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조 1장 3

태드 브렌튼의 침실 사정

by 꿈많은 미소년

빅과 노라가 문가로 돌아가자, 다시금 공포가 마치 안개로 가득한 차가운 외투를 입은 것처럼 엄습해왔다. 절망적인 죽음에서 풍기는 음산한 냄새를 풍기는 수의 처럼 그의 몸을 감싸는 기분이 들었다. 오 제발, 태드는 그렇게 생각 했지만, 벽장에는 다른 어떤 모습으로도 바꾸어 보이지 않았다. 바로 딱 그것. 오 제발 제발 제발!

이런 태드의 생각을 알았는지, 빅은 다시 몸을 돌려서 태드의 침대로 다가와서는 한 손을 전등 스위치에 올려 두고는 다시 반복했다.

"괴물은 없단다 태드."

"없어요, 아빠."

바로 그 순간에 아빠의 눈에 그림자가 지고 초점이 저 멀리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태드는 아빠의 말에 맞장구 칠 수밖에 었었다. 마치 더 이상 괴물이 있다고는 얘기를 꺼낼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 괴물이 없다는 아빠의 말을 완전히 믿는 것처럼 착한 아이답게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괴물은 없어요." 딱 하나 빼고. 내 옷장 속의 저 하나 말예요.

전등이 찰칵 소리를 내면서 꺼졌다.

"잘자, 태드."

엄마의 목소리는 가볍게 그의 마음 속에서 여운을 남겼다. 가볍게, 그리고 부드럽게. 엄마의 말이 끝나고 태드는 마음 속에서 울부짖었다. 조심해요 엄마! 괴물은 여자를 잡아 먹는다구요! 모든 영화에서 괴물은 여자를 잡아 끌고 가서는 잡아 먹는다구요! 오 제발 오 제발-


하지만 빅과 노라는 가버렸다.

그래서 4살 배기 아이인 태드 트랜튼은 침대 위에 이렉터 세트의 건설 장난감 상자의 모든 끈과 장비들을 펼쳐 놓았다. 상자 커버를 뺨에 대고 힘껏 잡아 당기고는, 한 팔로 테디를 자기 가슴까지 짝 쥐어 쑤셔 넣었다. 그리고 한 쪽 벽에는 루크 스카이 워커가 있었고, 다른 한쪽 벽에는 볼이 축 쳐진 얼룩 다람쥐가 믹서기 위에 있었는데, 뭔가를 그 속에 집어 넣으면 아주 활기차게 그것을 갈아낼 것이었다. (인생의 어려움이나 장애물을 긍정적이고 훌륭하게 극복하는 것이야! 라고 활기차게 믹서기에서 볼이 툭 쳐져서 갈아대는 얼룩다람쥐가 말하고 있었다.) 3번에서는 전미교육방송 채널의 세서미 스트리트 등장인물들이 잡다하게 섞여 있었다. 빅 버드, 어니, 오스카, 그로버. 좋은 토템들 속에 좋은 마법이 있는 법. 하지만 저 바깥에 바람이 지붕 위로 새된 소리를 내면서 홈통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잠을 자긴 글렀다.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선들이 서로 긁히면서 스르렁 스르렁 소리를 내고, 뻣뻣했던 이렉터 세트도 느슨해져 가면서 태드의 정신도 슬슬 잠의 세계로 떠나가기 시작했다.


...



그리고 바로 그 때, 새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것은 바깥에서 불어오는 밤의 바람 소리보다 훨씬 가까웠고, 그 바람에 태드는 다시금 완전히 잠에서 깨어 다시 일어났다.

벽장 문의 경첩이 움직였다.

끼이이이이이이익-

이번의 새된 소리는 너무 희미한 지라, 작은 개나 태드와 같은 어린 아이만이 겨우 듣고 밤에 잠에서 깨어날 수 있는 정도였다. 벽장문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슬금슬금 열리기 시작했고, 어둠 속에서 일 인치, 일 인치씩 계속해서 그 죽음의 입을 벌려가며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씩 다가왔다.


바로 그 괴물이 어둠 속에 있었다. 그 괴물은 이전에 빅과 노라가 오기 전에 아까 쭈그리고 앉아 있던 바로 그곳에 쭈그리고 않아 있었다. 태드를 향해서 이빨을 갈고 있었고, 그것의 위로 뾰쪽 솟은 머리 위로 거대한 어깨가 두텁게 힘이 들어가 있었고, 눈은 호박색으로 이글이글 빛이 나고 있었으며, 지랄맞은 간교함으로 살아 숨쉬고 있었다. 너네 부모는 가버렸다고 말했지, 태드? 괴물에 태드에게 속삭였다. 항상 그런다니까, 결국에는 말야. 그리고 나는 항상 돌아온다고. 나는 여기 돌아오는 게 좋아. 난 네가 좋거든 태드. 이제 매일 밤 여기로 돌아오려고 해. 그리고 매일 밤 네 침대로 더 가까이 갈 거야. 더 가까이 .... 조금씩 더 가까이... 그리고 언젠가 말야. 언젠가의 밤이면 네가 소리를 지르기 전에, 그래. 네가 비명을 지르면, 으르렁 하는 소리를 들을 테고, 그게 네 바로 옆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걸 보게 될 거야. 태드, 그게 바로 나야. 그리고 나는 널 덮치고, 널 먹을 거야. 그렇게 하고 나면 너는 내 속에 있게 될테지.


왜냐면 태드. 나는 미쳤거든. 그래서 여기에 있는 것이고. 나는 여기 쭉 있어 왔는데, 넌 몰랐지? 내 이름은 예전 한 때는 프랭크 도드였어. 그리고 여자들을 죽이고 그들을 먹었지. 난 여기에 쭉 있어 왔고, 네 주변을 벗어나지 않고 맴돌았지. 나는 귀를 바닥에 대고 네가 내는 모든 소리를 들었지. 태드, 내가 바로 괴물이야. 그 오래된 괴물 말야. 그리고 곧 너를 차지할 꺼야. 태드, 더 가까이서 나를 느껴봐... 더 가까이서...


아마 벽장 속에 있던 그 괴물이 태드에게 이런 말을 할 때 쉿쉿거리는 기분나쁜 목소리로 해서였는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그 목소리가 그냥 바람 소리여서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건, 아니 뭐 그게 뭐가 중요하겠나. 그 괴물이 하는 말을 듣고, 태드는 거의 실신할 지경이었다. (아 그런데 잠은 확실히 깨어버렸다.) 태드는 너무 공포에 질린 나머지 마치 약을 먹고 뻗은 것처럼 되어 버렸다. 그 괴물의 그림자 속에 있는 얼굴 속에서 으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태드는 뭔가 거의 알 것과도 같다는 그 얼굴을 보고야 말았다. 태드로서는 일단 오늘 밤에 다시 잠을 자기는 틀렸고, 아마도 다시는 잠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르고 12시 30분과 1시 사이의 격렬했던 충격이 지나가자, 아마 태드가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태드는 다시금 잠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꾸벅꾸벅 졸던 태드는 결국 흰 색 이빨을 들이대는 덩치 크고 털복숭이 괴물이 자신을 쫒아 오는 탓에 꿈도 꾸지 않고 깊은 꿈나라로 가 버렸다.


태드가 이렇게 파란만장한 모험을 하는 동안, 지붕 위에서 바람은 홈통과 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흰 색의 껍질이 그 위에 덮인 봄날의 달이 하늘 위로 솟아 있었다. 저 멀리 어디인가, 밤의 부드러운 초원 위에서나 아니면 뽀족뾰족한 소나무가 가득한 숲 속 회랑을 따라서, 개 한 마리가 격렬하게 짖어대더니 곧 조용해졌다.

그리고 태드 트렌튼의 벽장 속에서는, 여전히 호박색의 눈을 한 무언가가 태드를 계속 감시하고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쿠조 1장 2