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사색
교직 생활을 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교사가 하는 일을 물어본다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교사는 수업을 하는 직업이다. 학생에게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고, 올바른 삶의 방향을 인도하는 직업이다. 나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예체능 중에서도 국어수업이 가장 겁이 난다. 그중에서도 글쓰기 수업이다. 초등학교 수준에서 글쓰기가 뭐 그리 무서울 것이 있냐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 수준의 글 쓰는 것은 200자 원고지 2장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글쓰기에는 논설문, 설명문, 기행문, 시 등 다양한 종류의 글이 있는데, 문제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피드백해줘야 하는가이다. 선생이 되어서 학생들에게 ‘좋은 느낌이다.’ 혹인 ‘이 부분이 좀 별로인데?’ 등으로 대충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서 글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이 부분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니 어떻게 고쳐야 한다느니라고 말해줄 수도 없다.
그런데 요즘 글쓰기를 공부하다 보니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 책에서는 ‘이렇게 써야 좋은 글이다.’, ‘저렇게 써야 좋은 글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읽은 책들만 그렇게 말할지는 몰라도, 내가 배운 것을 학생들에게 적용시켜 보자면
먼저 좋은 글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어야 한다. 글을 읽는 독자가 글을 보고 무언가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글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 목적이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언제 책에서 도움을 받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필요한 지식이나 감정의 공유로 도움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글을 쓸 때 독자가치유 받을 수 있는 글, 유용한 글을 써야 한다. 바로 독자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감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 마음 대로 아무렇게나 써 갈기는 글은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공감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이 없이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초등학생들이 공감하기는 어렵다. 좋은 글을 쓰도록 가르치기보다는 주변 친구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여러 감정들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다음으로 독자가 보고 공감해야 한다. 학생들이 쓴 글은 매우 솔직하다. 직설적이다는 표현이 맞다. 부모님의 하루 일과와 성격, 말투가 고스란히 나올 때도 있다. 그걸 보는 친구들은 까르르 웃는다. 공감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글은 솔직한 자신의 느낌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거짓으로 글을 쓰면 글에서 거짓이 드러나고 그런 글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 학생 중에 누가 봐도 모범생인 학생이 있다. 그 글을 읽어보면 짜임이 훌륭할 때가 많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런 글을 재미있어하지 않는다. 잘 쓴 것은 알겠는데,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 글을 평가하는 전부는 아니겠지만, 결국 독자가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진실된 글을 쓰게 해야 한다. 진실된 글을 쓰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허용적인 분위기를 제공하면 된다. 그리고 자신이 쓰는 글이 검열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해 주면 학생은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담아 글을 쓸 것이다.
결국 학생들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가르침보다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주변 사람과 사물에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기회를 제공해 주고, 그 체험 속에서 드는 생각을 정리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 일정한 잣대로 학생을 평가하려 하지 말고, 다양한 관점에서 학생을 바라보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학생들이 글을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보면 나부터 학생을 데리고 소풍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