은 이화꽃  만발한 배밭에서 춤이라도 추는 양 이화향에 취해 넋을 놓고 향을 음미하고 있었다


"행님요 직이지예? 직인다 아입니꺼?? 내 행님이 이랄줄 알았습니더 하하하하~~" 최장군 호색은  이장군 신이 반기는 모습에 너무 흡족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행님요 지가  놀랄 거라 안했습니꺼 맞지예?? " 호색의 함박웃음은 신의 다음 행동이 어떠한지 기다리는 듯했다


"최장군? 아니 호색 도령 이런 향은 내 태어나 처음 맞는 향인데 그리고 저기 타락죽(우유)같이 생긴 걸쭉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신의 궁금함은 더해만 갔다


"행님요 내 궁금하시지 싶어 이자부터  찬찬히 설명 들어갑니더이~~"호색은 준비된 사수가 활시위를 당기듯

설명에 거침이 없었다


"행님이 본 타락죽처럼 생긴 뽀얀 색의 걸쭉한 것은 술이 맞습니다  맞고요 자 그럼~~"하며 검지 손가락으로 죽처럼 생긴 걸쭉한 흰 액체를 찍어 신의 혀에 대어 보았다


"행님요 어떻습니꺼?  마 직인다 아입니꺼?? 하하하하 "

다음 행동을 알기라도 하듯 호색은 연신 웃고 있었다


" 허허 이찌 이런 맛이??" 하며 신은 이제는 자신의 검지 손가락으로 작은 독에 담기 흰 액체로 가져가 찍어 맛을 재차 음미해 보았다


" 어찌 이런 죽 같은 것에서 배꽃향이 나며 여기 주막의 농주(막걸리) 보다 더 독하고 맛은 부드럽기 그지없는데 이것을 무엇이라 하는가? " 신은 긴 수염에 묻은 흰 액체를 닦으며 묻고 있었다





"예 행님요~~ 이게 이화주(梨花酒 )라 카는 긴데 쌀로 누룩을 동글동글하게 맹글어가  

소나무 잎으로 싸갖고  숙성을 해가

누룩에 뜸을 드리가

좋은 백곡(흰색 곰팡이)이나 황곡(황색 곰팡이)이 뜰 때까지 삼칠일(21일) 푹 삭카놓으면 지대로 된 누룩이 되는 기고

이게 까맣게 뜨면 파인가라예 (버려야 됨)

그래가 누룩이 모든 술맛을 좌우한다 안합니꺼 하하하~~"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호색을 향해 신은  재차 물어보았다





"그래 그럼 그다음은 어떻게 했다는 말인가?" 신은 설명 중 잠시 숨을 쉬는 호색에게 다음이 어떤지 묻고 있었다

"하하하 행님도 보채시기는~~^^ 그래가꼬... 아 아니제 아니제 쪼매만예 행님 ~~ 아지매!! 아지매요!!!  여 탁배기 한 사발만 주이소!!! " 최장군 호색은 갑자기 주모에게 탁배기 한 사발을 주문하였다


" 지가  탁배기 캉 이화주캉 와이리 다른지 설명할라카믄 실물이 있어야 된다 아입니꺼 맞지예??~" 호색은 신에게 설명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 형님 어디까지 이바구(이야기) 했습니꺼??  아 맞다 맞다~~

그래가 삼칠일 걸린 뽀얀 이화곡 누룩에 그기에 또 찹쌀 한말을 백세(깨끗이 씻어 )해가 쌀 뜨물이 안 일날때까지 쎄리 씻는다 아입니꺼  그라고 백세가 다 끝났으몬



                                                                                                                    




뽀얀 이화곡을 쎄리 빠사가 백세한 찹쌀과 섞어 준다 아입니꺼 이게 혼화라 카지예!! 마 빠짝 섞어준 찹쌀과 이화곡을 이 짝 단지에 넣어 두몬 된다 아입니꺼 하하하하 "

호색은 뿌듯하다는 듯 신의 얼굴을 살피었다



" 최장군 그럼. 그렇게 하면 방금 전 맛본 그 이화주를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신은 빨리 답을 얻고 싶어 했다


" 행님요!! 내만 성격이 급한 줄 알았더만 행님도 만만치 않네예 하하하하~~ " 호색은 잠시 숨을 쉬며

"아니지예 행님요~~ 그 잘 섞은 이화곡과 찹쌀을

또 삼복더위  날씨보다 쪼매 낮은 오월 날씨 기온에  마차가 발효를 삼칠일 시키몬 그때 요래 요래 걸죽한 타락죽 같은 이화주가 된다 아입니꺼 하하하하~~" 설명을 다 마친 호색은 뿌듯한지 한마디 더 읊기 시작했다.



  " 이 이화주가 내가 힘쓰는 근원 아니겠는교?"

호색은 뿌듯한 듯  신기한 듯 이화주를 바라보는 신을 향해 우쭐거리고 있었다


" 오!!! 그럼 힘이 장사인 자네 힘의 원천이 이거였단  말인가??   " 신기한 듯 되묻는 신이었다,


"예 행님요!!! 실은  이것도 있겠지만  외탁을 해서  빼(뼈)가 통빼(뼈)다 아입시꺼. 그라고 이건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 발설을 하면 안됩니더  ~~" 하며 호색은 짝 귓속말로

이화주에 얽힌 사연을 신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 이화주는 본래 궁중에서 나라님만 시음할 수 있는 궁중술이지예 그런데 사옹원 음식을 담당하는 주부(종 6품)이신 먼 외가 쪽 어르신과  궁중에 술을  공급하는 사온서  직장(종 7품)인 외가 쪽 아재가 있어가

술 만드는 비법은 몰라도 재료는 빠사 했다 아입니꺼

그래가 우리 어무이가 음식하고 술 빚는 거는 기가 차다 아입니꺼 실은 나라님이 드시는 술맛은 아마 지금 이래 준비된

이화주캉은 맛은 쪼매 다르지 않을까 싶네예

그 찐 맛을 누가 알겠는교?하하하하~~

그래가 우리 외가 강가 집안에서는 이화전후주라 한다 아입니꺼

이화주인지 아닌지 아무도 몰라가  나라님 술하고는 차별을 둬야 된다 캐가 그래 이름 붙였다 아입니꺼

그런데 우리끼린 그냥 쉽게 이화주라캅니더  

행님도 쪼매 맛보셨지만 우얗든교??

맛이 기깔나지예?? "


호색의 일장 연설이 있었고 숨 고르는 시간이 있을 때


신은 그다음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하였다

"최장군!!! 그래 그래서 이 술이 어떻다는 것인가??

나라님 술을 따라한 밀주 인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게 있는가??" 신은 아무리 최장군이 친하다고는 하지만 국법을 어길 수 없어 시음을 해도 될지 않을지를 청하고 있었다

" 행님요!!! 게안 습니더 하하하 ~~ 이 돔생이 설마하이 밀주를 마시라 카겠는교?? 이 이화전후주는 엄연한 최가 집안과 강가 집안의 가양주 입니더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된다 아입니꺼 하하하하~~~ 자 그럼 주모가 사발 가져온 탁배기캉 지가 가져온 이화주캉 맛이 어떤지 시원하게 함 들이켜 보시지예?? " 호색의 말이 끝나자

 신의 얼굴빛이 밝아지며


 " 그럼 됐네 됐어 어디 내춘원 탁배기랑 최 씨 집안의 가양주 이화전후주 맛이 어떤가 함 보세나 ~~" 하며 꿀단지와 같은 작은 단지에 담긴  타락죽 같은 걸쭉한 이화주 한 종지와 내춘원 탁배기가 동시에  신 앞에 놓이게 되었다

"자 그럼"

종지에 들어 있는 걸쭉한 이화주를 수저로 한 움큼 입에 넣은 신은 눈이 동그랗게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혀 끝에 감도는 단맛과 혀의  테두리를  스치는 상큼한 신맛이  신의 침샘을 자극해 침과 죽과 같은 이화주가 어우러져  금새 입안에는 화사한 배꽃향이 감돌게 되었다

 

"아니 이런 맛이 어찌 날 수 있는가? "

신은 감탄과 탄복만 연신 느낄 뿐이었다. 정말로 이화꽃 떨어지는 오월의  달밤에 두고 온 옛 여인을 생각하게 할 정도로 기가 막힌 맛이었다


  "  자 그럼 이번엔 "

 신은 내춘원의 탁배기 한 사발을 들이켰다


 " 음 이건 그냥 시원한 농주 맛이군 "하며 한 모금 들이킨 후 다시 수저를 들어 배꽃향 가득한 이화주로 신은  자꾸만 손길이 가고 있었다


  "행님요? 어떻습니꺼? 맛이 좀 차이가 나지예?"  최장군 호색은 신의 행동을 예상이라도 한 듯 말없이 눈감고 이화주의 향기에 취한 신을 보며 한마디를 더 하였다


  " 행님요 ? 내 이 짝 전라도 태한땅에 파견 간다 카이 어무이가 귀한 분 만나면 대접하라카매  완전 숙성된 이화주. 단지 하나 하고 향온곡(궁중전통 누룩)하고  춘곡(봄누룩)하고 한 그  싸 주셔가 오자마자 술 빚어가 몇 단지는 저 토굴에  묻어 놨다 아입니꺼 하하하하~~

이번 이화전후주는  행님 하고만 마시고 두어 달 뒤 절제사 어르신과 도움 주신 장졸들에게 돌릴까 합니더  안 게안습니꺼 행님요?? " 호색은 기가 막힌 술을 대접할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 그래 최장군 자네 생각이 기특허이 내 절제사 이성  어른께 이 내용을 보고 할 것이니 그리 알고 술 잘 익혀 놓으시게 최장군~~"


"  예 잘 알겠습니다 행님요~~~"  호색은 신의 따뜻한 마음에. 한번 더 이분이라면 죽음을 각오하고 지킬 것이라 다짐하고 있었다


신은 이화주의 향기를 머금고 동헌으로 발길을 옮겼다

"허허 오늘 저녁노을은 배꽃향이 배어서 그런가 참 불그스름하구나 ~~~"



,



이전 12화 재회 (이장군, 최장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