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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Jun 16. 2024

다시 찾은 훈련원 봉사

다시 찾은 훈련원 

   

“ 날이 왜 이리 빨리 진 대유? ” 경은 이제 막 금과 함께 신을 모시고 한나절을 발포에서 여수로 여수에서  천육백 리 거리를 보름동안 쉬지 않고 올라와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열 나흗날 드디어 한양에 도달하였다.           

“나으리!! 이제 한성(한양) 땅이구먼유 우찌 됐던 한양에 도착했구먼요 이젠 워디루 가야 될까유?” 발포를 떠나 무작정 한양으로 향한 지 보름이 지나 한양 땅에 도달한 금은... 신에게 이제 목적지가 어디 인지를 묻고 있었다.... 지금까지 신은 한양이라고만 했지 자세한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 저기 인왕산 근처 훈련원으로 가자꾸나? ”  


권관 훈련원 봉사 시절 1년여를 발령  대기하며 지냈던 훈련원으로 가자는 신의 대답에 경과 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으리? 거기는 발령 대기 하시던 곳이 아닌가유? 그기를 왜 지금 간 대유? 몇 년 전에 기거했던 곳을유?? 

“ 그래 가보면 알게 될 것이다.. 날 어둡기 전에 서둘러야겠구나....” 신은 정월이라 바람도 전라도 발포 때와는 달리 살을 에는 듯했고 날도 신시(申時)에는 어두워져.. 경과 금에게 서두를 것을 재촉하였다.    

 

“예...알것구먼유 나으리...” 경과 금은 동시에 알았다며 방향을 훈련원이 있는 인왕산 (현재의 을지로부근) 쪽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 오랜만에 뵙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신은 정중하게 예를 올리고 있었다.     

신이 인사를 올린 인물은 훈련원의 판관 (종 5품)을 맡고 있는 정 상익이었다. 

정 상익은 출신은 미천했으나 강골인 풍채와 강직한 성격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일찍이 황해도 구월산 용연폭포 인근의 달천온천 근방의 당글촌 태생이었다

당글촌은 옛 고조선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촌락으로 구월산에서도 신성시되고 있던

곳 중에 하나였다. 그의 풍모는 칠 척 장신에 부리부리한 눈과 한 홀도 빠지지 않은 듯한  검은 눈썹은... 보는 이들에게 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였다. 그만큼 풍채로 기선제압을 하는 용모였다     


“아이고 발포 만호께서 여기를 어인일로 행차를 했는지요?” 정 상익은 이전 신의 교육을 담당한 교관이었으나 신이 종 8품 봉사에서 갑자기 몇 단계를 고속 승진을 하여 발포 만호 (종 5품)에 있으므로 상관에 대한 예를 지키고 있었다...     


“이러 시지 마십시오 판관 어르신....” 하며 당치도 않다며 말씀을 낮출 것을 신은 이전 그의 교육을 담당했던 정 상익에게 청하였다..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엄연히 국법이 지엄하거늘 그런 말씀 거두시지요 발포 만호” 정 상익은 군 서열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하하하하... 그럼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판관 어르신” 그제야 신은 그동안 발포에서 있었던 일들을 정상익에게 들려주었다.     


“어허 어찌 그런 해괴망측한 일로 나라의 장수를 그렇게 내 칠 수 있단 말인고!!!

내가 훈련원 권관(종 9품) 시절부터 봉사(종 8품) 시절까지 이 장군 교육을 담당한 교관으로 이는 조정에서 마땅히 상을 줘도 시원치 않을 일을 권모술수(權謀術數 교묘하게 속이는 모략)로 이 장군이 피해를 봐서 되겠는가? 내 당장 상소를 올릴 것일세 지금 당장“..

충(忠)과 의(義)로 무장되 있는 정상익은 당장 상소를 올린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판관 어르신 괜찮습니다” 신은 흥분하고 있는 정상익에게 당분간은 참아 줄 것을 청하였다...     

“그래 그럼 이장군은 어찌할 셈인가? 그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삭탈관직을 당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단 말인가?” 아직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정상익은 신의 앞일을 미리 걱정해 주고 있었다...  

    

“ 내 이 장군이 지금은 참으라 하여 지금은 참고 있지만.. 내 향후 남산꼴 병조좌랑 유대감에게 꼭 진상(眞相)을 밝힐 것을 청할 것이네... 내 꼭 그리 할 것이니 이장군도 당분간은 마음을 좀 내려 노시게.... 

    

정 상익 그도 이전 당파 싸움의 소용돌이로 고초를 겪었던 바 있어  더 이상 서인의 모함을 좌시할 수 없었다.


 당시 조선초 조정을 주름잡았던 훈구파는 자취를 감추고 성종 때부터 사림이 조정을 장악하고 거기에 또 분파가 나뉘어 동인과 서인으로 당파가 갈리는 상황이었다. 

     

“내 그 썩을 놈의 당파 싸움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을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고 나 또한 참형은 피했지만 이장군의 작금(昨今 요즘 현재)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므로 내 반드시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네... 이장군...” 정상익은 한 번 더 신에게 다짐을 하였다...     


“ 괜찮습니다. 판관 어른 내 비록 삭탈관직의 오명을 쓰고 있지만 모든 것이 때가 있음을 알기에 기다리며 지낼 것이므로 너무 염려치 마시지요 판관 어른” 신은 정상익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말을 건넸다  

   

“ 알겠네 어찌 되었던 조금만 참고 기다려 보시게 이장군 다 때가 되면 명명백백하게 반드시 선(善)이 악(惡)을 응징하는 그날이 올 것이니,,,,” 정상익은 신에게 당부를 하며 ‘그때도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며 이전 구월산 시절을 떠올렸다...


개똥아!!! 개똥아!!! 어디 있는 거니???”     

개똥이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처자는 당글촌의 순심이었다.. 순심은 200호가 넘는 당글촌에서도 이쁘기로는 양귀비 뺨치는 열일곱의 꽃다운 처자였다 긴 댕기머리에 얼굴은 새벽닭 울음소리에  갖 품어 낳은 계란과 같이 반들거리는 계라형 얼굴은 광(光)이 흐리고 있었고 적당한 이마와 간들거리는 눈썹과 초롱거리는 연갈색 눈동자와... 그리 높지 않은 콧날은 풋사과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파릇파릇함 그 자체였다.

      

“ 어?! 뭐라고?!! 안 들려...” 구월산 자락에 장작거리 나무를 하고 있는 개똥이는 순심에게 안 들린다며 ‘안 들려’ 하는 메아리 실린  소리가 들려왔다...      

개똥이는 순심과 같은 나이로  순심의 아버지인 표 씨의 강보에 싸여 집안에 들여 같이 지금 까지 살고 있었다.      


“어여 말허라고 어여!!!! 이 애가 누구여?? 어느년하고 바람이 나서 이 애를 데리고 온 거냐고??” 표 씨 부인 언년네는 이 애가 누구냐고 캐묻고 캐 물었지만 열일곱이 될 때까지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냥 업둥이라 생각허구 그냥 키우면 되지 뭔 여편네가 말이 많은가? 어여 잔소리 말고 어여~~~” 항상 똑같은 말을 하는 표 씨의 대답에 지쳤는지 

표 씨 부인 언년네도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었다. 


순심의 언니인 언년이는 벌써 다섯 해 전에 출가를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습관처럼 표 씨 부인을 언년네라고 하며 살고 있었다.      


언년네는 어릴 적 개똥이가 너무 싫고 싫었지만 개똥이가 점점 나이가 들어 동네 장정 여러 몫을 하고 일처리도 깔끔하고 딱 부러지는 성격을 가진지라  장성하는 개똥이를 바라보며 서서히 아들과 다름없이 대하고 거리낌이 없었다.. 순심도 개똥이에게는  남매와 다름없었다.     


“내가 이래 크게 부르는데 안 들린다구?? 지럴 염병을 하고 있네?... 어디야 어디!!!


내가 개똥이 때문이 매일 미치고 팔짝 뛰겠네....  밥 먹을 때는 좀 멀리 좀 가지 말어!!! 내가 니 종이냐? 매일 밥 먹을 때면 찾으러 다니고... 으휴 내가 못살아 못살어.....“ 짜증을 부리는 순심은 얼굴은 양귀비와 같지만 열 일곱 사춘기의 처녀와 다를 것이 없이 칼칼한 처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언년네 젖을 한쪽은 순심이가 다른 한쪽은 개똥이가 먹었으므로 말해야 입 아플 정도로 모든 것을 다 아는 가족이나 진배가 없었다.     



 

 

“ 알았어~~~ 지금 가~~~!!! ” 

구월산 용연폭포의 장대한 물줄기를 지나 등장하는 개똥은 그야말로 기골이 장대하고 칠 척 장신의 몸을 가졌고 생김새는 이곳의 지명과 어울릴 정도로 당찬 강골의 몸과 부리부리한 눈망울을 보여주며 주의 솔숲에서 뿜어져 기분 좋은 파릇한 향기를 더해 더 황홀하게 하고 있었다. 청년 개똥이는 이름과는 모든 것이 달라도 너무도 달랐다.  

당 치도 않은 말씀 하지 마서요.....

    

방금 전까지 짜증을 내며 닦달하던 순심은 지게에 나무를 산더미처럼 짊어지고 오는 개똥을 보며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골이 장대한 파릇파릇한 청년의 얼굴과 얊은 적삼 저고리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다가오는 본새는 마치 지금으로 말하자면 미스터 코리아 몸에 얼굴은 주연 배우 뺨치는 얼굴이라 보면 될 것이다.     


“ 힘은 안 든 거야?” 하며  순심은 옷소매를 가져가 개똥이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려 했다...

“괞찮어 뭐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구 ... 매일 하는 건데... 이래 땀 쫙 빼고 나면 몸이 싹 풀리거든...


  아부지 (표씨)하고  어무니(언년네)하고 하라 해서 도움 안 되는 게 없어.. 안그래? ” 이렇게 효자가 없었다.. 


개똥은 지금까지 길러준 양부모의 은혜를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개똥은 자신이 업둥이라는 것을 동네사람들을 통해 일찍이 옹알이 배우고 말문이 터질 때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표 씨, 언년네, 순심이, 당글촌 모든 이 들이 그러려니 표씨집 아들로 살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표 씨는 매일 새벽부터 중참까지는 나무를 시켰고 점심 이후 해질 때까지는 용천폭포 무예 훈련장에서 매일 몸 단련을 시켰으며 밤에는 오경칠서와 같은 병법서를 읽을 수 있도록 어디에서 구하는지 모르지만 달포에 한 번씩은 병법서 및 유교경전을 배울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고 있었다.   

  

“개똥아!!! 개똥아!! 어여 밥 먹어~~~~  아이구 우리 새끼!!!!”

언년네는 개똥이를 이제는 친아들 이상으로 아끼고 있었다... 표 씨와 언년네가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표 씨 부부에게 보여주므로  그렇게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랴 오늘은 힘은 안 들었고? ” 개똥을 바라보는 언년네의 눈에서는 꿀이 떨어지고 있었다..


“폭포 쪽에 항시 조심해야 되는거여...거그는 예부터 호랭이도 나오고 늑대도 여우도 산즘생이 어마무시하게 많은 데니까 알았지 울 아들?” 하며 밥 먹을 때 내려온 머리를 올리며 밥 많이 먹으라는 눈빛을 보냈다 

     

언년네도 바깥양반인 표 씨가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이 아이는 

표 씨 찐 가족과는 다른 세계 다른  운명을  가졌던 아이임을 태생 자체가 양반인 아이밈을

표 씨가 하는 행동을 보며 여자의 육감적인 느낌으로 알고 있었기에 업둥이 초장부터 아니 순심과 개똥이를 같이 젖 먹일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언년도 개똥을 측은지심( 惻隱之心)과 같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키어 왔던 것이다.     


“ 어무이는 왜 개똥이만 보면 그래 잘해 주는거여? 나 한테는 아무리 잘한 일이 있어도 암말 안 하더구먼.. 왜 개똥이만 그래 감싸는 거야? ” 순심은 왠지 모르게 매일 같이 개똥이만 위해주는 어매가 싫었다.    

 

“아니 이년이 오빠한테 개똥이가 뭐여? 아무리 나이가 같아도 너보다 석 달이나 빠른데 오빠라 해야지? 아이구 어여 오빠 밥 더 먹게 정지 가서 밥 한 사발 더 떠와... 어여.....” 하며 순심을 보며 바로 타박을 했다    

 

“ 어무이 순심이한테 너무 그러지 말어요.. 재도 밤까지  바느질 허고 낮에는 어무이따라 품 다니구 재도 할 만큼은 하고 있자너요... " 하며 순심을 옹호하는 말을 어매인 언년엄마에게 하였다...


"뭐.. 바느질이야 세상천지 남정네 아닌 계집들은 해야 되는 게 맞고 품 다니고 하는 것도 당연히 다 하는 것이제 그걸 어째 힘들다고 한다냐... 그건 아니지... 우리 아덜 밥 식겠다 어서 먹어 어여~~~~ 순씸아!!!! 순씸아!! 이년이 오빠 밥은 더 안 오는겨... 오빠 밥 다 떨어졌는데.... 빨리 안 와!!!!!"  언년은 개똥이 밥 떨어져 가는데 아직 추가 밥이 안 온다며 순심에게 버럭 화를 내고 있었다...  

이렇게 당글촌 표 씨 집안은 여는집과 똑같이 세월을 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개똥이 열일곱에서 열 여덟로 넘어갈 때쯤 동짓달 초이레 당글촌 촌장집 둘째 아들 경식이는  표 씨 집을 찾았다

"아저씨!!! 아저씨!! 계셔요~~~"하며 집 문 앞에서 표 씨를 찾고 있었다..


"어~~~ 경식이 앞는가?....아유 날도 찬데 아침부터 어떻게 왔어~~~ 추운데 어여 들어와 어여~~~" 하며 경식이 한테 들어올 것을 재촉했다...


" 괜찮어요.... 즈이 아부지가 찾으시는데요~~ 좀 급하다고 하셔서 저하고 지금  같이 내려가셔야 될 것 같어요...." 경식은 표 씨 아저씨에게 같이 촌장댁에 같이 갈 것을 권했다... 


" 어? 그래?! 그래 그럼 조금만 채비 좀 하고 나갈 테니까 잠깐만 있더라고... " 표 씨는 급하다는 말에 서둘러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 촌장 어르신 계셔요!!! 개똥이 아배 왔네요..." 그렇다 표 씨는 개똥이 아버지로 불렸고 개똥이 어매는 언년네로 굳어져 불려진 곳이 당글촌이기도 하였다. 


" 어... 그래 어서 들어오게~~~" 하며 촌장 온씨는 기쁘게 반기며 평소와는 다른 약간의 긴장감을 더해 표 씨를 반기고 있었다... 


" 촌장님 어쩐 일로 이래 아침에 부르셨는가요?  혹시?" 하며 표 씨도 촌장집에 오는 동안 혹시나 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으나 확신은 서지 않고 있었다...


" 그래 자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네 맞아!!!!!" 

" 그럼 우리 도련님이 사면이 됐다는~~~~ 말인가요? " 벌써부터 표 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 고맙구먼요 고맙구먼요 촌장 어르신..... 증말로 고맙구먼요... 내 상익 도련님 매일 볼 때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꼭 올 것이라 믿고 믿었는데...증말 이런 날이 오는가 봐요 촌장어르신....." 하며 촌장인 온씨에게도 그동안의 소회와 응어리를 표하고 있었다...


"그래 자네가 애썼네 애썼어 증말 애썼네... 그렇게 번듯하게 아무도 모르게 잘 지켜줘서 내가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네... 고마우이 표서방.... 고마워..." 대답을 하는 촌장인 온씨의 눈가도 촉촉해지고 있었다.


그렇다 개똥의 원 성은 정(鄭) 가에 이름은 상익이었다. 열일곱 해 전 사림의 당파싸움에서 축출된 인물이 대사헌 정 석호로 당대 명망이 높았던 집안으로  문(文)과 무(武)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고루 인재를 배출한 집안이었다... 그러나 사림과의 당쟁에 힘쓸려 서인의 염전 이권사업에 칼을 들이댄 것이 계기가 되어 모함으로 가문이 풍비박산(風飛雹散)나며 십칠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차 선조가 즉위한 1567년 육 개월 동안 억울하게 누명을 쓴 집안을 파악하던 중 연성 정가 집안의 사안들을 확인 후 어명에 의해 그해 동짓달 초엿새 어명이 전달되어 그 소식은 다음날 동짓달 초이레 황해도 관아에 도달이 되어 촌장인 온씨가 소식을 접했던 것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당글촌 촌장 온씨는 부랴부랴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이 기쁜 소식을 개똥이 아비 표 씨에게 전한 것이었다.


" 그래 이 기쁜 소식을 어여 상익 도련님께 알려 드리게 어여~~~ " 촌장 온씨는 표 씨에게 고생하고 수고했다며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할 것을 재촉하였다.


" 예 ~~ 당연하고 말구지요.. 지금 바로 달려갈게요 촌장 어르신.... 촌장 어르신도 그동안 저희 개똥이... 아니 아니 아지지요... 저희 도련님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애껴주셔서 증말 감사하구먼요... 증말루요...." 개똥아배 표 씨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집으로 향했다...


" 자 다들 방으로 들어와 보더라고...... "  표 씨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언년네에게 보내며 방으로 들어올 것을 재촉했다.

안방에 모인 표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언년네, 순심, 개똥이와 마주 않아 먼저 눈을 바라보았다. 

언년네는 이게 뭔 일이 큰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는 바였고, 순심과 개똥이는 그냥 멀뚱멀뚱 눈만 뜨고 있었다.


" 자 이제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그다음은 어떻게 하는지는 알아서 행동하면 될 것이여...." 아버지 표씨는 아침에 당글촌 촌장집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 하였다....


"예??!!! 뭐라고요!!!! 개똥이가 개똥이가 종 2품 벼슬 대사헌 대감 자제 분이라고요????? " 언년네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높은 양반가의 손 인지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 


"뭐여 개똥이가 양반이라고??!! 그럼 내가 양반하고 같이 쌍욕 해가매 티격태격 갔이 살았던 거여?? " 당황한 것은 순심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우째해야 되는거여???  아부지 어째 해야 되는거여??" 하며 눈빛을 표 씨에게 돌렸다. 


" 자... 자... 자... 잘 들어보더라고.... 이제 그 때까 온 것이여... 내 반드시 이때가 올 줄 알았구먼... "

표 씨의 눈빛은 의미심장을 넘어 하늘을 찌를 듯했다


" 이제 우리 개똥이 신원은 회복 됐으니.... 남은 것은 과거급제로 개똥이에서 원 이름인 상익으로 경천동지(驚天動地 )하게 만드는 것이여....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것제?  개똥이는 과거급제 할 때까지는 아직도 개똥이인 거여.... 앞으로 식년시까지 언년어매, 순심이... 내 이 표 달수가 이거에만 집중을 하는겨 알겠는가!!!!" 표 씨의 놀라운 발언에 표 씨 가족 모두는 이 일을 어찌해야 되나 한참을 멍한 상태로 몇각 (1각이 15분)동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 아부지!! 제가 좀.. 아니 많이 혼란스럽구먼요.... 제가 업둥이 인건 내 걸음마할 때부터 알고 있던 일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제가 그런 가문의 손 인지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구먼요.. 아부지 제가 어째야 되지요??"


" 이놈이 어째긴 뭐가 어째??? 넌 시방은 개똥이여 내가 말했제 개똥이 니가 과거급제 하는 날 그때 어째 바뀌는지는 그때 알려줄 것이니까 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내년 식년시만 생각해라 알것제???" 


"네 아부지.. 알겠구먼요... " 개똥은 그동안 아버지인 표 씨가 왜 매일 나무를 하라 했고 오후에는 무예를 단련하고 밤에는 병서 및 유교경전을 외는 글공부를 시켰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한 마음에 개똥이 눈에서도 눈물이 아니 흐를 수 없었다


'그래... 내 기필코 내년 식년시에는 반드시 급제하여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께 꼭 보답을 하리라... 꼭 그럴 것이야 꼭~~~' 개똥의 눈에서는 눈물과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섬광과 같은 빛으로 개똥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 그래 내일부터는 당글촌 촌장님께도 과거 대비 말(馬) 수 필을 말씀드려 놓을 테니 내일부터는 오전 나무하는 것은 그만두고 당글촌에 내려가서 오전에는 기사, 기창 무예 연마와 단궁과 같은 활쏘기에 집중하고... 오후와 밤에는 전과 동일하게 일정을 잡고 매진할 수 있도록 하여라.... 알겠제 개똥아!!!"  개똥 아배 표 씨의 머릿속에는 벌써 이런 때를 대비하여 예상 과제를 빽빽하게  짜 놓고 있었다... 그 아비를 보면 자식을 볼 수 있다 한 말이 틀리지 않음을 비록 양 아버지이지만 표 씨는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 아부지~~~ 예 알겠구만요~~~  내 꼭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서.... 아부지 아니 우리 집안을 꼭 살려 놓겠구먼요 꼭 꼭~~~ " 개똥은 자기가 말안 집안을 살리겠다는 의미가  현재 신원이 복원된 정 씨 집안을 살리겠다는 뜻도 있지만 그동안 자신을 젖먹이 때부터 키워준 표 씨와 언년네 부모에 대한 보은의 마음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비추고 있었다.  기울기의 추를 후자 쪽에 가깝게 하고 있었다... 



1년여의 맞춤 전략은 기본이 튼실한 개똥이를 천하제일의 무관으로 키우고 있었다. 

당글촌 모든 사람들의 격려와 지원을 받은 개똥이는 나날이 발전해 갔다... 활은 정중앙에 꽂혔고 말위에서  펼치는 기사와 기예는 묘기에 가까울 정도로 기가 찼으며 이것은  마치 사당패들의 흥을 돋우는 사물과도 같았다


징의 울림처럼 웅장했으며, 장구와 같이 경쾌하게 몸을 움직였으며, 북과 같이 천지를 호령도 했으며, 꽹과리와 같이 전체적인 조율을 하는 그런 신기에 가까운 몸이 바로 뒤에 상익이 될 개똥의 몸이었다. 


그해 개똥은 식년시 무과시험에 당당히 28명 중 4위라는 대단히 성과를 거두고 고향인 당글촌으로 향하였다.


" 아부지.... 어무이..... 내 이래~ 이래~ 됬습니더.... 증말 고맙고 고맙습니더..흐흐흐 .. " 어사관을 쓴 개똥은 표 씨와 언년네를 보자마자 복받쳐 오르는 울음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그래....그래.....장허다 우리 아들...장허다 우리 아들...우리 아들....우리 아들..." 어매인 언년네도 그동안의 세월을 잘 버텨준 개똥이가 너무 장하고 고마워 얼싸않고 주위는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되고 있었다. 


그때 제동을 거는 이가 있었다... 개똥의 아버지인 표 씨였다

" 어허 어찌.... 이렇게 좋은 날에 눈물을 보인단 말이여.... 썩 그치지 못혀... 어여~~~ " 표 씨도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아비인 표 씨 본인이 중심을 잡아야 이런 좋은 날 더 의미를 가지리라 생각이 되었다.


" 눈물이 나오는 걸 워째 안 흘린대요... 아니 들 그러는가 동네 사람들!!!! " 하며 언년네는 벌써 개똥이네 과거 급제 축하 잔치에 몰려온 동네사람들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 암만 그렇지 그렇지.... 그간 언년네가 을매나 고생을 하고 지원을 했는데... 내가 잘 알지 섣달그믐에도 순심이하고  개똥이하고 서로 젖 달라 보채는 거 두 놈 젖 멕인것만 해도 거짓부롱 쪼매 보태 하루에 한 말은 될 것이여.. 암만 되고 말구지~~~ " 하며 당글촌 장씨 할매는 눈물로 젖어 있던 주위를 순식간에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었다. 


" 아부지 어무이 절 받으세여.... " 하며 개똥은 예를 올렸다

절을 받은 표 씨와 언년네는 받은 절에 목례를 올리고 다시 동네사람들께 이야기를 건넸다


"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저희 개똥이를 지원해 주신 당글촌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겠구요...그러고 다들 우리 개똥이 사연은 다 잘 알고 계시는 일이라... 

지금 이 시간부터는 지는 우리 개똥이를 놓아주려 합니다.. 

여기 언년 어매, 내 표 달수는 이제부터 우리 개똥이를 놓아줄 거구만요...." 하며  개똥이에게 받았던 큰절과  똑같이 개똥이에게 큰절로 예를 표하고 있었다. 


" 상익 도련님... 그동안 무례했던 점 용서하시고 이제 저희가 도련님을 놓아 드려야 되는 때가 지금이지 싶습니다요.... 앞으로 건강 유념하시고 당글촌이 도련님 고향이란 것만 잊지 마시고 힘드시고 그리울 때는 언제든지 찾아주시면 되겠구먼요.. 그동안 도련님을 키우며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했습니다요... 증말로 부모처럼 행복하게 지냇구먼요.... 이제 제 소임은 여기까지인 것 같구먼요.... 도련님....."  큰절을 올리며 표 씨와 언년네는 기쁨의 눈물과 회한의 눈물을 동시에 흘리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아부지 이게 무슨 말씀이래요~~~   지가 업둥이란 걸 동네 사람들도 다 알고 그리고 아부지 어무니가 얼매나 지를 아끼고 살폈는지  다 알자너요.. 내 오늘이 있기까지는  아부지 어무니 공(功)이 백이면 백이구만요... 당 치도 않은 말씀 하지 마서요....."  그런 말씀 말라는 개똥은 한 번 더 동네 사람들을 향해 댓구를 이어나갔다


" 그렇다면요.... 내 당글촌 동네 어르신뜰께  이야기  하나 하것 구먼요... 지는 지금까지도 울 아부지, 어무이를 아부지 , 어무이로 여기고 있는데... 지금 아부지, 어무니가 그렇게 하지 말라 하네요? 그럼 지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업둥이도 자식인데 그래하지 말라하면  지가 어째한단 말인가요?   그럼 여기서 동네 어르신께 말씀드리겠구먼요... 오늘 이 자리에서.... " 동네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 저 오늘 순심이랑 혼례 치를 거예요... 순심이랑요!!" 

순간 당글촌 온 동네 처자들의 입과 눈이 떡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 이게 뭔 소리래요~~~~ 개똥아!!! 너 그러면 안 되지... 안되고 말구지 안돼~~~~" 당글촌 석수 아저씨 막내딸 미령이의 입에서 순식간에 폭탄선언을 한 개똥이를 향해 이러면 계획에서 벗어난다는 식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 저는 오늘날까지 저를 키워주시고 입혀주시고 보듬어주신 부모님을 절대로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 생각은 오래전부터 개똥이인 제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입니다. 따로 조용히 촌장님께 말씀드리려 했으나 오늘과 같이 급박한 상황에서 여러 동네 어르신 모두가 있는 곳에서 밝히는 점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당글촌 동네 사람들은 오늘 엄청난 일들이 두어 시간 만에 일어나는 상황을 직접 목격하며 당글촌 촌장 온씨집에서 논의가 있었다.... 결론은 시집 갈 딸들을 둔 몇 호를 제외하고는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당글촌에서도 이런 상황을 참작하여 표 씨의 둘째 딸 순심과 지금은 정 씨로 자기 성을 찾은 상익 도령의 혼례를 승인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 지금의 정 상익 판관의 안사람인 표 씨 부인인 것이었다. 



" 내 이야기가 좀 길지 않았나 이 장군?? 하며  신을 향해 그동안의 구월산 시절 당쟁으로 인한 피해자가 본인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 아니 판관 나리께서 그렇게 기구한 삶을 사셨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며 짐짓 놀란 듯... "그럼 형수님께서 그 당사자  순심이란 말씀이신지요? " 


"그렇다네. 허허허허..... 내 어매 젖을 집사람과 같이 갈라 먹어서 그런가 매일 뭔가가 부족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네... 허허허 허.... 그러니 이장군 자네도 꼭 때까 올 것이므로 낙담하지 말고 기다리시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일세...." 하며 이장군을 안심시키며 내 이제  순시 나갈 시간이 됬으니 후에 다시 연락을 하시지요...


" 예... 판관 어른 힘이 되는 말씀 잘 받들도록 하겠습니다. 판관 어른..." 

신은 판관 어른이 그런 사적인 일을 꺼내기 힘들었음에도 자신을 위해 이야기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함고..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경아, 금아.... 충청도 아산땅으로 가잤구나!!!" 오늘도 노을이 붉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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