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줄 알았던 할머니가 살아계셨다

by zozo

2/3 입원 4일차


나는 요즘 폭주족에 미쳐 그들과 미친 듯이 어울려 다닌다. 그들은 우리 아빠 차를 본인들 차처럼 밟고 우리 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나에게 자유를 선사해 준다. 나 또한 그런 그들과 어울려 다니는 게 썩 나쁘지만은 않다. 여느 날처럼 나는 친구들과 지칠 때까지 놀고 한숨을 쉬며 귀가하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기억되는 목소리. 그래서 더 익숙하게 들리는 “혜란아..”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돌아가신 줄 알았던 할머니가 살아 돌아오신 것이다! 할머니는 영안실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알몸 차림에 평소 트레이드 마크였던 보라색 빵 모자를 쓰신 채로 힘겹게 나를 부르고 계셨고 이를 발견한 나는 바로 죽을 듯이 오열했다. 최근 아빠에 대한 미움으로 폭주했던 삶을 회탄하며 울부짖었다. 할머니는 저 멀리서 다 지켜보시고 계셨던 것이다. 나는 아예 온몸까지 벌벌 떨어가며 물었다. ”할머니, 어떻게 된 거야?“ 이미 내 얼굴은 눈물 콧물로 범벅이었고 옆에서 할머니를 부축하던 엄마는 이제 날 말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할머니는 내 물음에 대답은 않으시고 ”됐다. 돌아왔다.”라고 하시며 2g폰 하나를 툭 내미셨다. 할머니가 평소 쓰시는 폰인데 하도 오래된 지라 액정이 망가져 있었다. 화면을 툭툭 건드리며 다시 보니 익숙한 이름으로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조 X]. 아빠였다. 아빠는 평소답게 한마디를 던져놨다. “참, 달이 밝다.” 무슨 이유에선지 평소 할머니가 계신 추모공원에 가는 것을 싫어하던 아빠가 먼저 할머니를 찾았고 할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유달리 폭력적이었던 아빠를 붙잡기 위해 죽은 척을 한 것이었다. 집에서는 나의 폭주족 친구들이 같이 울며 환호하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 할머니!!” 울부짖으며

...깼다.


“조혜란 님인 것 같은데?”


꿈이었던 것이다.

간호사 선생님이 내 두 손을 붙잡고 정신 차리시라며 지금 꿈꾸신 것 같다고, 하지만 여긴 공용 공간이라 이렇게 소리 지르며 주무시면 안 된다고 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한 간호사 샘이 미웠다. 7년 전 입원 때에도 내가 제일 좋아하던 간호사셨는데 오늘처럼 미울 수가 없었다.


머리가 다 아파졌다.

간호사님이랑 보호사님께서 나보고 짠하다고 하는 소리를 들어버려서... 그래서 더 울었고 그래서 더 소리 질렀다. 난 당최 내가 죽고 싶어 하는 건지 살고 싶어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난 사진 그대로 크라잉 아웃(Crying out) 한 것이다.

Crying out

(아픔·공포·놀람 등으로) 비명을 지르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 같다.”라고..

아니, 나는 철저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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