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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Jul 14. 2024

재회 (이장군, 최장군)

우연은 필연이 되고...

재회 ( 이장군, 최장군) 

    

“ 잘 듣거라!!!! 지금이 기회다!!! 모든 야인여진의 병사는 내일 출정을 할 것이니... 모두 동이 트는 묘(卯) 시에 집결할 것이다.....” 


마니응게는 지난 야밤의 대패를 곱씹으며 이번만큼은 밝은 여명이 트는 묘시에 전장의 나팔을 울리며 승전할 것이라 다짐하고 있었다...    

  

‘ 이번만큼은 꼭!! 꼭!!! 녹둔도를 집어삼킬 것이야 꼭~~~!!’ 여진족장 마니응게의 눈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마니응게의 지시를 받은 책사 타율바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 족장 명일 묘시는 기운이 불길합니다. 정 밝은 때 출정을 하려거든 삼일 뒤 해와 달의 기운이 합쳐지는 유(酉) 시에 출정을 하심이 좋을 듯싶습니다” 

타율바이는 주역의 64괘를 꿰차고 있는 중원에서도  몇 없는 인물 중에 한 사람으로 족장인 마니응게에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 무릇 삼일 뒤 양의 성질인 ‘건위천’과 음의 성질인 ‘곤위지’가 만나는 보름이 길일이며 보름 당일 해와 달이 교차하는 유(酉) 시가 제일 적기로 괘가 나옵니다 족장.... 이번만큼은 저의 충정을 믿어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족장....” 타율바이의 결기에 찬 요청과 함께 머리를 숙여 답을 듣기를 원하고 있을 때......   

  

“ 저놈의 목을 당장 베거라!!!!!!! ” 마니응게의 분노는 극에 이르러 부족장 칸타율지를 바라보며 소리를 버럭 지르고 있었다.     

“ 지난번 패전에도 저놈의 부정하고 방정맞은 세치 혀 때문에 천하무적 야인여진 전사 삼백이 몰살이 된 것도 뼈를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은 판국에.... 오늘도 또 내 앞길을 가로막는가?” 마니응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당장 타율바이의 목을 칠 것을 명하고 있었다..     


“ 족장!!!! 저 타율바이는 하늘이 정한 것을 소신 것 말씀드린 것 밖에 없습니다. 족장!!! 내 야인여진의 한 사람으로 태어나 부족의 앞날을 걱정해서 말씀드리는 충언을 족장께서는 어찌 회피하려 하십니까... 내 비록 오늘 명(命)을 다한다 할지라도 한 번이면 족하지 더 이상 야인여진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족장!!! ”


타율바이의 죽음을 각오한 충언이 끝나기도 무섭게...     


“ 칸타율지!!!! 뭐 하고 있는 것이냐????? 지금 당장 저놈의 목을 치거라!!!!!” 마니응게의 노여움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  

   

“ 헛 이얏!!!!!!!! ” 순식간에 칸타율지의 칼이 책사 타율바이의 칠 척 장신의 키를 육 척으로 만들고 있었다.....

좁다라한 막사 안에 금세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며 막사의 허리춤이 검붉은 파도의 출렁임으로 수를 놓고 있었다. 

회의에 참석 중이던 모든 이들은 오금이 절여와 미동도 하지 않고 현 상황을 주시만 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족장 마니응게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 하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로 모든 야인여진의 수뇌부는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한동안 어느 누구도 말을 하는 이가 없었다.....    

  

마니응게의 눈이 서서히 풀리며 지금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내가? ’ 책사인 타율바이가 이제는 없다는 생각을 하니 마니응게는 현실을 부정하듯 떨어져 나간 타율바이의 목을 붙들고 떨리는 손으로 타율바이의 떠있는 눈을 감기려 했으나 그 눈은 감기지 않고 있었다.....

     

그때서야 타율바이는 통곡을 하기 시작하였다

 “ 아!!!! 아!!!! 아!!!! 이제 그 누가 나를 보좌할 것인가? 내가 화를 참았어야 했는데 어찌.......” 이제는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때 부족장이며 족장 마니응게의 명을 받는 칸타율지는 

“ 족장.... 여인야진은 한번 뱉은 말은 절대 돌리는 것이 없습니다.... 간신을 처단한 것뿐이니 너무 서러워 마시고... 사태를 수습하시고 명일 출정대비를 하셔야 됩니다 족장!!!!” 부족장이며 마니응게의 동생인 칸타율지는 사태를 빨리 수습하고 내일 출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재촉했다. 

     

“그래!!! 모든 야인여진은 명일 묘시 출정을 할 것이니 오늘은 술과 고기로 맘껏 마시고 즐기고 내일 출정을 할 것이다!!!!!”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마니응게는 이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은 듯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비록 조산보 만호 신은 만호 자리를 내려왔지만 

조산보 녹둔도에 머물며 앞으로 곧 닥칠 전장을 대비하고 있었다.  

    

“ 부만호 현 상황이 어떠한가?” 질문을 하는 이는 

조산보 만호 자리는 임시직으로 맡고 있는 계관첨사  명거정이었다


“예 장군!!..... 녹둔도 목책은 이전 이 장군께서 방비를 단단히 해 두어 적은 인원으로도 철통경계가 되어있고 경계인원도 기존보다 반으로 줄어들어 상황은 나아졌지만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므로 불시에 야인여진이 공격한다면 승리는 장담을 못하는 상황입니다. 장군!!!” 설명이 끝난 부만호 방성지는 명장군 명거정을 향해 보고를 마치며 고개를 숙였다....    

 

“ 그래 부만호!!! 내 오늘은 비록 이 자리에는 없지만 그동안의 경계 및 전시 상황을 꿰뚫고 있는 이에게 조언을 들을 것이니 그리들 알고 있게나” 명장군은 지엄한 국법이 있으므로 신을 장군이라 부르지 않고 공식 석상에서는  ~~ 이 로 지칭하고 있었다...      


“ 예~ 장군 마땅히 그렇게 하셔야 될 줄로 아뢰옵니다 장군~~” 대답을 하는 부만호 방성지도 이전 신(臣).. 이장군의 억울한 누명을 알고 있기에 기다렸다는 듯 답이 절로 나오고 있었다.      


“ 신 있는가??? 내 거정일세.... ” 반가운 목소리가 신의 누추한 정주간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잠시후 흰옷을 두른 신이 정주간(부엌과 방이 같이 있는집 )쪽에서 나는 소리를 향해     

“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명장군님 아니십니까?” 하며 손님인 명거정을 맞이 하고 있었다..


함경도의 험난한 추위를 이겨내려면 부엌과 방이 동시에 사용되어야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지라 정주간은 함경도의 독특한 주거형태로 볼 수 있었다...      


“무슨 명장군님 인가? 내 갑장인 친구로 찾아왔으니 사적인 자리니 말씀 편하게 하시게...”

거정은 신에게 편하게 대하라며 웃으며 신을 대하고 있었다.     

“ 허허허 허... 그러하신가.. 그래도 내 자네처럼은 못하니 그냥 편하게 명장군이라 부르겠네... ” 신과 거정은 서로 말을 애매하게 놓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래 자네는 야인여진 마니응게가  언제 또 올 것이라 생각하시나?” 명장군은 신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 필히 그는 조만간 이 녹둔도를 다시 올 것임은 틀림이 없을 것이네 명장군... 다만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니 경계를 늦춰서는 아니 될 것일세... 잘 들으시게 얼마 전 야인여진에 세작(細作 간자 또는 첩자를 일컫는 말)에 따르면 얼마 전 야인여진의 최고위층 막사에서 책사인 타율바이가 무참히 도륙당했다는 전갈이 왔음을 명심하기 바라네....” 신은 이전부터 야인여진 무리에 조선과 여진의 피를 물려받은 타샬란 (조선명 향은)이란 여인을 세작으로 두고 있었다.    

  

“ 아니 그런 큰일이 있었단 말인가? 타율바이는 야인여진의 모든 작전을 지휘하던 책사 중에 책사로 알고 있는데 어찌 그를 도륙을 냈다는 것인가? 그 말이 사실인가? ” 명장군 거정은 듣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신에게 되물어 보았다....     


“ 그렇다 하네... 믿을 만한 세작에게서 온 전갈이니 정확할 것이네... 단지 왜 타율바이가 도륙을 당했는지는 현재까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니 좀 더 두고 지켜보시게.....”      

“ 허허~~~ 그런 일이..... 야인여진으로 봐서는 정말 큰 손실이지만 조선인 우리 입장은 반대이니 이번 일을 잘만 다룬다면 여진의 공격을 격퇴시킬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아니 그러한가? ”  명장군 거정은 한 인간으로서는 애도를 표하지만 한 국가의 명운(命運)을 담당하는 조선의 입장을 말하고 있었다.     

“ 내 명장군 자네에게 한 가지 더 조언 아닌 조언을 말하자면... 지난번 야인여진의 습격은 한줄기 빛도 없는 야밤을 틈타 왔음을 잘 기억하시고... 아마도 이번에는 밤이 아닌 여명이 트는 때를 노리지 않을까 싶소... 아마도 이번 타율바이의 참수도 아마 출정시간과 관련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드니... 오늘부터라도 공성전(攻城戰)을 준비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오... 지금은 정월이라 추위와도 싸워야 하니 최대한 방비해 놓은 목책을 활용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네.. 함경도 녹둔도의 추위가 보통이 아니니 모든 목책에 물을 뿌려 얼음을 얼려 적군이 월담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적은 제풀에 죽어 퇴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사이 적의 퇴로에 매복조를 배치한다면 큰 성과가 있지 않겠나 싶소이다 명장군....” 신은 명장군 거정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본 듯이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었다...     

“ 허허...... 어찌 이런 위인을 모함을 하여 백의(白衣)를 입혔단 말인가?” 명장군 거정은 놀라움과 한탄 섞인 긴 호흡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 내 이번 신 자네의 조언을 깊게 새길 것이니... 만약 마니응게를 격퇴하는 그날이 오면... 이를 조정에 자네의 공에 대해 내 직접 반드시 상소(上疏)를 올릴 것이네.... 꼭!!.... 그러니 조금만 참고 버텨 보시게.....”

명장군 거정은 이렇게 말을 맺으며 녹둔도 본진으로 향하였다...


“ 부만호!!! 전 장병들에게 명하시게? 모든 목책에 지금 물을 뿌리시게.... 그리고 날랜 장졸 오십을 목책 뒤쪽 수비산에 잠복을 시키시게... 돌아가는 야인여진을 섬멸할 것이니 단 공성전이 될 것이니 시간과의 싸움이므로 매복조는 삼교대로 수시 교체를 행하시게... 갑(甲), 을(乙), 병 (丙)으로 나눠 속전속결로 적을 제압할 수 있도록 명하시게 다들 알겠는가??~~~” 조산보 임시 만호인 명장군의 령에 모든 장졸은 하나 같이 답을 하였다     

“예 장군 분부 받들겠나이다 장군!!!     

녹둔도의 모든 장졸들은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목책 외곽 쪽에 물을 붓고 있었다... 물을 안 부어도 얼어있던 목책은. 두만강 얼음을 깨고 길어 올린 물이 닿자마자 얼음으로 변하고 있었다...     








드디어 야인여진 마리응게는 친히 전장의 선두에 나와 날이 밝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서히 여명이 뜨는 순간 

“ 지금이다!!!! 전 장졸은 출정하라!!!!! ” 마리응게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족장인 칸타율지의 함성이 이어졌다


 “ 전 장졸 공격 앞으로!!!!!! 공격 앞으로!!!!!” 

와와와~~~~ 하는 함성과 함께 모든 야인여진의 장졸이 녹둔도 목책 성곽 앞으로 진격했을 때

모든 야인여진의 장졸들은 기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무로 둘러 쳐져있던 목책이 밝아오는 여명 앞에 큰 고드름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함경도의 정월 날씨는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았으므로 물을 붓는 족족 목책에 얼음을 만들어 큰 고드름으로 마치 폭포수가 멈춘 듯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다......     

“ 아니?? 아니?? 저것이 무엇이냐???? ” 순간 당황한 족장 마리응게는 병력을 멈춰 세웠다.     

“ 족장!!!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한 목책이 오늘 왜 이리 됐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족장” 부족장인 칸타율지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마니응게는 이 상황에서 퇴각을 명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책사인 타율바이가 그렇게 오늘은 안 되고 때를 봐야 된다고 했을 때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참수를 단행한 이가 바로 본인이었으므로 어떻게든 오늘 공격을 해야만 한 상황이었다.....     


“ 우리 야인여진은 두려움이 없는 단골의 자손이다 아무도 우리 야인여진을  막을 수 없다,.... 돌격 앞으로!!!!” 마리응게의 령에 야인여진의 전 군졸들은 녹둔도 목책 앞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난공불락 (難攻不落) 안 그래도 큰 목책을 두려워하던 야인여진에게 고드름이 폭포처럼 쌓여있는 목책 앞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다가오는 적을 향해 녹둔도의 조선인 장졸들은 그동안 준비해 두었던 화살을 풀기 시작하였다... 꼼짝 못 하고 있는 야인여진을 향해 폭포수 같은 고드림에 폭포수 같은 화살이 순식간에 날아들어 여진의 심장을 뚫고 있었다....      

“윙윙윟........” 윙윙 소리와 함께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마리응게는 퇴각을 명령하는 물소 뿔피리를 불게 하였다..     

목책 앞에 있던 야인 여진은 길이 나있는 수비산 쪽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어디에서 단궁과 같은 작은 화살이 퍼붓고 있었다... 수비산 매복조에서 뿜어내는 화살에 야인여진은 속속 쓰러지고 있었다... 

“윽... 악... 윽... 악... 으으....” 비명소리는 제각각이었지만 숙련된 매복조의 단궁 솜씨에 모두 한방에 쓰러지고 있었다... 수비산 쪽으로 오는 야인여진은 전부 몰살을 시키고 쓰러진 시체는 

큰 동굴과 같은 푹 파인 절벽 밑에 모두 쌓아두고 있었다...      

야인여진은 급조된 군졸들이 출정을 한 상태라 정확한 인원수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

수비산 절벽 밑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시체탑이 되고 있었다.      


“ 족장.... 이러다가는 여진의 씨가 마를 것입니다... 난공불락인 녹둔도 목책을 뚫을 수가 없습니다. 족장.... 오늘은 본진으로 퇴각을 하시고 다음을 기약해야 됩니다 족장” 부족장인 칸타율지도 완전 퇴각을 한 후 기회를 다시 보자고 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리응게는 그리 할 수없었다 자신이 왜 책사인 타율바이를 죽였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

오늘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야만 했다....     

“ 여기에서 본진으로 물러나면 단골의 자손이 아닐 것이야???  현시점 다시 정비 후 다시 공격한다 알겠느냐?? ”  그러나 동생인 부족장 칸타율지는 다시 한번 청하였다...     

“ 족장!!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후일을 도모해야 되지 지금은 절대 아니 됩니다... 족장!!!” 

한번 더 청하는 부족장 칸타율지는 더 이상은 정월의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을 견딜 수 없음을 주장하였다....     

“ 내 아무리 부족장이 피를 나눈 동생이라 할지라도 족장의 명을 어긴다면 그때는 부족장 자네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야!!!! 알겠는가!!!!” 마리응게의 목소리에서 타율바이 때의 음산함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머리를 숙여 청을 하고 있던 부족장 칸타율지는 그 순간 형인 마율타이의 행동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아무리 형제지간이라 하지만.... 권력의 욕망은 형제는 물론 부자지간도 갈라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권력은 피도 눈물도 삼켜버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가 증명을 하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형이라 하지만 형의 한마디에 내 목이 날아갈 수 있음이야~~’  위험을 직감한 칸타율지는 숙여있는 고개를 들어 족장인 형 마니응게의 눈을 보았다.... 그 눈은 책사 타율바이를 참수할 때의 그것과 다름이 없었다..... 

순간 칸타율지는 품고 있는 단검을 비호화 같이 빼내어  “ 아아아악!!!! ” 단검의 칼날은 어느 순간 족장 마니응게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고 용암과 같은 붉은 피가 끄억끄억 소리를 내듯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어~~~~~~ 어~~~ 어~~~~~~ 네가 감히~~~~~ 나를~~~~~” 외마디 비명과 함께 족장 마니응게의 몸이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있었다

주위의 모든 야인여진의 장졸은 이 상황이 어찌 된 것인가 두 눈을 의심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 모든 여진은 장졸은 듣거라!!!! 오늘 나는 대의(大義)를 위해 핏줄을 잘라냈느니라!!!! 오늘은 본진으로 퇴각한다~~~~~” 부족장 칸타빌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감히 족장을 기습한 부족장 당신이 뭔데 우리를 통솔하려 하는가!!!!!”  족장을 따르던  성칸탄마 와 몇몇 부장들이 칼을 빼들고 부족장 칸타빌라와 대치를 하고 부족장을 향해 공격을 하였다     

야인여진은 그야말로 콩가루가 이런 콩가루가 없었다.

돌연 칼날은 족장을 따르는 마니응게파와 부족장을 따르는 칸타빌라파의  공방전이 진시를 지나 미시까지 계속되었다.....

드넓은 녹둔도 들판 소복이 쌓인 흰 눈 위에 붉은 물감을 뿌린 듯 사방은 야인여진의 피로 물들고 있었다.......      

여진은 여진을 향해 자중지란(自中之亂)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매복을 하고 있던 조선군 세작으로부터 소식을 들은 명장군은

“ 아니 무어라??? 야인여진에 내란이 일었단 말이냐?? ” 명장군 거정은 피해가 상당했을 여진이 내란이 일어 그 전사자가 헤아릴 수 없다는 전갈을 받고.... 이것은 모두 하늘이 우리를 도운 것이야 하며     

“ 부만호!!!! 오늘의 일은 북관절도사를 통하지 않고 내 친히 조정에 상소를 올릴 것이니... 파발을 준비하시게.... 가장 빠른 말과 날랜 파발꾼을 준비하도록 하거라~~~”  명장군 거정은 오늘의 대승과 억울한 모함으로 백의종군의 길을 걷게 된 신을 위해 조정에 비밀리에 장개를 올렸다....     

계관첨사 이자 조산보 임시 만호를 맡고 있는 명장군 거정은 일련의 일들을 소상히 조정에 상소를 하게 되었다....     

정월이 다 지나가는 그믐.... 조정으로부터 임시로 조산보 만호를 담당하고 있는 명장군과 이장군 신에게 어명이 전달되었다...     

“어명이요!!!계관 첨사 명거정과 이신은 들으시오”     

‘ 계관 첨사 명거정의 소상히 적은 상소를 받은 바 녹둔도 대승에 심히 놀라지 않을 수 없고 또한 백의종군 중인 이신의 억울함과 금번 녹둔도 전투의 공이 지대한 바 이신은 사면을 복권하고 그동안의 공을 인정하여  전라도 이성(李成) 휘하의 조방장(종 4품)으로 임명하니 이를 중하게 여겨 분골쇄신(粉骨碎身) 하도록 하여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명장군과 이장군은 남쪽 궁궐이 있는 한양땅 나라님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 명장군 고맙습니다... 장군 덕분에 누명을 벗고 이렇게 남도로 가게 되어 정말로 고맙습니다. 명장군....” 신은 억울함을 풀어준 명장군 거정을 향해 진심을 다해 고마움을 전하고 있었다..     

“아니오 이 장군 이번 녹둔도 대승(大勝)도 이 장군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었기에 있을 수 있던 것이고 억울한 누명은 내 반드시 상소할 것이라 약속을 했으므로 벗에 대한 도리이니 너무 고마워할 일은 아니지 싶네 그려 이 장군.... 이제 복권도 됐으니 그동안의 고행(苦行)은 잊어버리고 남도에서 뜻을 펼치시게나.... 이장군..” 명장군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벗인 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 아지매요??? 길 좀 쪼매 묻겠습니더... 이짝서 태안까지 갈라믄 어데로 가야 되는교??

길을 묻는 이는 부산포 진성에서 근무중인 호색이었다.     

“ 태원이예?? 그기는 마 경상도랑 다름없는 뎁니더...섬진강 반대편 아닌교...

근데 가 보시면 알낀데... 강하나 두고 극과 극인 기라예....     

“ 아 그렇습니꺼? 그몬 거반 다 왔지 싶네요... 고맙습니더 아지매요...”하며 넉살 좋게 길을 알려준 아주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호색은 부산포 진성에서 태원으로 파견을 가는 중이었다. 전라도 태원과 부산포 진성은 수시로 하급 장군을 파견 보내 전라도와 경상도의 수군 진법 및 훈련 상황과 현황을 서로 교환하는 상생(相生)의 길을 걷고 있었다.     

‘ 맞다 태원 (太原) 여가 태원 맞네...맞다 아이가!!!’

호색은 보물을 찾은 듯 기뻐하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 스치고 있었다....    

 

“어? 어? 어???? 행님요!!!!!! ” 호색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말이 불쑥 튀어 나왔다..

마침 주위에 아무도 없던 지라 호색은 얼른 한 걸음에 그가 불렀던 인물 앞으로 다가갔다..

호색은 한번더 주위를 둘러보고...     

“ 행님요?? 지 모르십니꺼?” 하며 호색은 쓰고있는 전립(戰笠...무관이 쓰던 모자)을 치켜 올려세웠다..     

“어? 어? 어??? 자네가 여긴 어인 일인가?” 하며 신(臣)도 반가움이 지나쳐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 행님요? 지 오늘 이짝에 파견 왔다 아입니꺼... 석달간 있다 다시 복귀 해야 됩니더 그럼 행님이 이짝에 계시는 겁니꺼?? 예?? ” 호색은 반가움과 놀라움에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그래 어찌 하다보니 여기까지 내려오게 되었네 그려...여기 조방장 선전관으로 있네...” 

신은 호색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며...     

“예... 형님요...아니 선전관 장군..아니 조방장 장군.... 호칭을 우째 해야 됩니꺼???” 

하며 호색은 너털 웃음을 보였다....     

“ 자네 여전허이...그때나 지금이나....하하하하하..... 그래 지금은 감사 보고가 있으니 업무 종료하고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 하세나... ” 하며 신은 감사 회의가 있는 동헌쪽으로 몸을 옴기었다...     

“ 예 행님 그럼 이따 보시지예~~~~ 행님” 

호색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사실 오늘의 호색이 있기까지 신(臣)이 없었다면 호색도 이 길을 걷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노을을 보며 호색은 기쁨을 감출 길이 없었다

‘ 카~~~ 저 뒤로 넘어가는 노을 좀 보소~~~ 기가차네 기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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