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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Jun 23. 2024

왜? 밀정이 부산포에

최장군은 이유가 있었다....


왜? 밀정이 부산포에    

  

“ 부봉사!! 부봉사!!! 어디 숨어가 이래 불러삐도 답을 안 하노? 속이 문드러진다카이 속이.... 부봉사!! 부봉사!!” 부봉사(정 9품)를 애타게 찾는 이는 부산포 부산진성에서 한 단계 위 봉사직(종 8품)을 담당하는 김 여신(餘新)이었다... 


나이로도 십이간지가 한번 더 돌아간 12살 차이이지만 직급은 한 단계 위인 종 8품의 무관이었다... 나잇대에 맡는 평범한 무관이었으나  부봉사인 호색의 나이가 너무 어려 삼촌 벌인 직속상관이 되어 버렸다.. 

    

“ 내가 부봉사 이 자슥을 우에 해야 되것노...기가찰 노릇이네 기가차....” 바로 위 직속상관인 여신은 호색을 숨바꼭질하듯 찾고 있었다...      


“오늘이 뭔 날인지 몰라서 이러나 미치고 팔짝 뛰겠네 뛰겠어 어잉....” 여신은 오늘이 만호(종 4품) 박 정(朴情)이 부산진성에 부임하는 날이라 준비를 마치고 마중 나가야 되는 긴박한 때였다.

      

그때 부스스 눈을 비비며 동헌 뒤쪽에서 호색이 등장하고 있었다...     

“아니 저놈이??!!  빨리 안 튀아 오나 어잉???” 여신은 윗 상사들이 즐비한 마중자리에 최 말단인 호색이 지금 잠에서 깬 듯한 얼굴로 등에는 짚풀을 묻힌 채로 오는 모양새를 보고 기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직속상관이 여신이 사수이므로 앞으로 다가올 질책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 빨리 안 오고 모 하는 기고 어잉?? 빨리온나 빨리....” 여신의 재촉이 이어졌다.


“ 예... 잠시만예...”하며 호색은 헐궈워진 바지춤을 추켜올리고 옷매무새를 확인하고 불이 나게 동헌 밖에 도열하고 있는 인원에 끼어들었다...      


“ 니? 이거 끝나고 쫌 보재이 알겠나?” 하며 봉사(종 8품) 여신은 호색의 귀를 빌려 두고 보자며 속삭이고 있었다.     

“ 봉사 어르신?!!... 내 토 나올 것 같은 데예? 하며 욱 하며 오장육부에 있는 전날 먹은 오만가지 잔상과 시큼한 아밀라아제 향이 동시에 섞여 주위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 아니 이건 또 뭐야?? 어디서 이런 냄새가 나는 거야?? 현감(종 6품) 직을 맡고 있는 박 종혁은 냄새의 근원을 찾고 있었다.     

“ 아니 이 xx가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천인공노 (天人共怒) 할 짓을 하는 거야?”  진 현감은 태생이 한양이라 한양말로 화를 내도 부산포에 뿌리를 두고 있는 다른 여타 장수들에게 전달 자체가 미미함은 사실이었다... 엄청 열받은 상태에도 불구하고 억양이 그러해서 그런지 받아들이는 휘하 장수들은 눈빛에는 지엄한 령이 서지 않았다.     


바지를 추켜올리며 호색은  진 현감 앞에 비틀 거리며 남아있는 오장육부의 찌꺼기를 청소라도 하는 듯 연신 헛구역질을 하며 비틀 거리며 서있었다..     

아무리 진 현감의 말투가 령이 서지 않는 가느다란 목소리라 할지라도 이 상황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바로 옥사(獄舍)로 직행할 사안이었다.. 

    

“ 김 봉사관!!! 당장 여기 최 부봉사를 옥사로 보내세요 당장!!! 내 새로 부임하시는 만호나리 영접 후 그 죄를 엄하게 물을 것이니... ”  진 현감도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잠시 후 부산진성 만호의 취임식이 더 급한 일이라 차후 엄히 과실을 물을 것이 라 김 봉사관에게 전하였다...     

포졸들에  의해 끌려가는 호색의 뒷모습은 마치 저작거리의 술 취한 비렁뱅이와 같아 보였다.



“ 만호 어르신 먼 길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부임하는 부산진성 박 정(朴情)에게 가벼운 예와 함께 인사말을 올린 진 현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 그래 업무가 바쁠 것인데 이렇게 이 한 사람 마중을 한다고 수고를 끼친 것 같네.. 고마운 일이지만... 이제 그만  장졸들은 업무에 복귀하도록 지시를 내리시게”    

  

처음 도착하자마자 이런 지시를 내리는 상관을 본 일이 없던 여러 휘하 장수들은 어안이 벙벙 해 질 수밖에 없었다.. 부임 첫날은 간단한 취임 잔치를 벌이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로 행해졌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부임하고 있는 박 정(朴情)에게는 부임 잔치 등 그러한 관습과 관례는 찾아보기 힘든 인물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 예. 알겠습니다. 만호 어르신” 진 현감은 휘하 장수들에게 눈짓을 보내자 

도열하고 있던 일렬의 무리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일상의 업무로 배치가 되고 있었다.     


“만호 어르신 그럼 금일은 여독도 있고 하니 좀 쉬시고 명일부터 업무를 개시(開時) 하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만호 어르신?” 진 현감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 여독(餘毒)은 무슨... 장수가 이만한 일로 여독이라 하면 되겠소? 전쟁터에 비하면 당치도 않은 말씀이시오... 허허허 ” 부산진성 박 정(朴情)은 무안해할 진 현감을 바라보며 옅은 웃음과 함께 바로 업무를 시작하자 이야기를 전했다...    

 

부산 좌천(佐川)에 위치한 부산진성은 영도에서 한차례 바람막이를 한다지만 바닷가 특유의 짠 내를 포함한 동짓달의 기온은 부산진성 만호 박 정(朴情 )에게는 새롭게 느껴졌다.  

    

‘여기도 함경도 못지않군... 날씨가’  

함경도 녹둔도에서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박정은 혼잣말로 동짓달 부산포 날씨를 느끼고 있었다. 

     

“ 그래 그럼 부산진성 집무실로 안내해 주시게나....” 박정은 바로 부산진성 집무실로 향하였다... 

    

그때였다 요란한 소리가 옥사(獄舍) 근처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 부봉사 나으리 이래 하면 안 된다 아입니꺼.. 지들도 현감 나으리 명을 받아야 된다 아입니꺼? 예? 쪼매만 계시지예 쪼매만....” 부산진성 포졸들은 술에서 깼는지 약에서 깻는지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온 부봉사 호색의 난동과도 같은 포효 소리에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 이놈들 누가? 내를 이래 옥사에 가두라 캣노?  누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호색은 정색을 하며 관아 포졸들에게 따지고 있었다...      

“ 진 현감? 이게 무슨 소리인 게요? 옥사 근처에서 나는 듯싶은데...” 부산진성 만호 박진은 진 현감에게 자초지종( 自初至終)을 물었다.     


“예 만호 어르신... 오늘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만호 어르신 취임이 끝나면  부봉사인 최부봉사 벌의 경중을 따지고자 잠시 옥사에 대기시키던 참이었습니다.”진 현감은 짧게 답을 하였다..     


“어허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요란하게 억울함을 호소를 한단 말인가? 어디 옥사에 있는 부봉사 일부터 오늘 업무를 시작하도록 하세나... 어서 그 최부봉사를 데려오시게...” 하며 옥사에 같여있는 부봉사의 연유(緣由 까닭)부터 살피기로 하였다...    

 

“예 만호 어르신”... “어서 최부봉사를 데려오시게” 진 현감은 난동을 부리는 최부봉사를 부산진성 집무실로 호출을 하였다...     



“ 그래 자네가 최부봉사 인가?” 부산진성 만호 박 정(朴情)의 낮고 굵은 목소리는 지휘관의 풍모는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예.. 만호 어르신... 해주 최가로 이름은 호색이라카고 부산진성서는 부봉사직을 맞고 있다 아입니꺼....” 이제야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평소의 호색과 같이 또렷하게 관등성명(官等姓名)을 대고 있었다.    

 

“그래 왜 이리 소란을 피우는 것인지 소상히 밝히시게..” 만호 박정의 굵은 목소리가 한 번 더 동헌 집무실에 흘렀다.     


“ 예 만호 어르신.... 어제 유시에서 술시로 넘어갈 때쯤 이지예 아마도... ”하며 어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 아이고 우리 부봉사 어르신!!! 퇴청하셨는지예? 마 퇴청하싰는데 지가 허기도 채울 겸 장국밥에 반주로 딱 한잔만? ” 하며 살가운 얼굴로 반기는 이는 부산포 거간꾼 장 씨 아재 덕칠이였다... “얼른 가시지예... 잘 아신다 아입니꺼 왜관 근처 장국밥 잘하는데... 그 짝으로 가시지예?”      


“아재요? 알았습니더...쪼매만예? 내 부산포 왜관에 이거 하나만 전달하고 와야 된다 아입니꺼... 호색은  장 씨 아재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 그 포졸들 시키면 될낀데 부봉사 어르신이 굳이 그기를 간다캅니꺼? 여하튼 빨리 오이소 잉?” 하며 장 씨 아재는 부봉사 호색에게 빨리 오라 재촉하고 있었다...    

 

“아재도 참...그긴 포졸이 드갈때가 아입니더...허허허허 쪼매만 기다리이소 아재요!! 내 금방 올끼구만요...” 하며 장 씨를 달래 주었다..      


“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 부산포 왜관 중앙에 위치한 무역 업무를 담당하는 쓰시마주  연락 관청을 향해 부봉사인 호색의 컬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연락 관청 사무실에서 후다닥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1각(15분)이 지나서야 호색 앞으로 왜관 관청 직원이 모습을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늦어서 미안합니다.... ”하며 호색을 맞이하는 이는 기모노를 입은 조선의 여인이었다. 통상 무역을 관장하는 쓰시마도주의 두 번째 아내인 일본명‘미하모도 가루키’ 조선명은 초란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호색도 왜관의 관리 책임자가 쓰시마 도주의 둘째 부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조선인이라는 것 또한 상관으로부터 들었으므로 인지를 하고 있었다...


“ 자 용건만 쪼매  설명하겠습니더...  지가 급하게 갈 때가 있어가... ” 호색은 장 씨 아재와 빨리 장국밥에 반주 한 사발이 간절하였다....     


“ 전에 쓰시마 도주께서 계속 조선 관청에 상소하고 상소했던 상소문에 대한  답변서이니... 쓰시마도주께 마 전달 하면 될낍니다...”  하며 호색은 조선 관청의 상소문에 대한 답변서를 쓰시마 도주 둘째 부인인 미하모도 가루키 (조선명 초란)에게 전하였다..”  

   

그렇다 중종(31년) 1510년 제포(지금의 창원)에서 조선관군과 쓰시마인의 큰 싸움이 계속 이어져 제포를 폐쇄하고 모든 왜관을 부산포로 이동을 시켰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본으로서는 그동안 축척된 자료와 지리적 조건으로 제포를 복원시켜 달라는 상소가 빗발쳐서 그 답을 들고 온 것이 바로 오늘의 호색이었다... 

    

“ 자 그럼 지는 이만.... ” 하며 호색이 자리를 나서는 순간.     

“ 통성명도 안 하시고 가시면 어떻게 되는지요?”  하며 살며시 눈웃음을 띠는 가루키(초란)의 관능적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아...아...맞지예... 통성명도 안했네예... 해주 최가예 호색입니더.. 부산진성에서 부봉사직을 맡고 있습니더... ” 하며 호색은 멋쩍은 듯  가루키(초란)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호색은 답변의 내용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왔기 때문에... 아무리 여색이 출중한 가루키(초란)라 해도 용건만 전하고 돌아올 것이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가루키(초란)의 실제 얼굴을 접하자 호색의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 내 이라믄 안 될낀데? ’ 호색은 아무리 색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하며 마음은 먹고 있었으나 호색은 몸은 반대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기모노에서 뿜어 나오는 온몸의 향취가 호색의 얼굴을 감싸고 있어.. 호색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 가야 될낀데...내 이라믄 안 될낀데.....’ 

마음은 지금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서야 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 부봉사 나으리~~ 유시(酉時 오후 5~7시)도 지나는데 반주에 요기(療飢)라도 하시고 가시지요? “ 쓰시마도주 둘째 부인인 가루키(초란)의 부드러운 음성이 호색의 몸을 동하고 있었다..     


“그럼 아주 쪼매만 그래 할까예?” 호색은 어절 수 없다는 듯 허락을 하고 있었다.    

 

“ 젠다떼 도조!!” 가루키(초란)는 바로 식사 준비를 시켰다..

잠시 후 부산포에서 잡아드린 싱싱한 사시미 회와 초밥이 준비가 되었다.      

“ 부봉사 나으리... 차린 것 은 많지 않지만  어서 드시지요?” 달달한 가루키(초란)의 권유에 호색은 “ 그럼 요기만 하지예.. 고맙습니더... ”    

 

그런데 왜관 연락사무실 안쪽에서 수상한 차림의 왜인 대여섯 명이 주위를 경계하는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여각(旅閣) 저쪽 끝쪽에 있는 이도 왜관 사람이오?” 호색은 행색이 다른 사람들과 분위기가 다른 이들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예 부봉사 나으리... 저들은 쓰시마에서는 은, 동, 유황을 보내고 조선에서는 목면과 곡물을 거래하며 사는 사람이지요...” 가루키(초란)는 짧게 설명을 하였다.. 

    

“내 쓰시마 왜인이 그런 물품을 거래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예....보아하니 여느 무역하는 사람처럼 안 보이가...쪼매 물어본다 아입니꺼.....” 미소 수시 된장국을 한술 뜨며 호색은 궁금하다는 듯 물어보았다..  

    

“예.. 무역꾼들이 맞습니다. 부봉사 나으리” 가루키는 움찔하며 답을 이어갔다.

“쓰시마 은광 관리자들이 직접 부산포에서 면화와 곡식을 확인 점검 차 방문을 하게 되었지요..” 가루키는 이내 평정심을 찾고 있었다..     

“ 그래예? 지가 보기엔 영 다른 일꾼들 하고는 억수로 다르게 보이가.... 여하튼 알겠습니더... ” 호색의 눈빛은 뭔가 다른 썩은 내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호색은 가루키의 분내를 더 이상 느낄 수가 없었고 저절로 공무를 보는 부봉사의 그것으로 전환이 되었다     


"어이구 잘 먹었습니더 ~~ 그럼 지는 선약이 있어가~~" 자리를 박차며 일어서는 호색을 향해      

" 부봉사 어르신~~ 음식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좀 더 드시고 가시지요?" 가루키는 일어서는 호색에게 조금만 더 드실 것을 권했지만 

    

" 아입니더~~ 많이 묵고 갑니더 고맙습니더 ~~"

호색은 식사 자리를 마치고 가루키의 배웅을 받으며      


" 자 잘 먹고 갑니더 !!!  자주 보입시더 ~~"

마지막 인사를 하며 호색은 여각 뒤쪽 창고로 몸을 숨겨 상황을 지켜보았다       

창고에서는 이름 모를 물건들이 연신 정박된 판옥선 모양의 무역선에서 물건을 내리고 있었다     

" 모꼬?? 궤짝이 왜 이리 많노?" 호색은 바로 이 궤짝 더미가 의심스러웠다

은과 같은 정식 수입 품목은 관아에서 허가 절차를 득한  조선 관아 도장이 찍힌 정사각형 모양이지만 창고 귀퉁이에  직사각형 모양의 궤짝에 의심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조선말이 들려왔다 

    

"  거기 조심!!  조심하라고~~ 잘 못하면 터져요 터져~~" 터진다고 말하는 이는 복장은 일본식 복장에 개다(나막신과 같은)를 신고 있었으며


왜관 연락 사무소에서 보았던 가루키와 다섯 명의  불상의 신원미상인 왜인을 향해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 뭐가 터진다 카노. 함 봐봐야 안 되겠나??"


순간 호색은 가루키와 변복을 한 인물의 대화 내용이 궁금하여 적재된 상자 사이 짚으로 포장을 해놓은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 숨죽이며 그들의 얘기를 몰래 듣고 있었다   

  

"이건 상부에서 절대로 알아서는 안될 것이니 각별히 유념하게 그리고 내달 달포께에는 오늘 임무를 마친 인원과 전국 팔도를 탐지한 요원들이 이쪽. 부산포 왜관에 모일 것이니 각별히 신경 쓰시게 " 임무를 하달하는 변복한 이의 목소리는 다시 들어도 조선인임이 틀림없었다  

 

   

"아니 그라몬 즈기 저자가 밀정 밀정 아이가??"

호색의 동공에서 지진과 같은 떨림이 몰려들었다  

   

'아니 저 호로지슥을 콱!!! 우야먼 좋켓노~'  혼잣말로 분노를 감출 수 없던 호색은

 창고에서 저들이 나갈 때만을 기다렸다. 마침 일꾼들의 하선 작업이 끝나고 참시간이 되었는지 모든 인원이 창고 문은 열어 둔 채 창고를 비우는 시간이 되었다.

     

호색은 품고 있던 단도를 이용해 

직사각형으로 나무로 된 궤짝을 살짝 열어 보았다      


"으이 이게 뭐꼬?? 총 아이가??  이건 또 뭐꼬?? 이건 말린 풀 아이가?? "

호색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기다란 총옆에 있는 마른풀의 냄새와 약간의 풀을 먹어 보았다 매 쾌한 화약 냄새가 실린 사용되었던 총을 통해.... 말린 풀에도 배어 있던 것일까? 극히 소량을 맛본 호색은 순식간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가 다가왔다    

 

" 아 ~~~ 와 이라노 와이리 정신이 없노? 내 지금 이래 있으몬 내 젓마들한테 바로 잡히지 않겠나? 빨리 여서 벗어나야 된다카이 벗어나야~~'


호색은 안 간힘을 다해 열러진 창고 문을 빠져나와 상부에 이 사실을 보고해야 된다는 마음만으로 정신없이 부산진성을 향해 달리고 달렸다 몸이 마치 공중에 붕 떠있는 상태처럼 달리고 달려 드디어 부산진성이 눈앞에 보였다


순간 갑자기 밀려오는 어지름 증이 호색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라믄 안되는데 이라믄....’ 호색은 부산진성 뒷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정신이 혼미하여 풀 숲에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호색의 모습은 왜관 창고 짚풀더미에서 묻혀진 온갖 짚풀이 온몸에 묻어있었고 부산진성이 있는 좌천까지 쉼 없이 뛰어 그야말로 호색의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 연고로 만호 나리를 지때  맑은 지 정신에 뵙지 못했다아입니꺼..." 호색은 자초지종을 상세히 부산진성 만호 박 정(朴情)에게 설명을 하였다...     


“ 어허 그런 사연이 있던 것을.... 알았네 이번 일은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야 되니.... 여봐라!!! 지금 바로 부산포 왜관을 순시할 것이니 채비를 서두르거라~~~~” 부산진성 만호 박 정(朴情)은 휘하 장수들에게 지금 당장 순시 할 것을 지시하였다....     


“ 그래 부봉사는 상한 몸을 좀 치료하도록 하고...... 내 순시가 끝나면 따로 참고인 자격으로 따로 부를 것이니.... 잠깐 휴식을 취하시게....” 박정의 배려로 호색은 억울한 누명을 벗고 몸을 치료할 수 있었다....  

   

“ 예... 만호 어르신... 지 쪼매만 있다... 마 지가 본 대로 소상히 말씀드리겠습니더 만호 어르신” 

    

호색은 아직까지 매스꺼움을 이기지 못해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 묵은게 뭔데 이래 이틀을 죽게 만드노...어잉.??? 허허허 그래도 살아 있는 게 어디고 허허허....’     

호색은 부산진성에서 불어오는 짠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 호색은 마치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아는 듯 “ 마 오늘은 노을이 억수로 붉네 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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